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④천태만상 유학시대 '앞과 뒤'

비행기 탄 아이들이 되돌아 온다 "왜?"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영어 교육열풍이 거세게 불어 닥쳤다. 당시 돈 좀 있는 집안은 어린자녀를 앞다퉈 해외로 보냈다. 조기유학이 큰 폭으로 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학열풍 15년이 넘은 이 시점, 유학에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두드러지면서 유학열풍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유학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2000년 이후 조기유학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당시 수많은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떠났다. 개중에는 유수의 명문대에 진학해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는 학생이 있는 반면 학업에 흥미를 잃어 탈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유학지에서 방황하는 학생 대부분은 ‘치맛바람’에 억지로 떠밀려 타지에 홀로 남겨진 상태였고 이들 중 다수는 조기유학에 실패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조기유학의 문제점이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했다.

홀로 남겨진 채
각종 위험 노출
 
A씨는 부모의 권유로 초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어린 나이에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 하는 게 여간 어려웠다. 언어의 장벽과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은 A씨에게 고통 그 자체였다. 결국 A씨는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언어도 학위도 무엇 하나 얻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왔다. 마냥 빈손은 아니었다.
 
A씨는 유학생활 중 외로움을 달래고자 접했던 마약을 끊지 못해 미국인 친구를 통해 국제택배로 마약을 제공 받아 서울 강남, 홍대 클럽가에서 흡연하고 주변에 유통시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마약에 관대한 문화에 익숙한 탓에 죄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A씨의 부모는 대학교수로 알려져 충격이 더했다. 유학생활 중 마약을 배우고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마 종자를 밀반입해 직접 재배하고 거래까지 한 웃지 못 할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데에는 유학지의 환경도 한 몫 한다. 필리핀에 조기유학을 간 10대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억지로 술을 먹이는가 하면 성추행까지 저지른 기숙사 운영자에게 징역 6개월이 선고되는 일이 지난해 3월 벌어졌다. 당시 법원 등에 따르면 2007년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 유학생 기숙사를 운영해온 최모(38)씨는 2011∼2012년 A(18)군을 수차례 손찌검하고 각목, 플라스틱 파이프 등으로 허벅지 등을 때렸다. A군이 농구 경기 중 실수를 했다거나 다른 학생을 빨리 불러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최씨는 2012년 10월에는 기숙사 인근 식당에서 A군을 비롯한 학생들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거부하자 최씨는 “어른이 주는데 안 먹어?”라고 위협했고, 기숙사로 들어가면서 맥주 40여병을 구입해 구토를 할 때까지 계속 마시게 했다. 또한 최씨는 2012년 1월 B(16)군의 기숙사 방에 들어가 B군의 성기를 만지는 등 추행하기도 했다. 최씨는 학생들에게 “한국에 가서 부모님에게 말하면 죽여버린다”고 위협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외국 이민자 및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종 흉기를 이용한 무자비한 폭력행위를 저지른 십대 청소년 갱단이 처벌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청소년 갱단은 UCLAN(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에 다니는 유학생들이 거주하는 아파트형 학교 기숙사 건물에 수시로 침입해 테러행위를 했다.
 
기숙사 주변에 수시로 출몰하며 유학생들에게 돌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는 등 여학생이 혼자 머무는 방을 밖에서 파괴하려 시도하는 등 공공기물 파손 및 주거 침입과 같은 악질적 범죄 행위도 서슴없이 자행했다. 청소년 갱단의 각종 방해 행위 때문에 유학생들은 기숙사 밖을 나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  학교도 출석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을 겪었다.

고스펙 인재 넘쳐
유학 실패 증가
 
일련의 사건들은 조기유학의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06년 교육부는 ‘조기유학 제대로 알기’라는 책자를 만들어 배포한 바 있으나 이후 해외 조기유학이나 해당 기숙사들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조기유학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조기유학을 비판하는 이들은 조기유학의 문제점을 한국과 다른 환경에서 찾는다. 한국 학교와 달리 외국 학교는 자유시간이 많다. 외국 학교의 경우 오후 3시는 전후로 수업이 끝난다. 이후 시간은 학생 각자에게 맡겨져 있다. 한국처럼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어떤 아이는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하지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아이도 적지 않다. 특히 부모와 떨어져 혼자 유학하는 경우에는 통제가 힘들어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어렵다.
 
그럼 남는 시간에 무얼 할까. 담배와 마약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유학생 출신 청소년 갱단원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탈은 정체성혼란에서 나온다. 낯선 곳에서 타인종과 어울려 생활한다는 자체가 곤욕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성인도 힘들어 하는 영어 공부를 매일 해야 되는 상황에 놓여 있으니 그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 종합해보면 조기유학생들은 유학지에서 문화차이, 언어문제, 보호자 부재, 외로움 등으로 힘들어 한다.
 
돈 좀 있는 집안 어린자녀들 앞다퉈 해외행
각종 부작용 드러나면서 유턴…그럼 어디로?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10년 발표한 SERI 경제포커스 제310호 ‘국제 유학시장의 최근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7명 중 1명이 유학을 떠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2012년 발표한 KB daily 지식 비타민 <한국의 유학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유학 연수비용은 2000∼2011년 중 367% 증가해 동기간 도시가계지출 증가율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한국의 해외유학 연수비용은 2011년 기준 44.7억 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해외유학 연수비용은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다가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감소세로 전환됐으나 2010년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2011년 기준 한국인 해외 유학생 수는 28만9000명이며, 이 중 57%는 학위를 위해, 37%는 어학연수를 위해 유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캐나다, 일본은 학위를 위한 유학생 비중이 높은 반면, 중국, 영국, 호주 등은 어학연수를 위한 유학생 비중이 높았다.
 
초·중·고 유학생 수는 2006년을 정점으로 이후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세였으나 2010년에는 18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2010년 기준 초·중·고 유학생 중 초등학생이 8794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학생 5870명, 고등학생 4077명 순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1%, 2.6%, 1.3% 증가했다. 2010년 기준 학생 1만명당 유학생 수는 중학생이 29.7명, 초등학생이 26.7명, 고등학생이 20.8명으로 특히 중학생이 유학을 많이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을 떠난 국가별로 살펴보면 초·중·고 유학생은 미국과 동남아 중심으로, 대학 유학생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유학했다. 전체적으로 유럽보다는 북미와 아시아권에 유학생이 집중돼 있었다. 고등학생은 49.5%가 미국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2008년 대비 5.9% 증가한 수치다. 대학 유학생은 초·중·고 유학생에 비해 미국 및 동남아 비중이 낮은 반면, 중국, 일본, 호주, 영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다 다양한 나라에 유학 중이다.

유학 성공해도
취업난 사슬에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4서울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의 유학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초등학생을 제외한 중학생, 고등학생 유학 비율은 감소세다. 2003년과 2013년 유학생 수를 비교한 결과 초등학생은 13.8% 증가한 반면 중학생은 -21.4%, 고등학생은 -20.5% 감소했다. 유학 실패사례 등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기홍 강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으로의 조기유학 청소년의 적응과 열망’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통해 조기유학은 성공의 가능성보다 훨씬 큰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드러난 비용에 더해 숨은 비용을 고려하면 그 대가가 막대하게 크다는 것이다.
 
 
또 조기유학생들의 경우 발달과정에 있으며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학업 성취의 문제뿐 아니라 언어소통조차 불편한 낯선 외국에서의 생활이 용이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기유학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대처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조기유학생들은 같은 또래의 이민자 자녀들에 비해 우울증의 평균 수치는 23%가 높았으며 자살 관념의 평균 수치는 90%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학교중퇴, 청소년범죄, 폭력조직 구성, 마약, 음주 등 탈선은 물론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식적인 통계 수치로 확인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조기유학생의 절반 정도는 학업을 포기하고 중도에 귀국한다는 추정도 있다. 이 교수는 청소년을 조기유학으로 내모는 한국의 교육현실과 사회구조를 바로잡는 일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학에 성공했다고 해서 취업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인재시장에서 나타난다. 헤드헌팅업체 탑앤스카우트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어서 해외대 출신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외국계 기업에서는 해외대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등한 학위를 갖고 있다면 취업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피성은 대부분 실패…중도 포기 많아
국내대 출신이나 해외대 출신이나 비슷
 

헤드헌팅업체 써치앤컴퍼니 관계자는 “해외대 출신을 선호하지만 100위권 대학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라면서 “요즘에는 고스펙 인재가 많아서 50위권, 30위권 대학을 나와야 인재로 뽑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급인재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예외지만 해외대 출신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유명 해외대 석사학위나 박사학위가 있어야 고급인재로 인정받는다고 전해진다. 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닌 이상 사실상 국내대 출신과 해외대 출신 간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이처럼 해외 유학이 예전과 같지 않자 적은 비용으로 해외대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유학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송도가 국내 유학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천 송도의 인천글로벌캠퍼스에는 대학생 5000명이 공부할 수 있는 강의동과 도서관, 기숙사, 게스트하우스, 교수아파트, 복합문화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2단계로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해 10개 대학의 1만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현재 인천글로벌캠퍼스에는 한국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미국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벨기에 겐트대 등 4대 대학이 자리를 잡았다. 4개 대학 정원은 3876명이다. 현재 학부·대학원 등 재학생은 606명, 외국인 학생은 66명이다. 앞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컨서바토리(피아노·관현악·성악·합창지휘과)와 미국 네바다주립대(호텔경영학), 러시아 불쇼이국립발레아카데미(지도자·무용수·안무가 과정) 등도 입주할 예정이다.
 
인천글로벌캠퍼스 내 대학은 한국 대학처럼 수능으로 학생들을 뽑지 않는다. 고등학교 공식 성적 증명서와 영어 능력 증명서가 평가 기준이 된다. 영어는 토플 IBT 80점 이상, LELTS(영국·호주 영어테스트 시험) 6.5이상, SAT Critical Reading 450점 이상, ACT-English(미국 대학입학학력고사) 20점 이상의 기준 가운데 한 가지를 충족하면 입학에 도전할 수 있다. 

조폭, 마약 등 
만만찮은 부작용
 
현실적으로 일반 고등학교에서 글로벌캠퍼스에 입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특목고와 국제고나 홈스쿨링, 대안학교 등 제도권 밖 교육이 인기다. 문제는 진입장벽이다.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글로벌캠퍼스는 고사하고 그 길목이 되는 학교에도 진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리잡은 대안교육 '허와 실'
 
대안학교는 서구 교육계의 ‘얼터너티브 스쿨(alternative school)’에서 나온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억압적인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학교를 말한다.
 
대안학교는 특성을 살려 건학 이념에 따라 생태농업, 건축, 대중매체이해 등 다양한 특성화 과목을 가르친다. 이외에도 종교·환경·시민단체에서 주말이나 방학에 자연답사, 체험활동, 방과 후 학습활동 등의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상설 대안학교 등이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안학교 특별전형으로 대안학교 출신을 선발하기도 한다.
 
대안교육의 교육적 가치는 훌륭하나 사회성 발달이 뒤쳐진다는 단점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학교와 달리 자유로운 학풍 때문에 대안학교 안에서는 적응을 잘 하지만 밖에서는 사회성이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자연주의나 자급자족과 같이 스스로 생활하는 방식을 중시하는 대안학교의 특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안학교 학생들이 자칫 사회와 동떨어진 주변인으로 남게 될 우려가 적지 않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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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