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자처한 박근혜 ‘이상한 행보’ 대해부

말로는 국민생각 행동은 홀로생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의 행보에 국민들은 연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에 중남미 4개국에 대한 순방을 떠난 것은 물론, 청와대는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순방 직후 발표된 대국민 메시지 속에는 ‘성완종 사태’ 수사 방향을 지시하는 듯한 발언이 섞여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일련의 행보를 지켜보면 국민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면 레임덕이 가까워졌단 진단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4·29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둬 여전한 집권여당의 힘을 보여준데 반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째 하락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
박근혜정부

수치상으로 보면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 역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은 33.6%를 기록, 전주대비 1.7%포인트 하락하면서 리얼미터 주간조사 기준으로 19대 국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압승으로 새누리당은 다시 질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반면 박근혜정부는 부침의 연속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분석에 따르면 ‘성완종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주째 하락하고 있다. 결국 4월 첫째 주만 해도 41.8%를 기록하던 지지율이 한 달 새 36.8%로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5월이 끝나기 전 당과의 ‘지지율 역전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평론가들은 ‘레임덕’ 경종을 울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번 기회로 부산지역을 벗어나 전국구 잠룡으로 떠오름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성완종 스캔들로 인한 ‘데드덕’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박근혜정부는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지지율 하락 시점을 보면 국민의 마음이 왜 돌아서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4월 들어서 꾸준히 하락하는 것은 결국 친박계 핵심이 연루된 성완종 사태, 그로 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자진사퇴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반감이라기보다 측근에 대한 질타의 의미가 크다.

국민이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4·16세월호 1주기’ 때 떠난 중남미 4개국 순방, 대통령의 건강상태 누설, 수사 방향을 직접 지시하는 듯한 사면 발언 등 이해하기 힘든 행보가 오히려 직접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4월16일은 박 대통령의 이상한 행보가 잘 드러난 날이다.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 박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앞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공개되자 반발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그러자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추모 일정을 국내에서 진행한 후 떠날 것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반쪽짜리 추모였다. 당시 안산에 위치한 합동분향소에는 대대적인 추모식이 계획돼 있었다. 언론을 통해서는 유가족과 박 대통령 간 극적인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고 연일 보도됐다. 가족대책위원회 측에서도 “4월16일 만큼은 합동분향소로 오셨으면 좋겠다”라고 청와대에 계속적으로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고 유가족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안산의 추모식장 앞에는 혹시 모를 참석에 대비해 박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의자가 배치돼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분향소를 폐쇄하고 철수한 탓’에 박 대통령이 팽목항에서 유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보도가 나갔지만 실상은 유가족들 대부분이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있었다. 엇박자가 난 것이다.

개운치 않은
4개국 순방

개운치 않은 상황에서 4개국 순방길을 강행했지만 성과 또한 좋지 못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순방을 끝내고 귀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중남미로 떠난 지난 10여일 동안 일본은 미국과 교류하며 우호관계를 적립했다. 외교전문가들는 ‘현안이 아시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남미로 떠난 박 대통령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떠나 있는 동안 미·일 관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일본과 함께해 영광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는 오마바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백악관 환영만찬에서 힘차게 건배를 나눴다. 앞서 아베 총리는 방미 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 참석해 중국과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과거사문제는 고사하고 아시아 외교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은 벗어나 있었다.

국내에서도 외교력 부재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아시아 외교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외교행보가 너무 한가로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미·대일 외교를 포함해서 우리 외교전략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미·일·중·러의 균형 체제가 지각변동 수준으로 요동치고 있는데 우리 외교는 도무지 어디 갔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박근혜정부 갈지자 행보 ‘지지율은 뚝뚝’
세월호 잊고 떠났는데…외교력 부재 논란

귀국 후에는 국가기밀 누설 의혹에 시달렸다. 청와대 발표 내용 중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부분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귀국한 지난달 27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중남미 4개국에서 펼쳐진 순방 기간 박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심한 복통과 미열이 감지되는 등 몸이 편찮은 상태가 지속됐었다”며 박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언급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서울 모처에서 몸 컨디션과 관련한 검진을 받았다”며 대통령의 행보가 ‘대서특필’됐다.

통상적으로 국가원수의 건강을 소문내지 않는 것이 관례다.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부분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외교나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절대 안정’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틀 후인 29일 청와대는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생각보다 피로누적이 심해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고 또 한 번 밝힌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청와대의 저의가 궁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봤을 때에도 이러한 청와대의 발표는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넘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건강에 대해 브리핑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령 브리핑을 하더라도 회복된 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건강 적신호?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수사 방향을 지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겨 구설수에 올랐다. 건강상의 이유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독한 대국민 메시지 속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 있어 ‘수사 방향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메시지 안에는 전 정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박 대통령은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서 새로운 정치개혁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그동안 만연됐던 지연·학연·인맥 등의 정치문화 풍토를 새로운 정치문화로 바꾸고 켜켜이 쌓여온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두 차례의 사면이 이뤄졌던 노무현정권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권 등 과거정권까지 모두 수사해야 된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여당의 편을 듦으로써 선거 중립을 위반했다”면서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수혜자인 최고 측근 실세들의 불법 정치·경선·대선자금 수수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국민 메시지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담화문은 성완종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 대해 느끼는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여러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부패정치를 뿌리 뽑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건강 실시간 생중계, 기밀 아냐?
역대 정권 향하는 검날, 수사 방향 지시?


그러나 비박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원해왔다. 김 대표는 당시 재보선 후보를 지지하러 간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성완종 파문과 관련한) 대통령 사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유 원내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민 분노가 무섭다”며 “국민은 이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정직한 목소리를 듣기를 원한다.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을 직접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마음은 한결같았지만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감’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당내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번 대국민 메시지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전 정권’과 ‘정치문화’를 언급했다. 이에 정계전문가들은 전 정권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를 지시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보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사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 발표가 있을 때마다 야권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을 지적한다. 박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양 말한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사안이 이런데도 본인은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유체이탈 화법의 진수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역대정권 모두
수사방향 지시?

4·29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승리가 확정된 후 결과에 대해 “박근혜정부 3년 차, 경제살리기에 더욱 매진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또한 국민을 괴롭히는 정치공세를 지양하고 국민의 삶을 얼어붙게 하는 투쟁정치를 멈추라는 뼈아픈 질책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재보선 결과에 대한 논평을 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이번 국민의 선택은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고 정치개혁을 이루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문 대표가 자살골을 넣음으로써 다시 찾은 국정동력이 ‘박근혜호’를 순항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정권 3년 차가 순탄하게 흘러갈지, 국민의 눈과 귀가 지켜보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완종 불똥 튄 재계

‘성완종 사태’의 불똥이 엄한 곳으로 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 직후 가진 대국민 메시지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특별사면에 대해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혀 사면을 기대하고 있던 재벌들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이는 경제인 특별사면은 어렵다는 내용으로 해석이 가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담화문 배경에 대해 정가에서는 일련의 기업 관련 비리가 여론을 악화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 ‘방산비리’ ‘포스코 사건’ 등 대형수사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재벌총수와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사 기대했건만 박근혜 “철저조사”에 아뿔싸

의도치 않은 여파에 재계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 입장에서는 직격탄을 맞은 것과 같다.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은 2년3개월 넘게 복역 중이다. 이미 가석방 요건을 채운 그는 재벌 총수로서 역대 최장기 복역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광복절 특사를 기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는 2014년 말 성탄절·설 특사가 유력한 인물로 꼽혔으나 2014년 12월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짐으로 인해 반재벌 정서가 급속도로 확산돼 무산된 적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재현 CJ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재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도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한 차례 특사를 단행했는데 생계형에 국한됐을 정도로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에 인색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