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자처한 박근혜 ‘이상한 행보’ 대해부

말로는 국민생각 행동은 홀로생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의 행보에 국민들은 연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에 중남미 4개국에 대한 순방을 떠난 것은 물론, 청와대는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순방 직후 발표된 대국민 메시지 속에는 ‘성완종 사태’ 수사 방향을 지시하는 듯한 발언이 섞여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일련의 행보를 지켜보면 국민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면 레임덕이 가까워졌단 진단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4·29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둬 여전한 집권여당의 힘을 보여준데 반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째 하락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
박근혜정부

수치상으로 보면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 역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은 33.6%를 기록, 전주대비 1.7%포인트 하락하면서 리얼미터 주간조사 기준으로 19대 국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압승으로 새누리당은 다시 질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반면 박근혜정부는 부침의 연속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분석에 따르면 ‘성완종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주째 하락하고 있다. 결국 4월 첫째 주만 해도 41.8%를 기록하던 지지율이 한 달 새 36.8%로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5월이 끝나기 전 당과의 ‘지지율 역전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평론가들은 ‘레임덕’ 경종을 울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번 기회로 부산지역을 벗어나 전국구 잠룡으로 떠오름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성완종 스캔들로 인한 ‘데드덕’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박근혜정부는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지지율 하락 시점을 보면 국민의 마음이 왜 돌아서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4월 들어서 꾸준히 하락하는 것은 결국 친박계 핵심이 연루된 성완종 사태, 그로 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자진사퇴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반감이라기보다 측근에 대한 질타의 의미가 크다.

국민이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4·16세월호 1주기’ 때 떠난 중남미 4개국 순방, 대통령의 건강상태 누설, 수사 방향을 직접 지시하는 듯한 사면 발언 등 이해하기 힘든 행보가 오히려 직접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4월16일은 박 대통령의 이상한 행보가 잘 드러난 날이다.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 박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앞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공개되자 반발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그러자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추모 일정을 국내에서 진행한 후 떠날 것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반쪽짜리 추모였다. 당시 안산에 위치한 합동분향소에는 대대적인 추모식이 계획돼 있었다. 언론을 통해서는 유가족과 박 대통령 간 극적인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고 연일 보도됐다. 가족대책위원회 측에서도 “4월16일 만큼은 합동분향소로 오셨으면 좋겠다”라고 청와대에 계속적으로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고 유가족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안산의 추모식장 앞에는 혹시 모를 참석에 대비해 박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의자가 배치돼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분향소를 폐쇄하고 철수한 탓’에 박 대통령이 팽목항에서 유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보도가 나갔지만 실상은 유가족들 대부분이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있었다. 엇박자가 난 것이다.

개운치 않은
4개국 순방

개운치 않은 상황에서 4개국 순방길을 강행했지만 성과 또한 좋지 못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순방을 끝내고 귀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중남미로 떠난 지난 10여일 동안 일본은 미국과 교류하며 우호관계를 적립했다. 외교전문가들는 ‘현안이 아시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남미로 떠난 박 대통령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떠나 있는 동안 미·일 관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일본과 함께해 영광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는 오마바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백악관 환영만찬에서 힘차게 건배를 나눴다. 앞서 아베 총리는 방미 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 참석해 중국과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과거사문제는 고사하고 아시아 외교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은 벗어나 있었다.

국내에서도 외교력 부재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아시아 외교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외교행보가 너무 한가로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미·대일 외교를 포함해서 우리 외교전략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미·일·중·러의 균형 체제가 지각변동 수준으로 요동치고 있는데 우리 외교는 도무지 어디 갔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박근혜정부 갈지자 행보 ‘지지율은 뚝뚝’
세월호 잊고 떠났는데…외교력 부재 논란

귀국 후에는 국가기밀 누설 의혹에 시달렸다. 청와대 발표 내용 중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부분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귀국한 지난달 27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중남미 4개국에서 펼쳐진 순방 기간 박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심한 복통과 미열이 감지되는 등 몸이 편찮은 상태가 지속됐었다”며 박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언급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서울 모처에서 몸 컨디션과 관련한 검진을 받았다”며 대통령의 행보가 ‘대서특필’됐다.

통상적으로 국가원수의 건강을 소문내지 않는 것이 관례다.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부분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외교나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절대 안정’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틀 후인 29일 청와대는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생각보다 피로누적이 심해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고 또 한 번 밝힌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청와대의 저의가 궁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봤을 때에도 이러한 청와대의 발표는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넘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건강에 대해 브리핑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령 브리핑을 하더라도 회복된 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건강 적신호?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수사 방향을 지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겨 구설수에 올랐다. 건강상의 이유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독한 대국민 메시지 속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 있어 ‘수사 방향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메시지 안에는 전 정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박 대통령은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서 새로운 정치개혁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그동안 만연됐던 지연·학연·인맥 등의 정치문화 풍토를 새로운 정치문화로 바꾸고 켜켜이 쌓여온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두 차례의 사면이 이뤄졌던 노무현정권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권 등 과거정권까지 모두 수사해야 된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여당의 편을 듦으로써 선거 중립을 위반했다”면서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수혜자인 최고 측근 실세들의 불법 정치·경선·대선자금 수수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국민 메시지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담화문은 성완종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 대해 느끼는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여러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부패정치를 뿌리 뽑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건강 실시간 생중계, 기밀 아냐?
역대 정권 향하는 검날, 수사 방향 지시?


그러나 비박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원해왔다. 김 대표는 당시 재보선 후보를 지지하러 간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성완종 파문과 관련한) 대통령 사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유 원내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민 분노가 무섭다”며 “국민은 이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정직한 목소리를 듣기를 원한다.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을 직접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마음은 한결같았지만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감’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당내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번 대국민 메시지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전 정권’과 ‘정치문화’를 언급했다. 이에 정계전문가들은 전 정권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를 지시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보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사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 발표가 있을 때마다 야권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을 지적한다. 박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양 말한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사안이 이런데도 본인은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유체이탈 화법의 진수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역대정권 모두
수사방향 지시?

4·29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승리가 확정된 후 결과에 대해 “박근혜정부 3년 차, 경제살리기에 더욱 매진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또한 국민을 괴롭히는 정치공세를 지양하고 국민의 삶을 얼어붙게 하는 투쟁정치를 멈추라는 뼈아픈 질책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재보선 결과에 대한 논평을 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이번 국민의 선택은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고 정치개혁을 이루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문 대표가 자살골을 넣음으로써 다시 찾은 국정동력이 ‘박근혜호’를 순항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정권 3년 차가 순탄하게 흘러갈지, 국민의 눈과 귀가 지켜보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완종 불똥 튄 재계

‘성완종 사태’의 불똥이 엄한 곳으로 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 직후 가진 대국민 메시지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특별사면에 대해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혀 사면을 기대하고 있던 재벌들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이는 경제인 특별사면은 어렵다는 내용으로 해석이 가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담화문 배경에 대해 정가에서는 일련의 기업 관련 비리가 여론을 악화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 ‘방산비리’ ‘포스코 사건’ 등 대형수사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재벌총수와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사 기대했건만 박근혜 “철저조사”에 아뿔싸

의도치 않은 여파에 재계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 입장에서는 직격탄을 맞은 것과 같다.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은 2년3개월 넘게 복역 중이다. 이미 가석방 요건을 채운 그는 재벌 총수로서 역대 최장기 복역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광복절 특사를 기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는 2014년 말 성탄절·설 특사가 유력한 인물로 꼽혔으나 2014년 12월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짐으로 인해 반재벌 정서가 급속도로 확산돼 무산된 적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재현 CJ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재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도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한 차례 특사를 단행했는데 생계형에 국한됐을 정도로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에 인색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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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