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⑤알쏭달쏭 대학입시 변천사

자고나면 달라지는 대학문 "어른들도 몰라요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대학별 단독시험부터 대입 국가고사, 대입 예비고사,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까지….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해방 이후 큰 틀에서 변한 것만 따져도 무려 16차례나 바뀌었다. 평균 4년에 한 번 꼴이다. 만약 세세한 변경 사안까지 따져본다면 매년 입시제도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고나면 달라지는 입시에 우는 아이들의 실태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학벌은 절대적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초등과정 6년과 중·고등과정 6년을 합쳐 총 12년을 오직 좋은 학벌을 가지기 위해 매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수능시험 당일에는 직장인 출근 시간은 물론 비행기 이착륙 시간까지도 조정될 정도다.

이처럼 대부분의 청소년이 입시에 매달리다보니 대학 입시를 치르고 나면 이런 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수능이 너무 쉬우면 변별력이 없다고 비판을 하고, 너무 어려우면 난이도 시비에 휘말린다. 너도 나도 한 마디씩 하는 통에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큰 틀에서 변한 것만 따져도 무려 16차례나 바뀌었다. 만약 세세한 변경 사안까지 따져본다면 매년 입시제도가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회용 입시제도

해방 직후의 우리나라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험을 출제해 입학생을 선발했다. 당시 정부는 대학의 학생 선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다 1954년 대학정원의 140%를 ‘국가연합고사’로 선발한 뒤 본고사를 치르는 ‘연합고사+본고사’의 시험형태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입시생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딱 한 번 실시된 후 중단됐고 1955년부터 1961년까지는 다시 본고사 단독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1962년부터 1963년까지는 ‘대학입학 자격고사’가 도입됐으나, 정원미달사태와 대학의 자율성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1964년부터 1968년까지는 다시 대학별 단독고사로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1968년에는 예비고사 커트라인을 통과한 수험생에게만 본고사를 치를 자격을 주는 ‘예비고사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본고사 폐지를 근간으로 하는 1980년 ‘730 교육개혁’ 때까지 지속됐다. 1981년에는 선발고사인 ‘학력고사’가 도입됐으나, 학생들에게 단순암기식이 교육을 강요하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1994학년도 입시부터는 수능이라고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돼 지금까지 계속 시행되고 있다.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한 수능은 해방 이후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입시제도다. 하지만 수능 역시 지금까지 많은 부침을 겪었다. 수능은 ‘대학 수학에 필요한 학업적성을 측정하기 위해 통합교과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내용에 맞춰 고차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시행됐다. 수능은 첫해에는 8월과 11월 두 차례 시행됐지만 1차보다 2차 시험이 더 어렵게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이듬해부터는 연 1회 시행으로 바뀌었다. 또 계열에 관계없이 공통 문제로 시험 보던 것에서 인문, 자연, 예·체능 등 계열별로 문제가 달라졌다.

1999학년도부터는 수리·탐구 영역(Ⅱ)에서 선택 과목제가 도입되고 선택과목간 난이도 차이로 인한 유·불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표준점수가 사용됐다. 제2외국어 영역은 2001학년도 수능에서 추가됐다. 2002학년도에는 9등급제가 도입됐다. 등급제는 수능 총점 소수점 이하 몇 자리에서 당락이 결정되던 기존의 수능 의존도를 줄이고 수능을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하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매년 제도 변해…학생·학부모 아우성
시간당 수백만원짜리 입시컨설팅 판쳐


수능 9등급제는 전체 수능 응시학생을 400점 만 점 변환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최상위 점수에서 최하위까지 9등급으로 나누고, 개별 학생이 속해 있는 해당 등급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기재됐다. 예를 들어 상위 4%는 1등급, 다음 7%(누적 11%)는 2등급, 12%(누적 23%)는 3등급으로 분류했다. 2002학년도에는 기존 수리·탐구 영역(Ⅰ)이 수리 영역으로, 수리·탐구 영역(Ⅱ)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로 각각 변경되기도 했다. 2005학년도에는 수능이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인문, 자연, 예·체능 계열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시험영역을 전부 또는 일부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형 수능’이 도입됐다.

수리영역은 이과 수험생용인 ‘가’형과 문과 수험생용인 ‘나’형으로 구분됐다. 또 직업탐구영역이 신설됐다. 2012학년도에서는 사회·과학 탐구에서 선택 과목 수가 최대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었고,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가 나오도록 출제가 됐다. 이처럼 자고 나면 달라지는 입시제도 때문에 학생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일례로 입시 제도가 매해 바뀌다시피 하면서 불법 입시 컨설팅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지난 해에는 정시 모집을 앞두고 전략을 상담해 준다며 한두 시간에 수백만 원을 받는 떴다방식 컨설팅이 성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컨설팅은 대개 최상위권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킨 경험이 있는 일부 학부모들, 속칭 ‘돼지엄마’를 통해 연결됐다. 매년 입시제도가 바뀌다시피 하면서 일반인들로서는 제대로 된 입시전략을 짜기가 어렵게 되자 고액 컨설팅에 매달리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부가 입시 정책을 바꿀 때 마다 내세운 명분은 언제나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교육 시장만 들썩거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은 커졌다. 오죽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이것저것 다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어렵게 대학 입시에 성공한다고 해도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지난해 대학 학력 이상 졸업자의 취업률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과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는 모두 66만7000여 명이었지만 취업률은 56%에 그쳤다. 이 같은 취업률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의 58%보다도 낮은 수치다.

혼란스러운 수험생

일각에선 너무 높은 대학진학률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고교졸업생 수는 63만1835명이다. 그런데 국내 대학의 입학 정원은 55만9036명이나 됐다. 게다가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 수는 계속 줄고 있어 현 입학 정원이 유지될 경우 2018년부터는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추월한다. 지금부터라도 대학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이스터고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을 흔히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그만큼 긴 안목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더이상 ‘1회용 대입제도’는 그만 만들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된, 오래 갈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7년 또 달라지는 수능

오는 2017년부터 수능이 달라진다. 우선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다. 한국사의 문항 수는 20개이고 만점은 50점이다. 성적은 절대등급으로 제공되며 1등급과 2등급의 분할 점수는 40점으로, 40점 이상∼50점이 1등급이다. 또한 2017학년도 수능부터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 수준별 시험이 폐지되며 국어는 공통으로, 수학은 문·이과에 따라 나/가형으로 시험이 치러진다. 이에 따라 2014학년도에 처음 도입된 수준별 A/B형 시험은 완전히 폐지돼 수준별 시험이 도입되기 전인 2013학년도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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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