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⑮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

600억 과세 '밀고 당기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5화는 621억7500만원을 체납한 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다.

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는 2011년 4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7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10억65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05년부터 법인세 등 25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체납액은 352억3100만원이다.

합쳐서 600억

김 대표가 세운 법인인 ㈜궁전특수자동차는 업종을 제조업으로 등록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체납 내역을 보면 2005년부터 법인세 등 13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궁전특수자동차에 부과된 국세는 223억6200만원이다.

서울시 고액체납 법인에도 ㈜궁전특수자동차가 포함돼 있다. 2011년 5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24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확인된 체납액은 35억1700만원이다. 개인과 법인을 합쳐 김 대표가 체납한 세금은 621억7500만원에 달했다. 김 대표는 국세청이 등록한 1만728명의 체납자 가운데 체납액 기준 19위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장례업체인 '궁전그룹' 경영자로 외부에 소개됐다. ㈜궁전특수자동차와 ㈜궁전실버뱅크, ㈜궁전운수, ㈜궁전예원, ㈜궁전캐피탈, ㈜궁전좋은세상 등 6~7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궁전특수자동차는 운구자동차 개발회사다. 김 대표와 또 다른 공동대표 김모씨(직계가족으로 추정)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자동차 제작과 관련한 라이선스를 발급받았다. 실제로 자동차를 만든 것은 아니고 리무진 따위를 사들인 뒤 상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개조했다.

궁전그룹 주력 계열사는 ㈜궁전실버뱅크다. ㈜궁전실버뱅크는 장례서비스를 제공했다. 운영 중인 궁전실버뱅크 홈페이지를 보면 ▲회원제 장례예식 대행사업 ▲토탈 장례서비스 사업 ▲이장 및 개장 서비스 ▲장례용품 유통사업 ▲회원전용 추모관 서비스 ▲웨딩사업 서비스를 사업영역으로 기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궁전실버뱅크는 선불식할부거래사업자(상조회사)다. 할부거래법의 적용을 받으며, 선수금(상조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회원들이 납입하는 돈)의 절반을 공제조합에 예치해야 한다.

2014년 9월 기준 ㈜궁전실버뱅크는 12억8000만원을 한국상조공제조합에 예치했다. 회사 대표는 2012년 김씨에서 석모씨로 바뀌었다.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실제로 지난 6일 ㈜궁전실버뱅크로 연락하자 맨 처음 김씨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에서 김씨는 "㈜궁전실버뱅크는 (할부거래사업자가 아닌) 수의를 판매하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관련한 에피소드를 하나 발견했다. 지난 2007년 궁전그룹 영업사원은 상조서비스를 명목으로 고객에게 100여만원을 우선 납입 받았다. 그러나 고객은 사원이 추가로 돈을 요구하자 해약을 요청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상조상품의 해약이 있을 시 회사는 그 돈을 환급해야 했다.

그러나 사원은 절묘한 논리로 빠져나갔다. "내가 판 것은 상조서비스가 아닌 수의"라고 한 것이다.  ㈜궁전실버뱅크가 판매하는 상조서비스는 수의를 포함한 가격이 600만원에 육박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궁전특수자동차가 과거 '장례지도사'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궁전특수자동차는 상조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회사다. 이는 ㈜궁전특수자동차와 ㈜궁전실버뱅크가 사실상 하나의 회사였다는 증거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김씨는 "과거 관계사였던 것은 맞지만, 지금은 대표가 다르다. 김 대표가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라고 항변했다.

지난 2009년 공정위는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불완전 계약서를 제시한 업체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가운데는 ㈜궁전특수자동차도 있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궁전특수자동차는 자산·부채의 변경이 있었음에도 그 변경사항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았으며, 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공정위는 ㈜궁전특수자동차에 과태료 처분을 고지했다.

앞선 보도 자료에서 김 대표는 "고객의 신뢰를 우선으로 하며, 경영자와 직원이 상호 협력하여 고객감동을 실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체 개발한 운구차량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궁전실버뱅크 홈페이지에는 '중국인증서'라는 제목의 6개 서류가 게시돼 있다. 문제는 관련 서류만으로 실제 수출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수출 업무를 담당했던 업체는 궁전그룹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궁전좋은세상으로 알려졌다. (주)궁전좋은세상은 사실상 폐업했다.

같은 시기 김 대표는 장례식에 쓰이는 화환을 납품하는 ㈜궁전예원을 설립했다. 사원 규모는 10명 남짓으로 모두 ㈜궁전실버뱅크에서 파생된 회사였다. 장례식에 쓰인 대형버스는 ㈜궁전운수란 회사에서 소유토록 했다. 한 회사의 자산 규모를 불리는 대신 분할 관리한 것이다. 김 대표는 ㈜궁전캐피탈, ㈜아름다운궁전 같은 알 수 없는 회사를 계속 만들었다.

 

김 대표는 체납자 신분이던 2012년 현대자동차 블로그와 인터뷰했다. 당시 인터뷰를 보면 "전통적인 장례 방법을 유지하면서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하기 위해 상여 운구차를 제작한 것"으로 말했다. 하지만 납세에 대한 '예'는 다하지 않았다.

정작 본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영업사원들이 수의와 상조상품을 팔며 챙긴 이득까지 궁전그룹의 매출로 계산해 세금을 물렸다는 설명이다. 그의 대리인 김씨는 "조세법 위반과 관련해 검찰 수사도 받았고 2년 넘게 고생했지만 혐의가 없었다"며 "우리가 입증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무리하게 과세(인정상여)한 것이고, 실제로 그런 돈(600억원)은 만져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세금 낼 계획이 없다"며 "그쪽(국세청)도 우리에게 돈을 못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리한 과세?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의 표현대로 '터무니없는' 세금에 대한 법적 구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못 낼 거면 결손 처리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 쓰지 마시라"고 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조사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압류는 돼 있고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3월11일 인터넷판으로 게재된 ‘<연속기획> 세금 안내는 거물들 추적 ⑮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 기사와 관련해 (주)궁전실버뱅크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궁전실버뱅크는 기사의 체납법인과 무관한 회사며, 국세청에서 체납세금과 관련한 어떠한 재제나 연락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또 수의 판매와 관련한 발언은 서로의 오해로 인한 것이며, 궁전드림실버와 궁전드림골드는 수의가 아닌 상조서비스의 상품명입니다. 598만원은 수의 값이 아닌 상조 상품의 전체 금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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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검찰을 비판하기 바쁘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4년간 수사해 무혐의로 판단했는데 재수사에 들어가자, 주가조작 입증 정황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란 핵심 피의자에 대한 보석을 법원에 요청한 것에 대한 지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특검과 연관돼 검찰이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정권이 바뀌자 미진했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3대 특검과 관련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검과 주도권 경쟁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수사하자 정황 증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김 여사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롭게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을 때와 달리 김 여사가 주가조작 가능성을 인식한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김 여사는 또 지난해 7월 초 검찰의 조사가 임박했을 당시 김주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과도 30분 넘게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담당하던 직원과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로 확보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2010년 말경부터 시작된 2차 주가조작 시기와 겹친다. 검찰이 해당 녹음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계좌를 맡기고 수익이 나면 그중 40%를 그 일당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육성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증권사 직원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주식 매매 세력에 가담했다고 당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여사가 본인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원래 일임매매하면 10~30% 수익은 보장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2020년부터 4년 넘게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같은 증권사를 압수수색하면서도 해당 통화 녹음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걸로 파악돼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팀은 김 여사 미래에셋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 3일~12월 3일 사이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했는데, 전화 주문을 한 게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진 거래여서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내용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육성 수백개 녹취파일 이제야? 계좌 로그인 기록엔 블랙펄 IP 주소도 당시 수사팀은 전화 주문 방식으로 거래된 다른 증권사 5곳(신한·DS·DB금융·한화·대신)에서는 김 여사가 통화한 녹음파일을 모두 확보해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수사를 통해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이하 블랙펄)와 김 여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파악했다. 김 여사 명의의 주식 계좌에 여러 차례 접속한 IP 주소가 블랙펄 사무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전 수사팀은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 매매 시점에 HTS에 접속해 있던 IP 주소들만 분석했는데, 재수사팀은 HTS 프로그램에 로그인하는 시점에 사용된 IP 주소들까지 미래에셋증권에 추가 요구한 끝에 해당 흔적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사팀은 블랙펄 측이 IP 주소를 숨기기 위해 김 여사 아이디로 HTS를 이용할 때 별도의 무선 인터넷 장비를 이용했지만, HTS 프로그램 로그인 시점에는 실수로 사무실 인터넷망을 몇 차례 이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블랙펄의 IP가 없는 것이 김 여사 불기소 결정 이유 중 하나였지만 이마저도 뒤집힌 것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혐의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재수사에 들어가 파일을 찾아냈다”며 “정말 스스로 자폭한 일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미래에셋도 압수수색했다고는 하지만, 그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그걸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지금 와서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인지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언제 확보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4년 전 압수수색을 하고도 확보하지 못했던 김건희 주가조작 증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검찰발로 쏟아지고 있다”면서 “주가조작의 ‘스모킹건’인 녹음파일을 검찰이 언제 확보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새롭게 공개된 육성 파일에는 김 여사가 맡긴 구체적 액수와 수익 배분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있다”면서 “검찰은 4년 동안 존재를 몰랐다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우연히 파일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으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난 4년 동안 권력에 기생하며 선택적 수사로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줘왔던 검찰의 족적이 확연히 남아있는데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뒤집히는 불기소 이유 문 대변인은 “김건희만이 아니라 검찰도 특검 대상”이라며 “민중기 특검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 면죄부 수사의 진실도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줬던 검사들을 당장 수사해야 하고,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부실 수사로 김씨를 무혐의 처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같은 검사인데 그때 수사했던 검사는 왜 그걸(통화 녹취 파일) 발견 못했을까? 왜 지금 검사들은 이걸 발견했을까”라며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이 봐줬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주가조작보다 더 심각한 범죄는 주가조작을 봐주는 것”이라며 “특검으로 낱낱이 밝혀야 한다. 김건희씨 주가조작을 봐준 사람들 모두 국민을 우롱한 죄까지 모아 최대한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최소한 수사팀에 대한 감찰·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해당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 감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통화 녹취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파일 확보를)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주가조작) 1~2차에 걸쳐 3개 계좌를 이용한 사람은 김건희씨밖에 없다”며 “‘공범 중에 왕공범’인 김건희씨만 왜 수사 안 했느냐는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이 출범하자 이제야 증거를 찾았다는 점에서 수사의 진정성보다는 수사의 주도권 다툼에 더 가까운 행보로 읽힌다”며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기 전에 검찰이 기소한다면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고 공소 유지에만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다르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외에도 검찰은 내란 핵심 피의자의 보석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내란 수사는 하지 않고 오히려 핵심 피의자를 풀어주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는 26일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이유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른 1심의 구속 기간이 최장 6개월로 그 기간 내 심리를 마치는 게 어렵다”며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피고인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할 보석 조건을 부가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의 실무례라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2개월이 원칙이며, 필요 시 2개월 단위로 2차례 갱신할 수 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월25일과 4월22일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을 갱신했다. 검찰 측은 구속 기간 만료를 열흘가량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에 보석 조건부 직권보석을 요청했고, 김 전 장관 측은 보석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속 기간 만료 시에는 단순 석방되는 반면,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 탓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할 것 ▲증거를 인멸하지 않을 것 ▲법원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을 것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이나 증인 등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을 것 ▲주거 제한 ▲보증금 1억원 납부 등을 명령했다. 김 전 장관이 이 같은 보석 조건을 어길 시에는 보석이 취소되고 보증금이 몰취되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게 된다. 앞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은 혈액암에 따른 건강악화를 이유로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지난 1월 보증금 1억원 납부와 사건 관계인 등과 연락 금지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김 전 장관의 보석으로 인해 노상원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군 검찰은 최근 재판에서 이들에게 직권 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수사·내란 동조 등 비판 나와 “특검 시작하면 검찰은 할 게 없다” 다만 김 전 장관이 보증금 제출과 사건 관계자와 연락할 수 없는 조건이 붙은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했으며 이로 인해 오는 26일 무조건 석방될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 결정에 불복하고 석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군검찰은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돼 내란 핵심 피의자들이 다시 모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건부 보석을 요청했다는 입장이지만 ‘내란을 비호하는 행위’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에서 내란종사혐의로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은석 특검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비상계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하고, 같은 달 5일엔 수행비서 역할을 한 민간인 양모씨에게 계엄 서류를 없애라고 한 혐의다. 이는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로 새롭게 드러난 부분이다.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조 특검이 임명 6일 만에 곧장 수사에 돌입한 것은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이 김 전 장관에게 새 혐의로 추가 기소한 데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그의 구속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당시 상황에 대한 ‘말 맞추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정 부분 덜 수 있다. 특검 입장에서는 기존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외환 의혹 수사를 위해서도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수사의 ‘첫 단추’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이유로 내란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주요 군 장성들이 내란 특검 초기 수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특검 입장에서는 (주요 인물을) 그냥 풀려 나가게 둘 수 없다는 기조일 것”이라며 “(다른 사령관에 대해서도) 추가로 기소할 것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의 기소를 두고 “수사 준비 기간 중에 있어 공소 제기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해 김 전 장관을 불법 기소했다”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수사 시작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면 검찰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 가능성은? 특검을 경험한 한 변호사는 “최근 검찰의 행보는 검찰개혁을 앞두고 특검과 힘겨루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 임명 후 20일 동안 특검팀을 구성하는 동안 수사 실적으로 올리거나 해서 특검 내에서 검찰의 목소리를 더 키우기 위해 갑자기 새로운 증거를 갖고 오고 구속 만료를 앞둔 피의자들의 보석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조은석 특검처럼 특검이 수사를 빨리 시작해 검찰이 사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