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박원순 끌어내기’ 플랜

결국 넘어야 할 산…큰 봉우리 넘어야 최정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 산은 오 전 시장이 직접 쌓아 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의 큰 산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정계의 지각변동으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 지각변동은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을 내걸자 일어났다. 자신의 과업을 청산하지 못하면 정상에 오르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현재 정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명이다. 홀연히 떠났던 사람이 돌연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 전 시장을 두고 수많은 정치전문가들은 그의 복귀를 당연시하고 있다. 몇몇 언론에서는 그의 훤칠한 키와 잘생긴 이목구비를 언급하며 마치 스타의 귀환처럼 보도하고 있다.

정치스타 귀환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차기대선주자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내에서 오 전 시장이 14.9%를 기록, 25.3%를 기록한 김무성 대표의 뒤를 잇는 2위로 나타났다.

리서치뷰가 인터넷방송 팩트TV와 함께 지난달 30일 실시한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후보로 느껴질 정도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제치고 적합도 4위에 오른 것이다. 8.8%를 기록한 오 전 시장 앞에는 32.5%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16.8%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12.1%의 박원순 서울시장뿐이다. 특히 박 시장과는 단 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정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지난 3년6개월간을 되돌아 봤을 때 격세지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오 전 시장의 정계복귀에 대해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복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이다.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당직으로 복귀한다는 설과 하나는 선거를 통해 복귀한다는 설이다.

당직을 통한 복귀 시나리오는 오 전 시장의 입장에서 안정적이다. 새누리당 내에는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가 1석 남아있어 김 대표의 ‘제가’를 얻으면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여의도연구원의 수장 자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다수의 정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당직으로의 복귀가 안정적이긴 하나 화제성 면에서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당당히 선거를 통해 복귀하라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미 오 전 시장이 선거를 통한 복귀 수순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대위 발대식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자리에 참석한 오 전 시장은 정계복귀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을 향해 “정계복귀는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를 ‘얼굴 도장’ 찍기로 해석한다.

4·29 현장에 얼굴도장, “시장직은…실수”
정몽준과 테니스 회동, 노원병? 광진갑?

그러나 선거를 통한 복귀는 험로의 연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오 전 시장 앞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과 박 시장의 인연을 살펴보면 정적(政敵)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시장 직에서 내려올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결과는 투표함을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끝났다. 결국 오 전 시장은 자리에서 내려왔고, 시민들은 그런 오 전 시장의 대체재로 박 시장을 선택했다.

2011년 서울시장재보선에 나선 박원순 당시 후보자는 전임 오세훈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들을 두고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시장이 된 후에는 오 전 시장이 실시하고 있던 사업들을 대폭 축소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오세훈 흔적지우기’라 불렀다.


그러나 공고할 것 같았던 박 시장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오 전 시장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시장의 지지율은 2015년 1월 셋째 주부터 꾸준히 하락해 3월 들어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전체 2위 자리를 내줘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오락가락하는 서울시 재활용 정책 등으로 불거진 박 시장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오 전 시장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박 시장과 직접 붙기보다는 우선 다가올 20대 총선에 맞춰 준비를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리고 현재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가 맡고 있는 노원병과 광진갑이다.

정적 박원순

노원병 출마 예상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지난달 21일 이 전 시장과 정몽준 전 의원이 ‘테니스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이 붙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에게 “총선 출마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서울 노원병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원병은 현재 안 전 대표의 지역이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총선 출마에 관해서는 “그래야죠”라고 답했지만 노원병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해 봤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갑 출마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그가 광진구 자양동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26일 사퇴한 이후 종로구 혜화동 시장공관에서 나와 그곳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오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오 전 시장이 자양동에 전셋집을 구했다”면서도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으며 단지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7호선 뚝섬유원지역 근처에 전셋집을 구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었다.

일각에서는 만약 오 전 시장이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 중 한 명을 잡을 수 있다면 그 파장이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과연 오 전 시장이 복귀와 함께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당은 물론 야당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최근 공식석상에 다시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무상급식 중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간의 악연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둘의 악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5·31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맞붙은 둘 사이의 승부는 뒤늦게 뛰어든 오세훈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2011년에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들고 온 ‘무상급식 찬반투표’를 두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쓴소리를 던졌다.

케케묵은 악연,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

홍 대표는 자신을 찾아온 오 시장에게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과 상의 없이 시장 직을 사퇴한 오 시장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두 달 뒤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고 홍 대표는 이를 기점으로 악재가 겹쳐 취임 5개월 만인 12월9일 대표직에서 퇴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자신을 한나라당 대표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든 ‘무상급식’ 카드를 들고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은 오랜 재야생활 끝에 다시 정계 복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오 전 시장이 다시 복귀한다면 필연적으로 홍 지사와의 3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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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