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국조 제2라운드 ‘MB 정조준’ 내막

어차피 용두사미? 꼬리 자르고 도망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원외교국정조사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 6일 여야가 특위 활동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자원국조특위는 5월2일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기간만 연장됐지 달라진 것이 없어 자칫 도돌이표 활동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2라운드의 최대 화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다. 만약 출두한다면 그동안 열리지 못한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물론 의혹들도 말끔히 정리될 수 있다. 그간 지리하게 끌고 오던 현안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을 지켜보던 정계전문가들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결사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도돌이표
자원국조

자원국조특위 1라운드는 무의미한 공방의 연속이었다. 2014년 특위 출범을 앞두고 조사 범위를 결정하지 못한 여야는 설전을 주고받으며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국조 기간이 길어 이명박정부 뿐만 아니라 그 전 정부까지 해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단순히 예산이 많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조사 범위를) 이명박정부에 국한하자고 하는 건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은 “건국 이래 모든 정부를 다 조사하자고 하면 짧은 기간 동안 방대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 “이번엔 이명박정부 자원 개발에 중점을 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원내협상을 통해 ‘모든 정부’로 합의 후에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후 화두는 증인 채택문제로 넘어갔다. 새정치연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특위 출범 당시 회의석상에서 “국조에 누구나 응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우회적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노영민 의원도 “이명박정권의 국부유출이 70조원에 이른다.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야당의 요구에 여당은 결사반대를 표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내며 자원외교를 총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현 정부의 고위인사에 대해서도 증인 채택을 주장하자 ‘흠집내기’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자원국조특위 기간연장, 도돌이표 될라
여 ‘김대중·노무현정권도’…야 ‘MB만’

새누리당은 주무부처 장관을 불러서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이 가능함에도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세우려 하는 것은 정치공세로 해석하고 “전직 대통령을 불러서 망신을 주고 폄훼하려고 한다면 정상적으로 국조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의 시간> 회고록 출간에 앞장 선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14년 12월12일 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실시하려는 것과 관련해 “이 사안을 국정조사한다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특위는 진도를 내지 못하고 같은 논쟁을 반복했다. 그러나 1라운드가 종료될 때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폭탄선언을 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새누리당은 자원국조에 대한 논의가 되기 시작할 2014년 8월부터 꾸준히 문 대표의 증인 출석을 주장해왔다.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유병언씨가 경영하던 주식회사 세모가 참여정부 임기 한 달을 남기고 집중적으로 부채탕감을 받은 사실에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의원의 증인 채택은 의혹 해소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불을 지폈다.

“이명박만!”
“노무현도!”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이러한 주장을 두고 이 전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작전으로 해석했다. 한 야당당직자는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7개월여가 지난 2015년 4월, 문 대표는 자신도 증인으로 출두할 테니 이 전 대통령도 증인으로 채택하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내가 증인으로 나가면 이명박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온다고 한다”며 “좋다. 내가 나가겠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나와라”고 선언한 것이다.

발언 직후 새누리당은 사태진화에 나섰다. 새누리당 간사로 있는 권성동 의원은 “이 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은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여론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뉴스타파>의 의뢰로 진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을 증인 채택해야 한다는 찬성의견이 67.2%로 17.3%를 기록한 반대의견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국민 10명 중 7명 가량은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을 원하는 것이다.

지난 8일 여야는 5월2일까지 활동 기간을 연장한다는데 합의했다. 자원국조특위는 그간 100일간의 공방을 끝내고 기간 연장이냐 종료냐의 기로에 섰었다. 심각한 것은 그간 청문회 한번 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세금낭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미 억대의 비용을 들여 중동, 캐나다, 멕시코 등의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장, 한국가스공사의 혼리버 광구,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사업장으로 찾아가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마땅한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라운드 종료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2일 자원국조특위 야당 의원들은 이 전 대통령의 사저 앞을 찾아가 증인 출석을 요구했었다. 현장에 있던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야당에서 출석을 요구하는 사람은 총 64명, 새정치연합은 지난 7일 내부 검토를 거쳐 증인 명단을 새누리당에 새로 전달했다. 그러나 핵심 증인은 누가 뭐래도 다음의 5명으로 압축된다. 이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차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5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포함됐다.

정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에서 출두를 요구하는 것을 두고 친박계에서는 박근혜정부 핵심 인사인 최경환 부총리를 압박하기 위함이 아니냐고 말한다. 자원외교를 말하고 있지만 박영준, 이상득 등 지난 실세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명박정부 시절 지식경제부장관을 역임했다. 친이계가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중임을 맡았던 것. 야당에서는 그런 그를 두고 자원외교의 핵심역할을 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1년6개월간 지경부장관으로 재직했다.

증인 채택
최대 화두

최 부총리가 받는 의혹은 다음과 같다. 2009년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에 있는 하베스트와 자회사 ‘날’(NARL)을 1조7000억원의 금액으로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후 헐값에 되팔면서 약 1000억원가량의 손해가 났다. 야당은 인수 지시를 당시 지경부장관이었던 최 부총리가 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국부유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의혹도 크다. 강 전 사장은 최 부총리가 당시 장관으로 부임한지 한 달 뒤 장관실로 찾아가 최 부총리에게 인수 협상의 전반을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강 전 사장을 출국 금지시키고, 석유공사로부터 관련 자료 전체를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의혹에 최 부총리는 2월24일 국정조사장에 출두해 직접 해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보고를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하베스트가와 ‘날’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장관으로서 몰랐다는 사실이 큰일이라고 채근하자 그는 “왜 큰일입니까? 장관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된 사람이 어떻게 다 압니까?”라며 되물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최 부총리에게 책임을 지고 부총리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갔다. 국정조사장은 진실 규명과는 별도로 질문 태도와 답변 자세를 둘러싼 공방이 주를 이루었다.

문재인 “MB 나오면 나도 나가겠다”
성완종 자살로 수사 난항…특위는?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MB자원외교 사기의혹과 혈세 탕진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모임’이 김 비서관의 아들인 김형찬씨를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고발사유는 최 부총리에 대한 의혹과 같은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투자 실패 건이었다.

고발당한 김씨는 당시 석유공사의 해외 M&A 자문을 맡은 메릴린치 실무팀에서 근무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메릴린치와 자문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주고받은 제안서 안에 김형찬씨의 영문 이름인 피터 김(Peter Kim)이 확인된 것이다. 그가 속한 핵심 실무팀은 석유공사의 해외 M&A와 관련해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김씨는 한국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상무로 특채됐고 현재는 지점장에 올랐을 정도로 승승장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의 아들이 이명박정부가 진행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쌓여갔다.

현재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성 전 회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꼬리 자르기
몸통 놓치나

특위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유감을 표하면서도 “국정조사와는 무관한 일”이라 선을 그었다.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사태파악을 하는 중”이라고 답해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정계에서는 이미 국정조사 때마다 나오는 ‘꼬리 자르기’가 이번에도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감사원에서 최 부총리를 비호하는 듯한 움직임을 벌인 바 있어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최 부총리가 국정조사장에서 한 발언이 감사원 조사결과와 상충되자 올해 초 갑자기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있다.

이를 두고 복수의 언론은 기존 감사결과를 뒤집는 것일 뿐만 아니라 최 부총리는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의 어떤 정치소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발언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6일 새정치연합에서 진행한 정책엑스포에 참석한 자리에서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행사장에 걸려있는 ‘국회의원이 몇 명이 적당한가?’라는 질문이 적힌 패널에 351명 이상에 한 표를 붙인 뒤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서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400 명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정서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이유가 뭐냐?” “현재 있는 국회의원들만 정치를 잘하면 충분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의원) 정수 문제는 한두 명도 아니고 100명을 늘이자, 줄이자 할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문재인 대표의 발언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안철수 당시 대표와 함께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의원 400명 발언, 무시무시한 후폭풍

논란이 확산되자 문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진화를 위해 끼얹은 것이 물이 아닌 기름인 것처럼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문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가볍게, 장난스럽게 한 것이다. 다음에 더 준비해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재미삼아 말하기에는 너무 중대한 사안이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때 (의원) 정수를 감축하겠다고 한 발언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아마추어적 오락가락 발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지난 9일 문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의원 수를 확대하자는 것은 계산된 발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표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고 싶은 것이다. 숫자를 늘리면 비례대표가 늘어난다”며 “비례대표는 국민이 뽑는 것이 아니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뽑는다”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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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