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유니콘남’ 보고서

“한 번도 안 한 여성만 만나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연애와 결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투자하는 ‘초식남’에 이어 ‘유니콘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화제다. 유니콘남은 초식남과 달리 이성과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상대방의 순결 여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한다. 신조어는 사회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유니콘남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유니콘은 전설 속 동물이다. 유니콘의 몸통은 말과 같고 머리는 사슴, 염소와 비슷하다. 발은 코끼리, 꼬리는 멧돼지를 닮았다. 유니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마 한 가운데 난 뿔이다. 위로 솟은 뿔은 유니콘을 상징한다. 유니콘의 힘은 이 뿔에서 나온다. 뿔은 45cm 가량이며 아래는 백색, 중간은 흑색, 끝은 적색으로 얼룩덜룩하다. 적을 만나면 칼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갑옷이나 방패를 뚫어버린다. 중세 유럽에서는 유니콘의 뿔이 해독능력이 뛰어나 물에 담그기만 해도 바다나 호수 전체가 깨끗해진다고 믿기도 했다.

순결한 처녀만 찾아
 
유니콘은 워낙 힘이 세고 민첩해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붙잡을 수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으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유니콘은 순결한 젊은 처녀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 된다. 그래서 유니콘을 잡기 위해서 처녀를 미끼로 삼았다고 한다. 우선 처녀를 유니콘이 자주 나타나는 숲 속에 홀로 남겨둔다.
 
그러면 유니콘이 처녀의 순결한 냄새를 맡고 처녀에게 접근해 처녀 무릎 위에 머리를 눕히고 잠든다. 이때 유니콘을 재빨리 포획한다. 하지만 순결하지 않은 처녀라면 그 자리에서 큰 뿔로 비처녀의 배를 뚫어버리는 잔혹함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유니콘은 정결과 청순을 상징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한 잡지 속 삽화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전설 속 유니콘 이야기가 일본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니콘남’이 등장해 사회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초식남, 절식남 등 연애를 기피하고 포기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바 있다. 여기에 진화된 형태인 유니콘남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유니콘남은 초식남, 절식남처럼 연애를 기피하지는 않지만 상대를 가려서 만난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처녀를 원하는 독신남들이 늘어나면서 유니콘남이라는 황당한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지나친 성 개방에 따른 반대급부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콘남 등장에 앞서 일본에서는 남성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연애하는 남성상보다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초식남의 등장은 일본 사회의 팍팍한 이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적지 않은 남성들이 연애나 결혼에 필요한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아예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좋은 삶이라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경기불황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초식남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길거리에는 젊은 여성과 나이 많은 남성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고 전해진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연애를 포기한 반면 경제력 있는 40∼50대 남성들은 젊은 20∼30대 여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초식화 현상을 넘어 절식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절식남’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가족계획협회가 지난해 9월 전국 16∼4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성경험률이 50%를 넘는 연령은 29세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조사 때의 23세, 2010년과 2012년 조사 때의 26세보다 더 늦춰진 것이다. 여성 역시 이 연령이 28세로 나타나 과거 조사(24~27세) 때보다 늦춰졌다.
 
초식남·절식남 이어 신조어 등장
상대방 순결 여부 따라 다른 태도
 
특히 젊은 남성일수록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조사 대상 남성의 18.4%가 섹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일부는 섹스를 혐오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령대별로는 16∼19세는 34.0%, 20∼24세 21.1%, 25∼29세 21.6% 등이었다. 10.2%로 나타난 45∼49세 중년층보다도 낮았다.
 

일본가족계획협회 이사장인 기타무라 구니오는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게 귀찮다거나 결혼을 해도 이익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남성에게서 이 같은 경향이 짙었다고 봤다. 그는 “상대와 관계를 쌓으려면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섹스에 도달하기까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렵다고 느끼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부부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1개월 이상 섹스를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44.6%(남성 36.2%, 여성 5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섹스에 소극적인 이유는 ‘일로 피곤해서’(21.3%), ‘출산 후 왠지 모르게’(15.7%) 등이 많았다. 이외에도 소수지만 ‘취미나 다른 일이 섹스보다 즐거워서’(남성 4.5%, 여성 5.9%)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후지TV <토크다네>에서는 2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섹스에 관한 흥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대 남성 30% 이상이 “섹스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토크다네>는 거리의 젊은 남성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친구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대학생)” “시간이 부족하다. 평일은 직장일로, 휴일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기 바쁘다(회사원)” “관계를 쌓는데 드는 노력이 귀찮다. 꼬집어 말하자면 돈이다(회사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일본 청년들이 연애를 기피하면서 젊은층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일본형 장기부진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일본형 장기 경기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2017년경에는 생산가능인구, 2030년에는 총인구가 각각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연애 포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300건(5.4%)이 줄었다. 이는 30만8600건을 기록했던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제적인 혼인율 비교 수치인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역시 6건으로 전년보다 0.4건이 줄었다. 이는 조혼인율 통계를 산출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혼인기피 현상의 심화로 평균 초혼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남자의 평균 초혼연령은 32.4세, 여자는 29.8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가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결혼을 늦게 하고 있다. 초혼비율은 남자가 84.4%, 여자가 82.3%로 전년보다 각각 0.4%, 0.9% 감소했다.
 
평균 재혼연령도 남자가 47.1세, 여자가 43세로 전년보다 각각 0.4세, 0.5세 올랐다. 외국인과의 혼인도 급감했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3300건으로 전년보다 2600건(10.2%)이 감소했다. 이혼율은 증가했다. 2014년 이혼은 11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200건(0.2%)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청년 취업난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층의 증가와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지대 순결 강요 논란
 
명지대학교 채플 수업 도중 강의를 맡은 목사가 학생들에게 순결을 강요해 논란이다. 학교 측은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명지대학교 대신 전해 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채플 수업을 들은 학생 A씨가 강연을 한 목사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수업 중 “목사님이 순결, 순결 하시면서 ‘순결을 지키지 못한 건 죄를 짓는 것’이라고 설교해 듣기가 정말 불쾌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왜 학생들이 순결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으면서 죄인인 채로 채플을 들어야 하나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강의를 맡은 목사는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걸레’라는 표현을 썼고, 결국 A씨는 수업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생들의 증언이 댓글로 이어졌고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해 목사를 대신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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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