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강' 신림동 조폭 이글스파 대해부

잡고 또 잡아도…잡초 같은 조직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지역에는 약 22개의 폭력조직이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신림동에서 주로 활동하는 토착형 폭력조직 ‘이글스파’는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으로 손꼽힌다. 1978년 고등학교 불량서클에서 시작된 이글스파는 주로 재개발 현장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조직의 운영자금을 모아왔다. 한때 조직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다시 살아나 활동 중이다. 최근 이글스파 두목이 재판에 넘겨져 말이 많지만 이글스파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단체 ‘이글스파’의 두목이 위세를 과시하며 수억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이글스파 두목으로 활동한 윤모(53)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내가 누군지 알아?”
공갈 일삼은 보스
 
검찰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동 가야쇼핑 지하 1층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이던 윤씨는 2008년 3월 자신의 가게가 입주해 있던 건물이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에 들어가자 재건축 시행사 대표 정모(46)씨를 만나 이주비 명목으로 6억원을 요구했다.
 
윤씨는 그해 10월 자신이 운영 중이던 식당에서 정씨를 만나 “내가 누군지는 들었느냐”며 “난 6억원을 줘야 나가니까 그런 줄 알라”고 윽박질렀다. 이글스파 두목 윤씨는 평소에도 폭력조직원들에게 큰소리로 ‘형님’이라고 외치며 90도로 인사하도록 지시하는 등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윤씨의 협박에 겁을 먹은 정씨는 결국 재건축사업에 불이익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총 6억원을 윤씨에게 건넸다. 윤씨는 이후에도 조폭 두목으로서의 위세를 과시하며 정씨를 상대로 공갈·협박을 일삼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2013년 8월 정씨를 찾아가 새롭게 재건축된 주상복합아파트 가야위드안의 오피스텔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씨가 분양이 이미 완료됐다며 요구를 거부하자 윤씨는 ‘죽여버리겠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정씨와 직원들을 협박했다.
 
윤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4개월 동안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하며 총 800만원의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또 윤씨는 이 아파트상가 2층에 약 100평 규모의 게임장을 운영하며 두 달치 월세 700만원도 떼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이밖에도 정씨를 상대로 소지하고 있던 칼을 꺼내 보이며 “옛날에는 이 칼 하나로 신림동을 제압했다”며 협박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도 받고 있다.
 
이글스파는 그간 다양한 악행을 저질러왔다. 지난 2005년 12월, 조직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 합동수사부는 유흥업소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고, 재개발지역 아파트 창틀 공사 등의 이권에 개입해온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이글스파 우두머리 김모(43)씨 등 31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 24명을 지명수배했다.
 
특히 이글스파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중고교 폭력서클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일진’들과 접촉하며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면 조직의 회원으로 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이글스파 조직원 대부분이 학교 불량 폭력서클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글스파는 중고교 폭력서클이 폭력조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밀수출하다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서울 강남경찰서는 장물 스마트폰 2만2460대(시가 180억원어치)를 홍콩으로 밀수출한 일당 29명 가운데 총책 이모(30)씨와 이글스파 조직원 홍모(32)씨 등 9명을 구속하고, 항공화물업체 직원 전모(46)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보호해줄게”
상습 금품갈취
 
당시 이씨 등은 2011년부터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매입한 장물 스마트폰을 163차례에 걸쳐 홍콩에 밀수출해 3억4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총책 이씨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밀수출 조직을 꾸렸다.
 
특히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장물 휴대폰을 모아 총책 이씨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에 앞서 ‘중고 휴대폰을 고가에 매입한다’는 전단을 서울 강남역 등 접근성이 좋은 거리에 뿌린 뒤 한 대당 3만∼32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대부분 택시에서 승객이 잃어버린 스마트폰이나 찜질방·술집 등에서 도난당한 스마트폰이었다. 시가 1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갤럭시S3의 경우 최고 25만원에 거래됐다.
 
이들은 이렇게 모은 장물 휴대폰을 매입가보다 1만∼2만원씩 더 받고 총책 이씨에게 넘겼다. 이씨는 항공화물업체 직원 전씨를 통해 스마트폰을 홍콩으로 빼돌린 뒤 다시 한 대당 1만∼2만원의 웃돈을 얹어 조선족 환치기 일당을 통해 중국 총책 장모(34)씨에게 팔아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상인 협박 수억원 갈취한 두목 기소
‘달동네 주름’ 서민 상대로 인정사정 없어
 
당시 경찰은 “경찰 관리 대상인 신림 이글스파는 추종 세력 65명을 포함해 총 100여명이 활동 중인 ‘족보 있는’ 조직”이라며 “세력이 위축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결국 장물 스마트폰 밀수출에까지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에는 노름돈을 갈취했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는 조직원을 동원해 도박장에서 돈을 빼앗은 조직폭력배 이글스파 행동대장 정모(33)씨 등 조직원 12명을 공동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은 2012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도박장에서 도박 참가자들을 협박해 12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당시 도박장에서 850여만원을 잃은 조직 부두목 이모(46)씨의 연락을 받고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경찰은 노름돈을 빼앗은 이글스파 조직원 13명 가운데 부두목 이씨 등 10여명을 입건한 바 있다.
 
지난해 이글스파는 속칭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들을 폭행하고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아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신이글스파 조직원 고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최모(42)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이글스파는 이글스파와 상도동파, 시흥동 산이슬파 등이 연합해 지난 1999년 만든 폭력조직으로 관악구와 동작구를 근거지로 하며 조직원은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지난 2011년 초부터 지난해 2월까지 동작구 상도동과 관악구 신림동 일대 소규모 유흥업소와 보도방 업주, 여성 도우미 등 40여명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으며 보호비 등 명목으로 총 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이들에게 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들이었다. 이들은 불법으로 여성 도우미를 노래방 등에 공급하기 때문에 경찰에 피해신고를 하기 어렵다. 고씨 등은 보도방 업주와 실장, 여성 도우미 등에게 “신림동 일대는 ‘신이글스파’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편하게 보도방을 운영하게 해주겠다”고 협박한 뒤 보호비 명목으로 4년 동안 2억2000만원을 갈취했다.

동네 장악하면서
재개발 이권개입
 
보도방 여성 도우미들은 수십차례에 걸쳐 신이글스파 조직원들의 회식자리에 불려갔지만 접대비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2차 성접대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여성 도우미들을 관리하는 보도방 실장 20여명은 도우미들이 보는 앞에서 쇠파이프로 수십차례 폭행 당하거나 고씨 등 신이글스파 조직원들의 가족 칠순잔치와 결혼, 돌, 개업 등 각종 경조사비 명목으로 지속적인 상납을 강요당했다.
 
또 갈취 대상 보도방 실장들에게 1만원대 치약 선물세트를 돌린 뒤 “난 선물했다. 너희들은 안 주냐? 나도 명절 지내야지”라며 10만원대 고급 한우갈비세트 등을 얻어내는 수법도 동원했다. 향후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경우 일방적으로 상납을 강요한 것이 아닌 ‘선물교환’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해 처벌을 피할 목적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상도동과 신림동에 문을 여는 소규모 유흥업소에 돈을 투자한 뒤 업소가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면 “투자금액을 상환하라”며 영업을 방해하는 식으로 다수의 건물주를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월세 300만원 상당의 건물에 월세 100만원 조건으로 2년 동안 입주해 임대료 차액 6000만원을 챙겼다. 헐값에 입주했는데도 월세 100만원도 매번 제대로 내지 않아 건물주가 밀린 월세 700만원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주점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3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조직와해 위기
보란 듯 부활해 여전히 세 과시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인 이글스파는 서울 동작구와 금천구 일대의 세력을 연합해 신이글스파를 형성했다. 수도권에선 조폭들의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조직 간 세력을 규합해 예전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글스파는 1978년께 당시 모 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모씨 등 12명이 결성한 불량서클 ‘이글스’에서 출발했다. 윤씨는 79년 8월께 강간치상혐의로 출교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인근 건달들을 한데 모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사거리를 중심으로 금품을 갈취하며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80년 신군부가 사회정화운동의 일환으로 단행한 ‘삼청교육대’에 윤씨 등 조직원 대부분이 끌려가 조직와해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멤버들이 다시 조직을 결정했다.
 
8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민정당 관악지구당 청년국장이었던 A씨는 이글스를 선거운동에 동원하기로 계획했다. 윤씨는 A씨의 요구에 따라 한가람청년회를 결성했다. 이후 이를 모태로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한 금품갈취 행각이 본격화됐다. 이후 이글스파는 유흥업소에 조직원을 강제 취업시키고 발생한 수익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그리고 인근 폭력조직인 ‘산이슬파’ ‘선우회’ 등 군소조직을 규합해 조직원을 늘렸다.
 
조직원 대부분이 신림동에서 자란 이글스파는 외부 세력의 침범을 허용치 않는 매우 배타적인 속성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진다. 88년에는 충북 괴산군 화양계곡에 집결해 씨름과 장기자랑 등 단합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글스파는 다른 조직과 유사한 행동강령을 정하고 지정한 합숙소에서 정기 모임을 가졌다. 매달 축구대회를 열어 땀을 흘리며 조직의 기강을 다졌다. 그리고 서울 관악구 일대 중고교 불량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조직원으로 키웠다. 윤씨는 이런 식으로 조직을 움직이며 신림동 일대의 상권을 차례로 장악했다.
 
1999년 1월에는 시흥과 상도동 일대의 폭력조직을 통합한 뒤 신림동 일대의 단란주점과 이발소, 나이트클럽에 지분을 넣고 조직원들을 영업부장 등으로 취직시켜 매달 200만∼300만원을 뜯어냈다. 유흥업소들에서 1억8000만원어치의 공짜 술을 마셨다. 2001년 11월에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ㅇ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이권을 놓고 다른 폭력조직과 대치하는 등 재개발 지역의 이권에 개입하면서 총 공사액의 20%를 경비로 받아서 이 중 40%를 조직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글스파는 악랄한 범행 수법으로 유명했다. 업주들이 상납을 거부하면 비가 쏟아지는 대로변에 무릎을 꿇리고 폭행하는가 하면 옷을 찢어 알몸으로 만든 뒤 맥주병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피투성이로 만드는 등 신림사거리의 무법자로 자리했다.

예전같지 않지만
여전한 생명력
 
이글스파는 폭행, 갈취행각을 벌이면서도 자신들의 비행을 은폐키 위해 듀엣 가수 ‘수와 진’에게 심장기금을 제공하면서 자선단체인 것처럼 세간의 눈을 속이기도 했다. 또한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유명우와도 친하게 지내면서 그의 이름을 빌려 명우개발이라는 사무실을 개설해 합법적 기업으로 가장하기도 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검찰과 경찰은 수차례 집중 수사를 벌여 이글스파를 감옥에 잡아넣었지만 이글스파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특히 재개발현장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 공사 이권에 여전히 개입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치킨·족발 들고 경찰서 간 '조폭 스토리'
 
범죄를 저지른 동네 조폭이 제발로 경찰서에 찾아와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놀이터에서 노는 초등학생 A(11)군과 A군의 어머니 B씨의 뺨을 때리고 동네 주점 등에서 상습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허모(50)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4월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논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A군의 뺨을 때리고 이를 말리던 어머니 B씨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동종 전과 등 전과 18범인 허씨는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5차례에 걸쳐 용산구의 주점 상인 4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욕을 하고 손님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업무방해를 하기도 했다. 허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경찰서에 족발과 치킨, 음료수 등을 사와 “살려 달라”며 애원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가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며 “업무방해를 한 상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피해자들에게 반성의 모습을 비쳤다”고 말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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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없는’ 민주-혁신 복잡한 셈법

‘양보 없는’ 민주-혁신 복잡한 셈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고심 끝에 평택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또다시 경쟁 상대가 됐다. 그동안 두 당은 꾸준히 아군에서 적군으로, 적군에서 또다시 아군으로 돌아서길 반복했다. 이번에는 양보 없는 진검승부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지난 2월 합당 논의로 훈풍이 부나 싶더니 불과 두 달 만에 등을 돌렸다. 혁신당 조국 대표가 평택을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방선거 판도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럼에도 살아남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혁신당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상처만 남은 합당 추진”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양쪽 진영의 파열음만 계속됐다. 합당 무산 이후 지난 3월, 양 당은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지금 전면적인 선거 연대를 위한 위원회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며 지방선거 지역구 배분과 같은 구체적인 선거 협상 가능성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다시 독자 노선을 걷게 된 혁신당은 자강론에 힘을 실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합당 논의가 오가던 중 혁신당의 실무는 ‘올스톱’이었다. 논의 시기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었던 만큼 혁신당은 남들보다 반 발 늦게 선거 대열에 합류했다. 고심 끝에 조 대표 ‘국민의힘 제로(0)’와 ‘부패 제로(0)’ 실현을 앞세워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을은 지난 1월 민주당 이병진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및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700만을 받아 재보궐이 확정된 곳이다. 조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혁신당의 13번째 국회의원이 돼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내란 완전 종식, 진짜 개혁 완수’라는 시대적 과제를 책임지고 실천하겠다”며 “개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막고 내란 이후 대한민국을 위한 입법과 정책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더 강력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 대표의 출마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추측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과 경기 평택을·안산갑, 부산 북구갑·해운대갑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때마다 조 대표는 출마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가야 국민의힘이 당선될 수 없는 곳” “험지인 곳” 등 조건만 나열할 뿐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벼랑 끝 조국’ 스스로 올라간 시험대 사실상 마지막 기회...평택을 출사표 기자회견에서 조 대표는 평택을을 출마지로 택한 배경에 대해 “일찍부터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의 최상위 목표는 극우 내란 정치세력을 심판하고 국민의힘을 제로로 만드는 것임을 반복해 밝혀왔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이뤄지는 곳에는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이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며 “평택을 출마는 정치인이 된 후 줄기차게 역설해 온 이 같은 저의 비전과 가치, 그리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자신이 평택에 연고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평택을 도약시킬 비전과 정책, 실행할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앞선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중앙정치에서 평택의 목소리를 키우겠다. 평택의 현안이 곧 국가적 과제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 시민들께서 조국을 선택해주시면 반드시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 반드시 평택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할 큰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출마 선언 이후 평택을은 단숨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곳은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와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곳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의동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아직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대열에 합류하면 최대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일찌감치 이곳에서 터를 닦았던 김재연 상임대표는 곧바로 반발에 나섰다. 김 상임대표는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고작 제가 당의 명운을 걸고 뛰고 있는 이곳 평택인가”라며 “대의도 명분도 없는 평택 출마를 철회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며칠 전부터 언론인들이 사실 여부를 물어올 때마다, 저는 ‘절대로 그럴 일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는 그는 “조국이라는 정치인의 상식과 양당이 맺어온 신의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까지도 저는 조국 대표의 ‘동지애’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며 “정치는 원래 이토록 비정하게 신의를 밟고 올라서는 아수라장이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찢어지는 여당 표? 평택이 ‘험지 출마’라는 조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 평택을이 험지가 맞느냐”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범보수 후보를 52.5% 대 29.4%로 압도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진보당을 비롯해 여권 내에서도 평택이 과연 험지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조 대표는 “평택을은 19·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게 험지 중 험지”라며 출마 명분 굳히기에 나섰다. 조 대표는 기자회견 당시 “평택에는 친윤(친 윤석열) 부정선거 음모론자이자 내란 피의자인 황교안씨가 깃발을 들었다. 그는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전한길씨가 주도한 극우 집회까지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 같은 경우 후보난을 겪고 있다면 국민의힘은 후보가 각축하고 있다”며 “(평택을이) 국민의힘에는 평지고, 민주당 또는 다른 범민주 진보 진영엔 험지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 혁신당 관계자 역시 “(조 대표는) 평택, 안산, 군산 세 지역을 놓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심을 거듭했다”며 “귀책 사유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지역인 동시에 국민의힘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고, 또 혁신당에게 험지가 아닌 지역을 추리다 보니 평택을이 최종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조 대표는 또 평택을 재보선의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으므로 ‘무공천 원칙’이 지켜져야 할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대표의 출마가 합당 무산에 대한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합당 무산으로 혁신당 의원들은 물론 당직자, 지지자들 까지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그 이후에 선거 연대 이야기가 나왔지만 물밑 접촉도 미지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합당이 무산된 그림이지 않았나. 조 대표 입장에서는 평택을 출마를 굽힐 이유가 없다”며 “따라서 혁신당은 민주당에게 당당히 무공천 원칙을 요구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마음의 빚 민주당도 ‘전 지역 공천’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조 대표가 평택을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말했다시피 재보선은 전략공천이 원칙이고 전 지역에서 공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역시 “조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며 민주당에 무공천을 요구했다”며 “돌아보면 조 대표가 22대 비례의원으로 (당선)됐다가 사임하고 그래서 비례를 다른 분이 승계했고 이번에 평택에서 출마하게 됐으니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귀책 사유 아니겠나”라고 직접 겨냥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24년 12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가 지난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광복절에 특별사면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택을을 둘러싼 신경전이 길어질수록 민주 진영의 분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조 대표의 대항마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내보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평택을이 ‘사법 리스크 공방’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김용 평택을 카드’는 민주당에게도 갈등의 뇌관이다.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면 민주당 내 친명(친 이재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은 안산 출마를 희망했지만 결국 당 지도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출마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조 대표의 출마는 울산시장 선거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진보당 선거 연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당, 평택을 후보는 진보당으로 단일화한다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조 대표가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혁신당 황명필 의원이 울산시장에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곳에서도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당 김종훈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당을 향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저와 진보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가장 큰 목표는 내란 청산”이라며 “전국의 모든 민주, 진보, 개혁 후보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말한다. 내란 청산을 위해, 국민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울산까지 부는 출마 후폭풍 골머리 앓는 범여권 지도부 회견에 배석한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역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실질적으로 민주·진보 개혁 세력이 하나로 모여 총선 189석의 성과를 만들고 대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이번 지방선거도 똑같은 방식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선거 연대가 헝클어질 조짐이 보이자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후보자 주도 단일화’를 공개 요청했다. 김 의원은 김종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혁신당 황명필 울산시장 후보를 향해 단일화 동참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전국 최대 제조업 도시 울산에서, 노동자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지키며 미래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일은 어느 한 당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민주당과 진보당, 혁신당이 함께할 때, 울산은 그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후보는 “3인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출마 선언 당시 “제가 (민주·진보)진영의 후보 중 가장 큰 교집합을 담고 있고, 따라서 가장 강력한 합집합을 만들 수 있다”며 “더 나은 정책을 공유하고, 울산의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단일화를 통해 본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조 대표의 평택을 출마가 민주당-진보당 선거 연대 계획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 “유권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미 짜놓은 판에 후보들끼리 연대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힘 있는 후보를 원한다. 그런 점에서 어디서든 진보당과 아름다운 경쟁을 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평택을 선거의 핵심은 단일화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조 대표와 체급이 맞는 후보를 내보내야 (단일화) 논의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을 봐서는 조 대표의 완주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당 대표가 낙선하면 체면도 구겨지고 더 나아가 당이 존폐 위기까지 놓인다. 단일화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사활을 거는 조 대표를 설득할 만한 주자를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붙느냐 마느냐 이어 “민주당과 혁신당 간의 합당 논의가 없었으면 두 당이 조금 더 편하게 단일화를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 대표가 조금만 양보를 해주는 제스처를 보여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서니, 양쪽 모두 입장이 곤란하긴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일각에서는) ‘합당 논의를 성급하게 띄운 것도, 지지자를 설득하지 못해 (논의를) 깬 것도 정 대표’라는 불만이 있었다”며 “결국 조 대표만 독박을 썼다. 민주당이 평택을에 조 대표보다 체급이 약한 후보를 내보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산 피해 간 조국, 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자신의 고향이 부산 북갑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국 대 한동훈’ 구도를 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또는 제게 직접 연락해 ‘부산은 선택 안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시장에서 박형준을 척결하고 쫓아내려면 (부산 북갑 선거에) 안 나가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에서) 부산은 박형준 시장으로부터 뺏어와야 하는 지역구다. ‘박형준 대 전재수’ 구도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제가 나가면 ‘조국 대 한동훈’으로 구도가 바뀌면서 부산시장 선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의 주장에 공감했다. 그는 “박형준을 정말 그만 보고 싶은 부산 출신 사람으로서 그 말이 이해되더라”며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거론하며 “나가면 충분히 이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