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 끝나지 않은 백수오 사태 막전막후

또 불량식품 공포…국민들은 불안하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백수오 관련 제품이 대부분 ‘짝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백수오 관련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부터 유통한 홈쇼핑, 그리고 생산 농가까지 충격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은 32개 백수오 제품 조사결과 진짜 백수오만을 사용한 제품은 3개(9.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제품에는 부작용이 많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되자 이른바 ‘백수오 사태’에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백수오 사태는 지금까지도 주요 포털사이트의 상위 검색어로 오르는 등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백수오 사태의 결말은 어디로 향할까.
 
막막한 네츄럴
농가 피해는?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내츄럴엔도텍은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내츄럴엔도텍이 총 31개 업체에 독점 공급한 ‘백수오등복합추출물’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혼입된 사실이 최종 확인됐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내츄럴엔도텍이 공급하고 있는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회사 측은 소송까지 불사까지 불사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식약처마저 해당 제품들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혼입됐다고 최종적으로 발표하자 재기불능의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이에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6일 “이엽우피소 혼입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련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여론은 차갑다. 백수오 사태 직후부터 지금까지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회사 측의 태도 때문이다.
 

사과문에서 내츄럴엔도텍 김재수 대표는 “백수오 원료에 대해서는 입고 전 및 입고 후 제품 생산 전 철저히 검사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왔으나 이번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해당 롯트에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됐다”며 백수오 사태 책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시중 유통 제품들 대부분 짝퉁 결론
가짜가 남긴 후폭풍…책임공방 가열
 
증권가에서는 과거 ‘삼양라면 우지파동’의 예를 들며 내츄럴엔도텍의 재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삼양라면은 1989년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라면제조 과정에서 소의 기름인 우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검찰에 고발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우지파동으로 직원 1000여명을 정리해야 했고, 50%가 넘던 점유율은 18∼19%로 떨어졌다. 삼양라면은 그 뒤 8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치른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25년이 지나도록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백수오 농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제천시에 따르면 현재 제천에서는 시에서 지원비를 받는 68개 농가를 비롯해 100여개 농가가 백수오를 재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농가의 총 재배면적은 약 110㏊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 이후 불과 2주 사이 20곳을 웃도는 농가가 재배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는 80%의 물량을 감당하고 있는 내츄럴엔도텍의 상황이 악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백수오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재배농가를 위해 지원에 나섰다. 지난 6일 충북도는 제천시청에서 제천한방연합회와 도 농업기술센터, 제천한방바이오진흥재단 관계자 등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백수오 재배농가의 피해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충북도는 앞으로 백수오 종자 보급 단계부터 재배와 납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품질보증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도내 백수오 농가의 계약재배 실태를 파악하고, 판로개척 지원에 나서는 한편, 가짜 백수오로 알려진 이엽 우피소의 불법 재배와 유통에 대해서도 단속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코너몰린 식약처
업계 후폭풍
 
백수오 사태와 관련해 식약처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식약처가 소비자원보다 먼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추출물을 검사했으나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백수오 사태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사후 처리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 처장은 “이엽우피소가 중국과 타이완의 식용 사례가 있고 식용을 금지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명의로 대한한의사협회에 이엽우피소와 관련한 독성 및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 이엽우피소 유해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김 처장은 지난 6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내츄럴엔도텍 수거검사에 1명밖에 안 간 것이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냐’는 지적에 “그렇다. 인원이 더 필요하다. 도와달라”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건강식품 업계는 백수오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일 대형 할인마트 홈플러스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이 가짜 백수오 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16.4% 감소했다. 세부 품목별 감소율은 ▲홍인삼 29.8% ▲비타민 19.4% ▲기능성 건강식품 9.5% 등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늘어난 품목은 건강선물세트(12.3%)가 유일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올해 초까지 꾸준히 성장했지만 백수오 사태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신뢰 자체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품 구매한 소비자 충격
홈쇼핑·생산농가들 멘붕
 
반면, 제약업체는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성의 갱년기 질환에 좋다고 알려진 백수오의 부재가 대체재 관계에 놓여있는 제약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조아제약의 경우 지난달 30일 식약처의 가짜 백수오 발표에 즉시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명문제약도 같은날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다음날에도 7% 이상의 상승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나타냈다. 대화제약 역시 이틀 연속 7%대의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백수오발 수혜를 입었다.
  

가짜 백수오 관련 제품을 산 소비자들은 단체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짜 백수오 제품 환불 문의 및 소송을 준비하는 카페 등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부작용 사례 등을 올리며 가짜 백수오의 유해성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 등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에 신고된 백수오 부작용 건수는 2012년 1건, 2013년 2건에서 2014년 301건으로 급증했다. 부작용은 두드러기 피부발진 등이 31.6%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단체도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단체 소송 가능 여부를 따져보고, 소송을 하게 될 경우 제조사나 유통사 어디를 상대로 해야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당한 소비자 
환불 계획은?
 
판매액수가 크지 않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백수오 관련 제품 환불에 인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마트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수십여 건의 백수오 환불 건수를 처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25건의 고객 환불 요청을 처리했다. 환불 금액은 약 300만원 규모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23일 이후 각각 20건 안팎의 환불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트는 백화점보다 환불 액수가 더 컸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였다. 이마트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모든 점포에서 백수오 제품 약 460건을 환불 처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300만원 규모다. 롯데마트는 이달 1∼5일 약 130건의 백수오 제품 환불 요청이 있었다. 금액으로 보면 약 6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홈쇼핑 업계다. 홈쇼핑 업체들이 전체 판매량의 75% 가량을 팔아치워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환불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홈쇼핑 6개 업체에게 소비자들의 불만 해소 및 고객보호 차원에서 홈쇼핑업계가 소비자보상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donky@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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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