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강' 신림동 조폭 이글스파 대해부

잡고 또 잡아도…잡초 같은 조직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지역에는 약 22개의 폭력조직이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신림동에서 주로 활동하는 토착형 폭력조직 ‘이글스파’는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으로 손꼽힌다. 1978년 고등학교 불량서클에서 시작된 이글스파는 주로 재개발 현장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조직의 운영자금을 모아왔다. 한때 조직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다시 살아나 활동 중이다. 최근 이글스파 두목이 재판에 넘겨져 말이 많지만 이글스파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단체 ‘이글스파’의 두목이 위세를 과시하며 수억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이글스파 두목으로 활동한 윤모(53)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내가 누군지 알아?”
공갈 일삼은 보스
 
검찰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동 가야쇼핑 지하 1층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이던 윤씨는 2008년 3월 자신의 가게가 입주해 있던 건물이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에 들어가자 재건축 시행사 대표 정모(46)씨를 만나 이주비 명목으로 6억원을 요구했다.
 
윤씨는 그해 10월 자신이 운영 중이던 식당에서 정씨를 만나 “내가 누군지는 들었느냐”며 “난 6억원을 줘야 나가니까 그런 줄 알라”고 윽박질렀다. 이글스파 두목 윤씨는 평소에도 폭력조직원들에게 큰소리로 ‘형님’이라고 외치며 90도로 인사하도록 지시하는 등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윤씨의 협박에 겁을 먹은 정씨는 결국 재건축사업에 불이익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총 6억원을 윤씨에게 건넸다. 윤씨는 이후에도 조폭 두목으로서의 위세를 과시하며 정씨를 상대로 공갈·협박을 일삼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2013년 8월 정씨를 찾아가 새롭게 재건축된 주상복합아파트 가야위드안의 오피스텔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씨가 분양이 이미 완료됐다며 요구를 거부하자 윤씨는 ‘죽여버리겠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정씨와 직원들을 협박했다.
 
윤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4개월 동안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하며 총 800만원의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또 윤씨는 이 아파트상가 2층에 약 100평 규모의 게임장을 운영하며 두 달치 월세 700만원도 떼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이밖에도 정씨를 상대로 소지하고 있던 칼을 꺼내 보이며 “옛날에는 이 칼 하나로 신림동을 제압했다”며 협박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도 받고 있다.
 
이글스파는 그간 다양한 악행을 저질러왔다. 지난 2005년 12월, 조직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 합동수사부는 유흥업소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고, 재개발지역 아파트 창틀 공사 등의 이권에 개입해온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이글스파 우두머리 김모(43)씨 등 31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 24명을 지명수배했다.
 
특히 이글스파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중고교 폭력서클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일진’들과 접촉하며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면 조직의 회원으로 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이글스파 조직원 대부분이 학교 불량 폭력서클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글스파는 중고교 폭력서클이 폭력조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밀수출하다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서울 강남경찰서는 장물 스마트폰 2만2460대(시가 180억원어치)를 홍콩으로 밀수출한 일당 29명 가운데 총책 이모(30)씨와 이글스파 조직원 홍모(32)씨 등 9명을 구속하고, 항공화물업체 직원 전모(46)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보호해줄게”

상습 금품갈취
 
당시 이씨 등은 2011년부터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매입한 장물 스마트폰을 163차례에 걸쳐 홍콩에 밀수출해 3억4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총책 이씨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밀수출 조직을 꾸렸다.
 
특히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장물 휴대폰을 모아 총책 이씨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에 앞서 ‘중고 휴대폰을 고가에 매입한다’는 전단을 서울 강남역 등 접근성이 좋은 거리에 뿌린 뒤 한 대당 3만∼32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대부분 택시에서 승객이 잃어버린 스마트폰이나 찜질방·술집 등에서 도난당한 스마트폰이었다. 시가 1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갤럭시S3의 경우 최고 25만원에 거래됐다.
 
이들은 이렇게 모은 장물 휴대폰을 매입가보다 1만∼2만원씩 더 받고 총책 이씨에게 넘겼다. 이씨는 항공화물업체 직원 전씨를 통해 스마트폰을 홍콩으로 빼돌린 뒤 다시 한 대당 1만∼2만원의 웃돈을 얹어 조선족 환치기 일당을 통해 중국 총책 장모(34)씨에게 팔아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상인 협박 수억원 갈취한 두목 기소
‘달동네 주름’ 서민 상대로 인정사정 없어
 
당시 경찰은 “경찰 관리 대상인 신림 이글스파는 추종 세력 65명을 포함해 총 100여명이 활동 중인 ‘족보 있는’ 조직”이라며 “세력이 위축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결국 장물 스마트폰 밀수출에까지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에는 노름돈을 갈취했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는 조직원을 동원해 도박장에서 돈을 빼앗은 조직폭력배 이글스파 행동대장 정모(33)씨 등 조직원 12명을 공동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은 2012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도박장에서 도박 참가자들을 협박해 12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당시 도박장에서 850여만원을 잃은 조직 부두목 이모(46)씨의 연락을 받고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경찰은 노름돈을 빼앗은 이글스파 조직원 13명 가운데 부두목 이씨 등 10여명을 입건한 바 있다.
 
지난해 이글스파는 속칭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들을 폭행하고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아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신이글스파 조직원 고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최모(42)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이글스파는 이글스파와 상도동파, 시흥동 산이슬파 등이 연합해 지난 1999년 만든 폭력조직으로 관악구와 동작구를 근거지로 하며 조직원은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지난 2011년 초부터 지난해 2월까지 동작구 상도동과 관악구 신림동 일대 소규모 유흥업소와 보도방 업주, 여성 도우미 등 40여명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으며 보호비 등 명목으로 총 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이들에게 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들이었다. 이들은 불법으로 여성 도우미를 노래방 등에 공급하기 때문에 경찰에 피해신고를 하기 어렵다. 고씨 등은 보도방 업주와 실장, 여성 도우미 등에게 “신림동 일대는 ‘신이글스파’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편하게 보도방을 운영하게 해주겠다”고 협박한 뒤 보호비 명목으로 4년 동안 2억2000만원을 갈취했다.


동네 장악하면서
재개발 이권개입
 
보도방 여성 도우미들은 수십차례에 걸쳐 신이글스파 조직원들의 회식자리에 불려갔지만 접대비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2차 성접대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여성 도우미들을 관리하는 보도방 실장 20여명은 도우미들이 보는 앞에서 쇠파이프로 수십차례 폭행 당하거나 고씨 등 신이글스파 조직원들의 가족 칠순잔치와 결혼, 돌, 개업 등 각종 경조사비 명목으로 지속적인 상납을 강요당했다.
 
또 갈취 대상 보도방 실장들에게 1만원대 치약 선물세트를 돌린 뒤 “난 선물했다. 너희들은 안 주냐? 나도 명절 지내야지”라며 10만원대 고급 한우갈비세트 등을 얻어내는 수법도 동원했다. 향후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경우 일방적으로 상납을 강요한 것이 아닌 ‘선물교환’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해 처벌을 피할 목적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상도동과 신림동에 문을 여는 소규모 유흥업소에 돈을 투자한 뒤 업소가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면 “투자금액을 상환하라”며 영업을 방해하는 식으로 다수의 건물주를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월세 300만원 상당의 건물에 월세 100만원 조건으로 2년 동안 입주해 임대료 차액 6000만원을 챙겼다. 헐값에 입주했는데도 월세 100만원도 매번 제대로 내지 않아 건물주가 밀린 월세 700만원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주점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3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조직와해 위기
보란 듯 부활해 여전히 세 과시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인 이글스파는 서울 동작구와 금천구 일대의 세력을 연합해 신이글스파를 형성했다. 수도권에선 조폭들의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조직 간 세력을 규합해 예전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글스파는 1978년께 당시 모 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모씨 등 12명이 결성한 불량서클 ‘이글스’에서 출발했다. 윤씨는 79년 8월께 강간치상혐의로 출교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인근 건달들을 한데 모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사거리를 중심으로 금품을 갈취하며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80년 신군부가 사회정화운동의 일환으로 단행한 ‘삼청교육대’에 윤씨 등 조직원 대부분이 끌려가 조직와해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멤버들이 다시 조직을 결정했다.
 
8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민정당 관악지구당 청년국장이었던 A씨는 이글스를 선거운동에 동원하기로 계획했다. 윤씨는 A씨의 요구에 따라 한가람청년회를 결성했다. 이후 이를 모태로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한 금품갈취 행각이 본격화됐다. 이후 이글스파는 유흥업소에 조직원을 강제 취업시키고 발생한 수익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그리고 인근 폭력조직인 ‘산이슬파’ ‘선우회’ 등 군소조직을 규합해 조직원을 늘렸다.
 
조직원 대부분이 신림동에서 자란 이글스파는 외부 세력의 침범을 허용치 않는 매우 배타적인 속성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진다. 88년에는 충북 괴산군 화양계곡에 집결해 씨름과 장기자랑 등 단합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글스파는 다른 조직과 유사한 행동강령을 정하고 지정한 합숙소에서 정기 모임을 가졌다. 매달 축구대회를 열어 땀을 흘리며 조직의 기강을 다졌다. 그리고 서울 관악구 일대 중고교 불량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조직원으로 키웠다. 윤씨는 이런 식으로 조직을 움직이며 신림동 일대의 상권을 차례로 장악했다.
 
1999년 1월에는 시흥과 상도동 일대의 폭력조직을 통합한 뒤 신림동 일대의 단란주점과 이발소, 나이트클럽에 지분을 넣고 조직원들을 영업부장 등으로 취직시켜 매달 200만∼300만원을 뜯어냈다. 유흥업소들에서 1억8000만원어치의 공짜 술을 마셨다. 2001년 11월에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ㅇ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이권을 놓고 다른 폭력조직과 대치하는 등 재개발 지역의 이권에 개입하면서 총 공사액의 20%를 경비로 받아서 이 중 40%를 조직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글스파는 악랄한 범행 수법으로 유명했다. 업주들이 상납을 거부하면 비가 쏟아지는 대로변에 무릎을 꿇리고 폭행하는가 하면 옷을 찢어 알몸으로 만든 뒤 맥주병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피투성이로 만드는 등 신림사거리의 무법자로 자리했다.

예전같지 않지만
여전한 생명력
 
이글스파는 폭행, 갈취행각을 벌이면서도 자신들의 비행을 은폐키 위해 듀엣 가수 ‘수와 진’에게 심장기금을 제공하면서 자선단체인 것처럼 세간의 눈을 속이기도 했다. 또한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유명우와도 친하게 지내면서 그의 이름을 빌려 명우개발이라는 사무실을 개설해 합법적 기업으로 가장하기도 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검찰과 경찰은 수차례 집중 수사를 벌여 이글스파를 감옥에 잡아넣었지만 이글스파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특히 재개발현장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 공사 이권에 여전히 개입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치킨·족발 들고 경찰서 간 '조폭 스토리'
 
범죄를 저지른 동네 조폭이 제발로 경찰서에 찾아와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놀이터에서 노는 초등학생 A(11)군과 A군의 어머니 B씨의 뺨을 때리고 동네 주점 등에서 상습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허모(50)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4월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논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A군의 뺨을 때리고 이를 말리던 어머니 B씨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동종 전과 등 전과 18범인 허씨는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5차례에 걸쳐 용산구의 주점 상인 4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욕을 하고 손님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업무방해를 하기도 했다. 허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경찰서에 족발과 치킨, 음료수 등을 사와 “살려 달라”며 애원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가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며 “업무방해를 한 상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피해자들에게 반성의 모습을 비쳤다”고 말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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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