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유니콘남’ 보고서
<충격세태> ‘유니콘남’ 보고서
  • 이광호 기자
  • 승인 2015.04.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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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한 여성만 만나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연애와 결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투자하는 ‘초식남’에 이어 ‘유니콘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화제다. 유니콘남은 초식남과 달리 이성과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상대방의 순결 여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한다. 신조어는 사회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유니콘남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유니콘은 전설 속 동물이다. 유니콘의 몸통은 말과 같고 머리는 사슴, 염소와 비슷하다. 발은 코끼리, 꼬리는 멧돼지를 닮았다. 유니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마 한 가운데 난 뿔이다. 위로 솟은 뿔은 유니콘을 상징한다. 유니콘의 힘은 이 뿔에서 나온다. 뿔은 45cm 가량이며 아래는 백색, 중간은 흑색, 끝은 적색으로 얼룩덜룩하다. 적을 만나면 칼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갑옷이나 방패를 뚫어버린다. 중세 유럽에서는 유니콘의 뿔이 해독능력이 뛰어나 물에 담그기만 해도 바다나 호수 전체가 깨끗해진다고 믿기도 했다.

순결한 처녀만 찾아
 
유니콘은 워낙 힘이 세고 민첩해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붙잡을 수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으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유니콘은 순결한 젊은 처녀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 된다. 그래서 유니콘을 잡기 위해서 처녀를 미끼로 삼았다고 한다. 우선 처녀를 유니콘이 자주 나타나는 숲 속에 홀로 남겨둔다.
 
그러면 유니콘이 처녀의 순결한 냄새를 맡고 처녀에게 접근해 처녀 무릎 위에 머리를 눕히고 잠든다. 이때 유니콘을 재빨리 포획한다. 하지만 순결하지 않은 처녀라면 그 자리에서 큰 뿔로 비처녀의 배를 뚫어버리는 잔혹함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유니콘은 정결과 청순을 상징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한 잡지 속 삽화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전설 속 유니콘 이야기가 일본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니콘남’이 등장해 사회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초식남, 절식남 등 연애를 기피하고 포기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바 있다. 여기에 진화된 형태인 유니콘남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유니콘남은 초식남, 절식남처럼 연애를 기피하지는 않지만 상대를 가려서 만난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처녀를 원하는 독신남들이 늘어나면서 유니콘남이라는 황당한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지나친 성 개방에 따른 반대급부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콘남 등장에 앞서 일본에서는 남성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연애하는 남성상보다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초식남의 등장은 일본 사회의 팍팍한 이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적지 않은 남성들이 연애나 결혼에 필요한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아예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좋은 삶이라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경기불황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초식남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길거리에는 젊은 여성과 나이 많은 남성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고 전해진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연애를 포기한 반면 경제력 있는 40∼50대 남성들은 젊은 20∼30대 여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초식화 현상을 넘어 절식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절식남’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가족계획협회가 지난해 9월 전국 16∼4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성경험률이 50%를 넘는 연령은 29세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조사 때의 23세, 2010년과 2012년 조사 때의 26세보다 더 늦춰진 것이다. 여성 역시 이 연령이 28세로 나타나 과거 조사(24~27세) 때보다 늦춰졌다.
 
초식남·절식남 이어 신조어 등장
상대방 순결 여부 따라 다른 태도
 
특히 젊은 남성일수록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조사 대상 남성의 18.4%가 섹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일부는 섹스를 혐오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령대별로는 16∼19세는 34.0%, 20∼24세 21.1%, 25∼29세 21.6% 등이었다. 10.2%로 나타난 45∼49세 중년층보다도 낮았다.
 
일본가족계획협회 이사장인 기타무라 구니오는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게 귀찮다거나 결혼을 해도 이익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남성에게서 이 같은 경향이 짙었다고 봤다. 그는 “상대와 관계를 쌓으려면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섹스에 도달하기까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렵다고 느끼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부부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1개월 이상 섹스를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44.6%(남성 36.2%, 여성 5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섹스에 소극적인 이유는 ‘일로 피곤해서’(21.3%), ‘출산 후 왠지 모르게’(15.7%) 등이 많았다. 이외에도 소수지만 ‘취미나 다른 일이 섹스보다 즐거워서’(남성 4.5%, 여성 5.9%)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후지TV <토크다네>에서는 2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섹스에 관한 흥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대 남성 30% 이상이 “섹스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토크다네>는 거리의 젊은 남성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친구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대학생)” “시간이 부족하다. 평일은 직장일로, 휴일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기 바쁘다(회사원)” “관계를 쌓는데 드는 노력이 귀찮다. 꼬집어 말하자면 돈이다(회사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일본 청년들이 연애를 기피하면서 젊은층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일본형 장기부진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일본형 장기 경기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2017년경에는 생산가능인구, 2030년에는 총인구가 각각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연애 포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300건(5.4%)이 줄었다. 이는 30만8600건을 기록했던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제적인 혼인율 비교 수치인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역시 6건으로 전년보다 0.4건이 줄었다. 이는 조혼인율 통계를 산출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혼인기피 현상의 심화로 평균 초혼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남자의 평균 초혼연령은 32.4세, 여자는 29.8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가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결혼을 늦게 하고 있다. 초혼비율은 남자가 84.4%, 여자가 82.3%로 전년보다 각각 0.4%, 0.9% 감소했다.
 
평균 재혼연령도 남자가 47.1세, 여자가 43세로 전년보다 각각 0.4세, 0.5세 올랐다. 외국인과의 혼인도 급감했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3300건으로 전년보다 2600건(10.2%)이 감소했다. 이혼율은 증가했다. 2014년 이혼은 11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200건(0.2%)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청년 취업난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층의 증가와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지대 순결 강요 논란
 
명지대학교 채플 수업 도중 강의를 맡은 목사가 학생들에게 순결을 강요해 논란이다. 학교 측은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명지대학교 대신 전해 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채플 수업을 들은 학생 A씨가 강연을 한 목사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수업 중 “목사님이 순결, 순결 하시면서 ‘순결을 지키지 못한 건 죄를 짓는 것’이라고 설교해 듣기가 정말 불쾌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왜 학생들이 순결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으면서 죄인인 채로 채플을 들어야 하나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강의를 맡은 목사는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걸레’라는 표현을 썼고, 결국 A씨는 수업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생들의 증언이 댓글로 이어졌고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해 목사를 대신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