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②위험한 선택 ‘가출’

하루 200명 가출…왜 나가는지 아시나요?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3월26일, 가출청소년 여중생 A양이 모텔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돈벌이로 성매매에 뛰어들었다가 성매수자로부터 살해된 것이다. ‘봉천동 모텔 여중생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가출청소년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벗어나 길거리로 나선 가출청소년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난해 경찰서에 접수된 13~18세까지의 가출 신고 건수는 1만1279건(남자 4719명, 여자 6560명)이다. 학계에서는 연구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가출청소년의 규모를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4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산하는 수치는 대략 39만명이다. 교육부에서는 매일 200여명의 청소년이 가출을 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100명 중 6명
“길거리 나선다”

통계청의 총 조사 인구총괄 자료에 따르면 10∼19세의 인구는 전체 661만1640명(2010년 기준)이다. 가출청소년이 39만명이라고 가정하면 가출청소년의 비율은 대략 5.9%, 청소년 100명 중 6명이 가출청소년인 셈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접촉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가출 경험은 11%로 나타나 10명 중 1명은 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이상 가출을 경험한 중ㆍ고등학생은 남성 청소년이 12.9%, 여성 청소년이 8.8%로 조사돼 남성 청소년의 가출 경험이 높았다. 학년별로는 중학생이 9%, 고등학생이 12.5%로 조사됐다.

가출을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가출 경험 청소년은 ‘부모 등 가족 간의 갈등’(67.8%),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9.5%), ‘가출에 대한 호기심’(6.1%) 등을 꼽았다. 여기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가출은 불과 3.3%로 나타나 학교보다는 가정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출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보호시설은 청소년쉼터가 유일하지만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현재까지 국내 청소년쉼터는 전국 119개소로 최대 수용인원은 1200여명에 불과하다.  일시쉼터(일주일 이내) 26개소, 단기쉼터(3개월 내외) 52개소, 중장기(2년 내외) 41개소로 구분된다. 이는 일반적인 가출청소년 추산 대비 0.3%로, 가출청소년 1000명 가운데 3명만이 청소년쉼터에 머무는 셈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우발적인 가출이 많다”며 “청소년쉼터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안정을 찾은 후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속의 가출청소년들에게 청소년쉼터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라 안타깝다”며 “정부 예산 확대 방침에 따른 청소년쉼터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출청소년의 지원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이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여성가족부는 학업중단 사전예방 강화, 학교 밖 청소년 발굴 강화, 유형별 맞춤형 진로지도, 촘촘한 의료·보호·복지 지원, 지역사회 협업체계 구축 등의 5대 중점 추진과제 18개 세부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이 내용은 이달 29일부터 시행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2014년 5월28일 제정) 시행을 앞두고 가출청소년에 대한 정부 지원을 체계화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이로써 가출청소년이 자주 발생하는 전국 458개 고등학교에 교육복지사가 배치될 예정이며, 대안교실(1284개교) 및 대한교육위탁교육시설(238개 시설) 등을 통한 대안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한 가족상담 및 부모 교육 등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54개소인 가출청소년지원센터를 시군구 단위 200개소로 지정·운영하고,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대상자에게 생계비·치료비·검정고시 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거리서 방황 청소년 45만명 “머물 곳 없다”
1000명 중 3명만 쉼터…관련범죄 끊이지 않아

이 자리에서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은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지 않도록 교육부와 적극 협력하되, 부득이한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은 미래의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며 “이번 법률 시행과 종합대책은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딱히 방법이…
지원대책 강화

가출청소년들이 쉼터를 찾는 경로는 헬프콜 청소년전화(1388)와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이사장 고승덕), 이동쉼터 등을 통해서다. 하지만 주로 인터넷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전국 119개소 청소년쉼터 안내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인터넷포털사이트에 청소년쉼터를 검색하면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제공하는 전국 91개소(최대 수용인원 719명)만 검색된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회원 쉼터의 자료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공개된 청소년쉼터는 서울 6곳(수용인원 77명), 부산 3곳(수용인원 40명), 인천 8곳(수용인원 165명), 대전 6곳(수용인원 42명), 대구 4곳(수용인원 42명), 광주 3곳(수용인원 27명), 울산 4곳(수용인원 40명), 경기 21곳(수용인원 249명), 강원 5곳(수용인원 55명), 충북 4곳(수용인원 41명), 충남 6곳(수용인원 62명), 전북 5곳(수용인원 49명), 전남 4곳(수용인원 40명), 경북 5곳(수용인원 45명), 경남 4곳(수용인원 34명), 제주 3곳(수용인원 27명)에 불과하다.

이에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388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어 인터넷 검색상 모자란 부분을 해소하고 있다”며 “청소년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이동쉼터 및 상담센터가 수시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가출청소년 밀집 지역은 동대문, 천호 로데오거리, 노원 문화의거리, 신림역 사거리, 영등포역, 신촌 창천어린이공원, 부산 해운대, 부평역, 동인천역, 광주 구시청, 대전 은행동, 울산 삼산동, 안양 남부시장 일대 등 전국 312곳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청소년쉼터에 머물지 못한 가출청소년들은 대부분 인터넷 카페 및 밀집지역에서 가출팸(가출청소년과 패밀리의 합성어로 가출청소년 소모임을 말한다)을 모집해 숙식 해결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인의 집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련 인터넷카페에서 장소제공자를 구한 후 숙박을 해결하곤 한다. 숙박을 해결하지 못하는 날에는 찜질방, PC방, 만화방 등을 찾는다.
 

가출청소년들의 커뮤니티 카페 ‘가출한사람들의놀이터’(회원수 3032명, 5월12일 기준)에는 하루 평균 30건의 가출팸 모집글이 게시된다. 대부분 사는 지역, 게시자의 나이 및 성별 등만을 공개한 후 비밀댓글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해당 카페의 ‘도움드려요’ 카테고리에는 가출청소년에게 금전 및 숙식을 제공하는 도움 제공자의 글이 하루 평균 10여건 게시된다.

하지만 도움제공자가 여성 가출청소년들을 구해 성관계를 가지려는 성인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어 문제다. 도움제공자로부터 피해사례를 공개하는 ‘쓰레기목록’ 카테고리에는 지난 2달간 130여건의 도움제공자로부터 성추행 및 사기를 당한 가출청소년들의 피해가 공개돼 있다.

‘울산 혼자 사는 남자가 같이 지낼 여자만 구함’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주변 지역의 경우 직접 픽업까지 가겠다는 내용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가 적혀있다. ‘매달 일정수입 도우미’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미성년자 노래방 도우미를 모집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수원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도움제공녀를 따라간 게시자가 남성 3명으로부터 성매매 업소 취업을 강요받고, 거절하자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수원남문파 등 조직폭력배 일당의 성매매 업소 취업 권유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 범죄 
지난해 1만8000건

경찰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청소년범죄자는 모두 42만4611건, 이중 가출청소년의 범죄는 17만1127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만8000여건의 가출청소년 범죄가 발생했다. 주요 범죄유형으로는 절도(36.3%), 폭력(27.4%), 사기 및 횡령을 포함한 지능범죄(10.9%) 등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의 절도 범죄가 높은 이유로는 가출에 따른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으로 보인다.

2년 가출경험자 김의태(21)군은 “미성년자인데다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며 머물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라며 “여성 가출자의 경우에는 유흥업소에 불법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남자는 오토바이배달 등의 위험한 직군에 겨우 취업에 돈 버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가출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청소년일자리 제공에 대한 고용 기준이 까다로운 것은 알겠다”며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는 등 도저히 집에서 살 수 없어 가출하게 된 청소년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집 나간 경험 11%
이유는 가족갈등

근로기준법 제66조(연소자 증명서)에는 ‘사용자는 18세 미만인 자에 대하여는 그 연령을 증명하는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를 사업장에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미성년자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데 제약이 따르기도 하다. 이는 여성 가출청소년이 경제적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불법 성매매 업소에 취업하거나 모바일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다.

지난 7일에는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여성 가출청소년을 모바일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 알선 혐의로 20대 일당 4명에 대해 징역 2∼7년형을 선고했다. 지난 3월에도 춘천에서 10대 가출청소년 남성 2명이 여성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2월 경기도 안산의 40대 남성도 여성 가출청소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시에서는 40대 남성이 여성 가출청소년 2명과 자동차에서 성매매를 했다가 기소됐다. 이 남성은 여성들에게 차비 명목으로 1만원의 성매매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 원이면 OK!
성매매 기승

39만명에 이르는 가출청소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벌이가 마땅치 않아 절도 등 가출청소년범죄가 끊이지 않고, 여성 가출청소년은 성매매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턱없이 모자란 청소년쉼터,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지원책 마련 부족 등 정부의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기사 속 기사> 청소년 사망 1위는?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2015 청소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자살)’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13~19세의 청소년 자살 충동률은 7.9%, 100명 가운데 8명이 1년 중 자살 충동을 한 번 이상 한 것이다. 자살 충동 이유로는 ‘성적 및 진학 문제’(39.3%), ‘경제적 어려움’(19.5%), ‘가정 불화’(10.5%), ‘고독’(9.8%), ‘이성문제’(5.1%)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자살시도율을 살펴보면 중고등학생의 자살 시도율은 2.9%(분석대상자수 7만2060명)로 조사됐다. 지난해 중학생 3만6156명 가운데 1230명(3.4%), 고등학생 3만5904명 가운데 861명(2.4%)이 자살을 시도했다.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남학생 3만6470명 중 838명(2.3%), 여학생 3만5590명 중 1280명(3.6%)이 자살 시도를 했다. 학급별로는 중1(3.7%), 중3(3.4%), 중2(3.2%), 고1(2.5%), 고2·3(2.4%)순으로 나타났으며, 고등학교의 경우 특성화고(2.9%)가 일반계고(2.3%) 보다 자살시도율이 높았다. 성별 및 학급별 순위에서는 중1 여학생(5.2%)이 자살 시도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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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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