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르포> 난교클럽에선 무슨 일이…

평일엔 스와핑, 주말엔 집단성교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늦은 밤, 술집이 즐비한 번화가를 걷다보면 간혹 ‘Membership Club’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호기심이 발동해 업소로 입장할라치면 굳게 닫혀 있거나 사장으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곤 한다. 말 그대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업소이므로 누구에게나 출입을 허용하지는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멤버십 클럽은 성 소수자들을 상대로 운영되는 게이바로 알려져 있으나 독특한 성적 취향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 멤버십 클럽에서 부부, 커플, 싱글들이 독특한 성 교류 모임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가 직접 방문해봤다.

  
부부, 커플, 싱글들의 독특한 성 교류 모임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해당 모임의 인터넷 카페 가입이었다. 이미 1만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이 카페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카페가 요구하는 질문에 답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은 부부인지, 커플인지였다. 싱글이라고 적은 후 기자의 신체 사이즈와 나이, 그리고 직업, 성격, 가입경로에 대해 대답했다.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댓글 5, 게시글 1, 방문 2회 이상을 이수해야 했다. 일주일이 넘도록 정회원은 승낙되지 않아 대부분의 게시글 확인이 불가했다. 게시글의 제목만 보며 추적한 끝에 그들만의 모임 장소인 한 클럽의 이름을 알아냈다. 인터넷포털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에 그 클럽을 검색해보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을 검색해 보니 클럽 관련 글 몇 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클럽 사장의 연락처를 알아낸 후 지난 23일 클럽 방문 예약을 문의했다. “매일 저녁 9시에 오픈하지만 금일은 예약 팀이 없으므로 내일 방문하시길 권한다는 운영자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맘놓고 프리타임
주말마다 북새통
 

2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1팀에 전화를 걸었다. 클럽 방문 전에 법적 처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성매매업소가 아니고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지는 업소이다보니 어떠한 법적 근거로도 처벌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날 밤 1030분 경기도 부천의 석촌로 184번길을 찾았다. 사장에게 전화를 걸자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카페는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을 만큼 철통보안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사장이 기자를 마중 나왔다. 안내를 받고 클럽으로 들어섰지만 어두운 조명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입구 통로에는 1m 높이의 행거에 수많은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 옷들은 대부분 야동에서나 볼법한 세일러교복, 가죽의상 등의 코스프레 의상이었으며, 벽면 가득 멋스러운 마스크도 걸려 있었다. 기자의 신분을 속이고 방문했기에 홈바에 자리를 잡은 후 사장과 마주했다. 카운터에서는 클럽 외부에 설치된 4개의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저한 멤버십 클럽 운영을 위해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사전 방문 예약 없이는 그 어떤 손님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사장은 클럽 방문 경로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카페 가입 후 호기심이 발동해 오게 됐다고 설명하자 그제야 사장은 미소를 보이며 상냥한 말투로 기자를 상대했다. 사장은 회원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기자의 회원 자격을 우수회원으로 변경해줬다.
 
중앙에 대형 침대…뒤엉켜 그룹섹스
커플 바꿔 관계…파트너 빌려주기도
 
은은한 조명만이 간신히 클럽을 비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클럽 양 벽면으로 테이블이 5개씩 총 10개의 테이블이 있었으며, 클럽의 정중앙에는 대형 침대가 놓여 있었다. 족히 20명은 누울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빨간색 가죽침대였다. 홈바 우측편 복층과 테이블 끝 부분에도 침대가 2개씩 놓여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 인테리어용 침대는 아니었다.
 
사장은 휴대전화를 꺼내어 외국인들이 한 공간에서 그룹성교를 갖는 사진을 보여줬다. 주말이면 이 사진 속 장면이 클럽에서 재현된다고 설명해줬다. 평일에는 소수의 팀들만이 클럽을 방문하므로 주로 부부나 커플 간 상대를 바꾸어 관계를 갖거나 남자 측에서 싱글 남성에게 아내 또는 여자 친구와의 교감을 허락해주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했다.
 

사장은 기자가 혼자 찾아왔다는 점을 고려해 싱글 남성과 싱글 여성 간의 관계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로 평일에는 3~4, 주말에는 15~20팀이 클럽을 방문하며, 방문 팀의 예약 현황은 카페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팀은 부부나 커플이 80%, 싱글이 20%를 차지하며 주 고객층은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이라고 했다. 20대 커플과 50대 부부는 각 25% 정도씩 차지한다고 했다. 메뉴판을 살펴보자 가장 저렴한 메뉴는 1인 기준 맥주 10병과 과일안주 세트가 20만원이었으며 12년산 양주 가격은 27만원이었다.
 
찾는 부부 많아
자유로운 성관계
 
클럽에는 기자 외에도 6명의 손님이 한 테이블에 앉아 옹기종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30대 초반 커플이 한 팀이었으며 나머지 두 팀은 40대 부부인 것으로 보였다. 음악 소리에 그들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으나 농도 짙은 대화 내용을 포함한 일상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사장은 세 팀의 부부, 커플인데 다들 처음 보는 사이라고 설명해줬다.

 
부부 관계가 소원해진 부부의 출입이 잦다고 한다. 특히 남편의 경우 평소 부인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다가 뭇 남성들로부터 환대받는 부인을 보면 질투심을 느껴 애정이 더욱 생긴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사장은 클럽 방문 이후 관계를 회복한 부부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젊은 커플들은 개방된 성 문화로 인해 자유롭게 상대방을 바꿔 관계를 가짐으로써 지루해진 커플 간의 관계에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단다. 사생활을 억압하는 연인 관계에 대한 회의감에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싱글들 사이에서는 자유로운 성 관계가 가능하므로 인기란다. 불법 성매매 업소 출입으로 성병 위험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싱글 남성도 있단다.
 
‘철통보안’ 회원제 멤버십 클럽
독특한 성적 취향 사람들 모여
 
단골손님에 대해 묻자 사장은 자동차딜러로 일하는 31세 미혼남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작은 키에 통통한 체형이며 못생긴 얼굴의 소유자라고 했지만 서글서글한 성품과 애무 기술이 좋아 손님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라고 했다. 연회비 400만원을 지불한 그는 매주 술값 부담 없이 마음 놓고 와서 술을 마시며 부부나 커플의 여성을 탐한다고 한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는 27세의 여성은 연예인 못지않은 빼어난 외모와 몸매로 남성 손님으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나 부인 또는 여자 친구들의 시샘 또한 이기기 힘들다고 한다. 이에 그녀는 방문 예약 시 싱글 남성 5명 이상을 확보해 놓으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으며 싱글 남성 모두와 함께 교감을 나눈다고 한다.
 
30세의 한 남성은 관음증환자로 이성과의 교감은 피하며 성교를 지켜보는 것에 만족한다고 한다. 그는 야맹증이라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12시에 진행되는 프리타임(성교타임)에 가장 난감해 한다고 한다. 프리타임에는 최소한의 조명만 켜놓은 채 손님들간의 자유로운 성관계를 유도한단다.
 
클럽은 손님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에는 쌔끈 데이가 운영되는데 말 그대로 정말 화끈하게 놀아야만 한다. 매달 진행되는 고정 이벤트로는 란제리코스듐 파티가 있으며 맘에 드는 사람을 지명해 함께 노는 초이스 미팅, 초보를 위한 초보데이, 무료로 마사지를 제공하는 마사지 이벤트, 패티쉬 파티도 진행한다.
 

원활한 클럽 운영을 위한 몇 가지 금지사항도 있다. 첫째 절대 상대 배우자의 허락 없이는 이성을 탐해서는 안 되며, 둘째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에서 질투심으로 인해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셋째 신상 유출이 염려되므로 사진 촬영을 금하며, 넷째 아무리 친하다고 해서 실명을 거론해선 안 되며 닉네임으로 호칭을 대신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손님에게는 일체 술값을 요구하지 않으며 성매매업소가 아니므로 상대에게 돈을 지불해서는 안 된다.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세 부부들은 번갈아가며 홈바 쪽으로 다가와 기자를 살폈다. 이는 낯선 이와의 관계를 위한 하나의 탐색전으로 보였다. 새벽 1시 무렵, 테이블에 앉아 있던 40대 여성이 잘생겼다며 친근감 있는 말투로 기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순간 당황해 얼굴이 화끈거리게 달아올랐고 대충 감사를 표했다. 여성은 사장에게 귓속말을 한 후 자리로 돌아갔다.
 
저 테이블의 다른 여성이 손님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데 어떠세요? 이 시간쯤 되면 보통 관계가 이뤄지거든요.” 사장이 기자에게 말했다.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생각을 해보겠다며 화장실로 몸을 피했다. 대형 침대를 지나다 테이블에서 입맞춤을 하는 한 커플을 목격했으며 여성들의 매서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반 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샤워시설이 눈에 띄었다.
 
나홀로족도 출입
싱글은 즉석교감
 
언제쯤 볼 수 있어요?” 사장에게 물었다. 이내 사장은 초보 부부 두 팀이나 방문해 관계 관전은 불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사장이 기자에게 호감을 표시한 여성과의 관계에 대해 재차 묻자 거절 의사를 밝혔고 사장은 더 이상의 요구는 하지 않았다. 이렇듯 상대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 강요는 없으며, 반드시 합의하에 이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벽 130분이 돼서야 클럽을 빠져나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박스를 줍고 있는 한 할머니가 있었다. 취재 목적으로 방문했지만 기자도 남자인지라 호기심이 많았던 터, 할머니의 굽은 허리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이들의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되레 우리 사회의 추악하게 변해버린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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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