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②위험한 선택 ‘가출’

하루 200명 가출…왜 나가는지 아시나요?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3월26일, 가출청소년 여중생 A양이 모텔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돈벌이로 성매매에 뛰어들었다가 성매수자로부터 살해된 것이다. ‘봉천동 모텔 여중생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가출청소년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벗어나 길거리로 나선 가출청소년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난해 경찰서에 접수된 13~18세까지의 가출 신고 건수는 1만1279건(남자 4719명, 여자 6560명)이다. 학계에서는 연구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가출청소년의 규모를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4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산하는 수치는 대략 39만명이다. 교육부에서는 매일 200여명의 청소년이 가출을 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100명 중 6명
“길거리 나선다”

통계청의 총 조사 인구총괄 자료에 따르면 10∼19세의 인구는 전체 661만1640명(2010년 기준)이다. 가출청소년이 39만명이라고 가정하면 가출청소년의 비율은 대략 5.9%, 청소년 100명 중 6명이 가출청소년인 셈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접촉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가출 경험은 11%로 나타나 10명 중 1명은 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이상 가출을 경험한 중ㆍ고등학생은 남성 청소년이 12.9%, 여성 청소년이 8.8%로 조사돼 남성 청소년의 가출 경험이 높았다. 학년별로는 중학생이 9%, 고등학생이 12.5%로 조사됐다.

가출을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가출 경험 청소년은 ‘부모 등 가족 간의 갈등’(67.8%),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9.5%), ‘가출에 대한 호기심’(6.1%) 등을 꼽았다. 여기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가출은 불과 3.3%로 나타나 학교보다는 가정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출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보호시설은 청소년쉼터가 유일하지만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현재까지 국내 청소년쉼터는 전국 119개소로 최대 수용인원은 1200여명에 불과하다.  일시쉼터(일주일 이내) 26개소, 단기쉼터(3개월 내외) 52개소, 중장기(2년 내외) 41개소로 구분된다. 이는 일반적인 가출청소년 추산 대비 0.3%로, 가출청소년 1000명 가운데 3명만이 청소년쉼터에 머무는 셈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우발적인 가출이 많다”며 “청소년쉼터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안정을 찾은 후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속의 가출청소년들에게 청소년쉼터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라 안타깝다”며 “정부 예산 확대 방침에 따른 청소년쉼터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출청소년의 지원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이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여성가족부는 학업중단 사전예방 강화, 학교 밖 청소년 발굴 강화, 유형별 맞춤형 진로지도, 촘촘한 의료·보호·복지 지원, 지역사회 협업체계 구축 등의 5대 중점 추진과제 18개 세부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이 내용은 이달 29일부터 시행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2014년 5월28일 제정) 시행을 앞두고 가출청소년에 대한 정부 지원을 체계화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이로써 가출청소년이 자주 발생하는 전국 458개 고등학교에 교육복지사가 배치될 예정이며, 대안교실(1284개교) 및 대한교육위탁교육시설(238개 시설) 등을 통한 대안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한 가족상담 및 부모 교육 등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54개소인 가출청소년지원센터를 시군구 단위 200개소로 지정·운영하고,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대상자에게 생계비·치료비·검정고시 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거리서 방황 청소년 45만명 “머물 곳 없다”
1000명 중 3명만 쉼터…관련범죄 끊이지 않아

이 자리에서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은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지 않도록 교육부와 적극 협력하되, 부득이한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은 미래의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며 “이번 법률 시행과 종합대책은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딱히 방법이…
지원대책 강화

가출청소년들이 쉼터를 찾는 경로는 헬프콜 청소년전화(1388)와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이사장 고승덕), 이동쉼터 등을 통해서다. 하지만 주로 인터넷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전국 119개소 청소년쉼터 안내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인터넷포털사이트에 청소년쉼터를 검색하면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제공하는 전국 91개소(최대 수용인원 719명)만 검색된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회원 쉼터의 자료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공개된 청소년쉼터는 서울 6곳(수용인원 77명), 부산 3곳(수용인원 40명), 인천 8곳(수용인원 165명), 대전 6곳(수용인원 42명), 대구 4곳(수용인원 42명), 광주 3곳(수용인원 27명), 울산 4곳(수용인원 40명), 경기 21곳(수용인원 249명), 강원 5곳(수용인원 55명), 충북 4곳(수용인원 41명), 충남 6곳(수용인원 62명), 전북 5곳(수용인원 49명), 전남 4곳(수용인원 40명), 경북 5곳(수용인원 45명), 경남 4곳(수용인원 34명), 제주 3곳(수용인원 27명)에 불과하다.

이에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388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어 인터넷 검색상 모자란 부분을 해소하고 있다”며 “청소년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이동쉼터 및 상담센터가 수시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가출청소년 밀집 지역은 동대문, 천호 로데오거리, 노원 문화의거리, 신림역 사거리, 영등포역, 신촌 창천어린이공원, 부산 해운대, 부평역, 동인천역, 광주 구시청, 대전 은행동, 울산 삼산동, 안양 남부시장 일대 등 전국 312곳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청소년쉼터에 머물지 못한 가출청소년들은 대부분 인터넷 카페 및 밀집지역에서 가출팸(가출청소년과 패밀리의 합성어로 가출청소년 소모임을 말한다)을 모집해 숙식 해결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인의 집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련 인터넷카페에서 장소제공자를 구한 후 숙박을 해결하곤 한다. 숙박을 해결하지 못하는 날에는 찜질방, PC방, 만화방 등을 찾는다.
 

가출청소년들의 커뮤니티 카페 ‘가출한사람들의놀이터’(회원수 3032명, 5월12일 기준)에는 하루 평균 30건의 가출팸 모집글이 게시된다. 대부분 사는 지역, 게시자의 나이 및 성별 등만을 공개한 후 비밀댓글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해당 카페의 ‘도움드려요’ 카테고리에는 가출청소년에게 금전 및 숙식을 제공하는 도움 제공자의 글이 하루 평균 10여건 게시된다.

하지만 도움제공자가 여성 가출청소년들을 구해 성관계를 가지려는 성인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어 문제다. 도움제공자로부터 피해사례를 공개하는 ‘쓰레기목록’ 카테고리에는 지난 2달간 130여건의 도움제공자로부터 성추행 및 사기를 당한 가출청소년들의 피해가 공개돼 있다.

‘울산 혼자 사는 남자가 같이 지낼 여자만 구함’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주변 지역의 경우 직접 픽업까지 가겠다는 내용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가 적혀있다. ‘매달 일정수입 도우미’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미성년자 노래방 도우미를 모집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수원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도움제공녀를 따라간 게시자가 남성 3명으로부터 성매매 업소 취업을 강요받고, 거절하자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수원남문파 등 조직폭력배 일당의 성매매 업소 취업 권유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 범죄 
지난해 1만8000건

경찰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청소년범죄자는 모두 42만4611건, 이중 가출청소년의 범죄는 17만1127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만8000여건의 가출청소년 범죄가 발생했다. 주요 범죄유형으로는 절도(36.3%), 폭력(27.4%), 사기 및 횡령을 포함한 지능범죄(10.9%) 등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의 절도 범죄가 높은 이유로는 가출에 따른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으로 보인다.


2년 가출경험자 김의태(21)군은 “미성년자인데다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며 머물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라며 “여성 가출자의 경우에는 유흥업소에 불법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남자는 오토바이배달 등의 위험한 직군에 겨우 취업에 돈 버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가출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청소년일자리 제공에 대한 고용 기준이 까다로운 것은 알겠다”며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는 등 도저히 집에서 살 수 없어 가출하게 된 청소년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집 나간 경험 11%
이유는 가족갈등

근로기준법 제66조(연소자 증명서)에는 ‘사용자는 18세 미만인 자에 대하여는 그 연령을 증명하는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를 사업장에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미성년자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데 제약이 따르기도 하다. 이는 여성 가출청소년이 경제적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불법 성매매 업소에 취업하거나 모바일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다.

지난 7일에는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여성 가출청소년을 모바일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 알선 혐의로 20대 일당 4명에 대해 징역 2∼7년형을 선고했다. 지난 3월에도 춘천에서 10대 가출청소년 남성 2명이 여성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2월 경기도 안산의 40대 남성도 여성 가출청소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시에서는 40대 남성이 여성 가출청소년 2명과 자동차에서 성매매를 했다가 기소됐다. 이 남성은 여성들에게 차비 명목으로 1만원의 성매매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 원이면 OK!
성매매 기승


39만명에 이르는 가출청소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벌이가 마땅치 않아 절도 등 가출청소년범죄가 끊이지 않고, 여성 가출청소년은 성매매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턱없이 모자란 청소년쉼터,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지원책 마련 부족 등 정부의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기사 속 기사> 청소년 사망 1위는?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2015 청소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자살)’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13~19세의 청소년 자살 충동률은 7.9%, 100명 가운데 8명이 1년 중 자살 충동을 한 번 이상 한 것이다. 자살 충동 이유로는 ‘성적 및 진학 문제’(39.3%), ‘경제적 어려움’(19.5%), ‘가정 불화’(10.5%), ‘고독’(9.8%), ‘이성문제’(5.1%)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자살시도율을 살펴보면 중고등학생의 자살 시도율은 2.9%(분석대상자수 7만2060명)로 조사됐다. 지난해 중학생 3만6156명 가운데 1230명(3.4%), 고등학생 3만5904명 가운데 861명(2.4%)이 자살을 시도했다.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남학생 3만6470명 중 838명(2.3%), 여학생 3만5590명 중 1280명(3.6%)이 자살 시도를 했다. 학급별로는 중1(3.7%), 중3(3.4%), 중2(3.2%), 고1(2.5%), 고2·3(2.4%)순으로 나타났으며, 고등학교의 경우 특성화고(2.9%)가 일반계고(2.3%) 보다 자살시도율이 높았다. 성별 및 학급별 순위에서는 중1 여학생(5.2%)이 자살 시도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