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자들 '배당왕 리스트'

곡소리 가득한데 오너일가는 돈잔치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대한민국 10대 그룹 총수들이 받게 될 배당금 총액이 3000억여원에 이르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대주주 배당금에 매겨지는 최고 세율이 현행 38%에서 내년부터는 25%로 낮아져 총수 일가의 실질 배당소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배당 확대로 경제 활성화를 꾀했으나 단물은 총수일가와 외국인 투자자만 누리게 됐다. 정책목표와 어긋난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총수 10명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 상장사들로부터 2014년 결산에 따라 받은 배당금은 모두 3299억원이다. 이는 2013년 배당액 2439억원과 비교하면 860억원(35.3%) 늘어난 것이다. 10대 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두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등이다.

위기라더니…
역대 최대 배당
 
10대 그룹 총수 중 1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배당금 규모는 1758억원이다. 이 회장의 배당금은 2013년 1079억원보다 679억원(63%) 증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742억원의 현금배당을 받게 됐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5.4% 늘어난 329억7000원을 받는다. SK그룹의 경우 전체 계열사의 평균 배당금은 1년 전보다 감소했는데, 총수일가 지분율이 40%를 웃도는 SK C&C의 배당만 30% 넘게 늘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2.8% 늘어난 94억1000만원을 받게 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5% 늘어난 84억9000만원을 받게 되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4.2% 증가한 35억6000만원을 배당으로 받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배당은 192억4000만원으로 1년 전과 비슷하다.
 

배당금 증가율을 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여타 총수들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조 회장이 그룹 계열 상장사들로부터 받을 배당금은 9억5000만원으로 2013년 2억1000만원의 5배에 육박한다. 이들 10대 그룹 총수의 배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따라 대기업들이 줄줄이 배당을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 배당 총액은 8조6090억원으로 2013년의 6조7508억원보다 27.5% 증가했다. 10대 그룹 중 배당금이 줄어든 곳은 SK와 현대중공업이다. SK그룹은 배당 총액은 줄어들었으나 최태원 회장의 배당금은 오히려 뛰었다. 30대 그룹 내에서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배당금이 82억9000만원으로 27.7% 늘어났으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배당금은 71억3000만원으로 1년 전 36억2000만원의 2배다. 또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28% 늘어난 58억8000만원을, 정몽진 KCC그룹 회장도 28% 늘어난 168억2000만원을 받았다.
 
짠돌이 경영을 고수해 온 오뚜기도 배당금을 늘렸다. 오뚜기 배당금은 총 135억768만원이다. 이중 100억원 이상이 총수일가의 몫이다. 오뚜기는 함태호 명예회장 17.46%, 함영준 회장 15.38% 등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63.42%에 이른다. 소액주주는 20.8%에 불과하다.

총수일가 독식
그들만의 파티
 
이처럼 기업들의 배당금이 늘어난 가운데 배당을 받지 못하는 총수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전년에 154억원의 배당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무배당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배당도 59억6000만원에서 53억원으로 11.1% 감소했다.
 
기업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국내 주요기업들의 배당금은 전체적으로 크게 뛰었다. 반면 계열사와 국민연금 소액주주들은 총수일가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배당금 증가율이 낮았다. 4대 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타계열사 지분 보유로 받는 배당금은 지난해 1조2731억원에서 올해 1조5862억원으로 24.6%, 국민연금은 4467억원에서 5542억원으로 24.1% 각각 증가했다.
 

기업들 배당 확대하면 경제활성화?
결과는…총수와 가족들 배만 불려 
 
하지만 전체 배당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열사가 지난해 21.1%에서 올해 20.5%로 0.6% 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연금도 지난해 7.4%에서 올해 7.2%로 0.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주주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타 주주들의 배당금은 전년대비 13.6%로 지난해 1조2140억원에서 올해 1조3786억원에 그쳤다. 총수일가나 외국인 투자자의 배당금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소액주주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은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대 그룹의 배당금을 ▲총수 및 직계가족 ▲외국인 투자자 ▲출자 계열사 ▲국민연금 ▲소액주주 및 기타 등 5대 주주별로 분석한 결과, 최대수혜자는 외국인투자자와 총수일가였다.
 
4대그룹의 배당금은 지난해 1조6937억원에서 28.1% 증가한 6조364억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배당금에서 올해 외국인 투자자가 받는 배당금은 총 3조8128억원으로 지난해 2조8297억원보다 34.7%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4대 그룹의 작년 대비 배당금 순증가분 1조6937억원 중 절반이 훨씬 넘는 58.1%인 9832억원을 챙겼다. 전체 배당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6.9%에서 올해 49.3%로 2.4%포인트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그룹에서 작년보다 39.4% 증가한 2조1764억원, 현대차그룹에서 41.6% 늘어난 7559억원, SK그룹에서 5968억원, LG그룹에서 2837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지급 받을 예정이다. 
 
 
재벌닷컴은 “정부의 배당금 확대 정책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소액주주 우대 및 차등배당제, 소액주주 배당세제 감면책, 배당소득에 따른 누진과세 등 다각적인 정책마련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는…
잔칫집 들러리?
 
당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패키지’를 강조했다. 이 패키지는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일컫는다. 이중 배당소득 증대세대는 기업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시키기 위한 제도로 고배당 주식 보유 주주에 인센티브를 제공, 기업의 고배당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고배당 기업의 주주는 소득세를 감면 받게 되고 고배당주식 배당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14%에서 9%로 인하(경감률 36%)되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20% 인하된 25%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중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기업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시키기 위한 제도다. 고배당 주식 보유 주주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고배당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배당은 유연하게 ‘팍팍’ 

임금은 인색하게 ‘빡빡’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기업의 사내유보금 사용을 적극 독려하기 위한 제도다. 배당이나 투자, 임금 인상에 사용하지 않으면 일정 부분 이상의 차액의 10%를 과세하는 제도다. 업계에선 이 제도 시행으로 배당금이 3조원에서 6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2015년 1월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의 결산배당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2014년 결산 배당에는 해당되는 사항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배당 확대 정책이 이번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야당은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총수일가만 배당소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지난 10일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 그래도 경제성장률 대비 현저히 낮은 실질임금인상률로 성장의 과실이 가계가 아닌 재벌 대기업 곳간에만 쌓이고 있어 분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은 정당한 기업활동이다. 배당 규모에 대한 결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배당 확대를 주문했지만 배당 확대의 실익은 총수일가에 집중됐다. 자신들의 배는 불리면서도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는 행태도 보이고 있어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물음표를 짓게 하고 있다.

배당 확대 정책

누구를 위해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월 전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전년 대비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31.4%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39.8%) 투자를 줄이겠다(28.8%)는 응답은 68.6%에 달했다. 기업들은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극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기업들이 임금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보너스를 삭감했다. 급기야 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공식발표를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액면분할은 총수일가의 독식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액면분할은 주식 1주당 액면가액을 N분의1로 쪼개는 것을 말한다. 개별 주식선물·옵션의 거래 문턱을 낮춰 개인들의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이끌어 낸다. 선물·옵션은 투자비용 대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현물(주식) 투자에 따른 리스크 헤지(위험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지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도 지난해 주가가 700달러에 육박하자 7분의1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등 지금까지 네 차례 액면분할을 거쳤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도 ‘사토리족’ 증가 
기업 일자리 창출 없어…좌절하는 청년층
 
영국의 ‘차브(chav)’나 일본의 ‘사토리(さとり)’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미래의 삶에 희망을 두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영국의 차브는 19세기 ‘어린이’를 의미하는 집시언어에서 유래됐지만 지금은 ‘더러운 공영주택에 살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을 축내는 소비적인 하층계급과 그들의 폭력적인 자녀’를 뜻한다. 차브는 영국 청년 실업률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의 사토리는 거창한 야망이 없고 안분지족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분지족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사토리 세대의 미래는 어둡다. 현재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이나 비정규직이다.
 
최근 청년층 관련 통계 자료를 보면 이 같은 분위기가 국내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2일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 데이터를 보면, 15∼29세 사이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1.8%에 달한다. 체감실업자수만도 107만1000명이다. 정부가 밝힌 공식 실업자 39만5000명의 2.7배다. 체감실업률은 취업준비자와 구직단념자,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에 취업한 불완전 취업자까지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 통계다.
 
연애·결혼·출산? 딴 나라 얘기
대인관계·내 집 마련도 포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대치다. 청년층 실업률은 9%로 전년보다 1%포인트 증가했다. 청년들의 취업률은 갈수록 추락하고 불완전 고용만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규직을 기대하기 어려워 최저임금이 보장된 아르바이트자리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여기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서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5포 세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2030세대 28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 ‘내 집 마련’ 중 한 가지 이상을 포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7.6%가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2%(이하 복수응답)가 ‘결혼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뒤이어 내 집 마련 46.8%, 출산 45.9%, 연애 43.1%, 대인관계 38.7% 등이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인색한 모습이다. 급기야 일부에서는 ‘열정페이’로 청년들의 열정을 갉아먹고 있다. 인턴 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뒤 이를 어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90%와 30대의 93.2%가 이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는 최근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원인에 대해서 한국 사회의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구조와 점점 심해지는 소득불평등 구조, 국내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거론했다. 청년세대의 문제를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구조의 차원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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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