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강' 신림동 조폭 이글스파 대해부

잡고 또 잡아도…잡초 같은 조직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지역에는 약 22개의 폭력조직이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신림동에서 주로 활동하는 토착형 폭력조직 ‘이글스파’는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으로 손꼽힌다. 1978년 고등학교 불량서클에서 시작된 이글스파는 주로 재개발 현장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조직의 운영자금을 모아왔다. 한때 조직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다시 살아나 활동 중이다. 최근 이글스파 두목이 재판에 넘겨져 말이 많지만 이글스파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단체 ‘이글스파’의 두목이 위세를 과시하며 수억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이글스파 두목으로 활동한 윤모(53)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내가 누군지 알아?”
공갈 일삼은 보스
 
검찰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동 가야쇼핑 지하 1층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이던 윤씨는 2008년 3월 자신의 가게가 입주해 있던 건물이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에 들어가자 재건축 시행사 대표 정모(46)씨를 만나 이주비 명목으로 6억원을 요구했다.
 
윤씨는 그해 10월 자신이 운영 중이던 식당에서 정씨를 만나 “내가 누군지는 들었느냐”며 “난 6억원을 줘야 나가니까 그런 줄 알라”고 윽박질렀다. 이글스파 두목 윤씨는 평소에도 폭력조직원들에게 큰소리로 ‘형님’이라고 외치며 90도로 인사하도록 지시하는 등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윤씨의 협박에 겁을 먹은 정씨는 결국 재건축사업에 불이익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총 6억원을 윤씨에게 건넸다. 윤씨는 이후에도 조폭 두목으로서의 위세를 과시하며 정씨를 상대로 공갈·협박을 일삼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2013년 8월 정씨를 찾아가 새롭게 재건축된 주상복합아파트 가야위드안의 오피스텔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씨가 분양이 이미 완료됐다며 요구를 거부하자 윤씨는 ‘죽여버리겠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정씨와 직원들을 협박했다.
 
윤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4개월 동안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하며 총 800만원의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또 윤씨는 이 아파트상가 2층에 약 100평 규모의 게임장을 운영하며 두 달치 월세 700만원도 떼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이밖에도 정씨를 상대로 소지하고 있던 칼을 꺼내 보이며 “옛날에는 이 칼 하나로 신림동을 제압했다”며 협박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도 받고 있다.
 
이글스파는 그간 다양한 악행을 저질러왔다. 지난 2005년 12월, 조직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 합동수사부는 유흥업소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고, 재개발지역 아파트 창틀 공사 등의 이권에 개입해온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이글스파 우두머리 김모(43)씨 등 31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 24명을 지명수배했다.
 
특히 이글스파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중고교 폭력서클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일진’들과 접촉하며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면 조직의 회원으로 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이글스파 조직원 대부분이 학교 불량 폭력서클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글스파는 중고교 폭력서클이 폭력조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밀수출하다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서울 강남경찰서는 장물 스마트폰 2만2460대(시가 180억원어치)를 홍콩으로 밀수출한 일당 29명 가운데 총책 이모(30)씨와 이글스파 조직원 홍모(32)씨 등 9명을 구속하고, 항공화물업체 직원 전모(46)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보호해줄게”

상습 금품갈취
 
당시 이씨 등은 2011년부터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매입한 장물 스마트폰을 163차례에 걸쳐 홍콩에 밀수출해 3억4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총책 이씨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밀수출 조직을 꾸렸다.
 
특히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장물 휴대폰을 모아 총책 이씨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에 앞서 ‘중고 휴대폰을 고가에 매입한다’는 전단을 서울 강남역 등 접근성이 좋은 거리에 뿌린 뒤 한 대당 3만∼32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대부분 택시에서 승객이 잃어버린 스마트폰이나 찜질방·술집 등에서 도난당한 스마트폰이었다. 시가 1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갤럭시S3의 경우 최고 25만원에 거래됐다.
 
이들은 이렇게 모은 장물 휴대폰을 매입가보다 1만∼2만원씩 더 받고 총책 이씨에게 넘겼다. 이씨는 항공화물업체 직원 전씨를 통해 스마트폰을 홍콩으로 빼돌린 뒤 다시 한 대당 1만∼2만원의 웃돈을 얹어 조선족 환치기 일당을 통해 중국 총책 장모(34)씨에게 팔아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상인 협박 수억원 갈취한 두목 기소
‘달동네 주름’ 서민 상대로 인정사정 없어
 
당시 경찰은 “경찰 관리 대상인 신림 이글스파는 추종 세력 65명을 포함해 총 100여명이 활동 중인 ‘족보 있는’ 조직”이라며 “세력이 위축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결국 장물 스마트폰 밀수출에까지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에는 노름돈을 갈취했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는 조직원을 동원해 도박장에서 돈을 빼앗은 조직폭력배 이글스파 행동대장 정모(33)씨 등 조직원 12명을 공동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은 2012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도박장에서 도박 참가자들을 협박해 12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당시 도박장에서 850여만원을 잃은 조직 부두목 이모(46)씨의 연락을 받고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경찰은 노름돈을 빼앗은 이글스파 조직원 13명 가운데 부두목 이씨 등 10여명을 입건한 바 있다.
 
지난해 이글스파는 속칭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들을 폭행하고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아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신이글스파 조직원 고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최모(42)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이글스파는 이글스파와 상도동파, 시흥동 산이슬파 등이 연합해 지난 1999년 만든 폭력조직으로 관악구와 동작구를 근거지로 하며 조직원은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지난 2011년 초부터 지난해 2월까지 동작구 상도동과 관악구 신림동 일대 소규모 유흥업소와 보도방 업주, 여성 도우미 등 40여명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으며 보호비 등 명목으로 총 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이들에게 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들이었다. 이들은 불법으로 여성 도우미를 노래방 등에 공급하기 때문에 경찰에 피해신고를 하기 어렵다. 고씨 등은 보도방 업주와 실장, 여성 도우미 등에게 “신림동 일대는 ‘신이글스파’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편하게 보도방을 운영하게 해주겠다”고 협박한 뒤 보호비 명목으로 4년 동안 2억2000만원을 갈취했다.


동네 장악하면서
재개발 이권개입
 
보도방 여성 도우미들은 수십차례에 걸쳐 신이글스파 조직원들의 회식자리에 불려갔지만 접대비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2차 성접대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여성 도우미들을 관리하는 보도방 실장 20여명은 도우미들이 보는 앞에서 쇠파이프로 수십차례 폭행 당하거나 고씨 등 신이글스파 조직원들의 가족 칠순잔치와 결혼, 돌, 개업 등 각종 경조사비 명목으로 지속적인 상납을 강요당했다.
 
또 갈취 대상 보도방 실장들에게 1만원대 치약 선물세트를 돌린 뒤 “난 선물했다. 너희들은 안 주냐? 나도 명절 지내야지”라며 10만원대 고급 한우갈비세트 등을 얻어내는 수법도 동원했다. 향후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경우 일방적으로 상납을 강요한 것이 아닌 ‘선물교환’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해 처벌을 피할 목적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상도동과 신림동에 문을 여는 소규모 유흥업소에 돈을 투자한 뒤 업소가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면 “투자금액을 상환하라”며 영업을 방해하는 식으로 다수의 건물주를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월세 300만원 상당의 건물에 월세 100만원 조건으로 2년 동안 입주해 임대료 차액 6000만원을 챙겼다. 헐값에 입주했는데도 월세 100만원도 매번 제대로 내지 않아 건물주가 밀린 월세 700만원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주점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3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조직와해 위기
보란 듯 부활해 여전히 세 과시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인 이글스파는 서울 동작구와 금천구 일대의 세력을 연합해 신이글스파를 형성했다. 수도권에선 조폭들의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조직 간 세력을 규합해 예전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글스파는 1978년께 당시 모 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모씨 등 12명이 결성한 불량서클 ‘이글스’에서 출발했다. 윤씨는 79년 8월께 강간치상혐의로 출교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인근 건달들을 한데 모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사거리를 중심으로 금품을 갈취하며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80년 신군부가 사회정화운동의 일환으로 단행한 ‘삼청교육대’에 윤씨 등 조직원 대부분이 끌려가 조직와해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멤버들이 다시 조직을 결정했다.
 
8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민정당 관악지구당 청년국장이었던 A씨는 이글스를 선거운동에 동원하기로 계획했다. 윤씨는 A씨의 요구에 따라 한가람청년회를 결성했다. 이후 이를 모태로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한 금품갈취 행각이 본격화됐다. 이후 이글스파는 유흥업소에 조직원을 강제 취업시키고 발생한 수익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그리고 인근 폭력조직인 ‘산이슬파’ ‘선우회’ 등 군소조직을 규합해 조직원을 늘렸다.
 
조직원 대부분이 신림동에서 자란 이글스파는 외부 세력의 침범을 허용치 않는 매우 배타적인 속성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진다. 88년에는 충북 괴산군 화양계곡에 집결해 씨름과 장기자랑 등 단합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글스파는 다른 조직과 유사한 행동강령을 정하고 지정한 합숙소에서 정기 모임을 가졌다. 매달 축구대회를 열어 땀을 흘리며 조직의 기강을 다졌다. 그리고 서울 관악구 일대 중고교 불량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조직원으로 키웠다. 윤씨는 이런 식으로 조직을 움직이며 신림동 일대의 상권을 차례로 장악했다.
 
1999년 1월에는 시흥과 상도동 일대의 폭력조직을 통합한 뒤 신림동 일대의 단란주점과 이발소, 나이트클럽에 지분을 넣고 조직원들을 영업부장 등으로 취직시켜 매달 200만∼300만원을 뜯어냈다. 유흥업소들에서 1억8000만원어치의 공짜 술을 마셨다. 2001년 11월에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ㅇ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이권을 놓고 다른 폭력조직과 대치하는 등 재개발 지역의 이권에 개입하면서 총 공사액의 20%를 경비로 받아서 이 중 40%를 조직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글스파는 악랄한 범행 수법으로 유명했다. 업주들이 상납을 거부하면 비가 쏟아지는 대로변에 무릎을 꿇리고 폭행하는가 하면 옷을 찢어 알몸으로 만든 뒤 맥주병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피투성이로 만드는 등 신림사거리의 무법자로 자리했다.

예전같지 않지만
여전한 생명력
 
이글스파는 폭행, 갈취행각을 벌이면서도 자신들의 비행을 은폐키 위해 듀엣 가수 ‘수와 진’에게 심장기금을 제공하면서 자선단체인 것처럼 세간의 눈을 속이기도 했다. 또한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유명우와도 친하게 지내면서 그의 이름을 빌려 명우개발이라는 사무실을 개설해 합법적 기업으로 가장하기도 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검찰과 경찰은 수차례 집중 수사를 벌여 이글스파를 감옥에 잡아넣었지만 이글스파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특히 재개발현장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 공사 이권에 여전히 개입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치킨·족발 들고 경찰서 간 '조폭 스토리'
 
범죄를 저지른 동네 조폭이 제발로 경찰서에 찾아와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놀이터에서 노는 초등학생 A(11)군과 A군의 어머니 B씨의 뺨을 때리고 동네 주점 등에서 상습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허모(50)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4월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논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A군의 뺨을 때리고 이를 말리던 어머니 B씨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동종 전과 등 전과 18범인 허씨는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5차례에 걸쳐 용산구의 주점 상인 4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욕을 하고 손님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업무방해를 하기도 했다. 허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경찰서에 족발과 치킨, 음료수 등을 사와 “살려 달라”며 애원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가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며 “업무방해를 한 상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피해자들에게 반성의 모습을 비쳤다”고 말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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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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