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⑥못 말리는 사교육 광풍

개천의 용은 씨가 말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들은 대한민국 교육을 두고 악순환의 연속이라 말한다. 사교육 시장의 성장에 따른 폐단은 예전부터 연결고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부의 대물림’ ‘출산 기피’ 현상 등도 사교육의 비대화, 그에 따른 양육비 증가와 궤를 같이 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대구에 사는 A양은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됐다. 그는 학원을 마친 후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고 한다. 저녁 8시가 넘어 집으로 귀가하는 A양을 부모가 맞이해주기 때문이다. 학원 한두 개는 기본으로 다니는 요즘 아이들이 퇴근하고 온 부모보다 늦게 집으로 귀가하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월 100만원 지출

이제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B양은 최근 대치동으로 영어학원을 옮겼다. B양의 부모는 최근 나가고 있는 모임에서 ㅇ학원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딸을 그곳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한 달 학원비가 전에 다니던 학원보다 40만원이나 더 비싸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의 미래를 위해’라는 생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은 외국어 교육 열풍이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 심지어 러시아어를 배우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기 전에 학원가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의 자발에 의한 학업이 아니기 때문에 학업성취율 또한 떨어진다. 부모는 모든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자녀를 보낼 수밖에 없다. 비단 부모의 욕심이라 치부하기엔 사회 구조적 모순이 커 보인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교육비조사보고서’를 보면 2014년도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68.6%로 나타나 근 70%에 육박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학교급별로 분류하면 초등학생은 81.1%, 중학생은 69.1%, 일반계 고등학생은 56.2%로 나타났다. 연령이 내려갈수록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 교육시장 활황…엘리트화 조짐
젖먹이에게 영어·일본어·중국어 주입

왜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 또는 1:1과외 등 다른 형태의 교육을 받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반면 초등학생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으로 몰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80%가 넘는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을 설명할 순 없다. 결국 이는 비정상적인 조기교육 열풍으로 밖에 해석이 불가능하다.


‘열풍’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가장 지출이 많은 순으로 나열하면 중학생이 27만원으로 가장 높게, 그다음 일반계 고등학생 26만9000원, 초등학생 23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사교육비도 결코 낮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보다 더 낮은 연령에도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간다. 특히 2015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취학아동인 영유아의 사교육비 증가폭이 초·중·고등학생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월22일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영유아교육·보육비용추정연구’ 자료를 보면 2014년 영유아 1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0만8400원으로 2013년 발표된 7만8900원보다 3만원 가량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 증가분인 3000원의 10배 수준이다.

규모적 성장도 폭발적이다. 2014년 ‘영유아총사교육비’ 규모를 보면 2013년에 기록한 2조6415억원보다 5874억원 증가한 3조2289억원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양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고액 사교육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찍 말문을 틔고 싶어 하는 부모들은 고액의 비용을 감수하며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A학원의 경우 학원비가 75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고교생의 고액과외 금액과 맞먹을 정도로 높다. 개중에는 월 100만원이 넘는 금액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직 가정이 밀집돼 있는 강남의 학부모는 “영어유치원만 보내도 비용이 월 100만원”이라고 말해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고액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작용은 ‘가계 부담’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동 발달에 맞지 않는 교육으로 인한 ‘발달장애’를 우려한다. 조기 외국어 교육이 영유아 언어 및 인지 발달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되는 과목을 보면 외국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아동의 전인교육을 방해하는 요소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집 활동의 84.3%가, 유치원 방과 후 활동의 62.8%가 영어 과목에 집중돼 있다. 또한 반일제 학원에 다니는 유아 중 54.3%가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뿐만이 아니다. 최근 다언어 열풍이 불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다언어 교육이 자칫 자녀의 언어능력 발달을 오히려 저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언어치료 전문가는 “아이들이 커서 사춘기가 올 경우, 심각한 말더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2000년대 들어 특히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비쌀수록 인기


그럼에도 부모들의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그들은 그룹을 결성하거나 또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자녀의 외국어학습정보를 공유한다. 해당 사이트에 가보면 3, 4세로 추정되는 아동에게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심지어 스페인어까지 동시 교육을 시키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슈퍼맘’으로 불리는 이들은 ‘아들에게 14개월 때부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노출. 21개월부터 영어 단어로 말문 대폭발’ 등의 교육 후기를 남기고 있다. ‘교육 부문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세간의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치원 대란 왜?

‘유치원 로또’. 복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것에 당첨되면 학부모들은 환호성을 치며 기뻐한다. 자신의 자녀를 국공립 보육 및 유치원에 입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되풀이되는 기현상이다.

소위 ‘유치원 대란’이라 불리는 현상은 유치원 입학 시즌이면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학부모들은 조금이라도 집에서 가까운 국공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기꺼이 ‘탁구공 추첨’에 참가한다.

비싼 사립유치원은 대란을 부추기는 주요 요소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부모들에게 사립유치원은 ‘부잣집’의 전유물이다. 이는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2015년 2월27일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의 학부모부담금은 월 평균 19만5079원, 국공립유치원의 월 평균 8314원보다 무려 2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유치원 부족 현상이다. 국가 정책은 출산 장려를 따르고 있지만, 정작 자녀를 맡아줄 보육시설은 부족한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학부모들의 선호를 받는 국공립유치원이 특정 지역에 몰려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한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 대란’의 해결책으로 2014년 11월 가나다군별 추첨제를 도입, 원아모집 방법을 개선하면서 군별 중복지원자에 대해 합격 취소 방침을 세우고 중복지원자를 파악하고자 했지만 2015년 1월경 철회한 바 있다. 과연 2016학년도 원아모집에서 교육 당국은 ‘수요자중심’의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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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