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기업 유한킴벌리 공정위 조사, 왜?

깨끗하기로 소문났는데…웬 갑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을 고수하는 유한킴벌리는 국내에서 가장 깨끗한 기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윤리경영, 상생경영을 내걸고 생활용품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유한킴벌리대리점협의회가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신고를 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한킴벌리를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기존에 순수했던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유한킴벌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한킴벌리 대리점협의회의 신고로 지난해 중순부터 유한킴벌리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혐의는 공정거래법 23조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와 판매 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차별 행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경영 어디로?
 
대리점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장려금제도를 이용해 대리점들이 판매목표를 강제로 달성하게 만들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리점 간 제품 공급가격을 다르게 매겨 대리점주들을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유한킴벌리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온라인대리점과 일반대리점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공급가를 20% 이상 차이 나게 책정했다. 본사가 직접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한 유한킴벌리 제품 가격이 대리점주들이 본사로부터 사오는 제품 가격보다 저렴했다.
 
유한킴벌리는 올해 초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몰’의 회사도메인을 인수해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쿠팡 등에 직접 판매를 실시했다. 이때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물품을 구입해오는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에 상품을 판매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당연히 온라인몰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하기스프리미어’의 대리점 매입가는 5만1180원이지만, 쿠팡 판매가는 3만8910원으로 매입가보다 24%나 저렴했다. ‘보송보송3팩’은 대리점 매입가가 4만7200원이지만 쿠팡 판매가가 3만1900원으로 매입가가 32.4%나 비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리점주들 사이에서는 물품을 쿠팡을 통해 매입하는 게 본사에서 납품 받는 것보다 낫겠다는 말이 나왔지만 ‘판매목표달성’에 따른 장려금제도 때문에 불가능했다.
 

현재 유한킴벌리가 운영하고 있는 장려금제도는 판매목표달성 장려금과 수금장려금 등이다. 판매목표 달성 장려금은 유한킴벌리가 설정한 판매목표를 90% 이상 달성했을 경우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실적이 낮은 대리점의 경우 이 장려금을 받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어 본사로부터의 물품지급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매목표 금액은 각 대리점 매출규모에 따라 4000만원부터 5억원 사이다. 유한킴벌리가 운영하고 있는 장려금을 모두 합치면 대리점 월 매출의 10% 수준에 달한다. 월 매출이 5억원인 대리점이 장려금 조건을 모두 달성했을 경우 매출의 10%인 5000만원을 장려금으로 받는 식이다.
 
대리점주에 과도한 판매목표 강요
온라인-오프라인 대리점 차별대우
 
그런데 유한킴벌리는 판매목표달성 부분에서도 일반대리점과 인터넷대리점 간 차별을 두고 있었다. 유한킴벌리는 일반대리점의 경우 목표달성율이 90%를 넘으면 매출의 2%를, 목표달성율이 100% 이상이면 매출의 3%를 장려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인터넷대리점의 경우 판매목표를 충족시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품목별 매입금액의 최고 9%에 해당하는 장려금을 지급했다.
 
대리점협의회는 영업실적이 안 좋은 일부 대리점이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장려금을 받지 못할 경우 적자를 보게 되는 영업 구조라며 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손해를 보고서라도 판매목표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한킴벌리는 대리점 평균 마진이 매출의 19%고, 이 19%의 마진 중 장려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이라 장려금 운영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정위는 올해 3월 농심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던 장려금 제도를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보고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후 시정명령을 내렸다.
 

유한킴벌리와 대리점협의회 측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대리점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온라인대리점의 실적을 위해 특혜를 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가격 인상 전인 지난 2013년 6월 생리대 ‘수퍼롱오버나이트’를 5톤 트럭 약 15대 분량(견본 미포함)이자 유한킴벌리의 1회분 생산량에 해당하는 3700박스를 인터넷대리점에만 전량 공급했다.
 
 
뿐만 아니라 대리점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후레쉬비데(마이비데)’ 제품을 신제품 홍보명목이라며 인터넷대리점에만 일반 대리점보다 훨씬 싼값에 판매했고, 지난해 7월에 판매된 각티슈 ‘크리넥스 실크터치’의 경우 온라인대리점에 넘기면서 일반대리점에게는 지원하지 않는 견본을 끼워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피해보고 떠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진실공방이 수면위로 드러나면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협의회 측은 변호사 선임 등을 조율하는 등 유한킴벌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억울한 대리점들
 
유한킴벌리의 주요 사업은 유아아동용품 사업(하기스, 굿나이트), 여성위생용품 사업(화이트, 좋은느낌, 애니데이), 가정위생용품 사업(크리넥스, 뽀삐, 마이비데), 스킨케어 사업(그린핑거, 티엔, 메이브리즈), 성인위생용품 사업(노인 위생 제품인 디펜드, 포이즈), 병원위생용품 사업(수술용 장갑, 가운, 마스크), 산업위생용품 사업(방향제, 세정제, 마스크) 등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단계 가입’ 얼마나 심하길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동통신 다단계 판촉에 불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실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방통위는 특정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벌어진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행위에 대한 실태 점검을 통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법 위반사실을 파악하고 사실 조사로 전환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조사는 행정처분 절차로, 방통위가 실태 점검에서 위법 행위의 윤곽을 파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통위는 사실 조사에서 이동통신 다단계 업체들이 소비자를 판매원으로 끌어들이면서 과도한 수수료나 장려금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고가요금제 가입을 요구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는지를 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언론보도에서 문제로 지목됐던 LG유플러스와 관련 다단계 업체들이 주요 조사 대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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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