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비운의 성완종 파란만장 인생사

억울해서 극단적 선택? 궁지몰려 비극적 결말?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날 그는 유서를 남긴 채 돌연 잠적하면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은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떵떵거리는 삶을 누렸던 그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는 1951년생으로 충남 해미에서 태어났다. 너무나 가난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무작정 엄마를 찾아 서울로 상경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곤 외삼촌이 쥐어준 10원짜리 지폐 몇 장과 엄마가 식모살이한다는 집 주소뿐이었다. 이후 그는 서울 영등포의 한 교회에 머물며 신문팔이와 약국 심부름을 했다. 하루 15시간씩 중노동을 하며 돈을 모았다. 
 
여야 넘나드는 
정치권 인맥들 
 
1970년 성 회장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화물운송업을 시작했다. 1976년 서산토건 지분을 인수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30대 중반 대전과 충남지역 3위 건설업체였던 대아건설을 인수했다. 성 회장은 회사가 안정되자 1991년 사재 31억원을 출연해 서산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서산장학재단은 수백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장학과 학술·교육사업, 문화 및 사회복지사업을 벌여왔다. 
 
2000년 성 회장은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된 ‘충청포럼’을 창립했다. 생전 그의 화려한 인맥의 원천도 바로 충청포럼이다. 특히 성 회장은 여야와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정치권 인맥을 구축했다. <일요시사>가 보도한 “‘특사만 2번’ 성완종 인맥창고 충청포럼 해부”에 따르면 성 회장은 충청포럼을 통해 여야 가리지 않고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은 실로 화려하다. 특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청포럼 창립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충청포럼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성 회장과 경남기업의 인연은 2003년부터 시작된다. 주택건설을 통해 자본금을 마련한 그는 해외시장 진출을 고민했다. 성 회장은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경남기업에 눈독을 들였다. 당시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등 경영 부침을 겪었다. 성 회장은 대아건설을 통해 경남기업 지분 51%를 확보했다. 경남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국내 도급순위 20위권 중반의 경남기업을 인수하면서 일약 대기업 반열에 오르면서 그가 기업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성 회장은 평소 경남기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주인이 수차례 바뀌기는 했지만 건축과 토목 부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업계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62년 도급순위 30위권 건설기업 중 최근까지 순위를 유지한 업체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경남기업이 유일하다.
 
성 회장은 정치인형 기업인이만 막상 정치권에서는 유독 부침을 겪었다. 
그가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6대 총선부터다. 당시 충청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민련 공천을 받으려다가 탈락했다. 2003년 김종필 총재의 특보단장을 맡으면서 자민련 전국구 2번으로 공천을 받았지만 득표율이 저조해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다. 
 
자원외교 검찰 수사받다 목숨 끊어
전날 무혐의 호소 눈물의 기자회견
 
성 회장은 2007년 대선 때는 당시 한나라당의 경선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이 이름을 바꾼 선진통일당의 공천으로 자신의 고향인 충남 서산-태안에서 당선돼 초선의원이 됐다. 이후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하면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됐다. 하지만 얼마 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 당선무효형이 선고 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성 회장과 경남기업은 파란만장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어도 매번을 기사회생해 살아났다. 이 때문에 언론은 성 회장과 경남기업이 매번 역대 정권에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번 특별사면
3번 워크아웃
 
경남기업은 1951년 설립되며 국내 건설업체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경남기업은 해외건설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경남기업의 굴곡진 역사는 1988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대우그룹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우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떨어져 나왔다. 이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경남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됐고 같은 해 8월 워크아웃을 처음으로 신청하게 된다.
 
2003년 성 회장은 경남기업을 인수했다. 이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 위기가 터졌다. 이로 인해 경남기업은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자금난에 시달려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경남기업은 2011년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했다. 하지만 2013년 다시 경남기업은 고질적인 자금난으로 회사는 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생전 성 회장은 두 번의 특별사면을 받았다. 성 회장은 2004년 자민련 불법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05년 5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성 회장은 집행유예 잔형이 면제됐다.  
 
성 회장은 특사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행담도 개발 비리에 연루돼 다시 기소됐다. 행담도 개발사업 공사시공권을 받은 대가로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120억원을 빌려준 혐의로 1·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07년 12월31일 재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다시 특별 사면을 받았다. 

맨주먹으로 성공 ‘자수성가 기업인’
종자돈 200만원으로 2조 그룹 일궈
 
2012년 성 회장이 국회의원이 된 해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2011년 총선을 앞둔 당시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구 주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가을 음악회 공연을 무료 관람토록 했다. 또 충남 지역 유력단체인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청소년 선도 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기부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기부행위라며 유죄를 판단해 성 회장에게 국회의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법상 실형이나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이 상실된다. 성 회장은 즉각 항소했다. 2심에선 청소년 선도 지원금 혐의만 인정돼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다. 이 역시 당선무효형이었다.  
 
 

이후 성 회장은 곧바로 경남기업 회장직에 복귀했다. 그가 국회의원이 돼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당시 경남기업의 부채비율은 200%가 넘었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는 워크아웃 중인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성 회장은 복귀 후 베트남 서기장을 만나 상호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경남기업을 살리기에 주력했다. 성 회장은 경남기업의 자산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1조원이 웃도는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 절차를 개시했다.
 
성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16층 뱅커스클럽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 회장은 최근 자원외교 비리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가운데 그는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향해 겨눠진 검찰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이명박맨?
박근혜맨?
 
입장 발표에서 그는 “기업과 정치를 하면서 부끄러운 적은 있어도 파렴치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추천을 받았으나 첫 회의 참석 후 중도 사퇴했다”며 말했다. 이어 “2012년 총선 선진통일당 서산태안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새누리당과 합당 이후 대선 과정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며 이명박 정권과 결탁해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 회장은 “2013년 워크아웃 신청도 당내가 현역 국회의원이었지만 어떠한 외압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성 회장은 해외자원개발 과정 300억원의 융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성공불융자금은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은 모두 신청할 수 있다”며 “당사의 모든 사업은 석유공사를 주간사로 해 한국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유독 경남기업만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기업은 2011년까지 총 1342억원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했다. 석유 및 가스탐사 사업 4건에 653억을 투자했다”며 “이 중 321억원은 성공불 융자로 지원받고 332억원은 지자체자금으로 투자해 모두 손실처리해 회사도 큰 손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경남기업이 암보토비 니켈 사업에 지분율 2.75%로 참가해 689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에너지 특별융자로 127억원을 받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해당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은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 왜 내가 자원외교의 표적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졌는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흐느껴 울기도 했다.
 
지난 9일 성 회장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그는 10시간 만에 서울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에서 300m 떨어진 나무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성 회장은 2m 높이의 나뭇가지에 넥타이로 목을 맨 상태였다. 
 
성 회장은 이날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유서에는 “나는 결백한 사람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억울하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자살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은 오전 9시 경남기업의 기업회생절차 법정관리인이 취임하는 날이었다. 또 오전 10시 성 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일 800억원대 융자금 사기 대출과 95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250억원가량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사기 등)로 성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 회장의 수사 방식의 적절성 여부에 논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 받던 중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자원 개발 비리는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이어서 흔들림 없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서 내용은?
공개시 후폭풍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던 태풍이 성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정치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성 회장이 생전 전·현 정부 주요 인사 등 정치권과 친분을 맺어왔다. 그는 죽기 전에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신에게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의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에 거론된 인물만 보더라도 일각에서는 ‘성종완 리스트’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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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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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