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②위험한 선택 ‘가출’

하루 200명 가출…왜 나가는지 아시나요?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3월26일, 가출청소년 여중생 A양이 모텔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돈벌이로 성매매에 뛰어들었다가 성매수자로부터 살해된 것이다. ‘봉천동 모텔 여중생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가출청소년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벗어나 길거리로 나선 가출청소년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난해 경찰서에 접수된 13~18세까지의 가출 신고 건수는 1만1279건(남자 4719명, 여자 6560명)이다. 학계에서는 연구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가출청소년의 규모를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4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산하는 수치는 대략 39만명이다. 교육부에서는 매일 200여명의 청소년이 가출을 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100명 중 6명
“길거리 나선다”

통계청의 총 조사 인구총괄 자료에 따르면 10∼19세의 인구는 전체 661만1640명(2010년 기준)이다. 가출청소년이 39만명이라고 가정하면 가출청소년의 비율은 대략 5.9%, 청소년 100명 중 6명이 가출청소년인 셈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접촉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가출 경험은 11%로 나타나 10명 중 1명은 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이상 가출을 경험한 중ㆍ고등학생은 남성 청소년이 12.9%, 여성 청소년이 8.8%로 조사돼 남성 청소년의 가출 경험이 높았다. 학년별로는 중학생이 9%, 고등학생이 12.5%로 조사됐다.

가출을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가출 경험 청소년은 ‘부모 등 가족 간의 갈등’(67.8%),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9.5%), ‘가출에 대한 호기심’(6.1%) 등을 꼽았다. 여기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가출은 불과 3.3%로 나타나 학교보다는 가정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출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보호시설은 청소년쉼터가 유일하지만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현재까지 국내 청소년쉼터는 전국 119개소로 최대 수용인원은 1200여명에 불과하다.  일시쉼터(일주일 이내) 26개소, 단기쉼터(3개월 내외) 52개소, 중장기(2년 내외) 41개소로 구분된다. 이는 일반적인 가출청소년 추산 대비 0.3%로, 가출청소년 1000명 가운데 3명만이 청소년쉼터에 머무는 셈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우발적인 가출이 많다”며 “청소년쉼터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안정을 찾은 후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속의 가출청소년들에게 청소년쉼터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라 안타깝다”며 “정부 예산 확대 방침에 따른 청소년쉼터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출청소년의 지원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이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여성가족부는 학업중단 사전예방 강화, 학교 밖 청소년 발굴 강화, 유형별 맞춤형 진로지도, 촘촘한 의료·보호·복지 지원, 지역사회 협업체계 구축 등의 5대 중점 추진과제 18개 세부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이 내용은 이달 29일부터 시행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2014년 5월28일 제정) 시행을 앞두고 가출청소년에 대한 정부 지원을 체계화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이로써 가출청소년이 자주 발생하는 전국 458개 고등학교에 교육복지사가 배치될 예정이며, 대안교실(1284개교) 및 대한교육위탁교육시설(238개 시설) 등을 통한 대안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한 가족상담 및 부모 교육 등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54개소인 가출청소년지원센터를 시군구 단위 200개소로 지정·운영하고,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대상자에게 생계비·치료비·검정고시 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거리서 방황 청소년 45만명 “머물 곳 없다”
1000명 중 3명만 쉼터…관련범죄 끊이지 않아

이 자리에서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은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지 않도록 교육부와 적극 협력하되, 부득이한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은 미래의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며 “이번 법률 시행과 종합대책은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딱히 방법이…
지원대책 강화

가출청소년들이 쉼터를 찾는 경로는 헬프콜 청소년전화(1388)와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이사장 고승덕), 이동쉼터 등을 통해서다. 하지만 주로 인터넷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전국 119개소 청소년쉼터 안내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인터넷포털사이트에 청소년쉼터를 검색하면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제공하는 전국 91개소(최대 수용인원 719명)만 검색된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회원 쉼터의 자료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공개된 청소년쉼터는 서울 6곳(수용인원 77명), 부산 3곳(수용인원 40명), 인천 8곳(수용인원 165명), 대전 6곳(수용인원 42명), 대구 4곳(수용인원 42명), 광주 3곳(수용인원 27명), 울산 4곳(수용인원 40명), 경기 21곳(수용인원 249명), 강원 5곳(수용인원 55명), 충북 4곳(수용인원 41명), 충남 6곳(수용인원 62명), 전북 5곳(수용인원 49명), 전남 4곳(수용인원 40명), 경북 5곳(수용인원 45명), 경남 4곳(수용인원 34명), 제주 3곳(수용인원 27명)에 불과하다.

이에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388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어 인터넷 검색상 모자란 부분을 해소하고 있다”며 “청소년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이동쉼터 및 상담센터가 수시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가출청소년 밀집 지역은 동대문, 천호 로데오거리, 노원 문화의거리, 신림역 사거리, 영등포역, 신촌 창천어린이공원, 부산 해운대, 부평역, 동인천역, 광주 구시청, 대전 은행동, 울산 삼산동, 안양 남부시장 일대 등 전국 312곳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청소년쉼터에 머물지 못한 가출청소년들은 대부분 인터넷 카페 및 밀집지역에서 가출팸(가출청소년과 패밀리의 합성어로 가출청소년 소모임을 말한다)을 모집해 숙식 해결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인의 집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련 인터넷카페에서 장소제공자를 구한 후 숙박을 해결하곤 한다. 숙박을 해결하지 못하는 날에는 찜질방, PC방, 만화방 등을 찾는다.
 

가출청소년들의 커뮤니티 카페 ‘가출한사람들의놀이터’(회원수 3032명, 5월12일 기준)에는 하루 평균 30건의 가출팸 모집글이 게시된다. 대부분 사는 지역, 게시자의 나이 및 성별 등만을 공개한 후 비밀댓글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해당 카페의 ‘도움드려요’ 카테고리에는 가출청소년에게 금전 및 숙식을 제공하는 도움 제공자의 글이 하루 평균 10여건 게시된다.

하지만 도움제공자가 여성 가출청소년들을 구해 성관계를 가지려는 성인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어 문제다. 도움제공자로부터 피해사례를 공개하는 ‘쓰레기목록’ 카테고리에는 지난 2달간 130여건의 도움제공자로부터 성추행 및 사기를 당한 가출청소년들의 피해가 공개돼 있다.

‘울산 혼자 사는 남자가 같이 지낼 여자만 구함’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주변 지역의 경우 직접 픽업까지 가겠다는 내용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가 적혀있다. ‘매달 일정수입 도우미’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미성년자 노래방 도우미를 모집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수원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도움제공녀를 따라간 게시자가 남성 3명으로부터 성매매 업소 취업을 강요받고, 거절하자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수원남문파 등 조직폭력배 일당의 성매매 업소 취업 권유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 범죄 
지난해 1만8000건

경찰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청소년범죄자는 모두 42만4611건, 이중 가출청소년의 범죄는 17만1127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만8000여건의 가출청소년 범죄가 발생했다. 주요 범죄유형으로는 절도(36.3%), 폭력(27.4%), 사기 및 횡령을 포함한 지능범죄(10.9%) 등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의 절도 범죄가 높은 이유로는 가출에 따른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으로 보인다.

2년 가출경험자 김의태(21)군은 “미성년자인데다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며 머물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라며 “여성 가출자의 경우에는 유흥업소에 불법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남자는 오토바이배달 등의 위험한 직군에 겨우 취업에 돈 버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가출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청소년일자리 제공에 대한 고용 기준이 까다로운 것은 알겠다”며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는 등 도저히 집에서 살 수 없어 가출하게 된 청소년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집 나간 경험 11%
이유는 가족갈등

근로기준법 제66조(연소자 증명서)에는 ‘사용자는 18세 미만인 자에 대하여는 그 연령을 증명하는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를 사업장에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미성년자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데 제약이 따르기도 하다. 이는 여성 가출청소년이 경제적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불법 성매매 업소에 취업하거나 모바일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다.

지난 7일에는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여성 가출청소년을 모바일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 알선 혐의로 20대 일당 4명에 대해 징역 2∼7년형을 선고했다. 지난 3월에도 춘천에서 10대 가출청소년 남성 2명이 여성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2월 경기도 안산의 40대 남성도 여성 가출청소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시에서는 40대 남성이 여성 가출청소년 2명과 자동차에서 성매매를 했다가 기소됐다. 이 남성은 여성들에게 차비 명목으로 1만원의 성매매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 원이면 OK!
성매매 기승

39만명에 이르는 가출청소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벌이가 마땅치 않아 절도 등 가출청소년범죄가 끊이지 않고, 여성 가출청소년은 성매매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턱없이 모자란 청소년쉼터,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지원책 마련 부족 등 정부의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기사 속 기사> 청소년 사망 1위는?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2015 청소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자살)’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13~19세의 청소년 자살 충동률은 7.9%, 100명 가운데 8명이 1년 중 자살 충동을 한 번 이상 한 것이다. 자살 충동 이유로는 ‘성적 및 진학 문제’(39.3%), ‘경제적 어려움’(19.5%), ‘가정 불화’(10.5%), ‘고독’(9.8%), ‘이성문제’(5.1%)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자살시도율을 살펴보면 중고등학생의 자살 시도율은 2.9%(분석대상자수 7만2060명)로 조사됐다. 지난해 중학생 3만6156명 가운데 1230명(3.4%), 고등학생 3만5904명 가운데 861명(2.4%)이 자살을 시도했다.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남학생 3만6470명 중 838명(2.3%), 여학생 3만5590명 중 1280명(3.6%)이 자살 시도를 했다. 학급별로는 중1(3.7%), 중3(3.4%), 중2(3.2%), 고1(2.5%), 고2·3(2.4%)순으로 나타났으며, 고등학교의 경우 특성화고(2.9%)가 일반계고(2.3%) 보다 자살시도율이 높았다. 성별 및 학급별 순위에서는 중1 여학생(5.2%)이 자살 시도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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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