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이 쓰는' 일상 신조어 대해부

눔프족, 금사빠녀, 꼬돌남…알고 계십니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국립국어원이 온·오프라인 매체 139개를 조사해 ‘2014 새 낱말’ 334개를 선정했다. 이를테면 ‘눔프족’ ‘뇌섹남’ ‘금사빠녀’ 등이다. 이 같은 신조어의 등장은 작금의 다양한 사회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신조어 탄생 배경과 그 쓰임새를 알아보자.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은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각종 매체에 등장한 새 낱말(신어) 334개를 조사해 2014년 신어를 발표했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2014년 신어 자료집에는 ‘눔프족’(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복지비용을 위한 증세에는 반대하는 사람),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가 있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 ‘금사빠녀’(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자), ‘꼬돌남’(꼬시고 싶은 돌아온 싱글 남자) 등 우리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는 신어들을 수록했다.

한국어 맞아?
아리송한 신어
 
이번 신어에는 특정 행동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무리를 가리키는 어휘가 27%(92개)나 됐다. 실속 있는 소비 경향과 관련된 ‘모루밍족’(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세히 살펴본 뒤, 모바일 쇼핑을 하는 사람), 숨 가쁜 일상이 반영된 ‘출퇴근 쇼핑족’(출퇴근을 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따위로 쇼핑을 하는 사람) 등과 사회 경제적 문제를 반영한 ‘오포 세대’(생활고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 구입을 포기한 세대), ‘앵그리맘’(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사회 문제에 분노하여 적극적으로 그 해결에 참여하는 여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특정 부류를 가리키는 접사로는 ‘-족’ ‘-남’ ‘-녀’가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앵그리맘’(당면한 사회 문제에 분노하는 엄마)과 같은 외래어를 기반으로 만든 신어의 비율도 64%로 높게 나타났다.
 

주제별로 살펴보면 사회·경제(24%, 80개), 통신(14%, 47개) 어휘가 많이 나타났다. 지속된 경기 불황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한 ‘임금 절벽’(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 반하여 임금은 오르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주거 절벽’(급격하게 오른 주거 비용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디 공포’(통화량의 축소에 따라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에 대하여 느끼는 공포) 등이 그 예다. 특히 우리 사회를 ‘일자리 절벽’ ‘재벌 절벽’ ‘창업 절벽’ 등으로 설명한 <절벽사회>(고재학 저)에서 유래한 ‘절벽’계 어휘들이 다수 등장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육박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먹스타그램’(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 ‘인생짤’(그 사람의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잘 나온 사진), ‘광삭’(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함) 등 통신 관련 어휘들이 쏟아졌다. 음식 관련 어휘는 ‘맛저’(맛있는 저녁), ‘부먹파’(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부어 먹는 사람의 무리) 등이 있다. 
 
교육 관련 어휘에는 ‘돼지맘’(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하여 다른 어머니들을 이끄는 어머니), ‘자동봉진’(자율 활동·동아리 활동·봉사 활동·진로 활동을 줄여 이르는 말) 등이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는 ‘고급지다’(고급스러운 멋), ‘심멎’(심장이 멎을 만큼 멋지거나 아름답다), ‘심쿵’(심장이 쿵할 정도로 놀라움), ‘핵꿀잼’(매우 많이 재미있음) 등의 긍정적 어휘와 ‘노관심’(관심이 없음) ‘극혐오하다’(아주 싫어하고 미워하다)와 같은 부정적 어휘가 나타났다.

사회 비추는
시대의 거울
 
이외에도 300개가 넘는 신조어가 있다. 그중에서도 사용빈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신조어의 용례를 픽션을 가미한 스토리로 풀어봤다.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A씨가 ‘개총’(개강총회) 뒤 ‘개파’(개강파티)참석했다. ‘독강족’(아는 사람 없이 혼자 강의를 듣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학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을 알게 됐고 술자리에서 ‘두둠칫’(춤추면서 박자에 맞춰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모양) 다가갔다. 그녀에게 반해 ‘갠톡’(개인 카카오톡)을 시도했지만 현실은 ‘읽씹’(메시지를 읽고 나서 답장을 하지 않는 행위)이었다.
 
 
그래도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그녀를 갈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듀얼성형’(두 군데 이상의 신체부위를 성형함) 미인이었다. 조금 실망했지만 ‘런피스’(원피스를 입고 러닝화를 신은 차림) 스타일이 무척 끌렸다. 뿐만 아니라 ‘놈코어’(지극히 평범한 옷이나 소품들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멋을 표현함)는 기본이었고 ‘긱시크’(세련되고 지적이면서도 괴짜같은 느낌을 풍기는 패션 스타일) ‘꾸러기룩’(장난꾸러기처럼 활동적인 쾌활한 느낌을 주는 옷차림)과 ‘꾸러기템’(쾌활한 느낌을 주는 옷이나 소품)까지 소화해냈다.
 
갈수록 넘쳐나는 신조어…도대체 뭔 말?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사회현상 반영
 
A씨는 ‘썸’을 타지 않았지만 JTBC <마녀사냥>을 시청하며 그녀와의 ‘그린라이트’(상대방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를 꿈꿨다. A씨는 그녀가 ‘꽃오빠’(외모가 꽃처럼 아름다운 오빠)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러나 A씨는 ‘소금남’(피부가 희고 쌍꺼풀이 없으며 큰 키에 마른 몸매를 지녀 여린 소년의 느낌을 주는 남자) ‘옴므 파베르’(화장용품에 관심이 많은 남성)와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A씨는 기본적인 패션센스도 ‘뇌섹남’ 기질도 없었다. 대충하고 다녀도 인기를 한몸에 받는 ‘완얼’(완성은 얼굴) 동기가 부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껌딱지녀’(다른 사람에게 들러붙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여자)였다. 남자친구가 잠시라도 붙어있지 않으면 안 되는 성향이었다. A씨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민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인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닥눈삼’(닥치고 눈팅 삼 개월)이 필수였다. 해당 게시판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글을 게시해도 반응이 없었다. 괜히 글 하나 잘못 썼다가 ‘빛삭’(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함) 혹은 ‘광삭’(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함)되기 십상이었다.
 
일단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예스잼’(재미가 있음)을 이끌기 위해 ‘평타취’(평균과 비슷한 수준) 게시물을 올리며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고대짤’(너무 오래되어 더 이상 재미를 주지 못하는 그림이나 사진)이라는 둥 ‘저퀄’(질이나 수준이 낮음)이나 ‘발퀄’(품질이 뛰어나지 않음)이라며 ‘노관심’(관심이 없음)이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고민하던 A씨는 ‘어그로꾼’(인터넷 게시판의 성격과 맞지 않는 주제의 글이나 특정 대상에 대하여 악의적인 글을 습관적으로 올리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먹고 연예인 가십 글을 올렸다. 예상대로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고 ‘극호감’(아주 좋게 여기는 감정)과 ‘극혐오’(아주 싫어하고 미워하다)가 명확하게 갈렸다. 그러면서 일부 연예인을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됐고 ‘반도녀’(한국여자)라며 여성을 비하하기에까지 이르렀다. A씨의 어그로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는 난장판이 됐다. 급기야 ‘고소미 드립’(즉흥적으로 상대방을 고소하겠다고 말하는 일)까지 넘쳐났다.

긍정·부정적
골고루 등장
 
이를 계기로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벗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넌치’(저녁과 다음 날 아침 사이의 늦은 밤에 먹는 추가적인 식사) 때마다 ‘존맛’(음식이 매우 맛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메뉴를 즐겼다. 습관적인 넌치에 A씨의 몸은 갈수록 불었다.
몸이 무거워지자 게을러졌고 외출도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린백족’(의자나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등을 기대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돼 쇼핑도 집에서 즐겼다. 이후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모루밍족’(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세히 살펴본 뒤,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는 사람)으로 발전하게 됐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간 ‘바이슈머’(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싼 값에 물품을 사기 위해 수입상을 통하지 않고 해외의 인터넷 쇼핑몰 따위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가 됐다.
 
 
A씨는 이런 식으로 다양한 물품을 수집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인을 통해 귀여운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 받았다. 이내 ‘냥스타그램’(고양이의 사진을 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에 빠지면서 방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후 A씨는 ‘갓수족’(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부모가 주는 용돈으로 직장인보다 풍족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으로 전락했다.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등장하는 줄임말
자칫 소통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라
 
대구에 사는 직장인 B씨는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 대구의 여름은 조금 과장하면 아프리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프리카’(여름에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 지나치게 더운 대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B씨는 ‘솔캠족’(혼자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 따위로 나가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자 ‘나핑족’(밤에 야영을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다가올 더위를 피할 방법을 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캠핑이 대중화되면서 ‘레티켓’(여가 활동을 하면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서 불쾌하다.
 
그러나 여성은 예외다. 레티켓이 좀 부족해도 예쁘면 ‘츤데레남’(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으로 변한다. 그리고 페이스북 주소를 알아내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 지금까지 수십 번이고 ‘삼귀다’(아직 사귀지는 않지만 서로 가까이 지내다) 단계까지 발전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학부모 C씨는 소위 ‘돼지맘’(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해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엄마)이다. C씨의 아이들은 하루에 5개가 넘는 사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절벽’(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인해 가정 경제의 부담이 과중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은 피할 수 없다.
 
C씨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들은 ‘덕통사고’(뜻밖에 일어난 교통사고처럼 어떤 일을 계기로 갑자기 어떤 대상에 병적으로 집중하거나 집착하게 됨)를 당해 공부와 담을 쌓게 됐다. 급기야 ‘덕밍아웃’(한 분야에서 지나치게 심취하는 사람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까지 했다. 비뚤어진 건 아니지만 답답했다.

지속적 사용시
사전등재 결정
 
딸은 더했다. C씨의 딸은 ‘자방세대’(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하는 세대)였다. 하루 온 종일 아프리카TV에서 ‘먹부심’(먹는 일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을 부렸다. 치킨, 피자, 삼겹살 등 ‘위꼴샷’(위가 움직일 정도로 식욕을 자극하는 사진)을 올리며 별풍선을 받기도 했다. 딸은 ‘바이어트녀’(자전거를 타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 등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 시청자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는 다양한 신조어가 녹아 있다. 습관처럼 내뱉는 말 중에는 신조어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국립국어원은 매해 조사 전 12개월에 걸쳐 발간된 대중 매체의 언어를 대상으로 자동 신어 조사기를 활용하여 신어 후보 항목을 추출하고, 비속어 제외 등의 신어 선정 기준에 따라 그해 신어를 최종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신어는 이후 지속적인 사용 양상을 관찰하여 사전의 등재 여부 및 표준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으로는 어떤 신조어가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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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