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문화’ 독인가 약인가 (3)진화하는 ‘안티운동’의 세계

안티들의 세상이다. 이들은 각종 불합리한 사회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안티들의 행동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안티사이트가 생성되던 초기의 안티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무의미한 집단이었다면 지금의 안티는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향해 힘을 모으고 있다. 또 연예인들의 안티 등 흥미위주의 안티가 주를 이루던 몇 년 전과 달리 먹거리 문제부터 국민연금 등의 정책에 대한 반대까지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안티가 급증하고 있다. 또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까지 모임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등 음지에서 활동하던 안티들이 조금씩 양지로 나오면서 힘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안티가 목청 높이면 세상이‘들썩들썩’

‘안티’라고 하면 싫어하는 연예인에게 협박편지 등을 보내는 철부지 여고생의 이미지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이는 안티문화가 생성되기 시작하던 초기의 현상으로, 특정 인물을 겨냥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일삼던 것이 안티의 시초인 셈이다.

미스코리아
공중파에서 퇴출

때문에 당시의 안티는 ‘악플러’와도 일맥상통하며 인터넷의 무법자로 무참히 칼을 휘두르는 이들로 인식됐다. 이들은 익명성을 무기삼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한 개인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안티는 인터넷과 네티즌의 성숙함과 발을 맞추며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는 안티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들보다는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딴죽을 거는 집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불합리한 사회현상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를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인터넷공간인 안티사이트에는 계층이나 지역 등을 초월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논리를 펼치며 토론을 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떠오르며 조금씩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사회의 변화를 일으킨 안티사이트 중 하나로 ‘안티 미스코리아’를 들 수 있다. 안티 미스코리아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반대하는 단체로 1999년 생성됐다.
이 안티단체는 안티운동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곳에서 벌인 안티운동을 통해 더 이상 공중파TV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볼 수 없게 되기도 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2002년 케이블 TV로 자리를 옮겨 그 영향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어진 것. 몇 년 전에 비해 지금의 미스코리아 대회 수상자들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것도 안티 미스코리아가 거둔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수영복 공개심사가 폐지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지난 2004년까지 개최된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에는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참가해 축제의 향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에는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던 탤런트 홍석천씨가 사회자로 출연해 방송활동 복귀의 포문을 여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또 섹스비디오 파문으로 고통을 받던 가수 백지영도 행사에 참가해 대중 속으로 다시 얼굴을 비추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각종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며 안티 미스코리아는 안티문화 확산과 안티운동의 대중화를 촉발시켰다.

각종 피해자들 모여
피해확산 방지 대책

또 이전에는 피해를 당하고도 가슴앓이만 했던 사람들이 안티사이트를 만들어 아픔을 나누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이들 중 하나는 다단계회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임인 ‘안티피라미드 운동본부(이하 안티피라미드)’사이트다.
지난 2000년 1월 만들어진 안티피라미드는 초기에는 다단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고통을 나누는 사이트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다단계 피해에 관한 상담 활동을 벌이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다단계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악덕다단계업체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 업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 등을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생길지 모를 다단계피해자들의 증가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활약하며 시민들에게 다단계 피라미드 회사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각종 거리캠페인을 펼쳐 다단계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수행한 것.
그러는 동안 회원수도 크게 늘었다. 현재 안티피라미드는 회원 1만5천여 명이 가입한 큰 조직으로 성장해 불법다단계업체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이 만든 안티사이트는 또 있다. 성형부작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안티성형’카페가 그것. 이 카페는 5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안티사이트로 피해보상조차 받기 힘든 성형부작용에 관한 피해사례들을 나누고 있다.
이들 카페회원들은 성공적인 성형수술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로 가득한 TV프로그램으로 인해 성형공화국이란 오명을 떨치지 못하는 지금의 세태를 비판하며 이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만들고도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우기는 등 파렴치한 행각을 벌이는 병원을 공개해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성형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상담코너를 만들어 놓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안티메디컬, 안티라식 등의 사이트들에서 피해자들이 모여 고충을 나누고 해결책을 나누고 있다.
최근 사회현안에 맞서기 위해 생긴 안티사이트 중 지대한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대규모 촛불집회를 이끌어 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다.
이들은 ‘안티메드카우’란 도메인으로 안티사이트를 만들고 미국쇠고기수입 반대운동을 펼쳤다. 물론 광우병 촛불집회가 온전히 이들의 작품은 아니지만 수많은 시민들을 광화문으로 나오게 만든 데는 이들의 영향력이 컸다.
1백일이 넘는 기간 동안 촛불이 꺼질 날이 없었던 촛불집회는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또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까지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촛불집회는 또 다른 형태의 안티단체를 양산해냈다. 그 중 하나는 ‘안티조중동’이란 이름의 안티단체로 보수적인 언론에 맞서 올바른 보도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단체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보수언론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중단운동으로 네티즌의 힘을 과시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광고를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전화를 걸어 광고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그러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하는 등의 행동은 실제로 효과를 거둬 광고수입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운동을 전개한 네티즌들은 사법처리를 당했다. 서울중앙지검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은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모씨와 운영진 양모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이 카페의 게시판지기 중 법원 직원 김모씨 등 14명을 불구속기소하고, 혐의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된 카페 회원 8명은 3백~5백만 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는 등 초기 카페운영진 전원을 사법처리했다.
이 같은 광고중단운동으로 된서리를 맞은 기업은 농심이다. 조중동에 광고를 싣지 말라는 네티즌들의 요구에 농심의 전화 상담원이 “<조선일보>는 계속 번창할 것”이란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네티즌들을 자극시켰고 농심 불매운동으로 번진 것.
이로 인해 ‘쥐우깡 파동’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농심은 사면초가에 놓이기도 했다. 이를 진화시키기 위해 농심의 손욱 회장이 나서 사과를 하고 공장견학을 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안티의 힘을 꺾을 수는 없었다.
농심 불매운동과 안티조중동 운동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체는 삼양라면이었다. 당시 삼양라면에서는 금속성 너트가 검출되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고 네티즌들은 “자사에 광고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를 실은 것”이라고 단정 짓고 삼양라면 구매운동을 펼친 것.
개그우먼 ‘정선희’ 안티도 촛불집회로 인해 생긴 것 중 하나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당시 정선희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쓴 소리를 했고 이것이 네티즌들을 자극시킨 것. 이로 인해 네티즌들은 정선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광고를 하는 기업에 전화를 걸어 광고중단을 요구하고 정선희가 런칭한 화장품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쇠고기 안티 사이트
또 다른 안티 양산

이처럼 지금의 안티운동은 보다 국민들의 살에 와 닿는 현안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힘을 끌어 모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때로는 이들의 운동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벌집을 쑤셔놓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 곪고 썩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는 것 보다는 사전에 문제점을 건드려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안티운동.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의 안티운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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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