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법 논란 '앞과 뒤'

툭 하면 접속차단…모호한 심의 기준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국내 최대 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불법·유해사이트로 분류해 차단했다가 들끓는 여론에 하루 만에 차단 조치를 철회한 바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모호하고 자의적인 방심위의 규제가 낳은 결과였다. 레진코믹스 논란은 최근 방심위 재심의에서 ‘자율규제’로 매듭이 지어졌지만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온라인 웹툰사이트인 ‘레진코믹스’의 음란성 콘텐츠 규제 문제가 사업자의 ‘자율규제’쪽으로 일단락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레진코믹스가 일부 음란성 콘텐츠에 대해 판매금지 내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심의 의결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적당히 타협한 정부
 
방심위에 따르면 이날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이하 통신소위)에 출석한 레진코믹스 법률대리인은 심의 대상에 오른 레진코믹스의 음란성 콘텐츠 8건 중 3건은 자체 판매 금지를 했다. 나머지 5건은 방심위와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방심위는 향후 사무처가 레진코믹스와 협의를 통해 나머지 5건의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한 안건의 추가 심의를 위해 의결보류를 내리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같이 사업자에게 자율규제 기회를 부여하고자 위원회가 심의 의결을 보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심의 수모 이후 진행되는 재심의었기 때문에 방심위가 집요하게 음란성 문제를 추궁해 강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지만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달 24일 “레진코믹스가 성기 노출, 성행위 묘사 등 다수의 문제성 음란물을 게재했고 청소년 보호를 위한 수단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레진코믹스 일부 콘텐츠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사이트 접속차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사이트 전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하루 만에 차단조치를 철회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정당한 절차와 명확한 기준 없는 사이트 차단은 사이버검열”이라며 “제재기준을 한정하고 당사자에 대한 진술 및 소명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후 신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 그렉 드미쉘리 클라우드 플랫폼 총괄도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기자간담회에서 방심위가 레진코믹스 사이트를 차단한 것과 관련해 “레진코믹스 사건은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당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한 것이다.
 
 
이후 방심위는 레진코믹스 콘텐츠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고 통신소위에 음란성콘텐츠 8건을 상정했다. 이어 레진코믹스 관계자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사업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달 17일 웹사이트에 성인만화 노출 방지 탭을 추가해 성인인증을 한 사용자만 성인만화 ‘썸네일’(콘텐츠의 첫 광고화면)을 열람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최대 유료 웹툰 사이트 불법 분류
비난여론 확산되자 하루 만에 철회
 
레진코믹스 사이트 차단 논란이 불거지자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일명 ‘레진코믹스법’을 재빠르게 발의했다. 방심위의 ‘묻지마 차단’에 따른 조치였다. 현행법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저해’한다는 모호한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방심위가 해당 사이트에 대해 접속차단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김광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방심위의 접속차단권한을 법률로 명시한 불법정보에 대해서만 발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불법정보의 내용 또한 아청법상의 아동청소년음란물,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유해매체물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해 자의적인 판단의 여지를 최소화했다. 또한 접속차단의 종류를 ‘모든 사람에 대한 접속차단(국가안보사항 등)’과 ‘미성년자에 한정한 접속차단(성인물 등)’으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불법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있으며 방심위는 해당 불법 정보에 대해 접속 차단이라는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방심위가 제출한 ‘불법·유해정보 유형별 심의 및 시정요구 통계’를 보면 2010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시정요구 유형은 접속차단이었다. 이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김광진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방심위의 불법정보 접속 차단 요구 제도와 관련한 주요국 사례 조사를 요청한 결과를 보면 선진 민주주의 국가 중 인터넷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불법정보를 규정하고 접속차단을 실시하는 국가는 한국뿐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인터넷에 대해 민간의 자율규제를 선호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과 같은 아주 예외적 사항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규제에 소극적이었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 보호 맥락에서 인터넷에 대해 원칙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방향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대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간접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은 악성음란물, 아동포르노 및 인종차별 등에 한정해 규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청소년 음란물 등에 한해 열람방지 조치, 필터링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논란은 현재 진행형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성인물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성인이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레진코믹스법은 현재 계류 중이다. 통과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법안과 별개로 만화계 작가 등 관련 단체들이 장기적인 심의에 대한 로드맵을 구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태다.
 
한편 레진코믹스는 웹툰 200여편을 매일 연재하는 국내 최대 유료 웹툰사이트로 이용자 수는 700만명에 달한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글로벌 K스타트업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2014년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