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유니콘남’ 보고서

“한 번도 안 한 여성만 만나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연애와 결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투자하는 ‘초식남’에 이어 ‘유니콘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화제다. 유니콘남은 초식남과 달리 이성과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상대방의 순결 여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한다. 신조어는 사회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유니콘남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유니콘은 전설 속 동물이다. 유니콘의 몸통은 말과 같고 머리는 사슴, 염소와 비슷하다. 발은 코끼리, 꼬리는 멧돼지를 닮았다. 유니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마 한 가운데 난 뿔이다. 위로 솟은 뿔은 유니콘을 상징한다. 유니콘의 힘은 이 뿔에서 나온다. 뿔은 45cm 가량이며 아래는 백색, 중간은 흑색, 끝은 적색으로 얼룩덜룩하다. 적을 만나면 칼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갑옷이나 방패를 뚫어버린다. 중세 유럽에서는 유니콘의 뿔이 해독능력이 뛰어나 물에 담그기만 해도 바다나 호수 전체가 깨끗해진다고 믿기도 했다.

순결한 처녀만 찾아
 
유니콘은 워낙 힘이 세고 민첩해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붙잡을 수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으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유니콘은 순결한 젊은 처녀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 된다. 그래서 유니콘을 잡기 위해서 처녀를 미끼로 삼았다고 한다. 우선 처녀를 유니콘이 자주 나타나는 숲 속에 홀로 남겨둔다.
 
그러면 유니콘이 처녀의 순결한 냄새를 맡고 처녀에게 접근해 처녀 무릎 위에 머리를 눕히고 잠든다. 이때 유니콘을 재빨리 포획한다. 하지만 순결하지 않은 처녀라면 그 자리에서 큰 뿔로 비처녀의 배를 뚫어버리는 잔혹함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유니콘은 정결과 청순을 상징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한 잡지 속 삽화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전설 속 유니콘 이야기가 일본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니콘남’이 등장해 사회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초식남, 절식남 등 연애를 기피하고 포기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바 있다. 여기에 진화된 형태인 유니콘남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유니콘남은 초식남, 절식남처럼 연애를 기피하지는 않지만 상대를 가려서 만난다. 처녀에게는 매우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하지만 상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대적으로 돌변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처녀를 원하는 독신남들이 늘어나면서 유니콘남이라는 황당한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지나친 성 개방에 따른 반대급부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콘남 등장에 앞서 일본에서는 남성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연애하는 남성상보다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초식남의 등장은 일본 사회의 팍팍한 이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적지 않은 남성들이 연애나 결혼에 필요한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아예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좋은 삶이라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경기불황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초식남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길거리에는 젊은 여성과 나이 많은 남성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고 전해진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연애를 포기한 반면 경제력 있는 40∼50대 남성들은 젊은 20∼30대 여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초식화 현상을 넘어 절식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절식남’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가족계획협회가 지난해 9월 전국 16∼4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성경험률이 50%를 넘는 연령은 29세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조사 때의 23세, 2010년과 2012년 조사 때의 26세보다 더 늦춰진 것이다. 여성 역시 이 연령이 28세로 나타나 과거 조사(24~27세) 때보다 늦춰졌다.
 
초식남·절식남 이어 신조어 등장
상대방 순결 여부 따라 다른 태도
 
특히 젊은 남성일수록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조사 대상 남성의 18.4%가 섹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일부는 섹스를 혐오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령대별로는 16∼19세는 34.0%, 20∼24세 21.1%, 25∼29세 21.6% 등이었다. 10.2%로 나타난 45∼49세 중년층보다도 낮았다.
 

일본가족계획협회 이사장인 기타무라 구니오는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게 귀찮다거나 결혼을 해도 이익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남성에게서 이 같은 경향이 짙었다고 봤다. 그는 “상대와 관계를 쌓으려면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섹스에 도달하기까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렵다고 느끼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부부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1개월 이상 섹스를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44.6%(남성 36.2%, 여성 5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섹스에 소극적인 이유는 ‘일로 피곤해서’(21.3%), ‘출산 후 왠지 모르게’(15.7%) 등이 많았다. 이외에도 소수지만 ‘취미나 다른 일이 섹스보다 즐거워서’(남성 4.5%, 여성 5.9%)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후지TV <토크다네>에서는 2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섹스에 관한 흥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대 남성 30% 이상이 “섹스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토크다네>는 거리의 젊은 남성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친구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대학생)” “시간이 부족하다. 평일은 직장일로, 휴일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기 바쁘다(회사원)” “관계를 쌓는데 드는 노력이 귀찮다. 꼬집어 말하자면 돈이다(회사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일본 청년들이 연애를 기피하면서 젊은층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일본형 장기부진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일본형 장기 경기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2017년경에는 생산가능인구, 2030년에는 총인구가 각각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연애 포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300건(5.4%)이 줄었다. 이는 30만8600건을 기록했던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제적인 혼인율 비교 수치인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역시 6건으로 전년보다 0.4건이 줄었다. 이는 조혼인율 통계를 산출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혼인기피 현상의 심화로 평균 초혼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남자의 평균 초혼연령은 32.4세, 여자는 29.8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가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결혼을 늦게 하고 있다. 초혼비율은 남자가 84.4%, 여자가 82.3%로 전년보다 각각 0.4%, 0.9% 감소했다.
 
평균 재혼연령도 남자가 47.1세, 여자가 43세로 전년보다 각각 0.4세, 0.5세 올랐다. 외국인과의 혼인도 급감했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3300건으로 전년보다 2600건(10.2%)이 감소했다. 이혼율은 증가했다. 2014년 이혼은 11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200건(0.2%)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청년 취업난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층의 증가와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지대 순결 강요 논란
 
명지대학교 채플 수업 도중 강의를 맡은 목사가 학생들에게 순결을 강요해 논란이다. 학교 측은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명지대학교 대신 전해 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채플 수업을 들은 학생 A씨가 강연을 한 목사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수업 중 “목사님이 순결, 순결 하시면서 ‘순결을 지키지 못한 건 죄를 짓는 것’이라고 설교해 듣기가 정말 불쾌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왜 학생들이 순결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으면서 죄인인 채로 채플을 들어야 하나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강의를 맡은 목사는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걸레’라는 표현을 썼고, 결국 A씨는 수업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생들의 증언이 댓글로 이어졌고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해 목사를 대신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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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