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유승민 ‘4월 승부수’ 속내

2박3일 공들인 비수 ‘청와대 겨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월 국회가 시작됐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해결해야 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세월호 1주기는 물론 공무원연금개혁, 자원외교국정조사 등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대 국회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가 막이 올랐다.

난항이냐 순항이냐. 4월 임시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담겨있다.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들의 무게가 경중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안산적
책임막중

유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임시국회가 위기이자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후 리더십을 보여줄 확실한 기회가 그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등 몇몇 사안에 대해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김무성 대표와 겹쳐 폭발력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완구 흔적지우기’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이번 임시국회는 유 원내대표에게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원내대표였던 이완구 의원이 총리로 부임하면서 넘겨준 현안들이 아직 많다. 이번 4월 국회를 통해 확실히 털고 가지 못한다면 원내대표단의 사기도 저하될 수 있다.

이에 지난 8일 유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대표단은 이완구 총리와 긴급 오찬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 모인 그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경제활성화 법안처리 등 4월 임시국회 주요 입법 현안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동은 이 총리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청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양쪽 모두에게 필요한 자리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알려지기로 이 총리는 오찬에서 주로 공무원연금법, 경제활성화법 등 법안 통과에 관해 언급했다. 공무원연금법에 관해서는 소통을 통한 합의의 과정에 대해 말하며 야당의 적극적 지원을 끌어낼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조경제 해법 아냐 증세없는 복지 허구” 일침
청와대 “논평 삼가겠다” 함구 속으론 부글부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이나 인양 문제에 대해서는 회동 때 특별한 얘기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회동이 끝난 후 이 총리가 “유가족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경청하며 국민 통합이나 화합 등 전체적인 면을 균형 있게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찬 회동이 있기 전 유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가졌다. 그런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 ‘명연설’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여당과 청와대에서는 ‘개인의 생각’으로 치부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유 원내대표가 연설을 끝내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야당 의원들이 몰려들어 덕담을 전했을 만큼 연설문 내용에는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일부에 대해선 실패했다고 평가했으며 정책기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도 거론이 됐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이었던 134조원의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반성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다소 단언하듯이 말했다. 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유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욱 날카롭게 들렸다는 후문이다.

세월호 인양
가족 한 풀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번 연설에 대해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집권여당을 향한 이례적인 칭찬이었다. 또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찬사를 보낸다”며 “드디어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례적인 여당 대표의 연설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개인 SNS를 통해 “야당 원내대표가 연설하는 줄 알았다”면서도 “말은 여당도 옳고 야당도 옳다는 황희 정승 같은 말씀이었다. 민생경제 파탄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처방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한 당직자는 “어차피 선거용 아니냐”며 평가 절하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설이 끝난 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소리가 나왔지만 당황한 듯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의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김무성 대표의 반응도 화제가 됐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선하게 잘 들었다”면서도 “당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포함되어 있는 재벌개혁에 관한 내용이 김 대표를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내다봤다. 유 원내대표는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며 “재벌대기업은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 재계를 중심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유 원대대표의 연설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석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켜세운 점도 한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 경제기조 비판에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JTBC가 뉴스를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 중 한 명은 평가 절하하는 어투로 “참 잘하더라. 대단한 정치인의 정치철학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두고 정치적으로 영리한 연설이라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들은 이번 연설로 여당 지도부와는 대립각을 세우게 됐지만 야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됐다고 내다봤다. 이는 4월 국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계산이 전제된 행보라는 것이다.

특히 ‘대화가 통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4월 국회를 마지막으로 임기가 종료가 되기 때문에 유 원내대표 입장에서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복지 문제를 여야합의기구를 통해 해결해 나가자고 유승민·우윤근 양 원내대표가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만큼 둘 사이는 정책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다.

재벌·대기업
천민자본주의


새정치연합과 긴밀한 합의를 이뤄야 하는 개혁안은 ▲공무원연금개혁 ▲노동시장개혁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크게 3가지가 꼽힌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연금특위 활동 시한을 두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우 원내대표도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과제로 공무원연금개혁을 꼽은 만큼 대타협기구를 통한 합의 도출에 집중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시장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도 주요 현안으로 분류된다. 노동시장개혁과 관련해서는 최근 한국노총이 대타협 결렬을 선언한 상태라 여·야 간 긴밀한 논의가 불가피하게 됐다. 향후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정부 주도의 법·제도 정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측면에서 자칫 노동계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에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4월 국회 처리를 합의했을 정도로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초 새정치연합이 요구한대로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키로 합의했기 때문에 조속한 처리가 예상된다.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사드 같은 경우에는 한국배치를 놓고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간 갈등기류를 빚고 있어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유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이 핵 공격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란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당초 청와대·친박계의 만류에도 지난 1일 ‘사드 의원총회’를 강행했던 그였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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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 국회에서 다루어질 가장 중요한 현안은 따로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 1주기가 그것이다.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 4월16일 전에 윤곽을 잡지 못한다면 전국적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공산이 크다.

이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세월호 선체 인양과 관련한 긴급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인양해야 한다’가 65.8%로 ‘인양하지 말아야 한다’의 16.0%와 비교해 4배가 넘는 수치로 나타났다. 만약 인양 문제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진다면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대표연설을 세월호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했다. 특히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양의 이름을 부르며 연설을 시작했다는 점은 국민여론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다윤 양과 함께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씨와 권혁규군 부자, 이영숙씨…이렇게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다”며 단상에서 세월호 실종자 이름을 한명씩 불렀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의지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선을 정부에 촉구한 점은 특히 야당으로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세월호 언급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심판론’을 들고 나와 4·29재보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기위한 목적으로 세월호를 이용한 것이라 주장한다.

보수 새지평
진보 아젠다

수많은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유 원내대표의 승부수. A4용지 87매 분량, 40분 가량 진행된 연설문을 이틀 밤낮을 새며 직접 썼을 정도로 유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당내에서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을 몰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여당 지도부내에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심(朴心)’으로 통하고 있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조율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언급했고, 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보수성향의 정치전문가들 중 유 원내대표가 경솔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연설이 대정부질문이라면 괜찮지만 대표연설이기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가 대표연설문 내용을 서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서 정책 방향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가족 울린 유승민 연설, “실종자 가족 한 풀어드려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선보인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화제다.

취임 후 처음 가진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설이 있었던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삭발을 한 세월호 유가족이 참석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유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희생자 295명, 실종자 9명, 그리고 생존자 172명을 남긴 채 1년 전의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남겼다”면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우리 정치가 이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되물어 유가족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이어서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씀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지난 1년의 갈등을 씻어주기를 기대한다”며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월호를 인양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며 세월호에 대한 연설을 마무리했다.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인양비에 대해서는 “세월호 인양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막대한 돈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국민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의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바른 생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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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