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르포> 난교클럽에선 무슨 일이…

평일엔 스와핑, 주말엔 집단성교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늦은 밤, 술집이 즐비한 번화가를 걷다보면 간혹 ‘Membership Club’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호기심이 발동해 업소로 입장할라치면 굳게 닫혀 있거나 사장으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곤 한다. 말 그대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업소이므로 누구에게나 출입을 허용하지는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멤버십 클럽은 성 소수자들을 상대로 운영되는 게이바로 알려져 있으나 독특한 성적 취향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 멤버십 클럽에서 부부, 커플, 싱글들이 독특한 성 교류 모임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가 직접 방문해봤다.

  
부부, 커플, 싱글들의 독특한 성 교류 모임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해당 모임의 인터넷 카페 가입이었다. 이미 1만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이 카페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카페가 요구하는 질문에 답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은 부부인지, 커플인지였다. 싱글이라고 적은 후 기자의 신체 사이즈와 나이, 그리고 직업, 성격, 가입경로에 대해 대답했다.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댓글 5, 게시글 1, 방문 2회 이상을 이수해야 했다. 일주일이 넘도록 정회원은 승낙되지 않아 대부분의 게시글 확인이 불가했다. 게시글의 제목만 보며 추적한 끝에 그들만의 모임 장소인 한 클럽의 이름을 알아냈다. 인터넷포털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에 그 클럽을 검색해보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을 검색해 보니 클럽 관련 글 몇 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클럽 사장의 연락처를 알아낸 후 지난 23일 클럽 방문 예약을 문의했다. “매일 저녁 9시에 오픈하지만 금일은 예약 팀이 없으므로 내일 방문하시길 권한다는 운영자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맘놓고 프리타임
주말마다 북새통
 

2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1팀에 전화를 걸었다. 클럽 방문 전에 법적 처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성매매업소가 아니고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지는 업소이다보니 어떠한 법적 근거로도 처벌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날 밤 1030분 경기도 부천의 석촌로 184번길을 찾았다. 사장에게 전화를 걸자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카페는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을 만큼 철통보안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사장이 기자를 마중 나왔다. 안내를 받고 클럽으로 들어섰지만 어두운 조명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입구 통로에는 1m 높이의 행거에 수많은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 옷들은 대부분 야동에서나 볼법한 세일러교복, 가죽의상 등의 코스프레 의상이었으며, 벽면 가득 멋스러운 마스크도 걸려 있었다. 기자의 신분을 속이고 방문했기에 홈바에 자리를 잡은 후 사장과 마주했다. 카운터에서는 클럽 외부에 설치된 4개의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저한 멤버십 클럽 운영을 위해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사전 방문 예약 없이는 그 어떤 손님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사장은 클럽 방문 경로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카페 가입 후 호기심이 발동해 오게 됐다고 설명하자 그제야 사장은 미소를 보이며 상냥한 말투로 기자를 상대했다. 사장은 회원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기자의 회원 자격을 우수회원으로 변경해줬다.
 
중앙에 대형 침대…뒤엉켜 그룹섹스
커플 바꿔 관계…파트너 빌려주기도
 
은은한 조명만이 간신히 클럽을 비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클럽 양 벽면으로 테이블이 5개씩 총 10개의 테이블이 있었으며, 클럽의 정중앙에는 대형 침대가 놓여 있었다. 족히 20명은 누울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빨간색 가죽침대였다. 홈바 우측편 복층과 테이블 끝 부분에도 침대가 2개씩 놓여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 인테리어용 침대는 아니었다.
 
사장은 휴대전화를 꺼내어 외국인들이 한 공간에서 그룹성교를 갖는 사진을 보여줬다. 주말이면 이 사진 속 장면이 클럽에서 재현된다고 설명해줬다. 평일에는 소수의 팀들만이 클럽을 방문하므로 주로 부부나 커플 간 상대를 바꾸어 관계를 갖거나 남자 측에서 싱글 남성에게 아내 또는 여자 친구와의 교감을 허락해주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했다.
 

사장은 기자가 혼자 찾아왔다는 점을 고려해 싱글 남성과 싱글 여성 간의 관계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로 평일에는 3~4, 주말에는 15~20팀이 클럽을 방문하며, 방문 팀의 예약 현황은 카페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팀은 부부나 커플이 80%, 싱글이 20%를 차지하며 주 고객층은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이라고 했다. 20대 커플과 50대 부부는 각 25% 정도씩 차지한다고 했다. 메뉴판을 살펴보자 가장 저렴한 메뉴는 1인 기준 맥주 10병과 과일안주 세트가 20만원이었으며 12년산 양주 가격은 27만원이었다.
 
찾는 부부 많아
자유로운 성관계
 
클럽에는 기자 외에도 6명의 손님이 한 테이블에 앉아 옹기종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30대 초반 커플이 한 팀이었으며 나머지 두 팀은 40대 부부인 것으로 보였다. 음악 소리에 그들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으나 농도 짙은 대화 내용을 포함한 일상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사장은 세 팀의 부부, 커플인데 다들 처음 보는 사이라고 설명해줬다.

 
부부 관계가 소원해진 부부의 출입이 잦다고 한다. 특히 남편의 경우 평소 부인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다가 뭇 남성들로부터 환대받는 부인을 보면 질투심을 느껴 애정이 더욱 생긴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사장은 클럽 방문 이후 관계를 회복한 부부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젊은 커플들은 개방된 성 문화로 인해 자유롭게 상대방을 바꿔 관계를 가짐으로써 지루해진 커플 간의 관계에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단다. 사생활을 억압하는 연인 관계에 대한 회의감에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싱글들 사이에서는 자유로운 성 관계가 가능하므로 인기란다. 불법 성매매 업소 출입으로 성병 위험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싱글 남성도 있단다.
 
‘철통보안’ 회원제 멤버십 클럽
독특한 성적 취향 사람들 모여
 
단골손님에 대해 묻자 사장은 자동차딜러로 일하는 31세 미혼남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작은 키에 통통한 체형이며 못생긴 얼굴의 소유자라고 했지만 서글서글한 성품과 애무 기술이 좋아 손님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라고 했다. 연회비 400만원을 지불한 그는 매주 술값 부담 없이 마음 놓고 와서 술을 마시며 부부나 커플의 여성을 탐한다고 한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는 27세의 여성은 연예인 못지않은 빼어난 외모와 몸매로 남성 손님으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나 부인 또는 여자 친구들의 시샘 또한 이기기 힘들다고 한다. 이에 그녀는 방문 예약 시 싱글 남성 5명 이상을 확보해 놓으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으며 싱글 남성 모두와 함께 교감을 나눈다고 한다.
 
30세의 한 남성은 관음증환자로 이성과의 교감은 피하며 성교를 지켜보는 것에 만족한다고 한다. 그는 야맹증이라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12시에 진행되는 프리타임(성교타임)에 가장 난감해 한다고 한다. 프리타임에는 최소한의 조명만 켜놓은 채 손님들간의 자유로운 성관계를 유도한단다.
 
클럽은 손님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에는 쌔끈 데이가 운영되는데 말 그대로 정말 화끈하게 놀아야만 한다. 매달 진행되는 고정 이벤트로는 란제리코스듐 파티가 있으며 맘에 드는 사람을 지명해 함께 노는 초이스 미팅, 초보를 위한 초보데이, 무료로 마사지를 제공하는 마사지 이벤트, 패티쉬 파티도 진행한다.
 

원활한 클럽 운영을 위한 몇 가지 금지사항도 있다. 첫째 절대 상대 배우자의 허락 없이는 이성을 탐해서는 안 되며, 둘째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에서 질투심으로 인해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셋째 신상 유출이 염려되므로 사진 촬영을 금하며, 넷째 아무리 친하다고 해서 실명을 거론해선 안 되며 닉네임으로 호칭을 대신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손님에게는 일체 술값을 요구하지 않으며 성매매업소가 아니므로 상대에게 돈을 지불해서는 안 된다.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세 부부들은 번갈아가며 홈바 쪽으로 다가와 기자를 살폈다. 이는 낯선 이와의 관계를 위한 하나의 탐색전으로 보였다. 새벽 1시 무렵, 테이블에 앉아 있던 40대 여성이 잘생겼다며 친근감 있는 말투로 기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순간 당황해 얼굴이 화끈거리게 달아올랐고 대충 감사를 표했다. 여성은 사장에게 귓속말을 한 후 자리로 돌아갔다.
 
저 테이블의 다른 여성이 손님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데 어떠세요? 이 시간쯤 되면 보통 관계가 이뤄지거든요.” 사장이 기자에게 말했다.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생각을 해보겠다며 화장실로 몸을 피했다. 대형 침대를 지나다 테이블에서 입맞춤을 하는 한 커플을 목격했으며 여성들의 매서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반 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샤워시설이 눈에 띄었다.
 
나홀로족도 출입
싱글은 즉석교감
 
언제쯤 볼 수 있어요?” 사장에게 물었다. 이내 사장은 초보 부부 두 팀이나 방문해 관계 관전은 불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사장이 기자에게 호감을 표시한 여성과의 관계에 대해 재차 묻자 거절 의사를 밝혔고 사장은 더 이상의 요구는 하지 않았다. 이렇듯 상대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 강요는 없으며, 반드시 합의하에 이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벽 130분이 돼서야 클럽을 빠져나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박스를 줍고 있는 한 할머니가 있었다. 취재 목적으로 방문했지만 기자도 남자인지라 호기심이 많았던 터, 할머니의 굽은 허리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이들의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되레 우리 사회의 추악하게 변해버린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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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