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⑦어른들은 모르는 놀이문화

애나 어른이나 "나쁜 건 더 빨리 배운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2000년대 들어 청소년의 놀이와 문화는 눈에 띄게 변화했다. 가장 큰 특징은 개인화다. 컴퓨터에 이어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혼자 놀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청소년은 온라인 세대 특유의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성향을 보인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또한 커지면서 표현의 방법이 세분화됐다. 기성세대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단 문화를 수용하는 면에서 조금 더 적극적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빠르게 배우는 청소년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다. 아이는 어른의 세계를 보고, 배우고, 체화하는 반면 어른은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아이의 일상을 볼 필요가 있다. 아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문화를 습득하고 향유하는 인간이다. 물론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 못지 않게 불완전하고 때론 위험하다.

<일요시사>는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문화'를 주제로 다섯 가지 키워드를 뽑았다. 각 키워드별로 과거와 다른 요즘 아이들의 문화, 그리고 놀이를 정리했다. 결론부터 밝히면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집단적 일탈
일진 혹은 빵셔틀

1993년 청소년 상담소를 찾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대인관계였다. 2926명의 학생 가운데 482명(16.5%)은 상담사와 만나 '같은 학교 친구와 어떻게 잘 어울릴 것인지'를 의논했다. 그 다음의 고민은 취업 등 진로 문제(439명·15%)였다.

20년이 흐른 2013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하 개발원)은 흥미로운 데이터를 발견했다. 학생들의 상담 내용이 바뀐 것이다. 대인관계를 대신해 학교 안팎에서 받는 정신적 피로가 가장 큰 고민으로 꼽혔다. 상담을 받은 학생 3139명 가운데 713명(22.7%)은 '자신의 정신건강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대인관계와 관련한 상담은 줄어든 것일까. 비율은 반대로 오름세를 보였다. 706명(22.5%)의 학생은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주제로 상담을 요청했다. 결론적으로 상담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통계상 잡히지 않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억압, 그 중에서도 또래 집단의 괴롭힘과 엄격한 위계서열이 이유로 꼽혔다. 위계서열 맨 꼭대기에는 '일진'이 있다.

교육 현장에서 바라보는 일진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병폐임이 확실해도 한쪽에선 '선망의 대상'으로 여긴다. 20대 초반인 김성우(가명)군은 자신이 일진 출신임을 자랑스레 얘기했다. 김군은 "솔직히 다른 애들도 우리처럼 되고 싶은데 힘이 없거나 찌질('용기가 없음'을 뜻하는 말)해서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망의 대상 일진들 클럽서 음주
카톡으로 '썸' 10명중 7명 스킨십

일진은 학교에서 교사를 제외한 권력 맨 상층부에 있다. 때로는 교사들과 직접 충돌한다. 일진은 강력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자신들보다 '계급'이 낮은 학생을 부하로 대한다. 부하 가운데 특별히 힘이 없거나 개성이 강한 학생은 표적이 되기 쉽다. 주로 '빵셔틀'로 불리는 이들은 먹이사슬 맨 아래에 있다.

다수의 평범한 학생은 일진의 행동이 잘못됐음에도 반항하지 못한다. 자신 역시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적이 될 경우 같은 반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도덕규범은 엄격한 계급사회에서 정당성을 잃는다. 생존을 위해선 가급적 일진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일진의 범주에 속하는 학생은 흡연과 음주를 이른 나이에 경험한다. 술과 담배를 제공하는 가게쯤은 어렵지 않게 알아낸다. 술을 마시는 장소는 노래방부터 지하 주점까지 천차만별이다. 요즘 대세는 클럽 또는 클럽형 주점이라고 한다.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지만 출입에는 지장이 없다.

학생 신분으로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일진은 유흥을 위해 친구나 후배의 돈을 갈취한다. 유흥을 가까이하다보니 속된 말로 '잘 놀게' 된다. 잘 노는 학생은 상급학교나 다른 학교에서도 일진이 된다. 일진은 일진끼리 알아보고 대우한다. 싸움까지 잘하면 또래 사이에서 영웅시된다.


또래 아이 가운데 일진은 어른에 가깝다. 물론 어른 전부가 일진은 아니듯 '잘 노는' 아이들은 '철없는' 어른들을 닮는다.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에 일진 출신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잘 놀기 때문에 노는 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러면서도 연예계의 경쟁적인 이면은 보지 못한다. 일러주는 이도 없고, 누구 위에 군림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까닭이다.

어른의 연애
썸타기와 성관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연애 잘하는 비결은 공통의 관심사다. 적어도 청소년이 인식하는 세상은 그렇다. 이성과 교제 직전의 단계인 '썸'이란 노래가 히트하는 시대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절반 이상은 연애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인터넷에서 공감 받는 게시물의 상당수는 연애담을 풀어놓은 '썰'(이야기란 뜻의 신조어)이다. 학교 안팎에선 이성친구의 유무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세계 또한 다르지 않다.

휴대폰이 생기면서 남녀는 서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아이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 온라인 메신저로 대화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자 썸을 타는 공간은 카카오톡이나 채팅 기능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했다. 청소년끼리의 대화는 어른들이 연애 과정에서 나누는 대화와 다름없다. 데이트 장소와 일정을 잡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등의 과정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방됐다는 사실이다. 개발원이 2013년 연구자료로 인용한 <현대 청소년의 이성교제 문화>(곽금주 저)를 살펴보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초·중학교 때 처음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 가운데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남녀 341명은 교제를 처음 시작한 시기에 대해 초등학교 39.5%, 중학교 46.9%로 응답했다. 또 광주시의 초·중·고등학생 4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커플 가운데 71%가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균 나이는 14세였다. 또 스킨십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18%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개발원이 작성한 '이성교제 경험 청소년 개별면접 인터뷰'에서도 성관계의 중요성이 드러났다. 청소년이 이성교제 도중 상담을 요구하는 문제는 1위가 관계지속의 어려움(다툼, 감정조절), 2위가 성관계 전후 고민이었다. 더불어 사이버 상담 내용을 살피면 "저희는 사귄 지 얼마(00일)가 지났고요. 물론 당연히 성관계를 했고요"라는 내용이 있어 청소년의 개방적인 성인식을 반영했다.

같은 해 공개된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남학생의 성관계 경험률은 7.2%로 나타났다. 여학생은 3.2%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8.1%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남학생은 11.2%, 여학생은 4.6%였다.

그렇다면 남학생은 왜 여학생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일까. 관련 원인을 놓고 남학생은 또래집단에서 먼저 어른이 되고자하는 욕구 때문에 있는 사실을 과장하고, 여학생은 사회적 낙인 효과 때문에 자기 검열을 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개발원은 인터뷰 분석에서 남학생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할 때 '찌질한 아이' 또는 '모태솔로'라는 표현을 듣는다고 적었다. 여학생은 상담사와 충분한 정서적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 사실을 얘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어린 나이의 성관계는 민감한 문제다. 성에 대한 호기심은 억제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성관계를 권장할 순 없는 노릇이다. 성관계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때문에 의료계는 피임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년 성관계 경험이 있는 서울 지역 중고생 가운데 여성 응답자의 42.1%만이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피임 실천율이 낮은데 반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이후 정확한 통계가 없어 추산은 어렵지만 전체 임신중절(낙태) 규모는 34만∼150만 건으로 이 가운데 5∼10%가량이 청소년 환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절반이 넘는 청소년은 주로 동영상이나 또래집단에서 성관계와 관련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질의 권력
돈 없으면 따돌림

지난 2012년 이른바 '등골브레이커' 논란이 확대됐다. 등골브레이커 논란은 고가의 핸드백인 샤넬백과 루이비통백을 찾는 어른들의 행태와 닮아 있다.

수도권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주부 윤진서(가명)씨는 아들과의 대화 도중 충격을 받았다. 컴퓨터 게임을 같이 했던 친구 가운데 가난한 집의 아이가 왕따가 된 소식을 접한 것이다. 이유는 돈이었다. 게임 아이템을 사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 샀고 놀림을 받다가 친구들과 다툰 끝에 '강퇴'가 됐다는 내용이다.

부촌과 빈촌이 함께 있는 학군의 학부모는 "가난한 아이와 어울리지 말라"라며 자녀를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학원에 보낼 때도 부촌의 학부모는 통원버스가 빈촌을 지나가지 않도록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또 "어느 날은 빈촌에서 학원버스를 기다리던 아이를 다른 부촌 아이들이 '엄마가 태우지 말랬어'라며 밀친 뒤 학원까지 걸어가도록 했다"라고 덧붙였다.


학원가의 통설 중에는 '부모의 소득이 자녀의 학력을 결정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 부모의 소득은 자녀의 놀이수준을 결정짓고 있다. 상당수 남자 아이가 인기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와 '피파 온라인'의 유저인 점은 같다. 그러나 계속 게임을 즐기다보면 돈을 써야할 때가 있는데 돈을 더 쓰는 쪽이 인기가 높다. 이른바 '현질'의 권력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외모와 옷으로 서로를 평가한다.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이상 옷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노스페이스는 또래에게 인정받기 위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노스페이스보다 저가의 점퍼를 입으면 '찌질하다'라고 놀림 받기 일쑤다.

일베·게임 비속어 무차별 사용
PC방·노래방·멀티방 전전긍긍

이런 노스페이스도 요즘은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유행이 생기면 아이들은 새로운 유행을 거스르기 어렵다. 유행하는 브랜드는 중산층 이상의 경제 수준에서 소비되는 것들이다. 그나마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저가지만 유행에서 자유로운 편으로 전해진다.

중산층 이상이 타깃이었던 패밀리레스토랑도 이젠 일반적인 먹거리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요즘 중고생은 특별한 날을 정해 자신들끼리 패밀리레스토랑에 간다. 떡볶이도 좋아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비싼 음식에 대한 갈망이 있다. 고가의 음식을 찍어 SNS에 공유하면 친구들의 태도가 달라짐을 느낀다.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같은 명소 탐방도 필수다. 좋은 곳을 다녀와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좋은 곳에 들렀다가 구입한 옷은 덤이다. 방학 중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 더 큰 관심을 끌 수 있다. 아이들의 관심은 누가 더 어른에 근접한 문화생활을 하는가에 쏠려있다.

진화한 신조어
인터넷·게임·TV 영향

신은미·황선씨의 토크 콘서트에 폭발물이 떨어졌다. 범인은 18살 오모군이었다. 오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극우 인터넷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활동했다.

오군은 콘서트를 방해할 목적으로 행사가 열린 성당 한가운데 '로켓캔디'를 던졌다. 로켓캔디는 성당 집기를 파손함은 물론 시민 2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재판을 받게 된 오군은 "과격하게 행동해 주변의 관심을 얻고 싶었다"라며 "하지만 사람이 다칠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일베는 어른이 만든 인터넷커뮤니티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욕구를 분출하지 못한 청소년이 일베에 몰려들었다. 학부모는 대부분 자신의 아이가 일베에 접속하거나 일베 용어를 사용하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중학교 3학년 김진현(가명)군은 "일베 고정 접속자가 생각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 유학으로 또래보다 한 살이 더 많은 김군은 "일베 접속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런 문화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재밌게 생각하는 데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군에 따르면 학생 사회에는 일베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학생 대부분은 어원을 모르거나 어원을 알고 있더라도 그 표현의 문제를 알지 못한다. 널리 쓰이는 일베 용어로는 '김치녀' '보0' '노무노무' '운지' '응디' '슨상님' '홍어' '좌좀' '로린이' '씹선비' 등이 있다. 말끝을 '노'나 '이기야' '랑께'로 바꾸는 것도 '일베스러운' 표현이다. 일베 용어에는 특정 집단에 대한 조롱과 혐오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인터넷 언어가 일베에서 유래된 것은 아니다. 출처를 구분하기 어려운 신조어도 있다. '노잼' '극혐' '정색빤다'처럼 의미를 눈치 챌 정도의 말을 포함해 '사스가' '관종' '피꺼솟'과 같이 얼핏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단어도 있다. 심지어 'ㅍㅌㅊ' 'ㅈㄱㄴ' 'ㅇㄱㄹㅇ' 등은 한글 자음으로만 구성돼있다. 인터넷 은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거부감이 들 수 있는 표현이다.

아이들은 비속어 사용을 일종의 언어유희로 생각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에 친숙한 남학생일수록 줄임말 사용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도중 채팅은 빠른 의사소통이 핵심이다. 자연스레 맞춤법을 포기하고 함축적인 의미 전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또 '하드캐리' '트롤' 등 게임 용어는 실생활을 묘사하는 비유로 쓰이고 있다.

여학생은 비교적 검증된 언어를 구사한다. TV시청 시간이 많은 여자 아이는 게임보단 TV 속 언어의 영향을 받는다. '행쇼' '미존' '먹방' '심쿵' 등의 줄임말이 대표적이다. 또 여학생은 신조어 사용에서 일반적으로 신중한 경향을 보인다. 단 감정과 관련된 은어는 예외적인 것으로 보인다. 각종 인터넷 게시물에 등장하는 '암 걸릴 것 같다'라는 표현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방황하는 아이
진짜 놀이가 없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은 자신의 여가 활동(복수 응답가능)으로 TV·DVD 시청(57.7%)과 컴퓨터 게임(41.9%)을 꼽았다. 휴식(32.5%)과 문화예술관람(17.9%)은 뒤를 이었다.

TV와 게임은 청소년 놀이·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일부 청소년은 오토바이를 타기도 하지만 오토바이를 여가활동으로 적는 청소년은 드물다. 마찬가지로 교제 중인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한다고 해서 '데이트'를 기입하는 일은 없다.

청소년이 취미생활을 즐길 환경은 일부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곳곳에 생겼고, 게임의 종류는 많아졌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중간 유통자 없이 일본 만화를 볼 수 있게 됐다. 멀티방·룸까페와 같은 신종 업소가 출현했고,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취미는 대체로 '소비'하는 일에 편중됐다. 응답자가 보수적인 것도 있지만  '밴드' '요리' '디자인'처럼 무엇인가 생산하는 통계가 잡히지 않는다. 일부 수도권을 제외하고 '연극'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연극을 배우거나 관람할 기회가 적다. 프라모델을 제작하는 취미에는 돈이 들고, 축구가 취미인 학생은 공을 찰 팀원이 부족해 애를 먹는다.

인터넷 신조어인 '귀차니즘'은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아우르는 정서다. 신묘한 대안이 없는 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일으킬 방도는 없다. 한 가지 나은 점이라면 능동성을 꼽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외국 드라마 시청 같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주도적으로 취미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다.

여성가족부가 낸 2015년 통계 기준 청소년이 자주 찾는 오락업소는 노래방, PC방, 전자오릭실 순이었다. "노래방과 PC방 말고는 갈 곳이 없다"라는 의견도 있다. 오프라인의 억압은 온라인에서 분출된다. 전국 초·중·고교생 91.5%는 휴대전화를 보유했으며, 이 가운데 스마트폰 이용자는 81.5%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은 채팅과 게임의 용도로 쓰인다. 전국 고등학생의 78.1%는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생 장기자랑에서 동요를 부르면 인기가 없다. 스포트라이트는 걸그룹 안무를 따라하는 아이의 몫이다. 교내 축제를 포함한 청소년 행사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노래는 걸그룹 EXID의 '위아래'였다. '위아래'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섹시한 안무가 특징이다. 어려운 안무를 척척 따라 하는 아이들의 솜씨가 놀랍다. 보는 시각에 따라 청소년의 '섹시댄스'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이는 어른을 따라 하며 배운다는 점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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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