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국조 제2라운드 ‘MB 정조준’ 내막

어차피 용두사미? 꼬리 자르고 도망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원외교국정조사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 6일 여야가 특위 활동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자원국조특위는 5월2일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기간만 연장됐지 달라진 것이 없어 자칫 도돌이표 활동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2라운드의 최대 화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다. 만약 출두한다면 그동안 열리지 못한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물론 의혹들도 말끔히 정리될 수 있다. 그간 지리하게 끌고 오던 현안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을 지켜보던 정계전문가들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결사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도돌이표
자원국조

자원국조특위 1라운드는 무의미한 공방의 연속이었다. 2014년 특위 출범을 앞두고 조사 범위를 결정하지 못한 여야는 설전을 주고받으며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국조 기간이 길어 이명박정부 뿐만 아니라 그 전 정부까지 해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단순히 예산이 많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조사 범위를) 이명박정부에 국한하자고 하는 건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은 “건국 이래 모든 정부를 다 조사하자고 하면 짧은 기간 동안 방대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 “이번엔 이명박정부 자원 개발에 중점을 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원내협상을 통해 ‘모든 정부’로 합의 후에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후 화두는 증인 채택문제로 넘어갔다. 새정치연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특위 출범 당시 회의석상에서 “국조에 누구나 응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우회적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노영민 의원도 “이명박정권의 국부유출이 70조원에 이른다.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야당의 요구에 여당은 결사반대를 표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내며 자원외교를 총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현 정부의 고위인사에 대해서도 증인 채택을 주장하자 ‘흠집내기’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자원국조특위 기간연장, 도돌이표 될라
여 ‘김대중·노무현정권도’…야 ‘MB만’

새누리당은 주무부처 장관을 불러서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이 가능함에도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세우려 하는 것은 정치공세로 해석하고 “전직 대통령을 불러서 망신을 주고 폄훼하려고 한다면 정상적으로 국조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의 시간> 회고록 출간에 앞장 선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14년 12월12일 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실시하려는 것과 관련해 “이 사안을 국정조사한다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특위는 진도를 내지 못하고 같은 논쟁을 반복했다. 그러나 1라운드가 종료될 때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폭탄선언을 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새누리당은 자원국조에 대한 논의가 되기 시작할 2014년 8월부터 꾸준히 문 대표의 증인 출석을 주장해왔다.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유병언씨가 경영하던 주식회사 세모가 참여정부 임기 한 달을 남기고 집중적으로 부채탕감을 받은 사실에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의원의 증인 채택은 의혹 해소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불을 지폈다.


“이명박만!”
“노무현도!”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이러한 주장을 두고 이 전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작전으로 해석했다. 한 야당당직자는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7개월여가 지난 2015년 4월, 문 대표는 자신도 증인으로 출두할 테니 이 전 대통령도 증인으로 채택하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내가 증인으로 나가면 이명박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온다고 한다”며 “좋다. 내가 나가겠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나와라”고 선언한 것이다.

발언 직후 새누리당은 사태진화에 나섰다. 새누리당 간사로 있는 권성동 의원은 “이 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은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여론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뉴스타파>의 의뢰로 진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을 증인 채택해야 한다는 찬성의견이 67.2%로 17.3%를 기록한 반대의견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국민 10명 중 7명 가량은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을 원하는 것이다.

지난 8일 여야는 5월2일까지 활동 기간을 연장한다는데 합의했다. 자원국조특위는 그간 100일간의 공방을 끝내고 기간 연장이냐 종료냐의 기로에 섰었다. 심각한 것은 그간 청문회 한번 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세금낭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미 억대의 비용을 들여 중동, 캐나다, 멕시코 등의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장, 한국가스공사의 혼리버 광구,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사업장으로 찾아가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마땅한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라운드 종료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2일 자원국조특위 야당 의원들은 이 전 대통령의 사저 앞을 찾아가 증인 출석을 요구했었다. 현장에 있던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야당에서 출석을 요구하는 사람은 총 64명, 새정치연합은 지난 7일 내부 검토를 거쳐 증인 명단을 새누리당에 새로 전달했다. 그러나 핵심 증인은 누가 뭐래도 다음의 5명으로 압축된다. 이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차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5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포함됐다.

정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에서 출두를 요구하는 것을 두고 친박계에서는 박근혜정부 핵심 인사인 최경환 부총리를 압박하기 위함이 아니냐고 말한다. 자원외교를 말하고 있지만 박영준, 이상득 등 지난 실세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명박정부 시절 지식경제부장관을 역임했다. 친이계가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중임을 맡았던 것. 야당에서는 그런 그를 두고 자원외교의 핵심역할을 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1년6개월간 지경부장관으로 재직했다.

증인 채택
최대 화두


최 부총리가 받는 의혹은 다음과 같다. 2009년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에 있는 하베스트와 자회사 ‘날’(NARL)을 1조7000억원의 금액으로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후 헐값에 되팔면서 약 1000억원가량의 손해가 났다. 야당은 인수 지시를 당시 지경부장관이었던 최 부총리가 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국부유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의혹도 크다. 강 전 사장은 최 부총리가 당시 장관으로 부임한지 한 달 뒤 장관실로 찾아가 최 부총리에게 인수 협상의 전반을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강 전 사장을 출국 금지시키고, 석유공사로부터 관련 자료 전체를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의혹에 최 부총리는 2월24일 국정조사장에 출두해 직접 해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보고를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하베스트가와 ‘날’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장관으로서 몰랐다는 사실이 큰일이라고 채근하자 그는 “왜 큰일입니까? 장관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된 사람이 어떻게 다 압니까?”라며 되물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최 부총리에게 책임을 지고 부총리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갔다. 국정조사장은 진실 규명과는 별도로 질문 태도와 답변 자세를 둘러싼 공방이 주를 이루었다.

문재인 “MB 나오면 나도 나가겠다”
성완종 자살로 수사 난항…특위는?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MB자원외교 사기의혹과 혈세 탕진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모임’이 김 비서관의 아들인 김형찬씨를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고발사유는 최 부총리에 대한 의혹과 같은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투자 실패 건이었다.


고발당한 김씨는 당시 석유공사의 해외 M&A 자문을 맡은 메릴린치 실무팀에서 근무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메릴린치와 자문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주고받은 제안서 안에 김형찬씨의 영문 이름인 피터 김(Peter Kim)이 확인된 것이다. 그가 속한 핵심 실무팀은 석유공사의 해외 M&A와 관련해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김씨는 한국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상무로 특채됐고 현재는 지점장에 올랐을 정도로 승승장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의 아들이 이명박정부가 진행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쌓여갔다.

현재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성 전 회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꼬리 자르기
몸통 놓치나

특위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유감을 표하면서도 “국정조사와는 무관한 일”이라 선을 그었다.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사태파악을 하는 중”이라고 답해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정계에서는 이미 국정조사 때마다 나오는 ‘꼬리 자르기’가 이번에도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감사원에서 최 부총리를 비호하는 듯한 움직임을 벌인 바 있어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최 부총리가 국정조사장에서 한 발언이 감사원 조사결과와 상충되자 올해 초 갑자기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있다.

이를 두고 복수의 언론은 기존 감사결과를 뒤집는 것일 뿐만 아니라 최 부총리는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의 어떤 정치소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발언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6일 새정치연합에서 진행한 정책엑스포에 참석한 자리에서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행사장에 걸려있는 ‘국회의원이 몇 명이 적당한가?’라는 질문이 적힌 패널에 351명 이상에 한 표를 붙인 뒤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서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400 명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정서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이유가 뭐냐?” “현재 있는 국회의원들만 정치를 잘하면 충분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의원) 정수 문제는 한두 명도 아니고 100명을 늘이자, 줄이자 할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문재인 대표의 발언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안철수 당시 대표와 함께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의원 400명 발언, 무시무시한 후폭풍

논란이 확산되자 문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진화를 위해 끼얹은 것이 물이 아닌 기름인 것처럼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문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가볍게, 장난스럽게 한 것이다. 다음에 더 준비해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재미삼아 말하기에는 너무 중대한 사안이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때 (의원) 정수를 감축하겠다고 한 발언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아마추어적 오락가락 발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지난 9일 문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의원 수를 확대하자는 것은 계산된 발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표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고 싶은 것이다. 숫자를 늘리면 비례대표가 늘어난다”며 “비례대표는 국민이 뽑는 것이 아니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뽑는다”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