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에 묻힌 이슈들

정국 삼킨 블랙홀 “끝이 안 보인다”

[일요시사] 최현목 기자 = ‘성완종 사태’는 이슈마저 삼켜버렸다. 마치 블랙홀처럼 4월 임시 국회가 시작된 지난 8일 이후 2주가 넘는 시간을 그대로 빨아들인 형국이다. 정치 현안에 발목 잡힌 국회는 현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야당의 지지까지 받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이 무상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치 현안이 국회를 발목 잡는 경우는 허다했다. 그러나 이번 ‘성완종 사태’만큼 강하게 또한 장기적으로 집어삼킨 경우는 드물었다. 혹자는 이번 스캔들을 두고 헌정사상 최대사건이라고 지목할 만큼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일, 이완구 당시 총리가 직접 사의를 표명했을 정도로 성완종 사태는 정가에 떨어진 핵폭탄과 같다. 문제는 그로 인해 촉각을 다투는 현안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원국조
증인불발

성완종 사태가 집어삼킨 현안들을 분류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경제, 두 번째는 민생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회기가 2주 남짓 남은 상태에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국회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열리기로 했던 본회의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출석 문제로 파행을 맞았다. 그 여파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갈 40여개 법안 처리도 30일에 있을 본회의로 밀려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만약 30일 본회의마저 넘기게 되면 4월 국회 내 처리는 힘들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지난 23일 본회의 파행은 예견된 일이었다. 묻힌 이슈 중 하나인 자원외교국정조사(이하 자원국조) 증인 채택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요구한 ‘자원외교 핵심 5인방’ 중 최 부총리의 이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끊임없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5명의 증인 채택을 요구해왔다. 5인방은 이 전 대통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박영준 전 산업자원부 차관, 윤상직 상업자원주 장관, 그리고 최 부총리를 가리킨다.


새누리당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앞서 브리핑을 통해 “내일 본회의는 시급한 민생현안 해결을 위한 안건처리를 위해 예정된 것이지만, 새정치연합은 최 부총리에 대해 긴급 현안질의를 요구하며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고 말해 불참의사를 밝힌 바 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자원외교 수십조 혈세낭비의 가장 핵심인 최 부총리는 자원외교 질문에 답변해야 할 임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피한 이 상황은 새누리당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자원국조 특별위원회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지난 21일 생명을 다했다. 여·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진상규명 성과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 특위 외부에서 들려오는 평가다. 형식상 5월2일까지 특위가 유지되긴 하지만 청문회 증인 출석을 요구할 경우 요청서를 서면으로 최소 7일 전에 전달해야 함에도 의결에 이르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됐다. 연일 성완종과 관련된 비리 의혹들로 국민의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캔들에 묻힌
세월호 1주기

‘세월호 1주기’는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이슈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지난 10일 ‘성완종 리스트’가 언론에 전격 보도되면서 사실상 국민의 이목에서 멀어졌다. 설상가상 박근혜 대통령이 12일간 남미순방에 오르면서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이번 순방 출국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와 겹쳐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1주기 행사와 관련된 일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추모 일정은 차질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꼭 16일에 출국했어야 했냐”는 반응이 많았다.
 

순방 일정이 발표되고 난 후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가족협의회는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월호 참사 1주년 합동추모식’을 전격 취소했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취소 사유에 대해 “정부가 현재까지 어떠한 답도 주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담화내용 전문을 받아봤는데 하나마나 한 이야기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정부의 세월호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선언이 없으면 추모식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계속적으로 밝힌 바 있다. 추모식에는 희생자 가족과 종교계 대표, 시민 사회단체, 학생 등 총 5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지난 20일에는 세월호 추모집회를 두고 유가족과 경찰이 충돌했다. 1만2000여명의 경찰이 투입돼 유가족 28명이 연행되는 등 심각한 사회현상이었음에도 상대적으로 언론이나 일반 시민들의 주목도는 약했다. 이날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자진 해산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과격하게 전개됐으며 이후 ‘과잉진압’이냐 ‘폭력시위’냐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힘주고 시작한 국회 열기도 전 잿밥
해결책 찾지 못하고 여야 싸움 계속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채택 여부는 사안을 고려해 봤을 때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진 듯하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지난 7일 마무리됐다. 그러나 임명동의안 채택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4월 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채택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입장이었지만 이미 절반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이 지연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지만 정계전문가들은 성완종 사태로 인해 동력을 잃은 점도 한 요인으로 꼽는다.
 

야권은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과 인사특위 소속 정의당 서기호 의원 등 야권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는 게 의미가 없고 경과보고서의 채택 여부를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박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대법관 장기 공백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옥 대법관
동의안 표류

반면 여권은 밀어붙이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야당의 반대로 채택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야당을 설득해보고 그래도 계속 거부하면 국회의장이 4월 국회 중에 직권상정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인사청문회법 9조에 따르면 청문회를 마치고 3일 이내에 경과보고서가 제출되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이번 대법관 채택 문제가 여·야는 물론 법조계 전반의 논쟁으로 번졌다는 측면을 고려해 봤을 때 직권상정 시 불어올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 5월2일까지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지만 파열음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무기구와 특위는 바쁘게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명백한 입장 차만 확인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계속되는 지연에 다급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독촉하며 새정치연합에 ‘2+2 회동’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사태는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강기정 새정치연합정책위원회 의장은 “새누리당은 친박비리게이트 국면전환을 위해 실무기구를 깨는 2+2 회담을 제안하지 말라”며 “김무성 대표의 제의는 우리가 주장하는 공무원연금 사회적 합의 원칙에 맞지 않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경제·민생 현안 산적 
이대로 가면 6월 넘겨

이에 새누리당은 피켓을 들고 나와 결의대회를 했다. 지난 23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이번 4월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소문에서 김 대표는 “이번에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4·29재보궐선거보다, 성완종 사건보다 우리나라의 미래 재정에 중요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민감한 사항인 만큼 6월 국회로 가져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공무원연금 6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부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다면 6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한다고 약속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월 국회를 말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 문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모습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성완종 사태로 인해 불붙은 현안도 있다. 바로 개헌 특위 구성이 그것이다. 개헌을 주장하는 여·야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종교계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개헌추진국민연대’는 지난 18일 4월 국회에서 개헌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이 성완종 사태에 대해 언급해 화제가 됐다. 최근 ‘개헌 전도사’라는 별명이 생긴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이번처럼 덩어리가 큰 부패는 권력구조의 변화가 없으면 드러나지도, 처벌되지도 않는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는 것만이 부패를 없애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공무원연금
6월 넘기나

새정치연합 노웅래 의원은 “국민은 하루하루 살기 버거운데 정치판에서는 권력 실세라는 사람들, 총리에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르는 이런 분들이 억대의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며 “모든 권력을 대통령 한 사람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측근이 돈과 권력을 다 차지하고 여야가 무조건 타협 없이 극한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정치평론가들은 이례적이라 말한다. 그들은 “현재 국회의원들은 성완종의 ‘성’자만 꺼내도 손사래 치기 바쁘다”며 “그런데 이렇게 여·야가 한자리에 모여서 성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이념과 논란을 넘어선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인양’ 중점은?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 국민안전처 등 17개 부처로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해수부가 앞서 제출한 ‘세월호 선체 인양 결정안’을 원안대로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침몰한지 1년여만에 세월호 인양이 결정됐다.

중대본은 이날 회의에서 인양방식, 인양과정의 위험·불확실성, 소요비용 및 예산확보대책, 전문가·실종자 가족 의견수렴 결과, 인양 결정 후속대책 등을 검토했다.

인양은 관련 업체를 선정한 후 3개월간 설계와 준비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장작업은 9월중으로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작업 기간은 1년에서 1년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종자 9명을 수습하는데 중점을 둔 이번 인양은 유실 가능성이 있는 절단법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 독을 투입해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인양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례가 없는 인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2차 안전사고 등에 대한 내용도 발표했다. 해수부는 세월호 무게로 인한 인양점 파괴, 휘어짐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해저면 추락 등 2차 사고위험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입장이다. 기술검토 TF 팀은 “속도보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이번 인양과 관련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동안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며 “앞으로 선체 인양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등 세월호 선체 인양과 실종자 수습에 범정부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사회 각계는 “늦었지만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세월호 인양은 당연한 것인데도 참사 1년이 지난 후에야 결정됐다”면서 “그래도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반가운 소식이며, 기술적인 검토까지 거쳐 최종 결론이 조속히 나서 다행스럽다”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협의회의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인양하겠다고 한지 6개월만의 공식 선언이지만 이제라도 인양을 공식 선언해 환영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가족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인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강조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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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