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성완종 게이트' ⑧사건 풀 키맨 7인

그들이 입 열면 여럿 목 날아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산자는 말이 많다. 세상을 등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대신해 측근들은 할 말이 많아 보인다. 검찰은 성 회장 측근 7인에 대해  명령을 내리고 빠른 시일 안에 소환해 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성완종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 이들은 누구인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검찰은 회장 측근 다수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성 회장의 심복으로 분류되는 5∼6명을 추려내고 지난 14일부터 조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성 회장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부터 측근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소환 일정 등을 조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증언부터 
물증 확보 주력
 
수사 시작 사흘 만에 특수팀은 성 회장 측근들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검찰은 성 회장이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폭로한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를 측근 등을 통해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과 15일 성 회장의 최측근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을 가장 먼저 소환 조사했다. 특수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들에게 성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날짜와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 이 부장은 성 회장이 자살 직전 홍준표 경남 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에도 동석해 대화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성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2013년 4월4일 부여 소재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동행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다. 이 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리스트에 기재된 사람들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일부 동행했다”며 “당시 한장섭 재무담당 부사장을 통해 돈이 준비되는 과정도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 부장은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2011년과 2012년 성 회장의 정치자금 전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성 회장 최측근들 출국금지
줄줄이 소환 예정 ‘무슨 말 할까’
 
이 부장은 경남기업에 입사한 후 비서로 발탁됐다. 2008년부터 성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냈다. 그는 현재로써 성 회장의 최근 동행과 개인사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성 회장이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국회 수석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 부장은 평소 성 회장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 성 회장 지인들은 “모든 것은 이 부장이 알고 있다.
 
성 회장이 없을 때는 이 부장이 회장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할 정도다. 성 회장이 의원직을 잃은 뒤에도 그의 곁에 남았다. 현재는 경남기업의 부장급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3일 성 회장이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동행했다. 성 회장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참고인 중 한 사람이다.
 
윤승모(50) 전 경남기업 총괄 부사장도 성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 전 부사장에게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성 회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발신자 위치정보 분석으로 성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에 윤 전 부사장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다. 윤 전 부사장은 성 회장이 자살하기 전 과거 금품을 전달했던 ‘배달부’들을 다시 만나 당시 정황을 물었다.
 
이를 비밀장부에 복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성 회장이 인터뷰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2011년 당 대표 경선 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넬 때 금품 전달을 맡겼다’고 언급한 인물이다. 일부 언론은 특수팀이 계좌추적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경남기업 자금 1억원이 윤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발생하고 윤 전 부사장은 ‘과거 성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시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 사실상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는 말을 남겨 논란이 됐다. 윤 전 부사장은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친박계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 회장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그를 2010년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를 거쳐 그는 회사 관리부문 총괄 부사장까지 올랐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 외에도 2012년 대선자금 전달책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소환 조사 때 이 점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경남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을 지낸 박준호 전 상무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진 상태다. 박 전 상무는 성 회장의 대외 홍보 활동을 전담했다. 검찰은 그가 정관계 인사와의 만남과 금품 로비와 관련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성 회장의 빈소에서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가 담긴 메모지를 아무 이유 없이 유족에게 반환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거수일투족 
그림자처럼 보좌
 
박 전 상무는 비서들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했다. 그는 추미애 의원 비서, 조배숙 전 의원 등 야당 보좌관 출신이다.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주로 성 회장의 비서로 근무했고, 경남기업 홍보 담당 상무, 계열사인 대원건설산업 이사 등을 지냈다.
 
박 전 상무는 성 회장의 비공식 개인 일정까지 챙겼던 측근이다. 그는 이완구 총리가 공개적으로 성 회장을 “잘 모른다”고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총리의 발언을 반박했다. 당시 기자들은 박 전 상무에게 “성 회장이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치인 8명 중 누구와 가장 친분 있었느냐”고 물었다.
 
박 전 상무는 “이 총리와 성 회장이 얼마나 친한지는 모른다”며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총리가 처음에 성 회장을 잘 모른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에 있을 때도 서산에 계신 몇몇 분들은 이 총리의 그런 말에 불쾌해 했다”고 말했다.  
 
“곧 판도라 상자 열린다”
뇌물 경로 집중적 추궁
 
전직 경남기업의 재무 담당이자 앞선 경남기업 비리 사건의 피의자였던 한장섭(50) 전 부사장도 요주 인물이다. 성 회장은 국회의원 출마를 저울질하던 2004년부터는 한 전 부사장에게 경남기업의 전결권을 줬다. 회사 경영을 통째로 믿고 맡긴 셈이다. 그는 성 회장의 ‘금고지기’로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전 부사장은 성 회장의 비자금 32억원 입출금 내역이 담긴 USB를 검찰에 넘겼다. 성 회장과 나눈 대화도 녹음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서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1년 6월 전도금 32억원 가운데 1억원을 성 회장의 측근 윤승모 상무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성 회장이 윤씨를 시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던 홍준표 후보에게 1억원을 갖다줬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과 일치한다.
 
 
그는 성 회장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 비자금 조성에 직접 개입했으며, 1994년 11월부터 경남기업 상무에서 최근 7년 동안 최고재무책임자로 근무하면서 금고지기 역할을 했다. 또 경남기업 계열사 대아레저 대표도 지냈다. 성 회장의 활동과 특히 자금 흐름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 그는 성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치권 인사들을 폭로할 대책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이 내용도 녹음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녹취가 성 회장이 넘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녹취보다 더 구체화된 성완종 리스트의 확장판이 될 수 있다. 성 회장의 변호인은 한 전 부사장이 자원외교 관련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실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때문에 성 회장은 사망 직전 한 전 부사장에 대한 실망감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금모씨는 바깥 활동에 늘 동행하는 수행비서다. 그는 늘 성 회장이 탄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 금씨 역시 지난 검찰 출석 당시 성 회장과 함께 검찰청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성 회장이 마지막 구명활동을 위해 정치인들을 만나러 다닐 때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씨는 성 회장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 발탁된 인물이다. 그는 성 회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수행·의전 등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활동한 만큼 검찰은 그가 성 회장의 동선이나 만났던 인사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 회장의 운전기사인 여모(39)씨는 지난 9일 아침 자택에서 유서를 발견해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15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3000만원이 담긴 박스를 차에 싣고 이완구 총리를 만나러 갔다고 밝혔다. 2013년 당시 4.24 재선을 앞두고 성 회장과 함께 이 총리가 있던 충남 부여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함께 따라간 수행 직원이 박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지난 16일 검찰은 여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7명이 게이트
열쇠 쥐고 있다
 

성 회장의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던 정낙민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도 측근 중 한사람이다. 검찰은 정 팀장의 직책상 자금 등의 실무를 맡았기 때문에 성 회장의 개인적인 돈 심부름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팀장은 과거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당시 성 회장이 야당 인맥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라는 소문이 났다.
 
 
경남기업의 1대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모 전 재무담당 상무도 성 회장의 측근으로 통한다. 전 전 상무는 2003년부터 대아건설 경리담당 임원을 지냈다. 2009년까지 경남기업의 자금관리를 책임져 왔던 인물이다. 전씨는 또 2002년 회삿돈 16억원으로 자민련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2004년 성 회장과 함께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 전 상무는 2006년 경남기업이 분식회계로 비자금을 조성한 게 드러날 당시 재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전 전 상무가 당시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검찰의 압수수색은 야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검찰은 이틀간 성 회장의 주변 인물을 추려서 총 11명을 압수수색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날 오전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발부되자마자 오후 5시40분부터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경남기업 본사와 업체 3곳, 경남기업 전·현직 직원 11명의 주거지 등 총 15곳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냈다. 약 3시간여 동안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성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 성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 성 회장의 여비서 등이 포함됐다. 
 
특수팀은 성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전·현직 직원 11명이 근무했던 사무실과 성 회장의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서류, 명함, 다이어리 등 상자 8개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특수팀은 오후 8시 쯤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종료했다. 그 뒤 나머지 직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에 성 회장의 자택과 아들 등 유가족은 제외됐다. 
 
특수팀은 지난 13일 출범 후 사흘간 성 회장이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32억여원의 사용처를 파악하고 있다. 전액 현금으로 이뤄진 전도금 특성상 회계 조작을 통해 손쉽게 비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조사 결과 성 회장의 측근들이 밝힌 부분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일치했다. 또 성 회장은 숨지기 2∼3일 전부터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들과 폭로에 대비한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부장을 포함한 성 회장의 측근 5, 6명을 상대로 성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경남기업 측은 15일 “유가족 및 경남기업 관계자를 비롯한 모든 지인이 한 점 의혹도 없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특수팀은 보강 증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특수팀은 평소 금전 출납 등을 꼼꼼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성 회장이 ‘비자금 장부’를 숨겨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 회장은 또 일지 형태의 비망록에 지난 수년간 만난 사람들과 일시, 장소, 자금 출납 등을 기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망록은 전 회장의 동선을 말해주기 때문에 금품 전달 사실을 입증할 유력한 근거로 쓸 수 있다. 특수팀은 13일 장례절차를 마친 유족을 접촉해 증거 자료를 남긴 것이 사실인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팀은 성 회장의 휴대전화 2대의 분석 결과를 받아, 숨지기 전 누구한테 ‘구명 전화’를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평상시 같으면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부터 시작하겠지만, 아직 상중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에 최대한 많은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억원 비자금
사용처 파악 주력
 
그 일환으로 검찰은 성 회장이 사망 전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남긴 48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넘겨받아 금품 수수를 입증할 추가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수사팀에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4, 5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특수팀 소속 검사가 15명 안팎이 되면서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맞먹는 규모가 됐다. 성 회장 측근들의 입을 통해 향후 정치권을 강타할 성완종 리스트 확장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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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