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1000호 특별기획 ③> ‘2034년 모습은?’ 미리 가 본 2000호 시대

“미래를 알아야 변화 주도한다”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창간 19년 만에 지령 10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오는 2034년이면 지령 2000호를 내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19년 뒤 2000호 시대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타임머신을 타고 상상이 현실이 되어 있는지를 살짝 들여다보고 왔다.

2034년 봄 부산 앞바다, 김종민씨의 저녁 퇴근길이다. 자가용에 오른 김씨는 목적지 설정 후 잠에 빠져든다. 자가용은 해저터널로 접어든다. 내장된 센서가 앞차와 뒷차와의 거리를 계산, 속도를 자동 조절한다.
 
해저터널을 거의 빠져나올 무렵,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앞에서 달리던 차량의 컴퓨터 프로그램 기능 오류가 발생했나 보다. 조금 짜증은 나지만 체증은 이내 풀린다. 프로그램 제조사에서 원격으로 기능 고장을 해결하기 때문. 부산항에서 20여km 떨어진 심해도시에 위치한 김씨의 집까지 걸린 퇴근 소요시간은 불과 20여분이다. 중국과 일본, 한국을 잇는 해저터널이 있어 출장은 대도시마다 있는 국제버스터미널을 통해 다녀온다. 
 
중국과 일본
버스로 왕래
 
김씨의 주거구역은 깊이 500m의 심해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않다. 거대한 3D 프린터로 건설되어 한치의 오차도 없다. 해면에 있는 거대 태양광 집약시설로 에너지를 충당하고 부족한 부문은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한 발전기가 채운다. 식수 걱정도 없다. 2020년 국내 연구진이 해수의 완벽한 담수화를 이뤄내 언제 어디서 수도꼭지를 돌리더라도 물을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육지의 물보다 미네랄과 무기영양염류가 풍부해 심해 1000m에서 채취한 물이 ‘먹는 심층수’라는 이름으로 팔릴 지경이다.
 

김씨는 10년 뒤 집을 팔고 ‘달 기지’로 떠날 예정이다. 인류가 살 수 있는 제2의 행성을 찾아 떠난다는 20년 전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실현이 눈앞에 와 있다. 전 세계 우주공학 선두 국가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에 의해 뜨거운 열과 추위, 각종 우주 방사선, 운석 등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집이 첫 삽을 뜬지 오래다. 
 
달보다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인 화성에도 정착촌이 건설 중이다. 지난 2015년 네덜란드 회사 ‘마스원’은 화성인 후보자 100명을 선발해 8년 동안 건설, 전기, 장비 수리, 의료 등 화성 기지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했다. 그리고 2022년 9월부터 2년 간격으로 10명씩 화성으로 보내졌다. 당시 미국 MIT 연구팀이 제기한 ▲질식 논란과 ▲우주 방사선으로 인한 암 발병 확률 증가 ▲DNA파괴 ▲시력 감퇴 ▲골 손실 등 논란은 신형 우주복 개발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잦아들었다.
 
500m 심해도시서 해저터널 이용 출퇴근
3D프린터 이용…한치 오차도 없는 건축
 
로봇은 일상이 됐다. 사람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하기 힘든 위험한 작업부터 인간의 전반적인 삶에 퍼져 있다. ‘로봇과 사랑에 빠진 인간’을 주제로 한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워낙 고가인 탓에 서민들은 구매가 어렵다. ▲청소, 세탁, 설거지, 정리정돈, 심부름, 음식조리 등을 수행하는 도우미 로봇 ▲아이들과 놀아주며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운동 파트너가 되는 교육용 로봇 ▲노인들의 말상대가 되고 간단한 건강을 체크하는 간병 로봇 등  한가지 기능에 특화된 로봇만 겨우 구매 가능하다.
 
부작용도 있다. 피부와 외모, 목소리까지 완벽 구현할 수 있는 탓에 로봇을 이용한 변종 성매매가 등장했다. 얼마 전에는 로봇 수십기를 이용한 기업형 성매매가 적발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국회에서는 연일 ‘로봇 성매매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전 세계가 협의해 로봇이나 무인 자동차가 악용되는 것을 막고 있지만 테러집단은 개의치 않는다. 해커들을 동원해 기초 기술을 해킹, 무기로 쓰고 있으며 일부 선진국들도 자금력을 동원해 비밀리에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시민단체들은 로봇의 상용화를 반대하는 격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첨단 기술로 인해 실업은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택시, 버스, 트럭 등에 무인 기술이 접목되면서 운송업계는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자동차 사고가 0% 가까이로 줄어들어 보험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교통경찰, 대리기사, 운전기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직업군이 됐고 자동차 공장에는 그나마 남아 있던 직원들까지 모두 로봇으로 대체됐다. 
 
실업 갈등 극대
인간 대신 로봇
 
현대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필수품이었던 스마트폰이 ‘구시대 유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사람들은 대신 안경을 끼고 있거나 시계나 밴드를 차고 있다. 15년 전 이것저것 부품이 달려 거추장스러웠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가볍고 튼튼해 휴대가 용이하다. 뇌파를 인식해 전화를 걸고 받으며 생각만으로 문자를 확인하고 보낼 수 있다.
 
박물관 관람을 하던 한 남성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주변 어느 곳을 둘러봐도 ‘119’에 도움을 청하는 이가 없다. 그런데도 구급대원들이 곧 등장했다. 쓰러진 남성이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 시계’덕분이다. 시계는 소지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이상이 생길 경우 즉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병원이나 경찰, 소방서에 신고를 접수한다. 
 
경찰서 조사실을 들여다봤다.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피의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의자에 앉아 헬멧을 쓰고 있다. 뇌의 기억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탑재된 ‘브레인 스캔’이다. 브레인 스캔이 범죄현장의 목격자나 증인, 기억을 잃은 피해자 등에게 다양하게 쓰이면서 범죄율이 대폭 낮아졌다.
 
사람의 신체에 이식하는 바이오폰은 양산화를 앞두고 있다. 나노로봇을 뇌 속에 심어 사람의 생각과 기억을 인터넷 클라우드에 실시간 전송하고 여러 나노로봇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건강상태 등을 체크, 질병을 예방하고 나아가 치료까지 하는 기술이다. 
 
 
PC방은 ‘가상현실방’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렬로 늘어섰던 컴퓨터와 의자 대신 캡슐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게임은 캡슐 속에서 이뤄진다. 헬멧을 착용하고 캡슐 안으로 들어가서 누우면 눈앞에 가상세계가 펼쳐진다. 가상세계 속 캐릭터는 내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약간의 ‘포샵’ 작업은 가능하지만 현실 모습을 기반으로 한다. 생각만으로 움직이고 타격을 입었을 경우 일정의 고통도 따른다.
 
2011년 성균관대 하이브리드컬처연구소가 제출한 용역보고서 내용도 현실화됐다. 한국인들은 첨단 디지털 기능이 추가된 스마트 의류를 일상적으로 입고 있으며 주변온도에 맞춰 스스로 변하는 지능성 방한복, 주변환경에 따라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 의류, 손상을 스스로 진단하고 회복시키는 지능형 소재로 된 의류 등은 제조업체에 따라 디자인만 다르다.
 
보호자와 일정거리 이상 떨어졌을 때 반응하는 미아방지용 의류와 각종 상황에 따라 기능을 변화하는 산업안전용 의복, 어지간한 폭발에도 안전한 소방복, 적으로부터 모습을 감추기 위한 스텔스 기능 전투복, 해충을 차단하는 살충용 의복, 스스로 오염을 정화하는 박테리아 제거 의복, 진흙탕에 넘어져도 더럽혀지지 않는 의복 등 기능도 다양하다.
 
주택의 스마트화도 이뤄져 내부환기, 온도·습도조절, 조명 밝기 등은 물론 거주자의 건강상태, 위험상황을 검사해 스스로 대응한다. 재택 근무가 증가하면서 주택은 현재의 잠만 자는 공간에서 업무와 휴식, 자녀교육 또는 가족의 생활공간 등을 모두 소화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샀다가 예상과 다른 상품이 도착해 교환 또는 환불하는 사태도 급감했다. 화면에 나오는 물건은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집안에서 질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면 속 상품

직접 만져본다
 
학원은 사양산업이 됐다. 만국어 번역기 덕분이다. 외국의 교육 콘텐츠들이 우리말로 실시간 번역돼 공급되므로 굳이 외국에 유학을 갈 필요가 없다. 사이버 및 원격 교육 발달로 인해 학교에 가는 날이 대폭 줄어들었다. 
 
바쁜 한국인들은 아침으로 빵과 우유 대신 캡슐형 음식물을 섭취한다. 함유량에 따라 한끼용 하루용으로 나뉘며 맛도 다양하다. 추상적으로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 아닌 실제로 노화를 더디게 하는 식품도 나온다. 줄기 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장기를 되살리거나 인공 장기를 만드는 일이 쉬워지고 개인 유전자에 따른 맞춤 치료가 등장해 기대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 암을 예방하는 신약이 출시되고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의 백신이 시판됐다. 
 
수명연장으로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40% 내외까지 치솟았다. 한국 인구 4000만명 중 1700만명이 노인이다. 신촌, 홍대, 강남 일대는 노인들로 북적거린다. 노인정에서는 70세가 막내다. 발 좀 뻗으려면 80세는 되어야 한다. ‘똥차를 보면 운이 좋다’는 말 대신 ‘아이를 보면 운이 좋다’는 말이 널리 쓰일 정도로 아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노인 전용 사우나·미용실·결혼정보업체가 생겨나더니 각 스포츠 리그에는 70세 이상만 출전이 가능한 ‘실버리그’가 진행 중이다. 노인들의 성 욕구 배출을 위한 노인 전용 불법 성매매 업소도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
 
화성 정착·달기지 <인터스텔라> 현실화
로봇 수십기 이용해 기업형 성매매 적발
 

시선을 외국으로 돌렸다. 세계 경제는 미국이 아닌 중국과 인도가 주도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프리카 콩고 정글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은 소멸됐다. 최대 풍속이 초속 67m 이상인 슈퍼태풍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빈도도 잦아져 미국 휴스턴, 뉴올리언스 등 해안가 도시는 ‘출입금지’ 구역이 됐다. 적도, 지중해, 아랍지방 일부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피부가 탈 정도다. 지구온난화 대비에 뒤처진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마스다르 시티’의 기술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다.
 
한국인 연구진들은 마스다르 시티에 대한 기술 전수를 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10년 전 완공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마스다르 시티의 국내 도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이미 마스다르 시티를 도입했다. 
 
마스다르 시티에 없는 것은 단 세가지다. 탄소, 자동차, 쓰레기다.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정도 크기로 세계 최초로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한다. 어마어마한 넓이의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석유와 가스 같은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에너지를 도시에 공급하고 자율주행 무인자동차와 경전철이 사람들의 발이 된다. 이 둘 모두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전기와 자기장으로 움직여 탄소배출은 ‘0’다. 쓰레기도 소중한 자원이 된다. 생물학적 쓰레기는 분해해 비료로, 기타 쓰레기는 소각을 통해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노인 전체 40%
실버리그 도입
 
<일요시사>가 바라본 미래 전망은 모두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래 예측은 <2040 유엔미래보고서>와 ‘성균관대 하이브리드컬처연구소 용역보고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제4회 과학기술 예측조사 결과’, 통계청의 ‘2013∼2040년 장래인구추계’ 등 각종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신빙성은 있다. 미래는 아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 대표가 “변화할 미래의 모습을 알아야 대비는 물론, 우리 삶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000호 시대’ 2053년 모습은?
투명망토 입고 텔레포트 한다
 
2053년, 전 세계 최고 격전지는 남극이다. 2048년 남극조약 만료로 인해 세계 강대국들이 남극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한국은 열 번째로 큰 영유권을 보유하고 있다. 1위는 첫 번째로 남극 전진기지를 세운 미국, 2위는 러시아 그 뒤는 중국, 영국, 프랑스,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인도 등이다.
 
병원에는 ‘동면 주사실’이 생겼다. 10년 전 ‘동면’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신체 나이는 늘지 않은 채 잠에서 깨어나고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죽은 사람은 홀로그램으로 만나볼 수 있다. 사망한 가족은 디지털 형태로 유지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불러 내 대화할 수 있다. 배우, 음악가, 과학자, 정치인 등 사망한 유명 인사나 과거 역사적 인물들도 마음만 먹으면 직접 마주할 수 있다. 
 
부모는 태어날 아이의 성별은 물론이고, 신장, 피부, 머리카락과 눈 색깔 등 수백개 특성을 직접 결정한다. 배아가 형성되면 인공 자궁에서 성장하고 아이의 지능과 행동, 성격까지 부모 의견에 따라 만들어진다. 해당 기술은 수많은 보수 종교 단체로부터 인체 상용화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부모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에 나왔던 ‘투명망토’와 ‘텔레포트’라고 불리는 원격이동의 실현도 눈앞에 와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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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