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1000호 특별기획 ①> ‘5000만 대한민국 현주소’ 국민의 4대 의무 대해부 ③교육

개천서 용? 돈 없으면 공부도 못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쿠레레(currere)’는 ‘달리는 것’이란 의미를 지닌 라틴어다. 이 단어는 이후에 ‘커리큘럼(curriculum)’의 어원이 된다.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달리는 경주마처럼 주위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과정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비유다. 일요시사가 지면 1000호까지 발간되는데 걸린 시간은 20여년. 그 기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대한민국의 교육을 <일요시사>가 되짚어본다.

한 언론에 따르면 대한민국 교육은 지난 20년간 15회나 변화했다. 전년과 동일한 경우는 겨우 5회뿐이었다. 그마저도 2년을 넘긴 사례가 없다. 그만큼 수험생은 매번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정작 수능을 치는 것은 학생이었지만 그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변화하기 일쑤였다.

죽어가는
공교육 현장

전문가들은 “대입의 기본인 수능은 변별성과 객관성이 충분히 있지만, 교육당국 스스로 ‘문제가 있다’며 위정자의 입맛에 맞춰 자꾸 손을 대다 보니, 오히려 개악하는 교각살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국민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난이도 조절도 매년 실패했다. 그해가 어려웠다면 다음해는 물수능(난이도가 아주 낮은 수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으로 나오기 일쑤였다. 시소처럼 들쭉날쭉하는 난이도에 피해사례는 속출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능 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학생까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수험생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스트레스에 의한 반작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능일 전후로 사회면을 보면 꼭 지나친 음주에 의한 사건사고 소식이 전해진다. 문제는 그 주인공이 수험생이라는 점이다. 2004년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그 당시 세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일부 대입수험생들은 수능이 100일정도 남은 최근과 같은 시기에 그 동안 쌓인 피로와 액운을 한 잔 술로 씻어 내리며 스트레스를 풀고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자는 의미를 부여한 백일주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백일주를 마실 때 더 많이 마실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네 종류의 술을 모두 마셔야 네 영역을 모두 잘 치룰 수 있다는 식이다. 백일주를 쉬지 않고 한 번에 마셔야 한 번에 대학 간다는 이야기가 많이 퍼진다고 한다.’ 말 그대로 과열된 입시분위기가 만든 악습이요, 과도한 경쟁이 낳은 미신인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교실 풍경은 많이 변화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15개 이상을 유지하던 학급이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산간지방을 중심으로 학교가 통·폐합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2001년 <연합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내 농촌지역의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통·폐합되거나 분교장으로 격하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도내 농촌학교 8개교를 인근 학교로 흡수통합하거나 분교장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며 ‘계속되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개별 학교체제를 유지하기가 힘든데다 교원 수가 줄어드는 등 교육여건마저 나빠지는 바람에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교실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심각했다. 지나친 입시위주의 교육문화가 정착되다 보니 사교육 비중이 늘어났으나 정작 공교육은 발빠른 입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는 교권이 무너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지나친 암기위주의 수업도 학생의 흥미를 잃게 해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을 깨우기 바빴다.

교사의 체벌도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다. 학생의 뺨을 때리는 것은 기본이고 교실에 골프채를 들고 와 휘두르는 교사도 있었다. 반대로 체벌로 교사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었다. 체벌을 당한 학생이 장면을 촬영한 뒤 교사를 고소하거나 인터넷상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은 제자를 사랑한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 존사애제는 더 이상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활개 치는
사교육 시장
 

2010년 경기도 김포에서는 체벌을 받던 여고생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16살 정양은 학교 운동장에서 체벌을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중이었다. 이후 보건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정양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정양은 신장 수술을 2번이나 받은 적이 있는 등 입학 당시부터 몸이 약했던 ‘주요보호학생’이었다는 점에서 학교 측의 좀 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했다는 여론이 많았다.


체벌에 의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주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한 남학생은 자율학습에 2시간 동안 빠졌다는 이유로 담임교사에게 발바닥을 지휘봉으로 100여대를 맞았고 결국 모 놀이터 정자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교육 약화·사교육 강화·유학 활황
공급중심서 수요중심으로 시장 변화

 

문제가 커짐에 따라 2011년 3월18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학생에 대한 신체적 처벌을 금지하는 ‘체벌금지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는 지금도 문제로 지적될 만큼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현장의 교사들은 실효성 없는 법으로 오히려 문제만 크게 만든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균관대학교 양정호 교육학과 교수가 ‘2013년 교수·학습 국제 조사(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2013)’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에서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는 교사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갈수록 무너지는 교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사라지지 않는 군대식 체벌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일보>에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수원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양은 “2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교복을 줄여 입은 학생을 불러 뺨을 때렸다”며 “국어 선생님은 ‘나는 체벌 금지법이니 학생인권조례니 신경 안 쓰니 신고할 테면 신고하라’고 소리 질렀다”고 말했다.

이렇듯 급변하는 입시 제도, 교사의 체벌 등으로 공교육은 힘을 잃어간 반면 사교육 시장은 점점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하고 JT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초등학생 자녀 한 명당 투자되는 한 달 사교육비가 평균 37만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초등학생 41%는 입학하기 전부터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사교육에 노출된 것이다. 사교육비에 지친 학부모들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경쟁위주의 입시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교육부가 통계청과 공동 실시한 ‘2014년 사교육비·의식조사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2014년 사교육비 총 규모는 약 18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 비해 줄어들었다곤 하나 여전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교육 시장은 결국 가계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액의 총액도 그렇지만 양극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득격차가 늘어나면서 계층 간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의 차이가 심해지게 되었고 결국 이는 부의 대물림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액이 저소득층보다 8배 정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 같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으로 예체능 과목에 대한 수요 증가를 꼽는다. 자료에 따르면 예체능 사교육비는 2011년 4만6000원에서 이듬해 4만2000원으로 떨어진 뒤 2013년부터는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음악과 미술, 체육 등 예체능의 1인당 사교육비는 2013년 4만7000원에서 지난해 5만원으로 7% 증가했다. 대한민국 교육이 결국 취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경향은 결국 ‘슈퍼맨’을 요구하는 대기업 문화와 단편적 평가 제도에 의한 폐해로 보여 진다.

떠나는 자식
기러기 증가

사교육은 그동안 입시와 취업 경향에 반응해 꾸준히 변화해 왔다. 인기 과목에 있어서 과거 수학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후 영어 열풍이 불면서 영어 과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바 있다. 수요가 증가하니 영어 전문 학원이 학원가를 점령했다. 그리고 이젠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을 넘어 ‘다언어 조기 교육’ 바람으로 번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를 보면 이러한 경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곳에선 영어, 중국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다개국 언어 학습을 위한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언어를 학습하는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 자기 자녀의 실력을 공개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이 상향평준화되다 보니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지적한다.

그 외에도 사교육 시장은 고급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기존에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사교육이 점점 소규모로 변모되었고 이젠 1:1 과외 형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부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고수익을 올리는 몇몇 학원이 몸집을 부풀려 기업화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현재 골목에 위치한 중소 학원가는 시장 독점화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강의 시장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는 2000년 4월27일 헌법재판소가 내린 과외금지 위헌결정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1980년 이후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온 과외교육을 전면 허용함에 따라 온라인 강의에 대한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된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맘에 드는 강사나 학원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 강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관심이 증폭되니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고 결국 최근에는 대형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강의 시장의 활성화는 스타강사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사교육으로 성에 차지 않은 학부모들은 자녀를 조기 유학시키는 경향도 갈수록 늘어갔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04년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 비용 등으로 송금된 돈이 2조원을 넘어섰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2014년이 되면서 이는 3조원대로 증가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기 직전인 2007년 5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미치진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잇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특히 조기유학은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부모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이 몇 배나 더 들었고 ‘기러기 아빠’와 같은 부자연스런 가족관계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대에는 ‘맹부삼천지교’가 더 적합한 표현으로 보인다.

변함없는 건 입시전쟁 뿐
국영수만 잘하는 건 옛말

일각에서는 학부모들이 이렇듯 분별없이 조기유학에 매달리는 현상은 국내 사교육비의 부담 증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는 이러한 교육계 전반에 대한 총체적 문제에 대해 “공교육이 부실해 학부모의 위기 의식을 초래한 만큼 대안학교, 자립형 사립학교, 영재학교 등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도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교육 문제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써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자립형 사립학교의 경우 현재는 입시학원화 되어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패한 수능
곳곳서 자살

지난 세월 동안 드러난 교육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오늘내일의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결국 지난 20년은 공교육과 사교육, 그리고 유학 등 교육 전반에 대한 사항이 꼬리에 꼬리는 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하기만한 한 것일까. <일요시사>의 지면 2000호가 발간되는 다음 시점에선 과연 어떤 내용의 기사가 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상한’ 대한민국 교육 현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논의는 정치 얘기 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누구나 받아본 의무교육에 대한 실효성 부분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20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공교육 기능의 약화, 그에 따른 사교육 시장의 확대, 조기교육 열풍, 봄철 황사처럼 퍼져간 유학바람 등 복잡다변화의 연속이었다.

근대교육의 아버지라 불린 요한 페스탈로치는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머리와 손과 가슴이 적절하게 조화된 전인(全人)의 형성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공교육·사교육을 떠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전인교육은 고사하고 암기 위주의 교육에 치우치게 됐다. 이에 대해 교육학을 가르치는 어느 대학의 교수는 “대한민국 교육을 아이로 치면 머리만 비대한 가분수다”고 안타까워했다.

비단 현장의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결과중심적 평가, 대입 위주의 입시제도 등을 보며 한숨짓는 국민이 태반이다. 이는 1994년부터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때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능의 도입으로 기존에 대학입시 위주로 흘러가던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쟁을 더욱 과열시키는 양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보도된 기사를 보면 그러한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매년 성적을 비관해 투신자살하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시험을 치르기 3일전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여고생의 사례도 있었다. 꿈 많던 학생들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비단 수능의 도입 때문이라 단정 짓긴 힘들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정권에 따라 갈팡지팡하는 교육 제도와 매년 실패하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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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