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부패와 전면전, 성공할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그리도 애지중지하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임을 처리하고 이완구 국무총리를 내세운 이후 부패와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을 살피면 불현듯 고려 말 신돈을 내세워 개혁의 기치를 올렸던 공민왕이 생각난다. 왜 그런지 잠시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공민왕은 원나라가 통치하던 시기에 원에 의해 마지막으로 보위에 올랐던 개혁적인 인물로,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 황실의 여인 즉 ‘노국대장공주’와 혼인하게 된다.

공민왕은 초기에 노국공주에 대해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며 원나라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당연히 원나라와 마찰이 불거지는 그 순간에 노국공주는 고려, 즉 공민왕을 선택하고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된 공민왕은 이후 노국공주의 사랑의 노예가 된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 노국공주가 생을 달리하고 이후 공민왕은 정치에서 멀어지며 오로지 노국공주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한순간 왕권 강화를 목표로 역사에서 요승으로 기록되고 있는 신돈을 앞세운다.

공민왕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신돈은 이제현 등 신진사대부를 등용하여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하여 당시 권력을 독점하고 있던 권문세가들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데 주력한다. 그 일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나타내지만 머지않아 신돈이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첩을 거느리며 주색에 빠져들고 심지어 권력까지 장악하려 시도한다. 결국 그의 권력욕과 부패는 권신들의 집중포화를 맞게 되고 또 공민왕 역시 의심하게 되면서 권좌에서 물러나 비참한 종말을 맞이한다. 결국 신돈을 앞세웠던 실패한 개혁은 후일 고려왕조 멸망의 단초가 된다.

이제 공민왕을 박근혜 대통령에, 노국공주를 김기춘 실장 그리고 신돈을 이완구 총리에 비교해보자. 어리둥절할 정도로 비슷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슬로건이었던 민족대통합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나아가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조작했던 김기춘씨를 비서실장에 임명하여 절대적 신임을 주었다.

그리고 그가 떠나자 전과는 180도 다른 행동양식을 보이고 있다. 불통이 갑자기 소통으로 전환되면서 부패의 화신이라 불리어도 손색없는 이완구에게 칼을 쥐어주었으니, 이 두 부류를 비교하면 전혀 별개의 인물들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부패와의 전면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다. 벌써 일부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해코지로 규정내리기 시작했고, 이후 자칫 잘못하면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 타령이 이어질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명분은 그럴싸한데 그 시기와 주체 등 이번 부패 척결의 본질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여하튼 역사를 거론했으니 역사로 마무리 짓자. 고려를 멸하고 조선의 실질적 창시자인 태종 이방원과 조선의 개국공신이며 이방원의 스승이었던 한상경 간의 대화 내용이다.

“내가 즉위한 처음에 경(卿)이 나에게 ‘임금 노릇 하기가 어려운 줄 알아야 되고, 아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행하기가 어려운 법이다’고 말해 주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그 말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자 한상경이 “신이 한 말을 잊지 않고 계시니, 다시 한 말씀을 아뢰겠습니다”면서 덧붙인다.

“처음이 없는 사람은 없으나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