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아슬아슬한 개그콘서트, 왜?

개그 위험수위 '꼴딱꼴딱'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외모 비하, 일베 용어 사용 등 끊임없는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KBS <개그콘서트>가 최근 ‘민상토론’이라는 정치 풍자 코너를 선보여 국민 대표 개그 프로그램의 위신을 세웠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민상토론’의 우회적인 정치 풍자로 아슬아슬한 웃음을 제공하는 반면, ‘핫이슈’의 지나친 사회 풍자로 불편한 웃음을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개그콘서트>의 방송 수위에 대해 점검해봤다.

KBS <개그콘서트>는 지난 1999년 9월4일 추석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선보인 이후,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11월25일 정규프로그램 편성돼 16년간 국민 대표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매주 주말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콘서트>는 높은 시청률을 보인 가운데 수많은 논란과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변화구 성공할까

지난 2005년에는 개그맨 김진철이 후배 개그맨들을 폭행해 방송 출연 정지 처분을 받는 데 이어 2006년 코너 ‘붕~닭’의 표절 논란, 2009년 코너 ‘도움상회’의 여당 옹호 개그 논란을 받았다. 개그맨 곽한구의 외제차 절도, 김준호의 해외 원정 도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0년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박성광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발언했다가 정치권의 외압설·공영방송의 친정부 편향설 의혹이 제기돼 방송 6개월 만에 코너가 폐지됐다. 2011년에는 ‘발레리NO’ 코너에서 개그맨의 성기를 개그 소재로 다뤄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고,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최효종이 “국회의원이 되려면 출마할 때 공탁금 2억원만 들고 선거관리위원회로 찾아가면 된다”라고 발언해 당시 무소속 강용석 국회의원으로부터 집단 모욕죄로 검찰에 고소됐다.

2012년 7월에는 ‘용감한 녀석들’에서 “예쁜 여자 면회 오면 와∼, 못생긴 애 면회 오면 와∼ 눈이 낮아지는 불쌍한 군인. 힘들지? 초코파이 와∼ 당분이 부족한 우리나라 군인” “멋진 남자 전화 오면 반갑게 받고 군인이면 이놈의 콜렉트콜. 멋진 남자 여름 휴가 기대를 하고 군대 휴가는? 뭐 이리 자주 나와. 군대가 편해졌네” 등의 군인 비하 발언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코너 폐지 요구 항의 글이 빗발쳤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잘 들어” 등 반말 섞인 훈계 발언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 조치를 받아 1년 만에 코너가 폐지됐다. 2013년 선보인 ‘버티고’ 코너에서는 상대 개그맨의 뺨을 때려 웃음을 자아내 가학성·저질성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11월 ‘렛잇비’에서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의 상징 인형인 ‘베충이’ 관련 사진을 공개해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1월에는 ‘부엉이’ 코너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한 장면이 연출돼 논란을 더했다.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등산객이 부엉이의 안내를 받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에 부엉이가 “쟤는 날지 못한다. 낭떠러지로 떨어진 사람의 기분을 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산화를 신은 채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을 떠올리게 해 누리꾼으로부터 ‘코너 폐지’ ‘개그맨 및 제작진의 퇴출’ ‘공영방송의 무너진 위상’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지난 5일 첫 선을 보인 코너 ‘민상토론’은 기존의 정치 풍자와는 달리 ‘변화구’ 정치 풍자라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아슬아슬한 수위에 폐지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이 코너는 정치권을 향해 직설화법이 아닌 우회적인 비난을 쏟아낸다.

그동안 이 코너에서는 박영진 사회자가 패널 유민상, 김대성에게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문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무상급식 논란 등의 질문을 던졌다. 12일 방송에서 박영진은 유민상에게 정치, 리빙·요리, 스포츠 중에서 한 주제를 선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유민상이 리빙·요리를 선택하자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자원외교’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유민상이 “이게 무슨 심야토론이야? 백분토론이야? 아 백분토론은 MBC지?”라고 말하자, 박영진은 “MB? MB? MB가 잘못했다? 이명박씨?”라고 되물었다.

김대성에게 의견을 묻자 “이게 복잡한 문제이긴 한데…”라고 말하자 박영진이 “문재인?”이라고 되물었고, 김대성이 “잘못했어요”라고 대답을 회피하자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이 잘못했다?”라고 추궁했다.


정치사회 풍자 신규코너들 인기
“너무 나갔나” 불편한 웃음 지적

19일 방송에서는 유민상과 김대성이 새로운 코너를 선보인다고 말했지만, 무대가 치워지며 민상토론 코너가 이어졌다. 테이블 위에는 패널 테이블 위에 비타500이 놓여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하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박영진 사회자가 ‘박근혜 정부를 중간 평가한다’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으며 유민상이 “새코너를 할 건데 뭔가 잘못된 거 같습니다”고 말하자 “정부정책이 잘못됐다?”라고 되물었다. 이에 유민상이 “아니요”라고 회피하자 “아니다? 그러면 괜찮다? 좋다”라고 되물었고 “이 꼴로 뭘 합니까?”라는 유민상의 발언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 게스트의 “좋아하는 스타일의 대통령 비서실장이 누굽니까?”라는 질문에 “싫어요”라고 답하자 “다 싫다?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19일 첫 선을 보인 ‘핫이슈’ 코너에서는 언론사의 어뷰징 기사를 작성해 루머를 확산시키는 일부 기자, 이른바 '기레기(기자+쓰레기)'를 비난했다. 해당 코너에서 연출된 언론사의 사훈은 ‘Ctrl+C, Crtl+V’였으며, 기자 세 명이 “Ctrl+C, Crtl+V, 복사하기, 붙여넣기”를 반복해 언급했다.

또한 걸그룹 EXID의 하니 멤버에 대한 열애설 기사를 보도하자는 편집장의 제안에 설운도와의 열애 근거로 비슷한 노랫말을 제시했다. EXID의 노래 ‘위 아래’의 ‘위 아래 위위 아래’ 노랫말 가사에 설운도의 노래 ‘트위스트’의 ‘상(上)하(下)이 상하이 상하이’가 같은 말이라는 이유였다.

소속사에 확인 전화를 해 “하니랑 설운도씨랑 사귀는 거 맞죠?”라고 질문하자 소속사가 “네? 뭐라고요?”라고 답했고 이에 ‘소속사 당혹스러움 감추지 못해’라는 문구를 기사에 삽입하라는 편집장의 지시가 이어졌다.

누리꾼 자두이씨는 민상토론에 대해 “화끈한 정치 풍자가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새코너임에도 불구하고 2주 만에 자체 시청률 1위 코너가 된 데는 재치와 유머, 풍자의 3요소가 조화를 잘 이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치인과 일반인이 물에 빠진다면 정부에서는 누구부터 구할까?”라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블로그 운영자 thinkdiffe****는 “정치권 인사의 실명이 언급되는 등 다소 여론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나 직접적인 비난이 아닌 우회적인 풍자 개그다”며 “언급된 정치인은 기분 나쁠 수 있겠으나 이 정도의 풍자라면 폐지 논란 없이 장수 코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블루문(Kickthe****)도 “페이소스가 있는 개그에 큰 웃음이 터졌다”며 “정부의 국민 입막음과 신유신 시대라 불리는 국가적 통제 모드는 개그맨들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우회적 비판

블로그 운영자 머시매(black****)는 “최근 종편방송과 케이블방송에서의 정치 비난은 정말 신랄하다”며 “개콘은 공영방송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너무 미약한 지적에 아쉽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PD의 실명을 언급하며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발언했는데, 담당 개그맨에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핫이슈 코너에 대해 꽤괜찮은놈(evenda****)은 “기레기를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진짜 언론인마저 기레기로 인식될까 염려된다”며 “개콘은 국민들의 대표 개그 프로그램인만큼 여론을 조장할 만한 코너를 폐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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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