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②정부가 키웠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경제학자에 국민보건을 맡겨놨으니…

[일요시사 취재1팀] 최현목 기자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보건 당국인 보건복지부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초기 대응은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는 지난 5월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5일이 지난 후에야 ‘종합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 정부의 허술한 대응에 국민들의 불안은 커져가고 있다.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표된 것은 지난 5월20일이다. 그러나 확진이 내려지기까지 과정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5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보건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결론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가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확산을 막아야 할 보건복지부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초기대응 실패

정부의 대응을 역 추적해보면 얼마나 시간을 지체했는지 확인 가능하다. 청와대는 지난 3일 긴급 회의를 열고 메르스 종합대응 컨트롤타워를 설치·운영키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메르스 확산 방비 및 방역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한 것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며 “가능한 한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메르스 관련 정보에 대해 입장을 밝혔음에도 국민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민간에 대한 공개가 아닌 의료기관 사이의 공유를 뜻하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 공개’ 여부를 두고는 정부와 대중 간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자의 82.6%가 메르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지역에 불안을 안길 수 있고 해당 병원에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이유로 병원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초기대응 실패…걷잡을 수 없이 확산
불안↑ 신뢰도↓ “더 이상 못 믿겠다”

과연 비공개가 능사일까. 병원을 공개해야 된다는 목소리와 비공개로 유지해야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전염병과 관련된 해외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홍콩은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목적으로 즉각 치료병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홍콩 당국의 정직한 정보 공개가 전염 확산을 막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메르스 환자가 2명이 되자 즉시 병원 명단을 대중에게 알려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메르스 환자는 현재 2명뿐이며, 그 중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빠른 정보 공개와 발 빠른 의료 대응이 질병의 확산과 사망자 발생을 막은 것이다.

시기적으로 ‘정보 공유’가 늦었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메르스 관련 정보를 의료계와 공유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미 3차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에서야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대책이 나와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정보 공유가 조금만 빨랐어도 지금과 같이 심각한 사태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익명의 감염학계 관계자는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냐 없냐는 환자에 대한 정보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라며 “환자와 관련해 공유되고 있는 정보가 없다면 일선 병원들도 그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잘못된 정보로 국민 신뢰를 잃은 부분도 뼈아프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5월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발표한 시점에 확진 환자 수는 18명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허술한 정보망과 소통의 부재가 다시 국민들 사이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회의가 열리기 3시간 전쯤인 오전 7시에 보건복지부가 환자 3명이 추가 확인됐다는 발표를 했었음에도 환자수가 수정되지 않고 15명으로 발표된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종합대응 컨트롤타워 설치 ‘도움 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비판 쏟아져

보건 당국의 신뢰도 또한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3차 감염자 발생 가능성에 대해 줄곧 희박하다는 소견을 밝혀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3차 감염 ‘확진자’가 나옴으로써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3차 감염을 막기 위해 민간과 협조해 전국가적인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덮어놓고 여론 진화에만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초 감염자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안일한 대응은 잘 알려진 대목이다. 바레인을 다녀온 최초 감염자 A씨가 입원한 병원 측은 질병관리본부에 “환자가 바레인을 다녀왔다”고 보고하며 구체적인 검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본부는 “바레인은 발병지역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검사를 거부했고 이에 병원이 재차 요구하자 “메르스가 아니면 병원에서 책임을 져라”라는 황당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사결과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오게 되고, 그렇게 본부는 가장 중요하다는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놓치고 말았다.

‘자가 격리’로 충분하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대처도 비판의 대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그간 의심환자에 대해 자가 격리를 고집해왔다. 그러나 자가격리 중이던 한 50대 여성이 서울 강남에서 전북 고창으로 골프를 치러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허술한 격리조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병원들 비공개
국민불안 확산

이렇듯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정치권도 발 벗고 나섰다. 메르스에 관해 여·야는 한 목소리로 당국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모든 관련 당국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더 이상 추가 확산은 없도록 감염고리를 확실히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같은 날 “6월 민생 국회의 첫 번째 과제는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든 국회든 국민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 지금 상황은 갈등이 있더라도 뒤로 미루고 메르스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정부는 여·야를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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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