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차남 전성시대 막후

왕관 뺏긴 형님들…조용히 야인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장자승계 원칙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장남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차남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관측된다. 그룹 내 실세로 부상한 차남, 3남들 때문에 뒤로 밀려난 장남들의 비운의 그림자를 짚어봤다.

 
삼성, 현대차, LG, 롯데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어서면서 각 기업의 상속과 경영권 승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권 승계에서 장남이 우위를 점한다. 이를 장자승계원칙이라 일컫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상무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장남이 아님에도 경영 수완을 발휘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차남, 3남 회장들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점차 무너지는
장자승계 원칙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장자승계원칙을 깬 기업 중 하나다.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도 형을 제치고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삼성은 고 이병철 창업주가 경영권을 3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승계하면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장남 이맹희 회장은 CJ, 차남 고 이창희 회장은 세한미디어, 장녀 이인회 회장은 한솔, 막내딸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 등 각자의 길로 갈라섰다. 분할 이후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2년 큰형 이맹희 회장과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본격적인 차남 경영 시대의 막을 올린 이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다. 고 서성환 창업주의 차남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에 입사 후 태평양제약 사장과 태평양 기획조정실 등을 거치면서 부친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면서 형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을 제치고 그룹 경영권을 잡았다. 서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며 회사 실적을 높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원을 넘어섰다. 중국시장을 개척해 4000억원이던 회사를 10배 이상 키웠다. 반면 장남 서 회장은 건설 계열사 일부만을 물려받았다.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도 비슷한 경우다.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이 하이트진로(당시 조선맥주)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유력한 후계자로 부상하는 듯했지만 동생인 박 회장이 아버지인 고 박경복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후계구도가 바뀌었다.
 
식품업계에서는 삼립식품 창업주인 고 허창성 회장의 차남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장남 허영선씨는 부친으로부터 삼립식품을 물려받았지만 리조트 사업 투자 실패로 1997년 부도를 맞았다. 반면 차남 허영인 회장은 삼립식품의 자회사였던 샤니를 대규모 유통체인 업체 SPC그룹으로 성장시키면서 2002년에는 형의 회사였던 삼립식품까지 인수했다.
 
장자승계 원칙 옛말…능력 위주 선발
금수저 물었어도 능력 없으면 ‘아웃’
 
한라그룹도 차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고 정인영 창업주는 장남 정몽국씨를 1989년 부회장에 임명하며 한라중공업, 한라시멘트, 한라레미콘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을 맡겼다. 하지만 95년 차남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에게 총괄경영권을 쥐어주고 정몽국씨를 미국 지사장으로 내보냈다. 후계 갈등 때문에 한때 정몽국씨가 동생을 상대로 한라시멘트 등 주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형제간 다툼 양상을 벌였지만, 2009년 정몽국씨가 본인 소유의 한라건설 지분을 처분하면서 일단락됐다.
 
동원그룹은 기업 모체를 차남이 차지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차남 승계와 달라 눈길을 끌었다. 동원그룹은 금융은 장남, 식품은 차남이 가지는 방식으로 후계 작업을 완료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일찌감치 금융 사업을 맡아 2003년 동원금융지주 사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그룹에서 분리해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고 한국금융지주를 맡고 있다. 차남 김남정 부회장은 2004년 부친으로부터 지분 증여를 통해 식품 사업을 물려받았다. 이후 2013년에는 동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장자승계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조짐이 보이는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당초 한국 롯데는 차남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맡는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 퇴출로 신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확정된 분위기다.


형보다 나은
‘아우 회장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일본롯데 계열사 세 곳에 이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됐다. 한국롯데 계열사 등기임원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말 롯데상사 이사직에서 물러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롯데건설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재선임 되지 않았다. 롯데리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안한 상태다. 롯데알미늄은 2월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재선임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임원직 유지 여부도 안갯속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3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그룹 내 장악력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는 일본롯데 측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경영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신동빈 회장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과 KT렌탈 인수전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또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와 만나 뉴질랜드 수출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그룹 경영전반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을 가늠케 할 분수령은 오는 6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알미늄 등기이사직이 만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때 재선임에 실패한다면 차남 후계구도는 더욱 명확해진다.
 
대성산업 역시 후계구도가 장남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의 장남 김정한 사장이 최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3남인 김신한 사장에게 경영권이 쥐어지는 모양새다. 김정한 사장은 자신이 대표이사직을 맡아온 임플란트 업체 라파바이오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한 사장의 이번 사임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대성산업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후계구도를 조기에 굳히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형보다 잘나가는 아우들
차남·3남 경영수업 매진
 
3남 김신한 사장은 2013년 초 김정한 사장보다 먼저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후 대성산업의 건설·유통사업부문을 맡아 자산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주도해왔다. 김신한 사장은 지난해 11월 대성산업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성산업가스 사장을 맡고 있다. 김신한 사장의 대성산업 지분율은 0.07%로 부친 김영대 회장(0.32%)에 이어 개인 주주 가운데는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성산업의 지주회사인 대성합동지주 지분은 0.48%를 보유하고 있어 0.39%를 보유하고 있는 김정한 사장보다 높다.
 
김영대 회장의 차남 김인한씨는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성산업의 모태인 대성그룹은 2001년 창업주인 고 김수근 회장이 별세한 후 그룹이 분리돼 장남인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을 기반으로 대성합동지주를 경영하고 있다.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를, 3남인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를 기반으로 대성홀딩스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아직 후계구도가 정확히 나오지 않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다. 차남 조현범은 한국타이어 사장이다. 그룹을 지배하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율은 각각 19.32%와 19.31%로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타이어 외에 다른 사업이 없던 한국타이어가 세계 2위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기업인 한라비스테온공조에 이어 국내 1위 렌터카 회사인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이라고 하지만 장남과 차남 간 후계 구도와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다음 후계구도에

쏠리는 세간의 눈
 
효성그룹 장남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떠난 뒤 장남 조현준 사장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렸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3남 조현상 부사장이 끊임없이 지분을 인수하고 있어서다. 현재 장남과 3남이 보유한 효성의 지분은 각각 10.87%와 10.47%로 엇비슷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무조건적인 장남 우선주의 보다는 경영 능력을 중심으로 후계자를 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현재 재계 3~4세들에게 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해서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단 얘기다. 자칫 방심하다간 동생들에게 왕관을 넘겨줘야할 수도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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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