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문화’ 독인가 약인가(2) 재계 쥐락펴락 개미들의 힘

재계에도 안티는 존재한다. 파면된 임직원이나 피해자들이 주류다. 당연히 상대는 기업. 잘나가는 회사라면 안티모임 하나쯤은 기본이다. 특히 굵직한 ‘사건’엔 항상 안티세력이 따라붙는다. 소비자 입장에선 신문고 역할이지만, 기업으로선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기업과 안티의 관계가 ‘공생이냐 기생이냐’하는 고민이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기업 안티문화는 갈수록 힘과 빛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왜일까.

S사는 자사를 비방하는 안티모임으로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다음, 네이버 등 인터넷포털에 안티사이트와 카페가 속속 개설, 10여개가 넘기도 했다. 현재는 전직 임직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 모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안티모임은 S사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및 불만 사례를 수집해 허위·과장 광고, 직원 채용 부작용 등을 비판하고 있다. ‘안티 S’운영자는 “카페는 어떤 이윤을 챙기고자 하는 모임이 아니다”라며 “S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교류하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같이 싸워봅시다”
곳곳 집단행동 감지


S사 측은 안티모임 카페를 수시로 모니터링 하는 등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회사 이미지의 치명적인 손상을 우려해서다. 일부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안티 S’를 반대하는 또 다른 안티카페를 개설하는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 관계자는 “안티회원은 목적자체가 회사의 나쁜 면만을 드러내는 데 있다”며 “소수의 의견을 전체로 확대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D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안티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D사로 인해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각 언론사 제보와 소송까지 불사할 태세다.

이들이 개설한 카페엔 “악덕 업체를 고발합시다”, “같이 뭉쳐 싸워봅시다”등 D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D사 관계자는 “일부의 사례를 전체인양 확대해서 떠들고 있다”며 “그렇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안티모임의 잇단 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의 제품 불매운동은 물론 일부 안티사이트의 경우 회사 내부문제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소비자 입장에선 안티 모임이 ‘신문고’역할과 같지만, 해당 업체는 ‘벙어리 냉가슴’앓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각 포털사이트엔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에 이르는 ‘개미 군단’이 커뮤니티를 비롯한 모임들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타깃은 다종다양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부터 중견그룹, 중소기업 등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경제 분야에서 ‘소비자 권리 찾기’를 표방하고 있다. 한 안티모임 운영자는 “대부분의 기업 안티 모임은 영업방해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정업체에서 피해를 보거나 부적절한 인사로 퇴직한 사람들의 호소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안티는 더 이상 온라인에 국한된 활동이 아닌 오프라인 활성화로 대형화되는 추세다. 피해자들이 해당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단체소송이 그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집단분쟁조정제는 50명 이상의 소비자가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접수한 소비자단체나 지방자치단체, 정부 부처, 한국소비자원 등이 분쟁조정위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는 제도다. 아파트 건설 관련 하자, 자동차·가전제품 품질 불량, 휴대폰 요금 과다 청구, 인터넷서비스 약관 피해, 종자 불량, 항공기 연착, 건강기능식품 과대 선전 등이 대상이다.

최근 벌어진 GS칼텍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7일 김모씨 등 2천30여명은 “개인정보가 담긴 CD가 유출돼 피해를 입었다”며 GS칼텍스와 GS넥스테이션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씨 등은 각각 1백만원씩 총 20억3천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지난 10일에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인 임모씨 등 5백명이 1인당 1백만원씩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 보상 금액이 최대 4조원 이상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확정판결을 받았던 리니지의 피해배상은 1인당 10만원이었고, 국민은행은 20만원, LG는 70만원에 달했다. 앞서 지난 13일 해상 유조선 충돌 사고로 기름 유출 피해를 본 충남 태안군 주민 6천8백64명은 15개월간 매달 20만원씩(총 2백5억원)의 생계비를 지급하라며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단체소송제는 피해 소비자들을 대신해 소비자단체가 사업자를 대상으로 위법행위를 금지 또는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소액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식품이나 완구제품들이 주된 피소 대상이다. 다만 금전적 손해배상은 배제된다.

그러나 눈에 띄는 점은 ‘안티 전성시대’가 갈수록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안티 문화의 최고 전성기였던 2000년 전후에 비해 이들의 카페나 모임, 사이트 등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제대로 된 안티 카페는 50여개에 불과하다. 기업 안티사이트는 10여개. 기업 안티 집단은 2000년만해도 1백개가 넘었다. 당시엔 안티 언론과 안티 통합사이트까지 등장했었다. 한 포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피해와 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그나마 상당수는 방문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무분별·일방적 비방
안티활동 퇴조 초래


그렇다면 기업 안티모임이 사라지는 이유가 뭘까. 우선 전문가들은 안티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소비자 권리 찾기’의 취지와는 달리 욕설과 협박 등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비방이 기업 안티활동의 퇴조를 부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2004년 2월 모 기업체의 안티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사이트 폐쇄를 조건으로 돈을 뜯으려한 한 남성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기업 안티사이트를 개설한 뒤 비방하는 글을 올리다 사이트를 폐쇄할 테니 3천만원을 달라고 협박했다. 또 안티사이트를 등록한 뒤 비싼 값에 되팔려고 시도한 운영자들이 줄줄이 철창행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한 중견기업 민원 담당자는 “특정인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일부 안티 모임이 심심찮게 발견된다”며 “이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특정 기업을 무작정 비방하거나 특정 제품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안티에 시달린 기업들은 소송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방적으로 당했던 기업들이 비방·폭로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한 것.

 


안티세력의 영업 방해를 참다못한 W사는 2003년 안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W사는 안티사이트가 범람하자 카페 운영자를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한편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회사 관계자는 “불매운동도 명확한 명분과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회사와 경영진을 비난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어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허위이거나 과장된 글의 삭제를 넘어 아예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회사 측의 계속되는 삭제 요구에도 사적 목적으로 위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글들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며 “즉시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지 않으면 회사의 명예와 신용 등이 추가로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이트 등록 말소를 강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기업들은 2000년 이후 안티 원천봉쇄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안티 공간을 없애기 위해 자사의 안티 도메인을 무더기로 선점하는 꼼수를 동원한 것. 소비자 불만과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다.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은 이미 사명에 ‘anti’나 ‘no’ 또는 ‘안티’ ‘반대’등이 들어간 도메인의 소유권을 쥐고 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은 ‘antisamsung.com’, ‘antisamsung.net’, ‘antisamsung.org’, ‘antisamsung.name’, ‘antisamsung.biz’, ‘antisamsung.info’, ‘antisamsung.cn’등 대표적인 영문 안티사이트를 싹쓸이한 상태다.

이들 도메인은 모두 삼성 계열사인 삼성네트웍스로 등록돼 있다. 삼성은 또 ‘samsunganti.com’,‘outsamsung.com’, ‘nosamsung.org’,‘stopsamsung.com’ 등 나머지 안티 도메인 수십개도 사들였으며 ‘안티삼성.com’, ‘삼성반대.com’같은 한글 도메인도 갖고 있다.
LG그룹도 ‘안티엘지.kr’, ‘안티엘지카드.kr’, ‘안티엘지전자.kr’등 한글로 된 안티 사이트를 확보했으며 ‘안티구본무.kr’와 같은 오너 반대 사이트도 관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안티 정몽구.kr’, ‘안티 정주영.kr’, ‘안티 현대.kr’, ‘안티 현대차.kr’등의 한글 주소를 선점했다. SK, 롯데, 한화그룹 등도 ‘안티’, ‘반대’ 등이 들어간 한글 안티 사이트를 1∼2개씩 갖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까지 ‘안티 몰이’에 가세했다. 2001년 4월과 2005년 6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기업 등을 비방하거나 인신공격하는 안티사이트에 대해 일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안티와의 전쟁’ 선포
도메인 무더기 선점


윤리위는 명예훼손 혐의가 명백한 사이트는 내용의 삭제를 명령하거나 일정기간 이용을 정지시키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건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사이트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사실상 ‘검열행위’”란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쯤 되자 안티문화의 위축으로 건전한 기업 감시 활동마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안티문화는 부정적인 역기능도 있지만 분명 긍정적인 순기능도 있다”며 “기업 발전의 꾀하는 올바른 안티문화 정립을 위해선 맹목적 비난보다는 건전한 비판이 확립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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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