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유니콘남’ 보고서

“한 번도 안 한 여성만 만나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연애와 결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투자하는 ‘초식남’에 이어 ‘유니콘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화제다. 유니콘남은 초식남과 달리 이성과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상대방의 순결 여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한다. 신조어는 사회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유니콘남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유니콘은 전설 속 동물이다. 유니콘의 몸통은 말과 같고 머리는 사슴, 염소와 비슷하다. 발은 코끼리, 꼬리는 멧돼지를 닮았다. 유니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마 한 가운데 난 뿔이다. 위로 솟은 뿔은 유니콘을 상징한다. 유니콘의 힘은 이 뿔에서 나온다. 뿔은 45cm 가량이며 아래는 백색, 중간은 흑색, 끝은 적색으로 얼룩덜룩하다. 적을 만나면 칼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갑옷이나 방패를 뚫어버린다. 중세 유럽에서는 유니콘의 뿔이 해독능력이 뛰어나 물에 담그기만 해도 바다나 호수 전체가 깨끗해진다고 믿기도 했다.

순결한 처녀만 찾아
 
유니콘은 워낙 힘이 세고 민첩해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붙잡을 수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으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유니콘은 순결한 젊은 처녀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 된다. 그래서 유니콘을 잡기 위해서 처녀를 미끼로 삼았다고 한다. 우선 처녀를 유니콘이 자주 나타나는 숲 속에 홀로 남겨둔다.
 
그러면 유니콘이 처녀의 순결한 냄새를 맡고 처녀에게 접근해 처녀 무릎 위에 머리를 눕히고 잠든다. 이때 유니콘을 재빨리 포획한다. 하지만 순결하지 않은 처녀라면 그 자리에서 큰 뿔로 비처녀의 배를 뚫어버리는 잔혹함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유니콘은 정결과 청순을 상징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한 잡지 속 삽화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전설 속 유니콘 이야기가 일본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니콘남’이 등장해 사회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초식남, 절식남 등 연애를 기피하고 포기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바 있다. 여기에 진화된 형태인 유니콘남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유니콘남은 초식남, 절식남처럼 연애를 기피하지는 않지만 상대를 가려서 만난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처녀를 원하는 독신남들이 늘어나면서 유니콘남이라는 황당한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지나친 성 개방에 따른 반대급부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콘남 등장에 앞서 일본에서는 남성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연애하는 남성상보다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초식남의 등장은 일본 사회의 팍팍한 이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적지 않은 남성들이 연애나 결혼에 필요한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아예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좋은 삶이라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경기불황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초식남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길거리에는 젊은 여성과 나이 많은 남성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고 전해진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연애를 포기한 반면 경제력 있는 40∼50대 남성들은 젊은 20∼30대 여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초식화 현상을 넘어 절식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절식남’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가족계획협회가 지난해 9월 전국 16∼4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성경험률이 50%를 넘는 연령은 29세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조사 때의 23세, 2010년과 2012년 조사 때의 26세보다 더 늦춰진 것이다. 여성 역시 이 연령이 28세로 나타나 과거 조사(24~27세) 때보다 늦춰졌다.
 
초식남·절식남 이어 신조어 등장
상대방 순결 여부 따라 다른 태도
 
특히 젊은 남성일수록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조사 대상 남성의 18.4%가 섹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일부는 섹스를 혐오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령대별로는 16∼19세는 34.0%, 20∼24세 21.1%, 25∼29세 21.6% 등이었다. 10.2%로 나타난 45∼49세 중년층보다도 낮았다.
 

일본가족계획협회 이사장인 기타무라 구니오는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게 귀찮다거나 결혼을 해도 이익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남성에게서 이 같은 경향이 짙었다고 봤다. 그는 “상대와 관계를 쌓으려면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섹스에 도달하기까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렵다고 느끼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부부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1개월 이상 섹스를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44.6%(남성 36.2%, 여성 5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섹스에 소극적인 이유는 ‘일로 피곤해서’(21.3%), ‘출산 후 왠지 모르게’(15.7%) 등이 많았다. 이외에도 소수지만 ‘취미나 다른 일이 섹스보다 즐거워서’(남성 4.5%, 여성 5.9%)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후지TV <토크다네>에서는 2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섹스에 관한 흥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대 남성 30% 이상이 “섹스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토크다네>는 거리의 젊은 남성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친구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대학생)” “시간이 부족하다. 평일은 직장일로, 휴일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기 바쁘다(회사원)” “관계를 쌓는데 드는 노력이 귀찮다. 꼬집어 말하자면 돈이다(회사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일본 청년들이 연애를 기피하면서 젊은층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일본형 장기부진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일본형 장기 경기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2017년경에는 생산가능인구, 2030년에는 총인구가 각각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연애 포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300건(5.4%)이 줄었다. 이는 30만8600건을 기록했던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제적인 혼인율 비교 수치인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역시 6건으로 전년보다 0.4건이 줄었다. 이는 조혼인율 통계를 산출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혼인기피 현상의 심화로 평균 초혼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남자의 평균 초혼연령은 32.4세, 여자는 29.8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가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결혼을 늦게 하고 있다. 초혼비율은 남자가 84.4%, 여자가 82.3%로 전년보다 각각 0.4%, 0.9% 감소했다.
 
평균 재혼연령도 남자가 47.1세, 여자가 43세로 전년보다 각각 0.4세, 0.5세 올랐다. 외국인과의 혼인도 급감했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3300건으로 전년보다 2600건(10.2%)이 감소했다. 이혼율은 증가했다. 2014년 이혼은 11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200건(0.2%)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청년 취업난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층의 증가와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지대 순결 강요 논란
 
명지대학교 채플 수업 도중 강의를 맡은 목사가 학생들에게 순결을 강요해 논란이다. 학교 측은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명지대학교 대신 전해 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채플 수업을 들은 학생 A씨가 강연을 한 목사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수업 중 “목사님이 순결, 순결 하시면서 ‘순결을 지키지 못한 건 죄를 짓는 것’이라고 설교해 듣기가 정말 불쾌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왜 학생들이 순결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으면서 죄인인 채로 채플을 들어야 하나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강의를 맡은 목사는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걸레’라는 표현을 썼고, 결국 A씨는 수업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생들의 증언이 댓글로 이어졌고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해 목사를 대신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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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