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이번엔 다를까’ 이병호 신임 국정원장

당장 급한 불 껐지만…산 넘어 산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속에 더 이상 새롭게 발탁할 만한 인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신임 국정원장에 이병호(74) 전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을 깜짝 지명했다. ‘돌려막기’ ‘올드보이 귀환’ ‘불통’ 등 현 정부 인사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 그의 전력을 본다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지난 19일 국정원 개혁이라는 과업을 안고 이병호 제33대 국가정보원장이 취임했다. 이 원장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19기)를 졸업한 뒤 26년간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와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1963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정보학교 교관, 미국 태평양정보학교 통역장교를 거쳐 1970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직원으로 임용됐다. 1980년 7월 중령으로 전역했고, 1981년 1월부터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국가관 확고” 
“정치색 강해”
 
그는 ‘관운의 사나이’로도 통한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사돈이었던 김정원 전 안기부 제2차장이 취임 3개월 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나면서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이후 1996년 12월까지 4년여 동안 안기부 제2차장을 지냈다. 그가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퇴임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당부 등을 남긴 장문의 편지는 국정원 내에선 유명한 일화다. 
 

안기부에서 나온 후에는 1997년 1월부터 10월까지 외무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0년 8월까지 주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특명전권대사를 지냈다. 2003년 9월부터는 울산대학교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외교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다.
 
1940년생인 이 원장은 그동안 정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다만 대학교수 신분으로 언론사에 기고문을 발표해 국정원 개혁과 관련된 소신을 피력해왔다. 그는 2013년 한 일간지에 ‘언제까지 국정원도 권력기관인가’라는 글을 기고하며 “선진국 어느 나라도 정보기관을 권력기관으로 묘사하지 않고 있다. 정무 기능을 과감히 정리하고 국가안보 사안에만 전력도록 업무 집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재판 1심에서 관련자 전원이 실형을 선고받는 등 국정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경계하는 기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건 국정원 개혁 의지를 약화하고 안보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국정원의 정보역량 강화를 지원해야 할 정치권 일각이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의 정상적 업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통신비밀보호법·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이 몇 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 감청을 못 하는 정보기관은 대한민국 국정원이 유일하다. 국정원의 손발이 묶여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해외 정보기관을 벤치마킹해 국내·해외 업무를 독립 조직으로 분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이병기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으로 지명된 직후 쓴 기고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이스라엘 등 선진국은 해외 파트와 국내 파트를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전담토록 하고 있다”며 “한국만이 이 두 기능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북한을 담당하는 1차장 산하와 국내를 담당하는 2차장 산하를 사실상의 독립된 부서로 분리·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2010년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활동을 소개한 책 ‘기드온의 스파이’를 번역·출간하며, 모사드를 ‘교과서적인 정보기관’이라 평하고 “우리나라 정보기관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의 세 아들과 며느리, 손자·손녀 등 12명 가운데 7명이 미국 시민권자(4명) 또는 영주권자(3명)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중국적’논란을 부른 사례로 2013년 3월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종훈씨가 있다. 그는 자신의 이중국적과 중앙정보국(CIA) 연루 의혹에 휩싸여 자진 사퇴한 바 있다. 
 
‘관운의 사나이’

투철한 안보관
 
이 원장의 장남(47)은 홍콩의 한 증권사 임원으로 근무 중이며, 장남의 15·13살 된 두 딸은 미국 시민권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국적자이다. 장남의 부인은 미국 시민권만 가지고 있다. 장남은 초중고를 한국과 미국에서 다녔고, 미국에서 졸업했다. 두 딸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인이 미국인이라 미국의 ‘속인주의’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차남(44)은 미국 영주권자다. 차남 역시 중학교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하다 고등학교와 대학은 미국에서 졸업했다. 차남은 2005년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2010년 영주권을 획득했고, 한국 국적 여성과 결혼했다.
 
 
차남의 부인 역시 2011년 미국 영주권을 얻었다. 차남의 딸은 한국 국적이 없는 순수 미국 시민권자인데, 이름도 미국식으로 미들네임이 있다. 차남의 아들(14)은 한국 국적을 가진 미국 영주권자다. 차남 가족은 미국에 살고 있다. 삼남(44)과 부인, 그의 두 딸은 모두 한국 국적자다.
 
고위 공직 후보자 가족의 국적이 그 후보자의 결격사유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 후보자 직계비속의 국적이 특정한 외국에 치우쳐 있는 점은 청문회에서 논란이 컸다.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원장의 친인척들이 미국 영주권·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미간 이익 충돌이 생겼을 때 미국에 불이익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이 문제에 가족이 끼어들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저의 애국관이 절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이해 충돌이 있을 땐 절대로 대한민국 국가의 이익만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1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이 원장 등의 국민건강보험가입 및 납부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원장 장남과 차남이 현재까지 이 원장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지 않은 보험료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모두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장남과 차남이 한 해 받은 급여는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3억9000만원, 1억4000만원 정도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요율과 장기요양보험료를 대입하면 장남은 한 해 약 1300만원을, 차남은 대략 450만원 건강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깜짝 지명에 돌려막기·올드보이 지적
청문회 가족 국적·과거 전력 등 도마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이 원장의 직장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수급은 정지되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이 기간에 매년 한국에서 진료를 받아 공단부담금을 수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서민들은 건강보험료 부담을 겪고 있는데, 해외 고액 연봉자인 국정원장 후보의 아들들이 편법을 저질러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 측은 “해외로 나갈 당시 행정적인 부분을 잘 몰라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09년 2월2일 울산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동아일보>에 기고한 ‘용산 참사, 공권력 확립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글에서 “용산 사건과 유사한 폭동이 만에 하나 뉴욕이나 파리, 런던 등 다른 선진국 도심에서 발생했다고…”라며 용산참사를 폭동에 비유했다. 이어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화염병과 시너로 격렬히 저항한 공무집행 방해 케이스”라며 “이번 사태는 졸속진압이나 과잉진압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법 집행의 격렬한 충돌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발생한 비극적 우발사고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또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비극을 정쟁거리로 삼으라고 부추기니 다른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형국”이라면서 “정쟁거리로 악용해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가족은 미국사람
아들 건보료 미납
 
야당 측 의원들이 질타하자 이 원장은 용산 참사를 폭동에 비유한 것에 대해 “어휘가 사려 깊지 못했으며,부적절했다. 그 용어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자성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 글은 아무리 아픈 사연이어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지적한 것”이라며 “폭동이란 단어는 적절치 않았다. 대신 전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개입 댓글 논란으로 국정원 개혁 요구가 나오던 지난 2013년 10월17일에도 같은 신문에 ‘국정원이 일류정보기관이 되면 정치개입은 없어진다’는 기고문을 실어 야당의 개혁안을 맹비난했다. 
 
이 국장은 기고문에서 “민주당 개혁안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인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국정원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흔드는 것은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이젠 댓글 사건의 미련을 접고 진정한 국가정보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12일에는 한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안보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자해 행위로 국정원의 무력화를 줄기차게 노려 온 북한을 결과적으로 돕는 셈”이라며 역시 정치권의 국정원 개혁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정원의 정치 중립과 개혁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등을 언급하며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거듭 강조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원 정치개입과 정치 관여는 금지돼야 하고 국정원장은 이를 지키기 위해 정권의 운명에 좌우되면 안 된다”며 “유능한 사람들이 (국정원장으로) 와서 안보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관여하다 몰락하는 것을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원 개혁의 본질은 국내정치 개입 금지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이 후보자가 게재한 기고문이나 대학교 강연 등을 근거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을 두고 “조직적 선거개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이 후보자의 기고문을 언급하며 “국정원 조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배경에서 쓴 글이니, 개인 의견 표출이라는 점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전형적인 ‘박심’으로 분류
정치적 중립 지킬 수 있을까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국정원이 이른바 ‘논두렁 시계 공작’을 벌였다는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폭로를 언급하며 “국정원이 비열한 방법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전직 국가원수에 대해 (공작을 했다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이런 얘기가 또 나온 게 참으로 당혹스럽다”며 “진실을 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가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5·16 쿠데타 지지행진에 참석했던 이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5·16쿠데타에 대한 역사인식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저는 역사적인 사건을 국가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의 관점에서 보는 습관이 있다”며 “이 사건은 국가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박 의원이 계속해서 5·16 쿠데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회 시간에 (다시) 연구했다”면서 “법률적 학술적으로 쿠데타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울산대로부터 제출받은 ‘이병호 교수 강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강의평가에는 ‘교수님 정치색이 너무 강해 레포트를 쓸 때 정치성향을 고려해야 하는지 갈등이 생겼다’ ‘수업시간에 정치적인 색깔을 너무 많이 드러내 자신의 색깔로 수업을 주도해 나갔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용산참사 폭동으로 
5·16은 말 바꾸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원장에 대해 “강직하고 국가관이 투철하며 조직 내에 신망이 두터워 국가정보원을 이끌 적임으로 (박 대통령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 자신도 내정 받은 이후 한 언론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치 관여는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제대로 된 정보기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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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