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쓰는 마사회, 그래도 욕먹는 이유

아이 손잡고 가니…노름꾼만 바글바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집 앞에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이 들어선다면 지역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마사회는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3월 ‘렛츠런(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 마사회는 화상경마장과 문화센터를 합친 공간인 렛츠런CCC를 전국적으로 운영하며 ‘화상경마장과 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이후 마사회는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키즈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친근한 이미지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과연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마사회가 사회적인 공헌을 통해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 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화상경마장과 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려는 모양새다. 지난해 마사회가 가진 ‘렛츠런 혁신경영 선포식’은 이러한 노력을 드러냈다.

온가족 함께하는
플레이 테마파크
 
마사회는 이 같은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서울경마공원의 이름을 ‘렛츠 런 파크 서울’로 바꿨다. 아예 공원 이름에서 ‘경마’를 빼면서 부정적 이미지 탈피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날 강남 장외발매소는 렛츠런CCC. 강남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려 했다.
 
렛츠런CCC는 지역주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사회 편의 시설을 제공했다. 렛츠런CCC. 강남의 경우 30억원을 들인 3개월간의 공사를 거친 후 지난해 11월, 50석 규모의 소극장, 다목적 VIP룸, 브런치 카페, 연회장, 회의실을 갖춘 문화시설로 다시 재개장 했다. 마사회는 또 4월부터 전국 30개 렛츠런CCC에서 승마교실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마사회는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한 홍보를 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난 17일 마사회가 렛츠런CCC는 지난해 혁신대책 마련이후 주민 친화적인 문화시설로 의식이 변화됐다고 밝힌 것. 마사회는 문화센터를 이용한 고객 중 91.7%가 화상경마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주민 친화적인 문화시설로 의식이 변화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렛츠런CCC에서 제공하는 문화 프로그램이 기존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아예 무료인 경우가 많아 렛츠런CCC 문화센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가 큰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실제 마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상경마장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요원한 모습이다. 지역 주민들의 화상경마장 개장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용산구다. 현재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렛츠런CCC 30개 가운데 유일하게 렛츠런CCC. 용산은 마권을 발매하고 있지 않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정식으로 개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2013년 9월부터 용산 화상경마장(현 렛츠런CCC)을 개장하려고 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정식 개장을 미뤄야 했다. 용산 주민들은 학교와 230여m 떨어진 화상경마장이 교육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2014년 6월에는 마사회가 기습적으로 렛츠런CCC. 용산을 ‘시범개장’하면서 지역주민과 갈등은 고조됐다. 당시 시범개장을 반대한 지역주민들은 영업을 제재하기 위해 마사회 직원, 경찰 등과 뒤섞이면서 일부는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특히, 마사회는 이날 사건에 연루된 22명을 고소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 달래기
 

그러나 정치권에서 렛츠런CCC. 용산 개장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마사회는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사건에 연루된 주민 22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
 
결국 마사회로서는 렛츠런CCC. 용산을 개장하려면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다. 과거에도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용산구 지역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해야 했다.
 
마사회는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노래교실, 승마교실, 취미교실 등 지역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식 전환을 유도했다. 최근에는 렛츠런CCC. 용산에 키즈카페 ‘유니콘 패밀리 월드’입점을 계획하며 화상경마장의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한국마사회의 설명에 따르면 ‘유니콘 패밀리 월드’는 렛츠런CCC. 용산의 7개층(1∼7층)을 가족형 플레이 테마파크·온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라운지 형태의 대기공간으로 계획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현재 기피시설로 인식돼 (지역 주민의) 반대가 있는 렛츠런CCC. 용산은 지역사회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주민 친화적인 문화 시설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사회는 렛츠런CCC. 용산의 6월 개장을 기대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 18일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계획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중 마권 발매를 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상경마장 친근한 이미지 포장 중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로
 
앞서 현명관 한국마사회장도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은 당정청 협의를 통해 가능하면 상반기 이내에 개장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마사회는 그동안 상반기 개장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전향적인 태도는 나오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지역주민 단체에서 반대 성명을 내놓아 또다시 갈등이 고조된 것.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2013년 5월부터 마사회의 학교 앞 도박장 개장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마사회는 호시탐탐 도박장 개장을 엿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용산구청과 용산구의회, 용산구 국회의원,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의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모두 나서서 화상경마도박장 개장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마사회는 틈만 나면 이 화상경마도박장이 레저시설이라고 거짓을 설파고 있지만, 사행산업관련 법에도 화상경마도박장은 사행산업시설(도박장)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렛츠런CCC. 용산 개장과 관련 학생의 안전권과 교육환경 향유 권리를 침해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1일 “이미 사업의 기반이 준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발생할 학생인권침해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학생인권보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되는 잘못된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경마장과 문화
변신 성공할까
 
또 용산 화상경마장이 정식으로 개장할 경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22조’인 교육환경에 대한 권리를 비롯해 초·중등교육법, 아동권리협약 등에서 보장하는 학생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마사회를 압박했다.
 
마사회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학교보건법을 준수했고 정부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 진행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주민과 마사회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마사회의 렛츠런CCC는 지역 복합문화공간 조성이라는 목표아래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에 난항을 겪거나 아예 무산되는 경우가 용산구 외에도 많다.
 
울산 울주군의 경우 지난 3월 민간사업자가 KTX 역세권 내에 유치하려던 화상경마장에 대해 ‘동의불가’ 방침을 밝혀 화상경마장 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사실상 도박시설인 만큼, 울산의 관문인 KTX역 앞에 들어설 경우 도시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울주군 관계자는 “사행산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과 함께 지역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돼 군 지역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 청주와 충주시에서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마사회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무산됐다.
청주시도 지난해 7월 화상경마장 설립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청주시는 명암타워 소유자 A씨와 청주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화상경마장 유치에 나서 동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 결국 동의를 거부했다. 시 관계자는 동의 거부와 관련 “화상경마장에 대한 시민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고 설명했다.
 
키즈카페 운영…애 맡기고 베팅?
“그래봤자” 회의적인 시각 팽배
 
홍성군 역시 화상경마장 유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의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강희관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은 “홍성군이 화상경마장을 설치하려고 검토하는 곳은 사실상 태안의 관문인데 사행성 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또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역의 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더 크고 범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며 무엇보다 지역민을 도박중독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홍성군은 화상경마장 유치에 한발 물러서야 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화상경마장 설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의견에 따라 유치를 추진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에 대한 지역주민과 마사회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진된 경영혁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2013년 12월에 취임한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있다. 현 회장은 1993∼1996년에는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5년에는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현 회장은 삼성DNA를 마사회에 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러블 메이커
“그래도 안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시회 조직의 체질을 확 바꾸겠다”며 “철저한 성과주의, 신속한 의사결정 등 ‘삼성 스타일’을 접목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 철학을 두고 양날의 검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공기관인 마사회에서 성과 위주의 경영으로 화상경마장을 늘려나가는 것이 공익에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한편, 알리오에 따르면 현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마사회의 수익(매출액)은 7조6895억원으로 전년 7조7353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마 혁신’ 현명관 마사회장 작품?                      
 
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취임 3달 뒤인 2014년 3월 마사회는 ‘렛츠런(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을 열고 경마의 이미지 쇄신을 통해 의욕적인 경영의지를 밝혔다. 선포식에 따르면 경마의 이미지 변신과 함께 혁신경영, 나눔확산, 이미지개선 등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방만한 경영 해소, 말산업 육성, 고객감동 등 10대 혁신경영 과제를 발표했다.

경마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전환을 위해서는 새 대표브랜드 ‘렛츠런’을 공개했다. 서울경마공원은 ‘렛츠런 파크 서울’로, 강남장외발매소는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강남(렛츠런CCC. 강남)’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 재단인 ‘렛츠런 재단’을 출범했다.

렛츠런 재단은 마사회 임직원의 기부금 1억원을 포함해 연 사업비 77억원 규모이며,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복지증진, 인재양성 사업 등 5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당시 마사회 관계자는 “혁신경영 선포를 계기로 국민이 바라는 공기업의 모습을 갖추겠다”며 “대한민국 1등 사회공헌 국민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
 
<기사 속 기사> 말 산업 현황
 
말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말산업 사업체는 1999개로 전년에 비해 10% 가까이 늘었고, 말 사육두수도 2만5800여마리, 승마인구는 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말산업 고용인원은 1만6000명 이상이며 산업 규모도 3조2000억원 이상으로 전년에 비해 크게 성장하는 등 정부의 말산업 육성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실시한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에서 이 같이 나타났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농식품부의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다르면 말산업 사업체수는 2013년 대비 175개소(9.6%) 증가한 1999개소로 조사됐고, 이중 말보유 사업체는 2013년 대비 200개소(12.4%) 증가한 1808개소로 조사됐다.

말산업 육성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말 사육두수는 2013년 대비 1352두(5.5%) 증가한 2만5819두로 조사돼 정부의 말산업 육성정책에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승마시설수와 정기 승마인구수도 2013년 대비 각각 64개소(19.3%), 1729명(4.4%) 증가한 395개소, 4만596명으로 조사돼 그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승마 대중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산업과 관련한 일자리는 말산업 종사자수의 경우 2013년 대비 680명(4.4%)이 증가한 1만6091명으로 조사돼 일자리 창출에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나타내는 말산업 규모(2013년 말 기준) 또한 2012년 말 기준 대비 2.2%(695억원) 증가한 3조2094억원으로 조사돼 말산업의 외형적인 성장도 확인됐다.

이 밖에 국민의 말산업에 대한 인지도는 28.4%로 2013년 대비 1.0% 증가했고, 승마 참여율도 9.9%로 2013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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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