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자들 '배당왕 리스트'

곡소리 가득한데 오너일가는 돈잔치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대한민국 10대 그룹 총수들이 받게 될 배당금 총액이 3000억여원에 이르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대주주 배당금에 매겨지는 최고 세율이 현행 38%에서 내년부터는 25%로 낮아져 총수 일가의 실질 배당소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배당 확대로 경제 활성화를 꾀했으나 단물은 총수일가와 외국인 투자자만 누리게 됐다. 정책목표와 어긋난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총수 10명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 상장사들로부터 2014년 결산에 따라 받은 배당금은 모두 3299억원이다. 이는 2013년 배당액 2439억원과 비교하면 860억원(35.3%) 늘어난 것이다. 10대 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두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등이다.

위기라더니…
역대 최대 배당
 
10대 그룹 총수 중 1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배당금 규모는 1758억원이다. 이 회장의 배당금은 2013년 1079억원보다 679억원(63%) 증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742억원의 현금배당을 받게 됐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5.4% 늘어난 329억7000원을 받는다. SK그룹의 경우 전체 계열사의 평균 배당금은 1년 전보다 감소했는데, 총수일가 지분율이 40%를 웃도는 SK C&C의 배당만 30% 넘게 늘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2.8% 늘어난 94억1000만원을 받게 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5% 늘어난 84억9000만원을 받게 되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4.2% 증가한 35억6000만원을 배당으로 받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배당은 192억4000만원으로 1년 전과 비슷하다.
 

배당금 증가율을 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여타 총수들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조 회장이 그룹 계열 상장사들로부터 받을 배당금은 9억5000만원으로 2013년 2억1000만원의 5배에 육박한다. 이들 10대 그룹 총수의 배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따라 대기업들이 줄줄이 배당을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 배당 총액은 8조6090억원으로 2013년의 6조7508억원보다 27.5% 증가했다. 10대 그룹 중 배당금이 줄어든 곳은 SK와 현대중공업이다. SK그룹은 배당 총액은 줄어들었으나 최태원 회장의 배당금은 오히려 뛰었다. 30대 그룹 내에서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배당금이 82억9000만원으로 27.7% 늘어났으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배당금은 71억3000만원으로 1년 전 36억2000만원의 2배다. 또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28% 늘어난 58억8000만원을, 정몽진 KCC그룹 회장도 28% 늘어난 168억2000만원을 받았다.
 
짠돌이 경영을 고수해 온 오뚜기도 배당금을 늘렸다. 오뚜기 배당금은 총 135억768만원이다. 이중 100억원 이상이 총수일가의 몫이다. 오뚜기는 함태호 명예회장 17.46%, 함영준 회장 15.38% 등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63.42%에 이른다. 소액주주는 20.8%에 불과하다.

총수일가 독식
그들만의 파티
 
이처럼 기업들의 배당금이 늘어난 가운데 배당을 받지 못하는 총수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전년에 154억원의 배당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무배당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배당도 59억6000만원에서 53억원으로 11.1% 감소했다.
 
기업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국내 주요기업들의 배당금은 전체적으로 크게 뛰었다. 반면 계열사와 국민연금 소액주주들은 총수일가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배당금 증가율이 낮았다. 4대 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타계열사 지분 보유로 받는 배당금은 지난해 1조2731억원에서 올해 1조5862억원으로 24.6%, 국민연금은 4467억원에서 5542억원으로 24.1% 각각 증가했다.
 

기업들 배당 확대하면 경제활성화?
결과는…총수와 가족들 배만 불려 
 
하지만 전체 배당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열사가 지난해 21.1%에서 올해 20.5%로 0.6% 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연금도 지난해 7.4%에서 올해 7.2%로 0.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주주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타 주주들의 배당금은 전년대비 13.6%로 지난해 1조2140억원에서 올해 1조3786억원에 그쳤다. 총수일가나 외국인 투자자의 배당금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소액주주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은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대 그룹의 배당금을 ▲총수 및 직계가족 ▲외국인 투자자 ▲출자 계열사 ▲국민연금 ▲소액주주 및 기타 등 5대 주주별로 분석한 결과, 최대수혜자는 외국인투자자와 총수일가였다.
 
4대그룹의 배당금은 지난해 1조6937억원에서 28.1% 증가한 6조364억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배당금에서 올해 외국인 투자자가 받는 배당금은 총 3조8128억원으로 지난해 2조8297억원보다 34.7%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4대 그룹의 작년 대비 배당금 순증가분 1조6937억원 중 절반이 훨씬 넘는 58.1%인 9832억원을 챙겼다. 전체 배당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6.9%에서 올해 49.3%로 2.4%포인트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그룹에서 작년보다 39.4% 증가한 2조1764억원, 현대차그룹에서 41.6% 늘어난 7559억원, SK그룹에서 5968억원, LG그룹에서 2837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지급 받을 예정이다. 
 
 
재벌닷컴은 “정부의 배당금 확대 정책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소액주주 우대 및 차등배당제, 소액주주 배당세제 감면책, 배당소득에 따른 누진과세 등 다각적인 정책마련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는…
잔칫집 들러리?
 
당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패키지’를 강조했다. 이 패키지는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일컫는다. 이중 배당소득 증대세대는 기업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시키기 위한 제도로 고배당 주식 보유 주주에 인센티브를 제공, 기업의 고배당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고배당 기업의 주주는 소득세를 감면 받게 되고 고배당주식 배당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14%에서 9%로 인하(경감률 36%)되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20% 인하된 25%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중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기업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시키기 위한 제도다. 고배당 주식 보유 주주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고배당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배당은 유연하게 ‘팍팍’ 

임금은 인색하게 ‘빡빡’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기업의 사내유보금 사용을 적극 독려하기 위한 제도다. 배당이나 투자, 임금 인상에 사용하지 않으면 일정 부분 이상의 차액의 10%를 과세하는 제도다. 업계에선 이 제도 시행으로 배당금이 3조원에서 6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2015년 1월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의 결산배당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2014년 결산 배당에는 해당되는 사항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배당 확대 정책이 이번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야당은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총수일가만 배당소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지난 10일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 그래도 경제성장률 대비 현저히 낮은 실질임금인상률로 성장의 과실이 가계가 아닌 재벌 대기업 곳간에만 쌓이고 있어 분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은 정당한 기업활동이다. 배당 규모에 대한 결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배당 확대를 주문했지만 배당 확대의 실익은 총수일가에 집중됐다. 자신들의 배는 불리면서도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는 행태도 보이고 있어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물음표를 짓게 하고 있다.

배당 확대 정책

누구를 위해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월 전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전년 대비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31.4%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39.8%) 투자를 줄이겠다(28.8%)는 응답은 68.6%에 달했다. 기업들은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극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기업들이 임금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보너스를 삭감했다. 급기야 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공식발표를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액면분할은 총수일가의 독식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액면분할은 주식 1주당 액면가액을 N분의1로 쪼개는 것을 말한다. 개별 주식선물·옵션의 거래 문턱을 낮춰 개인들의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이끌어 낸다. 선물·옵션은 투자비용 대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현물(주식) 투자에 따른 리스크 헤지(위험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지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도 지난해 주가가 700달러에 육박하자 7분의1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등 지금까지 네 차례 액면분할을 거쳤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도 ‘사토리족’ 증가 
기업 일자리 창출 없어…좌절하는 청년층
 
영국의 ‘차브(chav)’나 일본의 ‘사토리(さとり)’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미래의 삶에 희망을 두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영국의 차브는 19세기 ‘어린이’를 의미하는 집시언어에서 유래됐지만 지금은 ‘더러운 공영주택에 살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을 축내는 소비적인 하층계급과 그들의 폭력적인 자녀’를 뜻한다. 차브는 영국 청년 실업률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의 사토리는 거창한 야망이 없고 안분지족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분지족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사토리 세대의 미래는 어둡다. 현재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이나 비정규직이다.
 
최근 청년층 관련 통계 자료를 보면 이 같은 분위기가 국내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2일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 데이터를 보면, 15∼29세 사이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1.8%에 달한다. 체감실업자수만도 107만1000명이다. 정부가 밝힌 공식 실업자 39만5000명의 2.7배다. 체감실업률은 취업준비자와 구직단념자,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에 취업한 불완전 취업자까지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 통계다.
 
연애·결혼·출산? 딴 나라 얘기
대인관계·내 집 마련도 포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대치다. 청년층 실업률은 9%로 전년보다 1%포인트 증가했다. 청년들의 취업률은 갈수록 추락하고 불완전 고용만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규직을 기대하기 어려워 최저임금이 보장된 아르바이트자리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여기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서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5포 세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2030세대 28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 ‘내 집 마련’ 중 한 가지 이상을 포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7.6%가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2%(이하 복수응답)가 ‘결혼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뒤이어 내 집 마련 46.8%, 출산 45.9%, 연애 43.1%, 대인관계 38.7% 등이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인색한 모습이다. 급기야 일부에서는 ‘열정페이’로 청년들의 열정을 갉아먹고 있다. 인턴 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뒤 이를 어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90%와 30대의 93.2%가 이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는 최근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원인에 대해서 한국 사회의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구조와 점점 심해지는 소득불평등 구조, 국내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거론했다. 청년세대의 문제를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구조의 차원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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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