클린기업 유한킴벌리 공정위 조사, 왜?

깨끗하기로 소문났는데…웬 갑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을 고수하는 유한킴벌리는 국내에서 가장 깨끗한 기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윤리경영, 상생경영을 내걸고 생활용품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유한킴벌리대리점협의회가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신고를 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한킴벌리를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기존에 순수했던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유한킴벌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한킴벌리 대리점협의회의 신고로 지난해 중순부터 유한킴벌리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혐의는 공정거래법 23조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와 판매 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차별 행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경영 어디로?
 
대리점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장려금제도를 이용해 대리점들이 판매목표를 강제로 달성하게 만들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리점 간 제품 공급가격을 다르게 매겨 대리점주들을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유한킴벌리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온라인대리점과 일반대리점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공급가를 20% 이상 차이 나게 책정했다. 본사가 직접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한 유한킴벌리 제품 가격이 대리점주들이 본사로부터 사오는 제품 가격보다 저렴했다.
 
유한킴벌리는 올해 초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몰’의 회사도메인을 인수해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쿠팡 등에 직접 판매를 실시했다. 이때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물품을 구입해오는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에 상품을 판매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당연히 온라인몰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하기스프리미어’의 대리점 매입가는 5만1180원이지만, 쿠팡 판매가는 3만8910원으로 매입가보다 24%나 저렴했다. ‘보송보송3팩’은 대리점 매입가가 4만7200원이지만 쿠팡 판매가가 3만1900원으로 매입가가 32.4%나 비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리점주들 사이에서는 물품을 쿠팡을 통해 매입하는 게 본사에서 납품 받는 것보다 낫겠다는 말이 나왔지만 ‘판매목표달성’에 따른 장려금제도 때문에 불가능했다.
 

현재 유한킴벌리가 운영하고 있는 장려금제도는 판매목표달성 장려금과 수금장려금 등이다. 판매목표 달성 장려금은 유한킴벌리가 설정한 판매목표를 90% 이상 달성했을 경우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실적이 낮은 대리점의 경우 이 장려금을 받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어 본사로부터의 물품지급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매목표 금액은 각 대리점 매출규모에 따라 4000만원부터 5억원 사이다. 유한킴벌리가 운영하고 있는 장려금을 모두 합치면 대리점 월 매출의 10% 수준에 달한다. 월 매출이 5억원인 대리점이 장려금 조건을 모두 달성했을 경우 매출의 10%인 5000만원을 장려금으로 받는 식이다.
 
대리점주에 과도한 판매목표 강요
온라인-오프라인 대리점 차별대우
 
그런데 유한킴벌리는 판매목표달성 부분에서도 일반대리점과 인터넷대리점 간 차별을 두고 있었다. 유한킴벌리는 일반대리점의 경우 목표달성율이 90%를 넘으면 매출의 2%를, 목표달성율이 100% 이상이면 매출의 3%를 장려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인터넷대리점의 경우 판매목표를 충족시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품목별 매입금액의 최고 9%에 해당하는 장려금을 지급했다.
 
대리점협의회는 영업실적이 안 좋은 일부 대리점이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장려금을 받지 못할 경우 적자를 보게 되는 영업 구조라며 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손해를 보고서라도 판매목표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한킴벌리는 대리점 평균 마진이 매출의 19%고, 이 19%의 마진 중 장려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이라 장려금 운영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정위는 올해 3월 농심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던 장려금 제도를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보고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후 시정명령을 내렸다.
 

유한킴벌리와 대리점협의회 측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대리점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온라인대리점의 실적을 위해 특혜를 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가격 인상 전인 지난 2013년 6월 생리대 ‘수퍼롱오버나이트’를 5톤 트럭 약 15대 분량(견본 미포함)이자 유한킴벌리의 1회분 생산량에 해당하는 3700박스를 인터넷대리점에만 전량 공급했다.
 
 
뿐만 아니라 대리점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후레쉬비데(마이비데)’ 제품을 신제품 홍보명목이라며 인터넷대리점에만 일반 대리점보다 훨씬 싼값에 판매했고, 지난해 7월에 판매된 각티슈 ‘크리넥스 실크터치’의 경우 온라인대리점에 넘기면서 일반대리점에게는 지원하지 않는 견본을 끼워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피해보고 떠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진실공방이 수면위로 드러나면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협의회 측은 변호사 선임 등을 조율하는 등 유한킴벌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억울한 대리점들
 
유한킴벌리의 주요 사업은 유아아동용품 사업(하기스, 굿나이트), 여성위생용품 사업(화이트, 좋은느낌, 애니데이), 가정위생용품 사업(크리넥스, 뽀삐, 마이비데), 스킨케어 사업(그린핑거, 티엔, 메이브리즈), 성인위생용품 사업(노인 위생 제품인 디펜드, 포이즈), 병원위생용품 사업(수술용 장갑, 가운, 마스크), 산업위생용품 사업(방향제, 세정제, 마스크) 등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단계 가입’ 얼마나 심하길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동통신 다단계 판촉에 불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실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방통위는 특정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벌어진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행위에 대한 실태 점검을 통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법 위반사실을 파악하고 사실 조사로 전환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조사는 행정처분 절차로, 방통위가 실태 점검에서 위법 행위의 윤곽을 파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통위는 사실 조사에서 이동통신 다단계 업체들이 소비자를 판매원으로 끌어들이면서 과도한 수수료나 장려금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고가요금제 가입을 요구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는지를 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언론보도에서 문제로 지목됐던 LG유플러스와 관련 다단계 업체들이 주요 조사 대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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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