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식 ‘섹스 전도’ 소문과 진실

몸 섞는 포교…몸파는 여신도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이단 종교의 엽기적인 행태가 담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사이비종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과거에 ‘섹스 포교’를 당했다는 남성의 사연도 덩달아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 논란을 일으켰던 섹스 포교 폭로 기자회견을 중심으로 충격적인 사연을 재구성해봤다.
 
 
중년남성 A씨는 2013년 11월16일과 12월4일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사이비종교 여전도사 B씨에게 ‘섹스 포교’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가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였다. 사랑했던 B씨가 사이비종교를 탈퇴하길 바라는 마음과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 준 사이비종교의 추악한 실체가 이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득 어느날
다가온 그녀
 
A씨는 2012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1년3개월가량 사이비종교를 경험했다. 이 종교의 신학원 과정까지 수료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를 사이비종교로 인도한 건 유부녀 전도사 B씨였다. 혼자 살던 A씨에게 B씨의 존재는 마른땅에 단비와 같았다.
 
재미한인회 회장을 지낸 A씨는 한미 FTA 체결을 위해 미국 하원의원들을 만날 정도로 활동영역이 넓은 인물이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인사였다. 그러나 자녀들의 독립과 아내와의 이혼은 그를 한없이 외롭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사업 차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2년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초청행사였던 ‘해외 한인지도자 초청 4대강 순방 프로그램’에 초대돼 60여명의 재외교포들이 두 버스에 나눠 탔다.
 

버스에는 두 여성이 있었다. 이들은 버스에서 엔터테이너 같은 역할을 했다. 개그, 유머, 게임 등 사람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는 여성들이었다. 버스 타고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때 A씨는 한 여성을 눈여겨봤다. 번호를 교환하고 카톡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 여성에게 털어 놨다. 평일에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도 외롭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이 여성은 “당신에게는 좋은 친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여자가 B씨였다. 첫 데이트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즐겼다. A씨는 B씨의 외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살갑게 대해주는 태도도 고마웠다. 이들은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에서 가벼운 스킨십을 시작으로 점점 더 깊은 관계를 예고했다.
 
B씨는 “남편은 있지만 싱글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면서 호칭도 달라졌다. ‘오빠’ ‘자기’ 등 A씨는 청춘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혼자 살기 힘들지 않냐” “밥을 차려주고 싶다”는 등의 말을 건네며 결국 A씨가 사는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냈다. 
 
B씨는 꽃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A씨의 오피스텔에 방문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B씨는 “날씨가 너무 덥다”며 샤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B씨를 A씨가 지켜만 봤을 리 없다. 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격렬한 섹스를 했다. 혼자 살던 A씨의 외로움이 단번에 씻겨 내려갔다. 
 
세 번 만나고
자연스레 동침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꿈에 자기 엄마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A씨의 어머니는 모 사이비 단체 출신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결국 정신착란 증세를 앓다가 쓰러졌다. A씨는 자신의 아픔을 B씨에게 토로했다. 그러자 B씨는 “사실 나는 전도사야. 엄마가 꿈에 나타나 간곡히 자기를 잘 인도해 달라고 부탁하셨어. 그래서 이렇게 관계까지 맺게 된 거야”라고 했다. A씨는 B씨가 다니는 교회에 출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함께 성경공부를 했다. 그런데 A씨는 요한계시록을 배우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머니가 빠졌던 사이비 단체와 교리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성경공부에 정작 예수님은 없었다. B씨는 성경을 봉함된 비밀이라며 말세에는 예수님의 말씀을 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의 대리자를 알아야 구원을 받는다고 했다. 
 
 
결국 B씨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이비종교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 이야기를 들려줬다. 빚을 내면서 헌금을 내는 사람, 전도에 목매다 가정이 파탄난 사람 등. 그러나 A씨는 처음처럼 B씨를 대했다. 격렬한 섹스 뒤에 찾아오는 행복감이 그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다.
 
1대1 성경공부 하자며 오피스텔 방문
갑자기 옷벗어 던지고 ‘몸으로 과외’
 
이후 형식적으로 30분 정도는 어색하게 성경공부를 하는 척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는 듯 섹스를 즐겼다. 그러다 차츰 성경공부는 생략됐고 매번 술까지 마셔가면서 점점 야릇하고 음탕한 섹스를 즐기게 됐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질탕한 섹스를 이어가던 도중 B씨는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센터에 가서 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유했다. 이후 A씨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센터 인근으로 이사까지 했다. 심지어 A씨는 3년간 막대한 돈을 들여 준비하던 사업도 접고 사이비종교 활동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B씨를 위해 뭐든 하겠다고 생각했다. ‘전세계로 확장해 갈 화장품 사업을 구상 중이다. 3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사이비종교 포교화에 사업 전체를 바치고 헌신하겠다. B씨가 원하는 사람이되는 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헌신하려 해도 어머니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사이비종교를 하나하나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B씨는 두 눈을 치켜뜨고 A씨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몇 번을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고서야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A씨는 생업도 학업도 모두 버리고 교주에게 충성하기를 강요하는 B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게 됐다. 참을 수 없는 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교였다. A씨에게 사회 저명인사를 포섭하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특정 포럼의 원장급, 모 아카데미 이사급 등. 그중 A씨와 친분이 있던 모 포럼 원장은 이들의 신앙강좌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B씨의 포교행위였다. B씨는 A씨를 만나기 전 이미 3명의 남자들을 포교한 상태였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A씨는 나름대로 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포교행위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B씨는 계속 다른 남자를 찾았다. 어떤 예술가를 1대1로 만나 성경공부를 유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B씨는 그 예술가를  일주일에 2~3번 찾아갔다. 때로는 하루 종일 있기도 했다. A씨는 심각했다. 자신에게 다가올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예술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다른 남자도
몸으로 포교
 

A씨는 B씨를 설득했다. “네가 나를 만나기 전에 포교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포교를 했든 따지지 않고 묻지 않을 거야. 그러나 앞으로 다른 사람을 포교하지는 말아줘. 당신 다른 남자 포교하러 다니는 거 못 봐 주겠어. 상대랑 둘이서 1대1로 만나는 거잖아! 뭐하고 다니는 거야!”
 
그러나 설득은 먹히지 않았다. A씨는 사이비종교를 떠나자고 제안했지만 B씨는 “곧 종말이 온다”며 자신의 섹스 포교를 모른 척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신도 이제 교육을 받았으니 나의 전도 행위를 무조건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A씨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남자들을 포교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B씨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A씨는 교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B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묵묵히 따랐던 것이다.
 
그리고 2013년 10월6일, A씨는 B씨와 섹스를 하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그는 잠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B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기에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노트북도 사라졌다. 불안했던 A씨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차 시동을 걸고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그녀의 차가 보여서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 뒤따르는 경찰차를 마주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관련글 와글와글
대중에 폭로하자 “얼씬 거리지마”
 

경찰은 A씨의 차를 세우며 하차를 지시했다. “앞 차에 있는 여성이 신고했습니다. 같이 서에 가주셔야겠습니다.” A씨는 상황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 책상에 휴대폰과 노트북이 있었다. 경찰은 “이 여성은 당신이 공갈·협박했다는군요. 노트북과 휴대폰에 이 여성의 나체사진이 가득하다면서요? 비밀번호 알려주세요.”
 
A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그 안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일인데 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까? 만일 고소된 사건이라면 내 자문 변호사를 선임해서 답변하겠습니다.”
 
 
이어 “이 노트북과 휴대폰은 제 것입니다. 이게 왜 여기 와 있습니까? 제 허락도 받지 않고 이곳까지 물건을 갖고 온 건 문제가 안 됩니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B씨는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자신의 물건을 들고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A씨의 노트북과 휴대폰에는 경찰 복장, 오피스, 란제리 등 야릇한 모습을 연출한 B씨의 은밀한 사진이 가득했다. 외로울 때 혼자 해결하기 위해 A씨가 저장해 둔 것들이었다.
 
경찰서에 다녀온 일이 있은 뒤 A씨는 B씨에게 사이비종교의 엽기적인 전도방식과 패륜적인 사고방식을 폭로하겠다고 선언했다. 관계가 틀어진 뒤 A씨는 사이비종교 센터 출입을 통제 당했다. 지문인식으로 들어갈 수 있던 출입문에 자신의 지문이 인식되지 않았다. 사실상 퇴출당한 것이다. B씨는 여전히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초 엽기적인
사이비 종교
 
이후 A씨는 B씨가 자신의 험담을 여기저기 퍼뜨리고 사이비종교 관계자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자신의 입장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A씨는 사이비종교 교주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이비종교 XX가 나를 섹스를 미끼로 포교했다 ▲나는 성관계를 미끼로 포교 당했는데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도사 교육용 자료를 보고 싶다 ▲교주와 후계자 간 예사롭지 않은 관계에 대해 문의했지만 교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A씨는 B씨의 남편에게도 전화했다. 
 
“제가 B씨의 남자였습니다. 아내가 사이비종교에 세뇌를 당해 부도덕한 행동을 계속하고 다니는데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를 방조하는 겁니까?” 남편은 묵묵부답이었다.
 
A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이비종교를 ‘종교’로 착각하면 안된다며 교주를 맹비난하면서 사이비 집단이 확산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자회견 뒤 B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 집에 얼씬 거리지마. 코빼기라도 보이면 바로 고소할거야.”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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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