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에서 무슨 일이…

본사 흠집내기? 가맹점 쥐어짜기?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가 매달 본사에 지급하는 광고비의 사용 내역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대표 가맹점 한 곳이 본사로부터 일방적 계약해지를 당했다. 공정거래원에 제출한 분쟁 조정의 결정이 나기도 전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아 본사의 갑질 횡포라는 지적이다.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이하 미피가협) 이모 회장이 미스터피자본사(이하 미피본사)로부터 지난 1일 계약 해지를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미피본사에 광고비 사용 세부 내역 공개를 계속 요청했으나, 미피본사가 이를 거절하자 공정거래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일방적 계약해지
갑질 횡포 논란

공정거래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피본사가 광고비 사용 내역서를 공개하지 않자 이 회장은 미피가협을 대표해 인터넷 언론사에 미피본사와의 분쟁 사실을 알렸으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미피본사는 공정거래원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달 14일 이 회장에게 ‘가맹본부의 명예를 훼손했기에 3월부터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미피본사가 이 회장의 가맹점 영업 정지의 근거로 제시한 건 미스터피자 가족점계약서다. 실제로 미스터피자 가족점계약서 제2장(조건) 24조(계약의 해지) 4항에는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공연히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이라고 언급돼 있었다.

미피가협 소속 가맹점주 100여명은 지난 4일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서 ‘미스터피자 갑질 규탄 집회’를 열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의 4%를 떼어가는 본사 광고비 내역 공개 ▲현행 피자 할인행사 가맹점 부담에서 본사와 분담 ▲미피가협 이 회장 계약해지 취소 등을 규탄했다.  


이 회장은 “미스터피자는 전국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광고가 매출과 직결된다”며 “최근 3년간 미스터피자 광고가 현저하게 줄었으며 매출도 3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미피가협 회장이 운영하는 매장을 영업 정지한다고 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미피본사의 위협적인 자세로 국민의 논란만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피가협은 지난해 5월 개최된 미스터피자발전협의회 모임 이후 단 한 번도 광고비 사용 내역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피본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침묵을 일관해 왔다.  

한 가맹점주는 “미스터피자의 모기업인 MPK그룹은 코스닥 상장사이기에 광고 사용 세부 내역 공개를 요구하면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이 회장은 미피가협의 회장으로서 전국 가맹점주를 대표해 한 행동일 뿐 독단적인 행태로 보고 이 회장의 가맹점만을 영업 정지 시킨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가맹점주는 “미피가협이 지난해부터 광고비 사용 내역서 공개 요구와 함께 TV광고를 늘려 달라고 여러 차례 문의했다”며 “미피가협의 요구에 미피본사가 신제품 출시에 맞춰 TV광고를 내보냈으나 비교적 광고단가가 낮은 밤 10시 이후에 광고를 편성하고 광고횟수도 줄였다”며 미피본사의 해명을 요구했다.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미피본사의 홍보팀에 전화인터뷰를 요청하자 미피본사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는 “공중파방송의 광고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광고계의 흐름에 발맞춰 TV광고 노출을 줄이고 다른 매체를 통한 광고 비중을 높였을 뿐”이라며 “미피가협의 요구에 단 한 번도 광고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피가협 회원 100여명의 주장과는 다른 입장이다. 미피본사는 광고와 관련된 사안은 광고대행사에 일임해 자세한 정보를 모른다고 했으며, 외부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스터피자의 전국 체인점은 435개점으로 직영점 14개, 가맹점 421개이다. 미피본사는 전국 가맹점주로부터 순매출의 4%에 해당하는 광고비를 받고 있으며 그 금액이 연간 14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거래사의 상품광고비 분담을 50대 50, 광고 분류가 애매할 경우는 75대 25로 권장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미피본사에 광고비 분담률 자료를 의뢰했으나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스터피자의 광고비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금액의 규모로 미뤄 짐작해보면 광고비 전액을 가맹점에 전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맹거래사의 광고비를 분석한 결과 탐앤탐스, 롯데리아, 엔젤리너스 등은 상품광고비 전액을 본사가 부담하고 있었으며,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은 본사와 가맹점의 비율이 50대 50으로 조사됐다.  


미스터피자 광고모델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최근 미스터피자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아역배우 출신 김유정을 TV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지난해까지 미스터피자 광고 모델은 손연재, 2PM, 한효주, 문근영, 유승호, 박해일, 송강호 등 이른바 검증된 스타를 내세워 왔다.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3월1일자로 영업정지를 당한 이 회장은 “돈줄이 끊긴 상황이라 미피가협 회원들의 후원으로 가족의 생계와 직원의 월급, 밀린 가게 월세 등을 내고 있다”며 “본사에서는 문서나 전화로 해지 통보하면 그만이지만 가맹점주 같은 경우에는 한 가정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미피가협의 대표로서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며 이번 문제가 한 가맹점의 희생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며 “원만한 합의로 다시 가맹점을 재개하길 바랄 뿐이다”고 강조했다.  

잊을 만하면…갑을 논란 잇달아 터져
광고비 분담·할인행사 등 두고 갈등

이 회장은 지난 11일 법원에 미스터피자 가맹점 계약 무효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미피본사 측은 이 회장의 명예훼손죄 고발 여부를 고려 중이다. 

미스터피자 분쟁 논의를 접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미스터피자의 가족점계약서가 갑의 위치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 계약서의 대표 사례라고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된 사안은 이번 영업정지의 사유인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공연히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 조항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허위사실뿐만 아니라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미피본사의 이익에 반하면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제15조(가맹계약의 해지사유) 4항에는 ‘가맹점사업자가 공연히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하거나 가맹본부의 영업비밀 또는 중요정보를 유출하여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경우’라 명시돼 있다. 미스터피자는 계약서에 ‘사실 또는’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계약 해지 사유를 확대시켰다.  

이에 대해 미피본사 관계자는 엇갈린 답변을 했다. 한 관계자는 “미스터피자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힌 사실적인 내용의 한정된 표현일 뿐”이라고 밝혔으며 다른 한 관계자는 “왜 이런 조항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법무팀을 통해 계약서를 다시 조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실 유포를 한 게 아니라 허위사실을 유포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할인행사
본사분담 없어

미피본사가 이 회장이 운영하는 가맹점에 대한 계약 해지를 두고 가맹거래사와 변호사도 엇갈린 입장이다. 한 가맹거래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나기 전에 영업 정지 명령을 내린 것은 문제다”며 “가맹점의 계약 해지는 본사의 계약서 조항이 아닌 가맹사업법에 명시한 대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회장의 사유는 계약 해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변호사는 “이 회장이 가맹점주의 대표 입장에서 나섰더라도 법률에서는 개인의 행위로 간주한다”며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미스터피자가 이슈로 떠올라 명예훼손을 입힌 건 사실이라 영업 정지 해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스터피자의 통신사·카드사·포인트·내부행사 할인율을 통해서도 미스터피자의 갑질 횡포가 여실히 드러났다. 가맹점과 미피본사 그리고 해당 업체의 분담률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스터피자의 할인율을 살펴보면 모든 할인에 대해 가맹점주와 해당 업체만 분담하고 있다.

미피본사의 분담은 어느 항목에도 없었다. 특히 해당 업체보다 가맹점주의 할인 분담률이 높게 편중돼 있다. 미스터피자가 진행하는 내부행사(방문포장, 온라인할인, E쿠폰, 모바일쿠폰 등) 할인율은 15∼4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가맹점주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겼다.

통신3사의 멤버십 제휴 할인을 살펴보면 15% 할인의 경우 가맹점주가 할인액의 전부를 분담한다. SKT의 20% 할인은 가맹점주가 17.5%, 통신사가 2.5%, LGU+는 15%, 20% 할인율 모두 가맹점주에게 분담한다. 삼성카드 페이백·현대M카드·하나SK 등의 카드사 할인은 대부분 가맹점주와 해당 카드사가 절반씩 분담한다. 국내 피자업계 1위인 미스터피자와는 달리 세계 최대 피자배달 전문 기업 도**피자에 문의해본 결과 본사의 분담이 전무한 할인율 적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스터피자를 즐겨 먹는다는 김하은(28)씨는 “통신사 할인으로 저렴한 가격에 피자를 먹을 수 있어 매달 두 번 이상 미스터피자를 찾는다”며 “계산을 할 때 직원의 친절한 태도에 가맹점이 할인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창립 24주년 기념 런치뷔페 행사를 마련해 지난해 10월6일부터 11월28일까지 진행했다. 9900원에 피자 3종과 샐러드바, 음료를 제공하는 이 행사에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손해가 크다는 가맹점주의 반발이 거세졌다. 미피본사는 뒤늦게 치즈, 콜라시럽 등 40여만원 상당의 식자재를 지원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손해가 크다고 판단된 일부 매장에서는 이 행사를 진행조차 하지 않았다.

한 가맹점주는 “런치뷔페 행사 자체가 워낙 저렴해 수많은 손님이 몰려들어 매출은 급증했으나 실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다”며 “매출이 안 좋을 때는 행사를 중단하겠다고 미피본사가 애초에 약속했으나 행사 기간에 맞춰 종료됐다”고 불만을 토했다. 덧붙여 “당시 미피본사는 미피가협과 구두로 차액만큼의 보상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그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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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