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식 ‘섹스 전도’ 소문과 진실

몸 섞는 포교…몸파는 여신도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이단 종교의 엽기적인 행태가 담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사이비종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과거에 ‘섹스 포교’를 당했다는 남성의 사연도 덩달아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 논란을 일으켰던 섹스 포교 폭로 기자회견을 중심으로 충격적인 사연을 재구성해봤다.
 
 
중년남성 A씨는 2013년 11월16일과 12월4일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사이비종교 여전도사 B씨에게 ‘섹스 포교’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가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였다. 사랑했던 B씨가 사이비종교를 탈퇴하길 바라는 마음과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 준 사이비종교의 추악한 실체가 이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득 어느날
다가온 그녀
 
A씨는 2012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1년3개월가량 사이비종교를 경험했다. 이 종교의 신학원 과정까지 수료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를 사이비종교로 인도한 건 유부녀 전도사 B씨였다. 혼자 살던 A씨에게 B씨의 존재는 마른땅에 단비와 같았다.
 
재미한인회 회장을 지낸 A씨는 한미 FTA 체결을 위해 미국 하원의원들을 만날 정도로 활동영역이 넓은 인물이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인사였다. 그러나 자녀들의 독립과 아내와의 이혼은 그를 한없이 외롭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사업 차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2년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초청행사였던 ‘해외 한인지도자 초청 4대강 순방 프로그램’에 초대돼 60여명의 재외교포들이 두 버스에 나눠 탔다.
 

버스에는 두 여성이 있었다. 이들은 버스에서 엔터테이너 같은 역할을 했다. 개그, 유머, 게임 등 사람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는 여성들이었다. 버스 타고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때 A씨는 한 여성을 눈여겨봤다. 번호를 교환하고 카톡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 여성에게 털어 놨다. 평일에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도 외롭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이 여성은 “당신에게는 좋은 친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여자가 B씨였다. 첫 데이트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즐겼다. A씨는 B씨의 외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살갑게 대해주는 태도도 고마웠다. 이들은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에서 가벼운 스킨십을 시작으로 점점 더 깊은 관계를 예고했다.
 
B씨는 “남편은 있지만 싱글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면서 호칭도 달라졌다. ‘오빠’ ‘자기’ 등 A씨는 청춘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혼자 살기 힘들지 않냐” “밥을 차려주고 싶다”는 등의 말을 건네며 결국 A씨가 사는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냈다. 
 
B씨는 꽃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A씨의 오피스텔에 방문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B씨는 “날씨가 너무 덥다”며 샤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B씨를 A씨가 지켜만 봤을 리 없다. 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격렬한 섹스를 했다. 혼자 살던 A씨의 외로움이 단번에 씻겨 내려갔다. 
 
세 번 만나고
자연스레 동침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꿈에 자기 엄마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A씨의 어머니는 모 사이비 단체 출신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결국 정신착란 증세를 앓다가 쓰러졌다. A씨는 자신의 아픔을 B씨에게 토로했다. 그러자 B씨는 “사실 나는 전도사야. 엄마가 꿈에 나타나 간곡히 자기를 잘 인도해 달라고 부탁하셨어. 그래서 이렇게 관계까지 맺게 된 거야”라고 했다. A씨는 B씨가 다니는 교회에 출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함께 성경공부를 했다. 그런데 A씨는 요한계시록을 배우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머니가 빠졌던 사이비 단체와 교리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성경공부에 정작 예수님은 없었다. B씨는 성경을 봉함된 비밀이라며 말세에는 예수님의 말씀을 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의 대리자를 알아야 구원을 받는다고 했다. 
 
 
결국 B씨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이비종교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 이야기를 들려줬다. 빚을 내면서 헌금을 내는 사람, 전도에 목매다 가정이 파탄난 사람 등. 그러나 A씨는 처음처럼 B씨를 대했다. 격렬한 섹스 뒤에 찾아오는 행복감이 그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다.
 
1대1 성경공부 하자며 오피스텔 방문
갑자기 옷벗어 던지고 ‘몸으로 과외’
 
이후 형식적으로 30분 정도는 어색하게 성경공부를 하는 척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는 듯 섹스를 즐겼다. 그러다 차츰 성경공부는 생략됐고 매번 술까지 마셔가면서 점점 야릇하고 음탕한 섹스를 즐기게 됐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질탕한 섹스를 이어가던 도중 B씨는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센터에 가서 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유했다. 이후 A씨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센터 인근으로 이사까지 했다. 심지어 A씨는 3년간 막대한 돈을 들여 준비하던 사업도 접고 사이비종교 활동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B씨를 위해 뭐든 하겠다고 생각했다. ‘전세계로 확장해 갈 화장품 사업을 구상 중이다. 3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사이비종교 포교화에 사업 전체를 바치고 헌신하겠다. B씨가 원하는 사람이되는 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헌신하려 해도 어머니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사이비종교를 하나하나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B씨는 두 눈을 치켜뜨고 A씨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몇 번을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고서야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A씨는 생업도 학업도 모두 버리고 교주에게 충성하기를 강요하는 B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게 됐다. 참을 수 없는 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교였다. A씨에게 사회 저명인사를 포섭하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특정 포럼의 원장급, 모 아카데미 이사급 등. 그중 A씨와 친분이 있던 모 포럼 원장은 이들의 신앙강좌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B씨의 포교행위였다. B씨는 A씨를 만나기 전 이미 3명의 남자들을 포교한 상태였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A씨는 나름대로 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포교행위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B씨는 계속 다른 남자를 찾았다. 어떤 예술가를 1대1로 만나 성경공부를 유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B씨는 그 예술가를  일주일에 2~3번 찾아갔다. 때로는 하루 종일 있기도 했다. A씨는 심각했다. 자신에게 다가올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예술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다른 남자도
몸으로 포교
 

A씨는 B씨를 설득했다. “네가 나를 만나기 전에 포교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포교를 했든 따지지 않고 묻지 않을 거야. 그러나 앞으로 다른 사람을 포교하지는 말아줘. 당신 다른 남자 포교하러 다니는 거 못 봐 주겠어. 상대랑 둘이서 1대1로 만나는 거잖아! 뭐하고 다니는 거야!”
 
그러나 설득은 먹히지 않았다. A씨는 사이비종교를 떠나자고 제안했지만 B씨는 “곧 종말이 온다”며 자신의 섹스 포교를 모른 척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신도 이제 교육을 받았으니 나의 전도 행위를 무조건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A씨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남자들을 포교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B씨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A씨는 교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B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묵묵히 따랐던 것이다.
 
그리고 2013년 10월6일, A씨는 B씨와 섹스를 하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그는 잠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B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기에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노트북도 사라졌다. 불안했던 A씨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차 시동을 걸고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그녀의 차가 보여서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 뒤따르는 경찰차를 마주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관련글 와글와글
대중에 폭로하자 “얼씬 거리지마”
 

경찰은 A씨의 차를 세우며 하차를 지시했다. “앞 차에 있는 여성이 신고했습니다. 같이 서에 가주셔야겠습니다.” A씨는 상황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 책상에 휴대폰과 노트북이 있었다. 경찰은 “이 여성은 당신이 공갈·협박했다는군요. 노트북과 휴대폰에 이 여성의 나체사진이 가득하다면서요? 비밀번호 알려주세요.”
 
A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그 안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일인데 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까? 만일 고소된 사건이라면 내 자문 변호사를 선임해서 답변하겠습니다.”
 
 
이어 “이 노트북과 휴대폰은 제 것입니다. 이게 왜 여기 와 있습니까? 제 허락도 받지 않고 이곳까지 물건을 갖고 온 건 문제가 안 됩니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B씨는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자신의 물건을 들고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A씨의 노트북과 휴대폰에는 경찰 복장, 오피스, 란제리 등 야릇한 모습을 연출한 B씨의 은밀한 사진이 가득했다. 외로울 때 혼자 해결하기 위해 A씨가 저장해 둔 것들이었다.
 
경찰서에 다녀온 일이 있은 뒤 A씨는 B씨에게 사이비종교의 엽기적인 전도방식과 패륜적인 사고방식을 폭로하겠다고 선언했다. 관계가 틀어진 뒤 A씨는 사이비종교 센터 출입을 통제 당했다. 지문인식으로 들어갈 수 있던 출입문에 자신의 지문이 인식되지 않았다. 사실상 퇴출당한 것이다. B씨는 여전히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초 엽기적인
사이비 종교
 
이후 A씨는 B씨가 자신의 험담을 여기저기 퍼뜨리고 사이비종교 관계자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자신의 입장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A씨는 사이비종교 교주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이비종교 XX가 나를 섹스를 미끼로 포교했다 ▲나는 성관계를 미끼로 포교 당했는데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도사 교육용 자료를 보고 싶다 ▲교주와 후계자 간 예사롭지 않은 관계에 대해 문의했지만 교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A씨는 B씨의 남편에게도 전화했다. 
 
“제가 B씨의 남자였습니다. 아내가 사이비종교에 세뇌를 당해 부도덕한 행동을 계속하고 다니는데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를 방조하는 겁니까?” 남편은 묵묵부답이었다.
 
A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이비종교를 ‘종교’로 착각하면 안된다며 교주를 맹비난하면서 사이비 집단이 확산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자회견 뒤 B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 집에 얼씬 거리지마. 코빼기라도 보이면 바로 고소할거야.”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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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