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레이더> ‘장로 회장’ 잔혹사

최악의 스캔들메이커…알고 보니 ‘장로님’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성완종, 이규태, 박성철.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일단 재계 오너란 점. 여기에 최근 스캔들, 이슈메이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교집합을 갖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로 ‘장로님’이란 사실이다.

 
재계 회장들 중엔 교회 장로도 있다. 물론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경영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 ‘정도’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다. 오너의 종교 활동은 사내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들 회사에서 종교는 절대적이다. 임직원은 사내에서 예배를 갖고, 수시로 모여 성경공부를 한다. 대부분 교회를 다녀 가능한 일이다.
 
최근 ‘장로 총수’ 3인방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인공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세 회장은 각자 비리와 의혹으로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모두 장로들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교회 지은 성완종
 
비자금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 정국에 태풍을 몰고 왔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흘려 쓴 메모 한 장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허태열, 홍문종, 유정복, 홍준표, 서병수, 김기춘, 이병기, 이완구…’
 

각각 이름 옆에 1억∼7억원씩 체크된 이들은 모두 현 정권의 일등공신으로, 하나같이 거물급 정치인이라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거짓말로 여론 도마에 오른 이완구 전 총리가 옷을 벗은 상태. 야당 쪽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성 회장 장부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사람들이 빼곡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두 번의 특사 진실게임도 점입가경이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성 회장에게 돈을 받고 성 회장의 뒤를 봐준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독실한 크리스천 오너 3인방 구설
뇌물·비리·수사…입길 오르내려
 
‘죽어서 말한’ 성 회장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2조원대 대기업을 일군 그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교회. 10대 때 고향인 서산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을 당시 성 회장을 보듬어 준 곳이 교회다. 서울 영등포의 한 교회에서 먹고 자며 막노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는 성 회장이 건설업에 관심을 갖는, 재벌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어느 정도 성공한 성 회장은 모친이 종지기 생활을 했던 충남 서산시 석림동 서산중앙감리교회와 인연을 맺었다. 이 교회는 성 회장의 기부로 다시 세워졌고, 성 회장을 명예장로로 추대했다. 서산중앙감리교회에선 성 회장의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하는 당선감사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세상을 떠난 성 회장의 발인예배가 열린 곳도 이 교회다.
 
교회 이용한 이규태
 

무기중개상인 이 회장도 교회 장로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본성결교회에 다닌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남전도회 전국연합회 임원, 한국성결신문 운영위원장, 서울신학대학교 서기이사를 맡는 등 개신교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이 회장이 교회를 처음 접한 것은 30세 때의 일이다. 부친의 장례를 치르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신앙인으로서 사업보다 교회 일에 앞장섰고, 1992년 장로가 됐다. 사명도 신앙과 관계가 있다. ‘일광’은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뜻한다. 이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니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듯 회사가 성장했다”고 전한 바 있다.
 
‘클라라 스캔들’로 유명해진 이 회장은 방산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달 31일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1101억원(9617만 달러)을 가로챈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터키 하벨산의 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명분으로 관련 비용을 애초 책정한 금액보다 2배나 비싸게 부풀렸지만 실제로는 R&D 관련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창구로 이 회장 사무실이 마련된 교회를 의심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교회 내부에 ‘밀실’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교회는 2009년 경협차관을 러시아 무기로 대신 받는 ‘불곰사업’을 중개하면서 이 회장의 수수료 세탁창구로 이용된 곳이다. 이 회장은 당시 수수료 84억원 중 46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9년 구속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교회 먼저인 박성철
 
박 회장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교회 장로인 박 회장은 크리스천으로서 담배와 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책은 성경과 람세스. 지난 40년 동안 교회 예배를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1년에 100명 이상씩 전도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맡기도 박 회장은 북한에 교회 개척을 추진, 2006년 연면적 2000평 규모의 개성교회를 세웠다.
 
 
박 회장의 세 아들도 모두 교회의 ‘직’을 갖고 있다. 장남 정환씨는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2010년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선교 수도노회로부터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후 인도네시아, 네팔, 중국 등 해외 14개 국가에 설립된 신원 지사를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쳐왔다. 차남 정빈씨와 3남 정주씨는 지난해 각각 신길교회 장로, 안수집사가 됐다.
 
박 회장은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3월 신원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국세청은 최근 박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도마에 오른 곳은 신원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 국세청은 이 회사를 박 회장이 회사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편법으로 만든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로 판단했다. 박 회장은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주식을 매입하면서 증여세 등을 내지 않은 혐의다. 국세청은 일단 박 회장 일가에 200억원가량 추징금을 부과한 상태다.
 
신원(믿을 신·으뜸 원)그룹은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믿음 경영’이 원칙이다. 박 회장이 개신교 정신을 기업이념에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수들 종교는?


재벌그룹 총수들은 무슨 종교를 갖고 있을까.
 
재계 CEO들의 종교는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 등 3대 종교에 몰려있다. CEO들의 종교 현황을 분석한 한 조사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기독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불교, 천주교 순이다. 무교이거나 원불교, 성공회 등 소수 종교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재벌 총수라고 다르지 않다. 주요 대기업 오너들의 종교를 살펴보면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 김영훈 대성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등은 기독교 신자다.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은 불교 신자다. 한때 사돈지간이었던 이건희 삼성 회장과 임창욱 대상 회장은 원불교를 믿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은 각각 천주교, 성공회 신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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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