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신풍속, 재벌가 혼전계약서 소문과 진실
결혼 신풍속, 재벌가 혼전계약서 소문과 진실
  • 유시혁 기자
  • 승인 2015.05.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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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몇번 할겨?' 성관계 횟수도 정한다

지난 2월, 간통제가 폐지되면서 심리적 안전장치로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 신혼부부가 늘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혼전계약서가 법적 효력이 없으나, 법조계에서는 혼전계약서 인정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혼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는 혼전계약서의 작성 사례를 살펴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최근 간통제 폐지로 인해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 예비 부부가 급증하고 있다. 혼전계약서란 결혼하기에 앞서 가사 분담, 소득 관리 등을 정하고, 이혼 시 분쟁이 예상되는 위자료 및 양육권 등을 미리 합의하는 약정 서류다.

이혼분쟁 예방

혼전계약서는 TV 드라마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다. MBC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는 재력가 집안으로 시집 가는 예비신부에게 시어머니가 혼전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재산을 뺏길 것을 염려해 미리 이혼 시 위자료를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기 위함이었다.

지난 2월 종영된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도 부잣집 딸에게 장가를 오는 예비신랑에게 장모가 혼전계약서를 내밀었다. 이혼할 경우 재산권 및 양육권 분쟁을 예방하자며 “너무 시리어스하게 생각할 것 없다”는 말로 서명을 독촉했다. 이에 예비신랑은 “미리 이혼을 염두에 둔 결혼이라니, 그런 결혼 생각한 적 없습니다”라고 되받아쳤다.

한 재력가의 말에 따르면 혼전계약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재력가들 사이에서 흔히 작성돼 왔다고 한다. 이혼 시 위자료와 재산 분할 액수가 상당하기에 평범한 집안의 자녀와의 혼인 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A씨의 경우가 그렇다. A씨는 지난 2007년 12월 모기업의 2세 오너와 혼인했다. 혼인을 한 달 앞두고 시어머니로부터 혼전계약서 작성을 요구받고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그녀가 보여준 혼전계약서에는 ▲남편 ○○○씨의 아침밥을 매일 챙겨줄 것 ▲남편이 출퇴근 시 마중·배웅해 줄 것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은 아내 A가 모두 성실히 이행할 것 ▲남편의 허락 없이 외박하지 말 것 등 세세한 사안 수십 가지가 빼곡히 기재돼 있었다.

반면 ▲부부싸움으로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더라도 대들지 말 것 ▲집안 및 남편 사업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일체 외부에 누설하지 말 것 ▲이혼 시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 금전 사안에 대해 일체 요구하지 않을 것 ▲이혼 시 양육권을 포기할 것 등 일방적인 신랑 측의 유리한 방향으로 혼전계약서가 작성돼 있었다. 특히 ▲한 항목이라도 위반할 시 이혼 사유로 간주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A씨는 “몇 개 항목에 대해 수정 및 삭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며 “남편의 잦은 구타와 시어머니의 폭언을 견디다 못해 며칠 전 시어머니에게 항의했다가 ‘시댁 어른께 대들지 않기’ 항목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받았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양육권을 뺏길까 두려워 참고 살았는데단 한 번 어겼다고 이혼을 제시한 건 부당하다”며 “혼전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알았으니 끈질긴 법정 싸움으로 양육권만큼은 보장받고 말겠다”고 전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현재 A씨는 남편과 별거 중이며 이혼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 이혼전문변호사는 “미국에서는 혼전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A씨의 경우에는 고부갈등에 의한 이혼이므로 합의하에 다시 재결합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혼 시 양육권을 뺏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아직까지 혼전계약서보다는 배우자의 불륜에 의해 재산의 일부를 포기하겠다는 식의 각서 작성이 일반적이다”며 “간통제가 폐지됐으니 혼전계약서가 전혀 무효한 것이 아닌 일부 참작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간통제 폐지후 작성하는 예비부부 급증
가사분담·위자료 명시…스킨십도 포함
시어머니가 쥐고 “위반했으니 이혼해”

지난 3월 결혼한 B씨와 C씨는 ‘혼전계약서’ 대신 ‘가족계약서’와 ‘부부재산약정서’로 구분해 작성했다. 가족계약서에는 ▲빨래는 남편 B, 청소는 아내 C가 담당한다 ▲자정 이후 귀가는 월 3회로 제한한다 ▲화장실 청소, 음식물쓰레기 처리 등은 남편 B가 담당한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은 반드시 챙기고, 어길 시 용돈을 절반으로 삭감한다 ▲월급이 나온 그주 주말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외식한다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부부간 성관계 횟수 및 스킨십 정도도 언급돼 있었다. 부부재산약정서에는 ▲혼인기간 중 취득한 자산은 공동자산으로 간주한다 ▲부동산 등기는 부부 공동 명의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혼 및 별거 시 사유 제공자는 양육권을 주장하지 못한다 ▲월급의 50%는 생활비로 쓰며, 나머지는 저축한다 등의 항목을 담았다.

부부재산 약정서는 거주지 관할 등기소나 법원 등기과에 등기 신청을 하면 법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단 혼인신고 이전에 등기를 마쳐야 하며 혼인신고 후 계약은 민법 제828조(부부 간 계약취소권)에 의거, 혼인 중 언제라도 취소가 가능하다.

아내 C씨는 “맞벌이부부의 경우 집안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해 가족계약서를 작성하게 됐다”며 “이혼 시 빚어질 문제를 대비하기보다는 원활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계약서 작성을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등록된 부부재산약정등기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11건, 2012년 16건, 2013년 26건, 2014년 28건으로 증가 추세로 나타났으며, 올해는 간통제 폐지에 따라 증가폭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주하 아나운서가 이혼소송 과정에서 남편과 체결한 각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 이 각서에는 ‘남편이 다시 외도하면 모든 재산을 김주하에게 주겠다’는 재산 포기 조항이 포함돼 있었지만 법원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혼전계약서 작성 제안 과정과 항목 합의 과정에서 분쟁이 빚어지기도 한다. 특히 위자료 및 재산 분할 등 금전 논의 과정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대 배우자로 인해 계약서 작성 무산 및 파혼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혼전계약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이혼전문변호사는 “결혼 전에 남자가 원래 갖고 있던 재산은 특유재산이고, 여자의 기여도가 없으니 그 부분은 이혼을 해도 각자의 재산으로 해 상대방에게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라”며 “상대방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약속을 확인하고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해 미리 작성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효력 없어

한편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혼전계약서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지난해 10월2일부터 12월31일까지 미혼남녀 7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미혼여성 63.2%가 혼전계약서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남성의54.9%는 반대했다.

혼전계약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에는 ‘결혼 후 행동 수칙’이 35.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결혼 후 가사 분담’과 ‘결혼 후 재산 관리’가 뒤를 이었다. 또한 혼전계약서 외 필요한 혼전 서류에 대한 물음에 남성은 ‘혼인관계증명서’(30.3%), 여성은 ‘건강검진표’(46%)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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