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유승민 ‘4월 승부수’ 속내

2박3일 공들인 비수 ‘청와대 겨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월 국회가 시작됐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해결해야 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세월호 1주기는 물론 공무원연금개혁, 자원외교국정조사 등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대 국회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가 막이 올랐다.

난항이냐 순항이냐. 4월 임시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담겨있다.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들의 무게가 경중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안산적
책임막중

유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임시국회가 위기이자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후 리더십을 보여줄 확실한 기회가 그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등 몇몇 사안에 대해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김무성 대표와 겹쳐 폭발력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완구 흔적지우기’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이번 임시국회는 유 원내대표에게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원내대표였던 이완구 의원이 총리로 부임하면서 넘겨준 현안들이 아직 많다. 이번 4월 국회를 통해 확실히 털고 가지 못한다면 원내대표단의 사기도 저하될 수 있다.

이에 지난 8일 유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대표단은 이완구 총리와 긴급 오찬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 모인 그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경제활성화 법안처리 등 4월 임시국회 주요 입법 현안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동은 이 총리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청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양쪽 모두에게 필요한 자리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알려지기로 이 총리는 오찬에서 주로 공무원연금법, 경제활성화법 등 법안 통과에 관해 언급했다. 공무원연금법에 관해서는 소통을 통한 합의의 과정에 대해 말하며 야당의 적극적 지원을 끌어낼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조경제 해법 아냐 증세없는 복지 허구” 일침
청와대 “논평 삼가겠다” 함구 속으론 부글부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이나 인양 문제에 대해서는 회동 때 특별한 얘기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회동이 끝난 후 이 총리가 “유가족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경청하며 국민 통합이나 화합 등 전체적인 면을 균형 있게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찬 회동이 있기 전 유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가졌다. 그런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 ‘명연설’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여당과 청와대에서는 ‘개인의 생각’으로 치부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유 원내대표가 연설을 끝내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야당 의원들이 몰려들어 덕담을 전했을 만큼 연설문 내용에는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일부에 대해선 실패했다고 평가했으며 정책기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도 거론이 됐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이었던 134조원의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반성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다소 단언하듯이 말했다. 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유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욱 날카롭게 들렸다는 후문이다.

세월호 인양
가족 한 풀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번 연설에 대해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집권여당을 향한 이례적인 칭찬이었다. 또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찬사를 보낸다”며 “드디어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례적인 여당 대표의 연설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개인 SNS를 통해 “야당 원내대표가 연설하는 줄 알았다”면서도 “말은 여당도 옳고 야당도 옳다는 황희 정승 같은 말씀이었다. 민생경제 파탄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처방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한 당직자는 “어차피 선거용 아니냐”며 평가 절하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설이 끝난 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소리가 나왔지만 당황한 듯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의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김무성 대표의 반응도 화제가 됐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선하게 잘 들었다”면서도 “당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포함되어 있는 재벌개혁에 관한 내용이 김 대표를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내다봤다. 유 원내대표는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며 “재벌대기업은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 재계를 중심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유 원대대표의 연설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석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켜세운 점도 한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 경제기조 비판에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JTBC가 뉴스를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 중 한 명은 평가 절하하는 어투로 “참 잘하더라. 대단한 정치인의 정치철학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두고 정치적으로 영리한 연설이라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들은 이번 연설로 여당 지도부와는 대립각을 세우게 됐지만 야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됐다고 내다봤다. 이는 4월 국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계산이 전제된 행보라는 것이다.

특히 ‘대화가 통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4월 국회를 마지막으로 임기가 종료가 되기 때문에 유 원내대표 입장에서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복지 문제를 여야합의기구를 통해 해결해 나가자고 유승민·우윤근 양 원내대표가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만큼 둘 사이는 정책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다.

재벌·대기업
천민자본주의


새정치연합과 긴밀한 합의를 이뤄야 하는 개혁안은 ▲공무원연금개혁 ▲노동시장개혁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크게 3가지가 꼽힌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연금특위 활동 시한을 두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우 원내대표도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과제로 공무원연금개혁을 꼽은 만큼 대타협기구를 통한 합의 도출에 집중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시장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도 주요 현안으로 분류된다. 노동시장개혁과 관련해서는 최근 한국노총이 대타협 결렬을 선언한 상태라 여·야 간 긴밀한 논의가 불가피하게 됐다. 향후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정부 주도의 법·제도 정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측면에서 자칫 노동계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에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4월 국회 처리를 합의했을 정도로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초 새정치연합이 요구한대로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키로 합의했기 때문에 조속한 처리가 예상된다.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사드 같은 경우에는 한국배치를 놓고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간 갈등기류를 빚고 있어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유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이 핵 공격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란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당초 청와대·친박계의 만류에도 지난 1일 ‘사드 의원총회’를 강행했던 그였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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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 국회에서 다루어질 가장 중요한 현안은 따로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 1주기가 그것이다.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 4월16일 전에 윤곽을 잡지 못한다면 전국적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공산이 크다.

이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세월호 선체 인양과 관련한 긴급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인양해야 한다’가 65.8%로 ‘인양하지 말아야 한다’의 16.0%와 비교해 4배가 넘는 수치로 나타났다. 만약 인양 문제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진다면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대표연설을 세월호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했다. 특히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양의 이름을 부르며 연설을 시작했다는 점은 국민여론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다윤 양과 함께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씨와 권혁규군 부자, 이영숙씨…이렇게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다”며 단상에서 세월호 실종자 이름을 한명씩 불렀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의지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선을 정부에 촉구한 점은 특히 야당으로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세월호 언급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심판론’을 들고 나와 4·29재보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기위한 목적으로 세월호를 이용한 것이라 주장한다.

보수 새지평
진보 아젠다

수많은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유 원내대표의 승부수. A4용지 87매 분량, 40분 가량 진행된 연설문을 이틀 밤낮을 새며 직접 썼을 정도로 유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당내에서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을 몰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여당 지도부내에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심(朴心)’으로 통하고 있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조율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언급했고, 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보수성향의 정치전문가들 중 유 원내대표가 경솔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연설이 대정부질문이라면 괜찮지만 대표연설이기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가 대표연설문 내용을 서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서 정책 방향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가족 울린 유승민 연설, “실종자 가족 한 풀어드려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선보인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화제다.

취임 후 처음 가진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설이 있었던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삭발을 한 세월호 유가족이 참석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유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희생자 295명, 실종자 9명, 그리고 생존자 172명을 남긴 채 1년 전의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남겼다”면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우리 정치가 이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되물어 유가족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이어서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씀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지난 1년의 갈등을 씻어주기를 기대한다”며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월호를 인양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며 세월호에 대한 연설을 마무리했다.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인양비에 대해서는 “세월호 인양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막대한 돈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국민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의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바른 생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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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