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에 달한 ‘여혐’ 실태

여자는 ‘삼일한’이 답이라고?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 ‘여혐’이라는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여혐은 ‘여성혐오’의 줄임말로 주로 여성을 비난·조롱할 때 쓰인다. 한국 여성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김치녀’ 등과 비슷한 의미를 품고 있다. 남녀 간 불신을 조장하는 여혐의 실태를 알아봤다.


여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은 여성 관련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를 ‘악의 축’으로 꼽는다. 이들에게 여성전용주차, 여성전용도서관, 여성전용임대주택, 여성전용흡연실, 여성전용지하철칸 등은 매우 불편한 정책이다. 되레 남성에게 역차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줄곧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으나 표현방식이 다소 과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반사적 혐오

여혐조장은 ‘여자는 삼일한(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이 답이다’ 등의 게시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글 대부분은 ‘XX녀’로 시작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부 여성들의 이야기나 여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댓글은 비난 일색이다. “오늘도 ‘여혐지수’(여성혐오 정도) 상승” “역시 김치녀” 등이다.

여혐현상이 나오는 데에는 대중매체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 오로지 돈만 밝히는 여주인공이 대표적이다. 한 화장품 회사는 ‘명품백을 얻기 위한 방법. 단 하나의 솔루션.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문구 등을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가수 브로(Bro)는 ‘그런 남자’라는 곡을 발표해 남자의 외적 요소를 따지는 여성을 비판했다. “키가 크고 재벌 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000인 남자… 그런 남자라면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이 가사에서 청량감을 느낀 이들은 브로를 열렬히 응원하기도 했다.

얼마 전 중학교를 중퇴하고 IS(이슬람국가)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군도 뚜렷한 여성혐오를 나타냈다. 김군은 SNS를 통해 페미니스트들이 싫어 IS대원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군은 지난해 10월 “지금의 시대는 남자가 차별을 받는 시대”라며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가 좋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글만 놓고 봤을 때 김군의 IS 옹호가 전적으로 여성혐오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여성혐오가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혐을 외치는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를 경멸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해하는 페미니즘은 실제 사회운동으로써의 페미니즘과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다수다. 페미니즘은 19세기 말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20세기 중반을 거치며 양성의 법적 평등을 넘어 사회의 문화적·정치적 불평등을 지적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유교적 가부장제가 강한 한국에서도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그리고 2001년, 국가 차원의 여성정책을 관할하는 여성가족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에 제대로 된 페미니스트는 없다고 지적한다.

극단적인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 정서
약자가 약자 괴롭히는 꼴…태도 바꿔야

이러한 와중에 지난 1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페미니스트 정의가 잘못됐다며 수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페미니스트는 ‘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로 정의돼 있다. 여성연합은 잘못된 정의가 오해를 키운다고 주장했다.

여성연합은 잘못된 정의를 ‘계급·인종·종족·능력·성적지향·지리적 위치·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로 고칠 것을 제안했다. 페미니스트 또한 이러한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여성연합의 주장이다.

여성연합 성평등연구소는 디시인사이드, 다음 아고라 토론방, 네이버 뉴스 댓글란, 일간베스트, 네이트판 등 5개 사이트를 분석해 ‘온라인상 여성 혐오 표현 모니터링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여성혐오를 외모, 성과 여성성, 연령 등으로 분류해 여성혐오 실태를 고발했다.

이 연구팀은 “일베의 경우 폭력적인 표현과 광범위한 여성 혐오 담론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 정서는 극단적이고 일베와 같이 폭력적인 표현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한 “결국 온라인 공간에서의 여성 혐오 정서로 대표되는 현재의 젠더 질서를 어떻게 재구성해 나갈 것인지 민·관과 이용자의 협력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여성의 삶은 그렇지 않다. 스위스의 민간 싱크탱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별 남녀 성평등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42개국 중 117위를 기록했다. 2010년 104위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현재 나타나는 여혐현상은 약자가 약자를 공격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약자 간 대립각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존중·배려 필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일하는 명실상부한 ‘양성 모두의 부처’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하여 오는 7월부터 여성가족부의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 시행된다.

여성가족부는 부처 명칭을 현재 영어 명칭 ‘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처럼 ‘양성평등가족부’로 바꾸기에 앞서 7월 법 시행에 맞춰 우선 여성정책국을 양성평등정책국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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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