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②비망록 실체 추적

준 사람 있는데 받은 사람 없는 ‘뇌물 수첩’ 진짜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주요 유류품은 총 3개다. 하나는 유서, 또 하나는 소위 ‘성완종 리스트’라 불리는 메모 한 장, 다른 하나는 성 회장이 생전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두 대다. 한 대는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서, 나머지 한 대는 시신에서 15m 떨어진 바닥에서 발견됐다.

비망록은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골자를 적어 둔 것, 또는 그런 책자’를 의미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다른 자수성가 타입의 인사들에게도 보이는 특징처럼 메모를 생활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격 또한 꼼꼼했었다는 정황을 종합해 봤을 때 또 다른 비망록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성 회장의 자살 이후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리스트 이름들
판도라의 상자

성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것들은 정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그 중 하나인 ‘성완종 리스트’에는 8인의 이름과 수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 적혀있는데 진위여부를 떠나 지금과 같은 사태로 이어진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실명이 거론됐다는 측면에서 검찰 수사의 큰 줄기는 메모를 기초로 진행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두 번째는 유서다. 유서는 한때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많은 추측을 불러온 바 있다. 그러나 유서를 본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세간에는 유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유서에는 정치인의 이름은 없으며 가족에 대한 당부의 말이 있을 뿐”이라며 “부인과 아들, 동생들에 전할 당부의 말뿐이었으며 로비라는 단어나 정치인의 ‘정’자도 없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성 회장이 한 언론사와 나눈 통화에 대한 녹취록이다. 북한산 형제봉에서 발견된 성 회장은 지난 9일 <경향신문>과 오전 6시부터 50분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만 하루가 지나 발표된 녹취록에는 박근혜정부의 1기 비서실장이라고 할 수 있는 허태열 전 실장, 2기인 김기춘 전 실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일단 친박 7인·비박 1인 거론
집무 다이어리 기록된 사람은?

녹취록은 정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더욱이 약 50분간의 통화 중 공개된 것은 8분여에 불과해 나머지 42분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최초 공개된 지 하루가 지난 11일, 2차 녹취록이 공개됐다. 당시 공개된 내용에는 성 회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사용하라며 1억원을 건넸다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성 회장은 “2011년 홍준표가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 6월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녹취록의 내용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향하면서 의혹은 절정에 치달았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대정부질문이 ‘성완종 사태’에 대한 청문회 양상으로 진행된 바 있다. 이때 나온 이 총리의 답변이 성 회장이 녹취록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대치되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완구 총리의 거짓말 시리즈’라는 패널을 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누구 누구 나오나 
녹취록 공개 파장

이어지는 녹취록 공개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문 공개를 요청했다. 다른 정계 인사들도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녹취록 공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지난 15일 자정쯤 <경향신문>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이 공개됐다. 내용은 기존에 공개된 내용을 포함해 200자 원고지 84장 분량을 자랑할 정도로 방대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기자와의 대화 내내 성 회장은 ‘신뢰’를 강조했다는 점과 이 총리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점이다. 성 회장은 이 총리를 9개 대목에서 언급하며 섭섭함을 표현한 것으로 나온다.


전문이 공개되자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리스트에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녹취록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 ‘MB 측 인사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 ‘새로운 인물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거론됐다는 점’ 등이다.

유 시장은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이다. 리스트를 보면 3억이라는 금액과 함께 유 시장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새정치연합 인천시당은 지난 16일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 시장은 2014년 성 회장을 4차례에 걸쳐 만났고 지방선거에서는 유세지원을 받았으며 특히 지난 3월에는 성 회장의 구명전화를 받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황없는 전화통화 중 이름이 누락됐을 수 있다며 단순 실수라는 설에 무게를 뒀지만 행적 하나하나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다 보니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MBN 보도 내용에 따르면 유 시장 측은 당연한 결과라며 평소대로 직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 시장은 이미 “성 회장과는 19대 국회에서 만난 동료의원 관계일 뿐”이라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MB 측 인사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오히려 녹취 전문을 보면 MB 측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꼬집어 물어봤음에도 “자신보다 돈이 수백배 많은 사람이 자신의 돈을 받으려 했겠냐”며 극구 부인했다. 이를 두고 친박계에서는 ‘성완종 리스트’가 모두 친박 인사들로 작성된 것과 연결시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인물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거론됐다는 점은 논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다. 성 회장은 반 총장을 언급하며 이 총리가 견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수사도 그러한 견제의 일환으로 시작됐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보면 성 회장은 “내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배가 아파서 그런 게 아닌가”라며 “반 총장을 의식해서 그렇게 나왔다”고 적혀있다. 이어서 그는 “내가 반 총장과 가까운 것은 사실이고 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반 총장 견제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 총리는 지난 16일 대정부질문장에서 “마치 반 사무총장의 대권과 저의 문제가 결부돼 제가 고인을 사정했다는 심한 오해가 저간에 깔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비약할 수 있는가 생각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 반 총장의 이름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 JTBC에서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한 ‘성완종 다이어리’에 따르면 반 총장을 비롯해 새로운 인물들의 이름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새정치연합 김한길 전 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야권 인사들의 이름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망록 다이어리
과거 약속 빼곡

일각에서는 다이어리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주의를 요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 회장의 다이어리는 단순히 약속을 기록해 놓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성 회장의 최 측근으로 알려진 박모 전 경남기업 상무는 자신의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일부 언론이 보도한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와 관련한 내용은 ‘오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날짜와 장소, 만나는 사람이 적혀 있지만 약속에 나가지 않아도 다이어리에 그런 표기를 하지 않으니 실제로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 모르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이에 따른 해명도 이어졌다. <중앙일보>가 지난 14일 ‘다이어리’를 참고해 보도한 “김한길 당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는… 2013년 4월27일 롯데호텔 일식당에서 조찬을 함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에 대해 김 전 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내 반박했다.


주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의혹을 제기한 2013년 4월27일 같은 당 소속 인천시당 당직자-구청장 등과 인천 계양구의 설렁탕집에서 조찬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음을 알렸다. 즉 당시 성 회장을 만난 적 없으며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물증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말로 하면 이는 비망록이라 불렸던 기존의 자료들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메모와 녹취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와 보강자료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수사의 성패가 달린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검찰은 이미 지난 16일 경남기업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회계자료와 내부보고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보한 증거물을 토대로 ‘금고지기’로 알려진 한모 부사장 등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들과 회사 임직원들을 조만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만나기만 해도 구설
“모른다” 피하기 급급

공개되지 않은 비망록이 있다면 그건 아마 USB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 부사장이 검찰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USB 안에는 현장 전도금 32억원의 인출 내역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USB 안에 정치인에게 후원금으로 전달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리스트’와 ‘녹취록’ 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2차 녹취록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만 간다. 지난 16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한 부사장은 성 회장과 함께 금품수수 폭로 대상자를 선별하는 회의에서 나온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이기는 하나, 회의 내용에서 구체적인 자금 전달방식 또는 전달책이 등장한다면 수사는 급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검찰은 내다보고 있다. 음성이 녹음된 파일은 검찰에 이미 전달된 상황으로 경남기업의 비자금 내역을 담고 있는 USB와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또 다른 자료도 존재한다. 지난 17일 성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모씨로부터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내역이 담겨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부를 확보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장부의 분량은 A4용지 30장 정도이며 그 속에는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 등 야당 정치인 7∼8명의 이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가 오랜 기간 성 회장을 보좌해온 점을 고려할 때 장부의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 범위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광범위 수사
물타기 작전?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사 범위 확대를 경고한다. 일찍이 이 총리가 ‘광범위한 수사’를 언급하자 야당 의원들이 반발한 바 있다. 해석에 따라서 야당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전형적인 ‘물타기 작전’이라는 게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의원 중 몇몇은 이 총리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검찰에게 은밀히 지시를 내리는 것과 진배없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온 국민의 관심은 과연 ‘성완종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에 집중된다. 연일 언론을 통해서는 속보와 단독 기사가 빠른 시간 안에 보도되고 있다. 몇몇 정치평론가들은 사설을 통해 이러한 ‘속보 전쟁’을 우려했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면 이번 사건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실게임’이 아닌 ‘부정부패 발본색원’이라고 지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완종 리스트’ 수사팀 보니…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태 검찰 총장의 지시 아래 새로운 수사팀이 꾸려졌다.

특별수사팀장에는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임명됐다. 김 총장은 “머뭇거림 없이 원칙대로 가라. 의심받지 않게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팀장은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이번 사건에 대해 결연한 의지를 갖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도록 진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러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직 구조상 현 정권을 상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주장이다. 특별수사팀장은 반부패부장이 임명한다. 반부패부장은 검찰총장이 임명한다. 그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이, 그 위에는 국무총리가 있다. 결국 문 팀장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자리라는 해석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문 팀장의 역량을 기대하는 눈치다. 문 팀장은 과거 2004년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 파견 검사로 있으면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당시 보도된 기사를 보면 강단 있는 수사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 국민들의 뇌리에 ‘땅콩회항’으로 강하게 박혀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수사도 지휘한 이력이 있다.

그가 호남인사라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광주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검찰에 입문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있는가 하면 수사를 둘러싼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호남 출신 검사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결국 이 총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느냐 여부가 이번 특별수사팀의 향방을 가를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현재 피의자가 아닌 ‘피내사자’ 신분이다. 이는 정식으로 입건해서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범죄혐의에 대한 의심이 가는 사람을 은밀히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사기관을 통해 피내사자는 내사를 받다가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그때부터 입건되고 ‘피의자’ 신분으로 변하게 된다. 혐의가 없다면 내사는 그대로 종결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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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