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 끝나지 않은 백수오 사태 막전막후

또 불량식품 공포…국민들은 불안하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백수오 관련 제품이 대부분 ‘짝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백수오 관련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부터 유통한 홈쇼핑, 그리고 생산 농가까지 충격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은 32개 백수오 제품 조사결과 진짜 백수오만을 사용한 제품은 3개(9.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제품에는 부작용이 많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되자 이른바 ‘백수오 사태’에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백수오 사태는 지금까지도 주요 포털사이트의 상위 검색어로 오르는 등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백수오 사태의 결말은 어디로 향할까.
 
막막한 네츄럴
농가 피해는?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내츄럴엔도텍은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내츄럴엔도텍이 총 31개 업체에 독점 공급한 ‘백수오등복합추출물’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혼입된 사실이 최종 확인됐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내츄럴엔도텍이 공급하고 있는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회사 측은 소송까지 불사까지 불사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식약처마저 해당 제품들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혼입됐다고 최종적으로 발표하자 재기불능의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이에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6일 “이엽우피소 혼입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련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여론은 차갑다. 백수오 사태 직후부터 지금까지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회사 측의 태도 때문이다.
 

사과문에서 내츄럴엔도텍 김재수 대표는 “백수오 원료에 대해서는 입고 전 및 입고 후 제품 생산 전 철저히 검사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왔으나 이번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해당 롯트에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됐다”며 백수오 사태 책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시중 유통 제품들 대부분 짝퉁 결론
가짜가 남긴 후폭풍…책임공방 가열
 
증권가에서는 과거 ‘삼양라면 우지파동’의 예를 들며 내츄럴엔도텍의 재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삼양라면은 1989년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라면제조 과정에서 소의 기름인 우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검찰에 고발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우지파동으로 직원 1000여명을 정리해야 했고, 50%가 넘던 점유율은 18∼19%로 떨어졌다. 삼양라면은 그 뒤 8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치른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25년이 지나도록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백수오 농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제천시에 따르면 현재 제천에서는 시에서 지원비를 받는 68개 농가를 비롯해 100여개 농가가 백수오를 재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농가의 총 재배면적은 약 110㏊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 이후 불과 2주 사이 20곳을 웃도는 농가가 재배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는 80%의 물량을 감당하고 있는 내츄럴엔도텍의 상황이 악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백수오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재배농가를 위해 지원에 나섰다. 지난 6일 충북도는 제천시청에서 제천한방연합회와 도 농업기술센터, 제천한방바이오진흥재단 관계자 등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백수오 재배농가의 피해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충북도는 앞으로 백수오 종자 보급 단계부터 재배와 납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품질보증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도내 백수오 농가의 계약재배 실태를 파악하고, 판로개척 지원에 나서는 한편, 가짜 백수오로 알려진 이엽 우피소의 불법 재배와 유통에 대해서도 단속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코너몰린 식약처
업계 후폭풍
 
백수오 사태와 관련해 식약처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식약처가 소비자원보다 먼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추출물을 검사했으나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백수오 사태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사후 처리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 처장은 “이엽우피소가 중국과 타이완의 식용 사례가 있고 식용을 금지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명의로 대한한의사협회에 이엽우피소와 관련한 독성 및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 이엽우피소 유해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김 처장은 지난 6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내츄럴엔도텍 수거검사에 1명밖에 안 간 것이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냐’는 지적에 “그렇다. 인원이 더 필요하다. 도와달라”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건강식품 업계는 백수오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일 대형 할인마트 홈플러스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이 가짜 백수오 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16.4% 감소했다. 세부 품목별 감소율은 ▲홍인삼 29.8% ▲비타민 19.4% ▲기능성 건강식품 9.5% 등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늘어난 품목은 건강선물세트(12.3%)가 유일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올해 초까지 꾸준히 성장했지만 백수오 사태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신뢰 자체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품 구매한 소비자 충격
홈쇼핑·생산농가들 멘붕
 
반면, 제약업체는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성의 갱년기 질환에 좋다고 알려진 백수오의 부재가 대체재 관계에 놓여있는 제약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조아제약의 경우 지난달 30일 식약처의 가짜 백수오 발표에 즉시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명문제약도 같은날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다음날에도 7% 이상의 상승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나타냈다. 대화제약 역시 이틀 연속 7%대의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백수오발 수혜를 입었다.
  

가짜 백수오 관련 제품을 산 소비자들은 단체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짜 백수오 제품 환불 문의 및 소송을 준비하는 카페 등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부작용 사례 등을 올리며 가짜 백수오의 유해성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 등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에 신고된 백수오 부작용 건수는 2012년 1건, 2013년 2건에서 2014년 301건으로 급증했다. 부작용은 두드러기 피부발진 등이 31.6%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단체도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단체 소송 가능 여부를 따져보고, 소송을 하게 될 경우 제조사나 유통사 어디를 상대로 해야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당한 소비자 
환불 계획은?
 
판매액수가 크지 않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백수오 관련 제품 환불에 인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마트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수십여 건의 백수오 환불 건수를 처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25건의 고객 환불 요청을 처리했다. 환불 금액은 약 300만원 규모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23일 이후 각각 20건 안팎의 환불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트는 백화점보다 환불 액수가 더 컸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였다. 이마트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모든 점포에서 백수오 제품 약 460건을 환불 처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300만원 규모다. 롯데마트는 이달 1∼5일 약 130건의 백수오 제품 환불 요청이 있었다. 금액으로 보면 약 6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홈쇼핑 업계다. 홈쇼핑 업체들이 전체 판매량의 75% 가량을 팔아치워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환불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홈쇼핑 6개 업체에게 소비자들의 불만 해소 및 고객보호 차원에서 홈쇼핑업계가 소비자보상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donky@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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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