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남자골프 구하기' 로드맵

“무조건 변해야 산다”

세계 최강 한국여자골프 인기에 자극을 받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남자골프 구하기’에 나섰다. 전통 있는 대회 우승자에 대한 시드 기한을 확대해 선수들에게 출전 의욕을 자극하고, 스폰서 추천 선수를 늘려 기업들이 대회 유치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인 역사적 대회 우승자에 대한 시드 확대

2015년 일정 발표…15개 대회·99억원
올 시즌 앞두고 다양한 정책적 변화 추구

최근 KPGA는 15개 대회, 99억원 규모인 일정을 발표하면서 남자골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몇 가지 특별조치를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회 우승자에 대한 시드 확대다. 1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대회는 3년, 20년 이상 대회는 4년, 그리고 3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대회는 5년 우승 시드를 부여해 예우하기로 했다.

대회 개최 스폰서
추천 권한도 확대

이에 따라 1982년 창설돼 올해로 34회째를 맞이한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시드가 2년에서 5년으로 확대됐다. 지난 5월14일부터 경기도 성남 남서울CC에서 벌어진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진정한 ‘한국의 마스터스’로 인정한 셈이다.
5년 시드 대회는 GS칼텍스 매경오픈을 비롯해 한국오픈, KPGA선수권, 신한동해오픈까지 4개로 늘어났다. 우승자 5년 시드는 선수들로서는 우승상금 2억원 못지않게 탐나는 혜택이다. 일단 우승하게 되면 이후 5년 동안 ‘시드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없이 대회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면 성적도 좋게 나오게 마련이다.
1997년부터 대회를 이어온 SK텔레콤오픈은 올시즌 19년이지만 20년 가까운 역사를 인정해 우승자에게 4년의 시드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2005년부터 지금까지 11년째 KPGA 코리안투어를 후원하고 있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자에게는 3년 시드를 부여한다.
지난해 30회를 맞이한 신한동해오픈 우승자에게 5년 시드를 부여하는 안이 이사회를 통과한 것을 기점으로 올 시즌부터 1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대회는 3년의 우승 시드를 부여하고, 20년 이상의 대회는 4년, 3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대회는 5년의 우승 시드를 부여해 예우키로 했다.
대회를 개회하는 스폰서의 추천 권한확대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4년까지 KPGA 코리안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추천 선수는 스폰서 2명, 주관방송사 1명, 골프장 추천 1명으로 필드사이즈에 상관없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지난 이사회를 통해 대회 필드사이즈의 10% 이하(매치플레이 대회 제외)로 개정했다. 150명이 출전하는 대회라면 최대 15명까지 추천선수가 뛸 수 있다는 얘기다. 본 개정안을 통해 스폰서의 권리와 혜택을 강화해 스폰서가 대회를 개최함에 있어 보다 향상된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이룰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 소속 선수들의 투어 출전권 확정도 눈에 띄는 변화다.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겨냥해 꾸려진 상무 소속 선수들 활약 모습을 KPGA대회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KPGA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2015 KPGA 코리안투어의 새로운 흥미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남자골프는 현재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대회 수나 상금 규모에서 여자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올시즌 총29개 대회에 총상금 184억원 규모인 2015시즌 일정을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국내 남자골프 톱랭커 대부분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시드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말 Q스쿨을 통해 일본무대로 진출한 10여명을 포함해 30명이 넘는 국내 톱랭커들이 올해 JGTO에서 뛴다.
일본과 국내 대회가 겹치게 되면 일부 톱랭커 누수를 막을 수 없다. 가뜩이나 스타 부재로 힘겨운 국내 대회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KPGA는 이 부분까지 신경 쓰기로 했다. 선수들에게 두 투어가 동시에 열릴 때는 가급적 국내 대회 출전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만이 남자골프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도록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KPGA는 2015년도 코리안투어 공식일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모두 14개 대회를 치렀던 KPGA 코리안투어는 올 시즌 지난해보다 1개 늘어난 15개 대회로 펼쳐지며 총상금 규모는 지난해 91억원보다 8억원 늘어난 99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2015년 KPGA 코리안투어‘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총상금 4억 원) 개막전이 지난 4월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포천시 몽베르CC에서 열렸다. 올해로 11년째 KPGA 코리안 투어를 후원하고 있는 동부화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을 맡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를 후원하던 가구제작 전문업체 ‘넵스’는 올시즌 KPGA 코리안 투어로 눈을 돌렸다. 오는 6월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경기 여주시 360도CC에서 총상금 4억원 규모의 넵스 마스터피스를 개최한다. 지난 6년간 KLPGA투어를 개최하다 KPGA 코리안투어에 새롭게 둥지를 튼 넵스의 행보가 신선하다.
또 지난해 김우현(군복무)의 아버지 안토니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가 대회를 열어 눈길을 끈 바이네르오픈도 올시즌에 장소를 수도권으로 옮겨 대회를 이어간다.
7월 둘째 주와 8월 넷째 주 혹서기에는 경상도 지역의 기업과 대회 개최를 논의 중인 총상금 5억원 규모의 ○○오픈이 자리했으며 현재 막판 조율 중에 있어 곧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58회 KPGA선수권’ 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시즌 총상금 10억원 규모로 참가 선수들을 맞이한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매일유업오픈도 9월 첫째 주 유성CC에서 치러진다. 코오롱 제58회 한국오픈은 9월 둘째 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일단 총상금을 지난해와 같이 12억원을 유지하고 있으나 15억원으로 증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31회를 맞는 총상금 10억원 규모의 신한동해오픈과 지난해 레이크힐스 순천CC에서 펼쳐진 바 있는 총상금 5억원 규모의 KJ CHOI INVITATIONAL은 대회 개최 장소를 신중히 탐색하고 있다.


코리안투어 활성화 위해
KPGA 해피투게더 캠페인

협회는 특히 많은 골프팬들이 KPGA 선수들과 온·오프라인을 통해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정책적 변화에 이어 KPGA 코리안투어의 활성화를 위해 ‘KPGA 해피투게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함께하는 KPGA, 다이나믹 Korean Tour’를 슬로건으로 많은 골프팬들이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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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