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문화’ 독인가 약인가 (3)진화하는 ‘안티운동’의 세계

안티들의 세상이다. 이들은 각종 불합리한 사회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안티들의 행동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안티사이트가 생성되던 초기의 안티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무의미한 집단이었다면 지금의 안티는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향해 힘을 모으고 있다. 또 연예인들의 안티 등 흥미위주의 안티가 주를 이루던 몇 년 전과 달리 먹거리 문제부터 국민연금 등의 정책에 대한 반대까지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안티가 급증하고 있다. 또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까지 모임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등 음지에서 활동하던 안티들이 조금씩 양지로 나오면서 힘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안티가 목청 높이면 세상이‘들썩들썩’

‘안티’라고 하면 싫어하는 연예인에게 협박편지 등을 보내는 철부지 여고생의 이미지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이는 안티문화가 생성되기 시작하던 초기의 현상으로, 특정 인물을 겨냥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일삼던 것이 안티의 시초인 셈이다.

미스코리아
공중파에서 퇴출

때문에 당시의 안티는 ‘악플러’와도 일맥상통하며 인터넷의 무법자로 무참히 칼을 휘두르는 이들로 인식됐다. 이들은 익명성을 무기삼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한 개인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안티는 인터넷과 네티즌의 성숙함과 발을 맞추며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는 안티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들보다는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딴죽을 거는 집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불합리한 사회현상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를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인터넷공간인 안티사이트에는 계층이나 지역 등을 초월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논리를 펼치며 토론을 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떠오르며 조금씩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사회의 변화를 일으킨 안티사이트 중 하나로 ‘안티 미스코리아’를 들 수 있다. 안티 미스코리아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반대하는 단체로 1999년 생성됐다.
이 안티단체는 안티운동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곳에서 벌인 안티운동을 통해 더 이상 공중파TV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볼 수 없게 되기도 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2002년 케이블 TV로 자리를 옮겨 그 영향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어진 것. 몇 년 전에 비해 지금의 미스코리아 대회 수상자들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것도 안티 미스코리아가 거둔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수영복 공개심사가 폐지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지난 2004년까지 개최된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에는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참가해 축제의 향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에는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던 탤런트 홍석천씨가 사회자로 출연해 방송활동 복귀의 포문을 여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또 섹스비디오 파문으로 고통을 받던 가수 백지영도 행사에 참가해 대중 속으로 다시 얼굴을 비추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각종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며 안티 미스코리아는 안티문화 확산과 안티운동의 대중화를 촉발시켰다.

각종 피해자들 모여
피해확산 방지 대책

또 이전에는 피해를 당하고도 가슴앓이만 했던 사람들이 안티사이트를 만들어 아픔을 나누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이들 중 하나는 다단계회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임인 ‘안티피라미드 운동본부(이하 안티피라미드)’사이트다.
지난 2000년 1월 만들어진 안티피라미드는 초기에는 다단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고통을 나누는 사이트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다단계 피해에 관한 상담 활동을 벌이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다단계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악덕다단계업체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 업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 등을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생길지 모를 다단계피해자들의 증가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활약하며 시민들에게 다단계 피라미드 회사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각종 거리캠페인을 펼쳐 다단계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수행한 것.
그러는 동안 회원수도 크게 늘었다. 현재 안티피라미드는 회원 1만5천여 명이 가입한 큰 조직으로 성장해 불법다단계업체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이 만든 안티사이트는 또 있다. 성형부작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안티성형’카페가 그것. 이 카페는 5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안티사이트로 피해보상조차 받기 힘든 성형부작용에 관한 피해사례들을 나누고 있다.
이들 카페회원들은 성공적인 성형수술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로 가득한 TV프로그램으로 인해 성형공화국이란 오명을 떨치지 못하는 지금의 세태를 비판하며 이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만들고도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우기는 등 파렴치한 행각을 벌이는 병원을 공개해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성형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상담코너를 만들어 놓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안티메디컬, 안티라식 등의 사이트들에서 피해자들이 모여 고충을 나누고 해결책을 나누고 있다.
최근 사회현안에 맞서기 위해 생긴 안티사이트 중 지대한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대규모 촛불집회를 이끌어 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다.
이들은 ‘안티메드카우’란 도메인으로 안티사이트를 만들고 미국쇠고기수입 반대운동을 펼쳤다. 물론 광우병 촛불집회가 온전히 이들의 작품은 아니지만 수많은 시민들을 광화문으로 나오게 만든 데는 이들의 영향력이 컸다.
1백일이 넘는 기간 동안 촛불이 꺼질 날이 없었던 촛불집회는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또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까지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촛불집회는 또 다른 형태의 안티단체를 양산해냈다. 그 중 하나는 ‘안티조중동’이란 이름의 안티단체로 보수적인 언론에 맞서 올바른 보도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단체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보수언론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중단운동으로 네티즌의 힘을 과시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광고를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전화를 걸어 광고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그러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하는 등의 행동은 실제로 효과를 거둬 광고수입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운동을 전개한 네티즌들은 사법처리를 당했다. 서울중앙지검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은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모씨와 운영진 양모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이 카페의 게시판지기 중 법원 직원 김모씨 등 14명을 불구속기소하고, 혐의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된 카페 회원 8명은 3백~5백만 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는 등 초기 카페운영진 전원을 사법처리했다.
이 같은 광고중단운동으로 된서리를 맞은 기업은 농심이다. 조중동에 광고를 싣지 말라는 네티즌들의 요구에 농심의 전화 상담원이 “<조선일보>는 계속 번창할 것”이란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네티즌들을 자극시켰고 농심 불매운동으로 번진 것.
이로 인해 ‘쥐우깡 파동’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농심은 사면초가에 놓이기도 했다. 이를 진화시키기 위해 농심의 손욱 회장이 나서 사과를 하고 공장견학을 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안티의 힘을 꺾을 수는 없었다.
농심 불매운동과 안티조중동 운동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체는 삼양라면이었다. 당시 삼양라면에서는 금속성 너트가 검출되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고 네티즌들은 “자사에 광고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를 실은 것”이라고 단정 짓고 삼양라면 구매운동을 펼친 것.
개그우먼 ‘정선희’ 안티도 촛불집회로 인해 생긴 것 중 하나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당시 정선희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쓴 소리를 했고 이것이 네티즌들을 자극시킨 것. 이로 인해 네티즌들은 정선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광고를 하는 기업에 전화를 걸어 광고중단을 요구하고 정선희가 런칭한 화장품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쇠고기 안티 사이트
또 다른 안티 양산

이처럼 지금의 안티운동은 보다 국민들의 살에 와 닿는 현안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힘을 끌어 모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때로는 이들의 운동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벌집을 쑤셔놓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 곪고 썩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는 것 보다는 사전에 문제점을 건드려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안티운동.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의 안티운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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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