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속 ‘모피아 아지트’ 실체 해부

금융 거물들 재충전 ‘힐링캠프’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국금융연구원(이하 금융연) ‘특임연구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모피아(재무부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기착지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진 특임연구실의 실체를 알아봤다.

 
서울시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 위치한 한국금융연구원(이하 금융연)은 지난 1991년 사단법인으로 국내 최초 금융 전문 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 성격상 국책 연구기관으로 분류된다. 금융연의 모태는 김준성 전 부총리가 지원했던 금융연구회다. 초기 인력은 연구원 6명, 행정원 3명이 전부였지만 금융권 싱크탱크라는 인식이 강했다.

갑자기 사라진 직제
 
금융연은 국내외 금융제도, 금융정책 및 금융회사 경영 등 금융전반에 걸친 과제를 체계적으로 연구, 분석함으로써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정책 수립 기여에 목적을 두고 있다. 금융연의 예산은 다양한 시중은행들이 각출하고 있다. 2011년의 경우 은행으로부터 160억 분담금을 받았다. 이 중 106억원을 인건비로 썼다. 전체 직원이 100여 명이므로, 1인당 평균 인건비가 1억원에 이른다. 박사급 연구원의 경우 2억원에 가까운 인건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연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구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연구실은 ▲은행·보험연구실 ▲자본시장연구실 ▲중소서민금융·소비자보호연구실 ▲거시경제연구실 ▲국제금융연구실 등 총 5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6개의 연구실이 안내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실 직제에서 특임연구실이 삭제됐다.
 
특임연구실의 업무는 주요 현안이나 연구과제 중 연구 가치가 있는 이슈를 뽑아내는 일이다. 이 부분에서는 다른 연구실과 기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특임연구실의 고유 업무를 꼽자면 연구원의 주요 과제나 연구 내용 자문을 받고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다. 연구실 자체 보고서나 정기 발행물은 나오지 않는다.
 
금융연 관계자에 따르면 특임연구실 초빙연구위원의 임기는 일정 기간으로 정해져있지만 연구실 모집인원은 유동적이다. 지금보다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단 얘기다. 특임연구실에는 초빙연구위원 외에도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외부에서 파견 나온 직원 4명이 함께 근무 중이다.
 
그런데 홈페이지 직제에서 특임연구실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연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늬앙스를 풍겼다.
 
 
현재 특임연구실 초빙연구위원은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 총 3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명이었다. 특임연구실에 몸담고 있었던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은 29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로펌으로 옮겼다.
 
한국금융연구원 특임연구실 주목
유명 인사들 연구위원으로 활동
잠시 쉬다가 재도약 돕는 기착지?
 
이외에도 유명한 금융권 인사들이 특임연구실을 거쳤다.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1차관, 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낸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행정고시 17회),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사장(행정고시 20회),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한 이승우 삼성증권 사외이사(행정고시 22회), 기업은행·외환은행장을 지낸 윤용로 삼성생명 사외이사, 현 군산대 석좌교수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행정고시 6회), 현 단국대 교수인 이철환 전 재정경제부 국고국장(행정고시 20회), 현 인천시 정무부시장인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행정고시 22회), 현 YTN 사장인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다.
 
이 같은 사실이 금융연 특임연구실이 전직 고위인사들의 제2의 도약을 돕는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샀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연 특임연구실은 ‘모피아(재무부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꼬리표를 달고 있다. 홈페이지 직제에서 특임연구실을 삭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논란의 뿌리는 금융연 설립연도인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박재윤 서울대 교수는 부산고 출신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경제정책 자문을 하면서 실세로 떠올랐다. 1년 뒤 박 원장은 직을 내려놓고 전적으로 선거를 도와 1993년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김영삼정부 최대 과제였던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주도하면서 금융연의 위상을 높였다. 

박영철 2대 원장 때부터 금융연의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금융연에는 30∼40대 미국 박사학위를 받은 젊은 인재들이 대거 영입됐다. 금융연 보고서는 당국의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면서 그 영향력을 민간으로 넓혀 나갔다. 당시 연구원들의 위상은 KDI(한국개발연구원)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은행들 예산 각출
 
지난 20년간 박사급 인력 70여명이 금융연구원을 거쳐 사회 각지로 나갔다. 50명 이상이 대학교수로 갔다. 다수는 금융계 현업으로도 이동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세청,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주요 기관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인력은 50여명에 이른다. 금융연의 위상은 이처럼 대단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금융연은 전직 고위관료들이 한 번쯤 거쳐 가는 정거장이라는 불편한 인식이 확대됐다. 특히 특임연구실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최근 금융연은 홈페이지 직제에서 특임연구실을 삭제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연이 홈페이지 직제에서 특임연구실을 삭제한 것을 두고 앞으로는 대놓고 초빙연구위원들을 받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기도 한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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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