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유니콘남’ 보고서

“한 번도 안 한 여성만 만나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연애와 결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투자하는 ‘초식남’에 이어 ‘유니콘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화제다. 유니콘남은 초식남과 달리 이성과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상대방의 순결 여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한다. 신조어는 사회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유니콘남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유니콘은 전설 속 동물이다. 유니콘의 몸통은 말과 같고 머리는 사슴, 염소와 비슷하다. 발은 코끼리, 꼬리는 멧돼지를 닮았다. 유니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마 한 가운데 난 뿔이다. 위로 솟은 뿔은 유니콘을 상징한다. 유니콘의 힘은 이 뿔에서 나온다. 뿔은 45cm 가량이며 아래는 백색, 중간은 흑색, 끝은 적색으로 얼룩덜룩하다. 적을 만나면 칼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갑옷이나 방패를 뚫어버린다. 중세 유럽에서는 유니콘의 뿔이 해독능력이 뛰어나 물에 담그기만 해도 바다나 호수 전체가 깨끗해진다고 믿기도 했다.

순결한 처녀만 찾아
 
유니콘은 워낙 힘이 세고 민첩해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붙잡을 수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으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유니콘은 순결한 젊은 처녀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 된다. 그래서 유니콘을 잡기 위해서 처녀를 미끼로 삼았다고 한다. 우선 처녀를 유니콘이 자주 나타나는 숲 속에 홀로 남겨둔다.
 
그러면 유니콘이 처녀의 순결한 냄새를 맡고 처녀에게 접근해 처녀 무릎 위에 머리를 눕히고 잠든다. 이때 유니콘을 재빨리 포획한다. 하지만 순결하지 않은 처녀라면 그 자리에서 큰 뿔로 비처녀의 배를 뚫어버리는 잔혹함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유니콘은 정결과 청순을 상징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한 잡지 속 삽화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전설 속 유니콘 이야기가 일본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니콘남’이 등장해 사회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초식남, 절식남 등 연애를 기피하고 포기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바 있다. 여기에 진화된 형태인 유니콘남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유니콘남은 초식남, 절식남처럼 연애를 기피하지는 않지만 상대를 가려서 만난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처녀를 원하는 독신남들이 늘어나면서 유니콘남이라는 황당한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지나친 성 개방에 따른 반대급부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콘남 등장에 앞서 일본에서는 남성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연애하는 남성상보다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초식남의 등장은 일본 사회의 팍팍한 이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적지 않은 남성들이 연애나 결혼에 필요한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아예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좋은 삶이라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경기불황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초식남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길거리에는 젊은 여성과 나이 많은 남성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고 전해진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연애를 포기한 반면 경제력 있는 40∼50대 남성들은 젊은 20∼30대 여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초식화 현상을 넘어 절식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절식남’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가족계획협회가 지난해 9월 전국 16∼4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성경험률이 50%를 넘는 연령은 29세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조사 때의 23세, 2010년과 2012년 조사 때의 26세보다 더 늦춰진 것이다. 여성 역시 이 연령이 28세로 나타나 과거 조사(24~27세) 때보다 늦춰졌다.
 
초식남·절식남 이어 신조어 등장
상대방 순결 여부 따라 다른 태도
 
특히 젊은 남성일수록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조사 대상 남성의 18.4%가 섹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일부는 섹스를 혐오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령대별로는 16∼19세는 34.0%, 20∼24세 21.1%, 25∼29세 21.6% 등이었다. 10.2%로 나타난 45∼49세 중년층보다도 낮았다.
 
일본가족계획협회 이사장인 기타무라 구니오는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게 귀찮다거나 결혼을 해도 이익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남성에게서 이 같은 경향이 짙었다고 봤다. 그는 “상대와 관계를 쌓으려면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섹스에 도달하기까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렵다고 느끼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부부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1개월 이상 섹스를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44.6%(남성 36.2%, 여성 5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섹스에 소극적인 이유는 ‘일로 피곤해서’(21.3%), ‘출산 후 왠지 모르게’(15.7%) 등이 많았다. 이외에도 소수지만 ‘취미나 다른 일이 섹스보다 즐거워서’(남성 4.5%, 여성 5.9%)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후지TV <토크다네>에서는 2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섹스에 관한 흥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대 남성 30% 이상이 “섹스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토크다네>는 거리의 젊은 남성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친구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대학생)” “시간이 부족하다. 평일은 직장일로, 휴일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기 바쁘다(회사원)” “관계를 쌓는데 드는 노력이 귀찮다. 꼬집어 말하자면 돈이다(회사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일본 청년들이 연애를 기피하면서 젊은층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일본형 장기부진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일본형 장기 경기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2017년경에는 생산가능인구, 2030년에는 총인구가 각각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연애 포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300건(5.4%)이 줄었다. 이는 30만8600건을 기록했던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제적인 혼인율 비교 수치인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역시 6건으로 전년보다 0.4건이 줄었다. 이는 조혼인율 통계를 산출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혼인기피 현상의 심화로 평균 초혼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남자의 평균 초혼연령은 32.4세, 여자는 29.8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가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결혼을 늦게 하고 있다. 초혼비율은 남자가 84.4%, 여자가 82.3%로 전년보다 각각 0.4%, 0.9% 감소했다.
 
평균 재혼연령도 남자가 47.1세, 여자가 43세로 전년보다 각각 0.4세, 0.5세 올랐다. 외국인과의 혼인도 급감했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3300건으로 전년보다 2600건(10.2%)이 감소했다. 이혼율은 증가했다. 2014년 이혼은 11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200건(0.2%)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청년 취업난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층의 증가와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지대 순결 강요 논란
 
명지대학교 채플 수업 도중 강의를 맡은 목사가 학생들에게 순결을 강요해 논란이다. 학교 측은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명지대학교 대신 전해 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채플 수업을 들은 학생 A씨가 강연을 한 목사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수업 중 “목사님이 순결, 순결 하시면서 ‘순결을 지키지 못한 건 죄를 짓는 것’이라고 설교해 듣기가 정말 불쾌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왜 학생들이 순결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으면서 죄인인 채로 채플을 들어야 하나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강의를 맡은 목사는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걸레’라는 표현을 썼고, 결국 A씨는 수업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생들의 증언이 댓글로 이어졌고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해 목사를 대신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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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