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남자골프 구하기' 로드맵

“무조건 변해야 산다”

세계 최강 한국여자골프 인기에 자극을 받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남자골프 구하기’에 나섰다. 전통 있는 대회 우승자에 대한 시드 기한을 확대해 선수들에게 출전 의욕을 자극하고, 스폰서 추천 선수를 늘려 기업들이 대회 유치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인 역사적 대회 우승자에 대한 시드 확대

2015년 일정 발표…15개 대회·99억원
올 시즌 앞두고 다양한 정책적 변화 추구

최근 KPGA는 15개 대회, 99억원 규모인 일정을 발표하면서 남자골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몇 가지 특별조치를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회 우승자에 대한 시드 확대다. 1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대회는 3년, 20년 이상 대회는 4년, 그리고 3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대회는 5년 우승 시드를 부여해 예우하기로 했다.

대회 개최 스폰서
추천 권한도 확대

이에 따라 1982년 창설돼 올해로 34회째를 맞이한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시드가 2년에서 5년으로 확대됐다. 지난 5월14일부터 경기도 성남 남서울CC에서 벌어진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진정한 ‘한국의 마스터스’로 인정한 셈이다.
5년 시드 대회는 GS칼텍스 매경오픈을 비롯해 한국오픈, KPGA선수권, 신한동해오픈까지 4개로 늘어났다. 우승자 5년 시드는 선수들로서는 우승상금 2억원 못지않게 탐나는 혜택이다. 일단 우승하게 되면 이후 5년 동안 ‘시드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없이 대회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면 성적도 좋게 나오게 마련이다.
1997년부터 대회를 이어온 SK텔레콤오픈은 올시즌 19년이지만 20년 가까운 역사를 인정해 우승자에게 4년의 시드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2005년부터 지금까지 11년째 KPGA 코리안투어를 후원하고 있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자에게는 3년 시드를 부여한다.
지난해 30회를 맞이한 신한동해오픈 우승자에게 5년 시드를 부여하는 안이 이사회를 통과한 것을 기점으로 올 시즌부터 1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대회는 3년의 우승 시드를 부여하고, 20년 이상의 대회는 4년, 3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대회는 5년의 우승 시드를 부여해 예우키로 했다.
대회를 개회하는 스폰서의 추천 권한확대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4년까지 KPGA 코리안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추천 선수는 스폰서 2명, 주관방송사 1명, 골프장 추천 1명으로 필드사이즈에 상관없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지난 이사회를 통해 대회 필드사이즈의 10% 이하(매치플레이 대회 제외)로 개정했다. 150명이 출전하는 대회라면 최대 15명까지 추천선수가 뛸 수 있다는 얘기다. 본 개정안을 통해 스폰서의 권리와 혜택을 강화해 스폰서가 대회를 개최함에 있어 보다 향상된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이룰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 소속 선수들의 투어 출전권 확정도 눈에 띄는 변화다.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겨냥해 꾸려진 상무 소속 선수들 활약 모습을 KPGA대회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KPGA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2015 KPGA 코리안투어의 새로운 흥미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남자골프는 현재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대회 수나 상금 규모에서 여자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올시즌 총29개 대회에 총상금 184억원 규모인 2015시즌 일정을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국내 남자골프 톱랭커 대부분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시드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말 Q스쿨을 통해 일본무대로 진출한 10여명을 포함해 30명이 넘는 국내 톱랭커들이 올해 JGTO에서 뛴다.
일본과 국내 대회가 겹치게 되면 일부 톱랭커 누수를 막을 수 없다. 가뜩이나 스타 부재로 힘겨운 국내 대회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KPGA는 이 부분까지 신경 쓰기로 했다. 선수들에게 두 투어가 동시에 열릴 때는 가급적 국내 대회 출전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만이 남자골프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도록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KPGA는 2015년도 코리안투어 공식일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모두 14개 대회를 치렀던 KPGA 코리안투어는 올 시즌 지난해보다 1개 늘어난 15개 대회로 펼쳐지며 총상금 규모는 지난해 91억원보다 8억원 늘어난 99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2015년 KPGA 코리안투어‘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총상금 4억 원) 개막전이 지난 4월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포천시 몽베르CC에서 열렸다. 올해로 11년째 KPGA 코리안 투어를 후원하고 있는 동부화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을 맡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를 후원하던 가구제작 전문업체 ‘넵스’는 올시즌 KPGA 코리안 투어로 눈을 돌렸다. 오는 6월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경기 여주시 360도CC에서 총상금 4억원 규모의 넵스 마스터피스를 개최한다. 지난 6년간 KLPGA투어를 개최하다 KPGA 코리안투어에 새롭게 둥지를 튼 넵스의 행보가 신선하다.
또 지난해 김우현(군복무)의 아버지 안토니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가 대회를 열어 눈길을 끈 바이네르오픈도 올시즌에 장소를 수도권으로 옮겨 대회를 이어간다.
7월 둘째 주와 8월 넷째 주 혹서기에는 경상도 지역의 기업과 대회 개최를 논의 중인 총상금 5억원 규모의 ○○오픈이 자리했으며 현재 막판 조율 중에 있어 곧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58회 KPGA선수권’ 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시즌 총상금 10억원 규모로 참가 선수들을 맞이한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매일유업오픈도 9월 첫째 주 유성CC에서 치러진다. 코오롱 제58회 한국오픈은 9월 둘째 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일단 총상금을 지난해와 같이 12억원을 유지하고 있으나 15억원으로 증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31회를 맞는 총상금 10억원 규모의 신한동해오픈과 지난해 레이크힐스 순천CC에서 펼쳐진 바 있는 총상금 5억원 규모의 KJ CHOI INVITATIONAL은 대회 개최 장소를 신중히 탐색하고 있다.


코리안투어 활성화 위해
KPGA 해피투게더 캠페인

협회는 특히 많은 골프팬들이 KPGA 선수들과 온·오프라인을 통해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정책적 변화에 이어 KPGA 코리안투어의 활성화를 위해 ‘KPGA 해피투게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함께하는 KPGA, 다이나믹 Korean Tour’를 슬로건으로 많은 골프팬들이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벤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