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③흔들리는 교권

“얘들아! 선생님이 그렇게 만만하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존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선생님이다. 오늘날 교권의 질은 땅에 떨어졌다. 교사들의 직업윤리도 시험대에 올랐다.                    
 
 
“교사 생활이 20년 전보다 20배는 힘들어진 것 같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A(50)씨가 말했다. A씨 전자메일함에는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들로 꽉 차있다.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해 업무창고도 가봐야 한다. 반에서는 폭행 사고가 발생해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학생 지켜보는
교실서 주먹질
 
200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조사한 ‘교사의 스트레스, 원인과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90.8%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78.7%가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어 2013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교직 생활과 학교문화에 대한 교사 의견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스트레스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73%), 행정 업무(58.2%), 교직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56.6%) 등으로 꼽았다. 
 
‘학생들 가르치랴, 학부모 상대하랴, 연구 수업 준비하랴, 승진에 신경 쓰랴, 장학지도 대비하랴, 선생님들 관계 유지하랴….’교사들은 갖은 직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로 교사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대한민국 초·중·고 등학교 교육은 주입식이다. 그건 수십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B(47)씨는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와 학원은 모두 주입식 교육이다”며 “이렇게 똑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당연히 학원 선생들이 더 잘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 선생들은 교재 연구와 수업에 열중하기만 하면 된다. 또 학생들이 잘되면 인센티브가 나오는 등 동기 부여가 충분히 된다”며 “반면 교사는 대학을 잘 보내 인센티브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수업만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대부분 1년 전에 마친 상태다. 이 때문에 종종 학생들은 선생님의 실력을 확인하려 들거나, 혹은 다른 책을 펴 놓고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B씨는 “교사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며 “학생은 ‘이 선생님은 학원 선생님만큼 잘 가르쳐, 그래서 존경해’라는 의식이 이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등학생의 64.2%, 중학생의 56.3%, 고등학생의 62.9%가 한 학기 이상 영어와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너진 공교육
“대책이 없다”
 
특히 이런 경향은 소위 말한 명문고에서 만연하게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ㄱ고등학교는 명문대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학교로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명문고로 통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은 학교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는 분위기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함에도 말이다. ㄱ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C(40)씨는 “이 학생들은 원래 우수한 학생들이다. 내가 가르쳐서 공부를 잘한 게 아니다”며 “교사로서 만족감은 별로 없는 곳이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제일 싫다.” 하나같이 모든 교사가 입을 모아 말했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하면 교사들 입장에서는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교사들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다. A씨는 “국회의원들이 2010∼2015년 방과 후 실태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다”며 “2010년에 근무했던 교사들이 어디 있나. 다 선생님들이 업무창고에 내려가 자료를 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2시까지 자료 보고 올리라고 하는데, 내 수업이 12시까지다”고 성토했다. 교사들은 국회의원의 ‘묻지마식’ 자료요청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과 교육부만 없으면 수업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또 교사 개개인이 활동에 대한 지원을 교육청에 직접 발주해야 하며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처리해야 할 보고서와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조사한 결과 교사 스트레스 이유로 행정 업무(58.2%)를 꼽았다. 또 집에서 학교 일을 하는 것이 줄었다는 답변은 15.5%인 반면에 행정 업무가 늘었다는 답변은 80.2%에 달했다. 보통 교사는 하루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 수업한다. 학생들을 만나는 수업 한 시간을 위해 세 시간 정도는 준비를 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교육 외에 업무로 시간을 보낸 교사들이 많다.
  
“우리 애 누구랑 같은 반 됐어요? 그 애 별로니깐 반 바꿔주세요.” 교사에게 학부모는 두 번째로 상대하기 싫은 존재다. 교사에게 학부모는 갑이다.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D씨는 “반 배치까지 다 해놨는데, 학부모에게 전화와 애 반을 바꿔달라고 했다”며 “교사 입장에서는 바꿔줘야지 별수 없다”고 말했다.
 
무시하는 제자와 학부모
예전같지 않은 교사생활
 
최근에 학부모가 늘면서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간섭이 극에 달하고 있다. D씨는 “학부모는 바로 교장실로 들어가서 찍어 내린다”며 “옛날 같으면 선생님과 상담하다 보면 늦을 수 있는데, 요즘은 조금만 늦게 보내도 ‘학원 늦었는데 왜 안 보내느냐’고 항의한다”고 말했다. D씨는 “요즘 학부모는 교사를 너무 쉽게 본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집계한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09년 총 1570건에서 2012년 7971건으로 3년 사이 5.1배로 불어났다. 이후 2013년 5562건, 작년엔 4009건으로 주춤했다. 2013년 이후 다소 감소한 것은 정부가 2012년 교권 침해에 엄정히 대처하는 내용을 담아 교권보호종합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09년 11건에서 2012년 128건으로 열 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에도 잇단 학부모 교사 폭행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폭행은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는 교실에서 일어난다. 청소년 아동 전문가들은 이를 ‘빗나간 자식 사랑으로 빗어진 세태’라고 말한다.
 
 
보람이 없다.  OECD의 ‘2013년 교수·학습 국제 조사’를 바탕으로 회원국 중학교 교사 10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질문에 회원국 평균(9.5%)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로 크게 웃돌았다. 
 
심지어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비율도 36.6%로 회원국 평균(22.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교직에 입문한 지 채 5년도 지나지 않은 새내기 교사들의 절망감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서울시에서 조사한 자료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는 처음에는 높았다가 점차 떨어져 15년 가량이 지나면 가장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교직에 오랫동안 근무한 관계자들은 “젊은 선생님들은 옛날처럼 학생에게 올인하지는 않는다”며 “그냥 직업인이다”고 말했다. 과거 교사가 제자를 위해 24시간 고민한 시대는 지났다. 다시 말해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유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어 “딱 학교에 있을 때만 선생이지 교문을 나가면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 학생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교육자로서 때로는 학생의 인생을 마음 아파해야 하는데, 이런 감정 공유가 요즘에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교사는 직업윤리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갖은 잡무까지
사명감도 잃어
 
그래서일까. 최근 교사들의 일탈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그중 성범죄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4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초·중·고등학교 교사 240명 중 115명이 현직 교사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었다. 또 지난 5년간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초·중·고등학교 교사 중 절반 가까운 47.9%가 버젓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현직 교사도 33명이나 포함돼 있다.
 
2012년 경남의 한 고교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2학년 여학생을 차에 태운 뒤 강제로 입을 맞추고 끌어안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같은 해 부산에서는 초등학교 교사가 모텔에서 여중생과 성매매하려다 적발됐다. 모두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였지만 이들은 교육청으로부터 정직 2개월과 정직 1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후 교단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의 한 고교 교사가 지하철에서 18세 여성의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했지만 정직 1개월 후 학교로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해 교육부는 성범죄를 단 한 차례만 저질러도 교단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도 제출되지 않는 상태다.
 
지난 3월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원 성비위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09∼2014년 미성년자 약취, 성추행, 성폭행 등의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230명에 달했다. 이 중 교단에 남아 있는 사람은 121명(53%)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2010년 39명, 2011년 45명, 2012년 60명, 2013년 54명, 2014년 35명 등 연간 30~60명 수준을 유지했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로 교사가 파면ㆍ해임되거나, 100만원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교원 지위를 박탈하도록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도 피해자와의 합의 등으로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나올 경우 교단에 계속 설 수 있다.
 
빗나간 자식사랑…교사 폭행사건 빈번
성범죄 느는 등 일탈행위도 극에 달해
 
교육부는 교원들의 지속적인 성범죄 발생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관련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원 결격사유에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형이 확정된 사람’을 포함해 단 한 차례라도 성범죄를 저지르면 교단에서 영구히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범죄로 수사 중인 사립학교 교직원도 직위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교원 자격을 박탈해 교육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엄중한 처벌로 경각심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제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부적절한 말을 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지귀연 판사는 다문화가정 어린이인 제자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말을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교사 A씨에게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던 A씨는 지난해 5월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제자 릴리(가명)양이 질문을 자주 해 수업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반 어린이 전체가 “릴리 바보”라고 세 번 크게 외치게 했다.
 
6월에는 점심 때 릴리양이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다른 아이들이 듣는 가운데 “반이 한국인인데 왜 김치를 못 먹나. 이러면 나중에 시어머니가 좋아하겠나”라고 나무랐다.
  
아울러 A씨는 수업 중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하더니 유독 릴리양을 가리키며 “너는 부모 등골을 150g 빼 먹는 애”라고 말하기도 했다.
 
릴리양 부모는 뒤늦게 딸로부터 이런 사실을 듣고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릴리양은 이후 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수개월 동안 심리 치료를 받았다.
 
성범죄 징계 교사
절반 아직 교단에
 
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교육자로서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0년간 교직 생활한 A씨는 “젊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실수를 많이 한다. 그들도 아직 젊은지라 감정조절이 안 되고 욱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 선생님들도 많은 사람을 겪고 배워야 한다. 하지만 임용고시나 사범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선생이 된 거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선생님으로서 행동을 요구한다. 하지만 젊은 교사들 경우 그런 소양을 갖추기에는 너무 가치관이 빈약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중앙일보 강남통신>이 빅데이터 전문 업체 파타크로스에 ‘교사 및 스승에 대한 소셜미디어상 담론 분석’이라는 주제로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교사에 대한 키워드는 부정적인 내용이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폭력적인, 비도덕적인, 걱정스러운, 부족한 등이 사회에 비친 교사한 단면이기도 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초등 제자와 교사 ‘위험한 사랑’
 
지난 2013년 초등학생 여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했던 초등학교 교사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2형사부는 지난 23일 초등학생 제자(13)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된 전 초등학교 교사 강모(30)씨에게 징역 8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그리고 10년간 신상정보공개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린 학생에게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고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 성적 가치관 형성을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초등학교 교사가 음란 동영상을 어린 제자에게 보여 주고 수차례 간음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5월부터 초등학교 제자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같은 해 12월 구속됐다. 강씨는 비슷한 시기 여고생이 된 제자를 집으로 불러 성관계를 갖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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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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