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1000호 특별기획 ①> ‘5000만 대한민국 현주소’ 국민의 4대 의무 대해부 ③교육

개천서 용? 돈 없으면 공부도 못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쿠레레(currere)’는 ‘달리는 것’이란 의미를 지닌 라틴어다. 이 단어는 이후에 ‘커리큘럼(curriculum)’의 어원이 된다.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달리는 경주마처럼 주위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과정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비유다. 일요시사가 지면 1000호까지 발간되는데 걸린 시간은 20여년. 그 기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대한민국의 교육을 <일요시사>가 되짚어본다.

한 언론에 따르면 대한민국 교육은 지난 20년간 15회나 변화했다. 전년과 동일한 경우는 겨우 5회뿐이었다. 그마저도 2년을 넘긴 사례가 없다. 그만큼 수험생은 매번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정작 수능을 치는 것은 학생이었지만 그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변화하기 일쑤였다.

죽어가는
공교육 현장

전문가들은 “대입의 기본인 수능은 변별성과 객관성이 충분히 있지만, 교육당국 스스로 ‘문제가 있다’며 위정자의 입맛에 맞춰 자꾸 손을 대다 보니, 오히려 개악하는 교각살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국민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난이도 조절도 매년 실패했다. 그해가 어려웠다면 다음해는 물수능(난이도가 아주 낮은 수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으로 나오기 일쑤였다. 시소처럼 들쭉날쭉하는 난이도에 피해사례는 속출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능 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학생까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수험생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스트레스에 의한 반작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능일 전후로 사회면을 보면 꼭 지나친 음주에 의한 사건사고 소식이 전해진다. 문제는 그 주인공이 수험생이라는 점이다. 2004년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그 당시 세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일부 대입수험생들은 수능이 100일정도 남은 최근과 같은 시기에 그 동안 쌓인 피로와 액운을 한 잔 술로 씻어 내리며 스트레스를 풀고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자는 의미를 부여한 백일주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백일주를 마실 때 더 많이 마실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네 종류의 술을 모두 마셔야 네 영역을 모두 잘 치룰 수 있다는 식이다. 백일주를 쉬지 않고 한 번에 마셔야 한 번에 대학 간다는 이야기가 많이 퍼진다고 한다.’ 말 그대로 과열된 입시분위기가 만든 악습이요, 과도한 경쟁이 낳은 미신인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교실 풍경은 많이 변화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15개 이상을 유지하던 학급이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산간지방을 중심으로 학교가 통·폐합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2001년 <연합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내 농촌지역의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통·폐합되거나 분교장으로 격하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도내 농촌학교 8개교를 인근 학교로 흡수통합하거나 분교장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며 ‘계속되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개별 학교체제를 유지하기가 힘든데다 교원 수가 줄어드는 등 교육여건마저 나빠지는 바람에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교실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심각했다. 지나친 입시위주의 교육문화가 정착되다 보니 사교육 비중이 늘어났으나 정작 공교육은 발빠른 입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는 교권이 무너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지나친 암기위주의 수업도 학생의 흥미를 잃게 해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을 깨우기 바빴다.

교사의 체벌도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다. 학생의 뺨을 때리는 것은 기본이고 교실에 골프채를 들고 와 휘두르는 교사도 있었다. 반대로 체벌로 교사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었다. 체벌을 당한 학생이 장면을 촬영한 뒤 교사를 고소하거나 인터넷상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은 제자를 사랑한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 존사애제는 더 이상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활개 치는
사교육 시장
 

2010년 경기도 김포에서는 체벌을 받던 여고생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16살 정양은 학교 운동장에서 체벌을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중이었다. 이후 보건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정양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정양은 신장 수술을 2번이나 받은 적이 있는 등 입학 당시부터 몸이 약했던 ‘주요보호학생’이었다는 점에서 학교 측의 좀 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했다는 여론이 많았다.


체벌에 의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주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한 남학생은 자율학습에 2시간 동안 빠졌다는 이유로 담임교사에게 발바닥을 지휘봉으로 100여대를 맞았고 결국 모 놀이터 정자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교육 약화·사교육 강화·유학 활황
공급중심서 수요중심으로 시장 변화

 

문제가 커짐에 따라 2011년 3월18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학생에 대한 신체적 처벌을 금지하는 ‘체벌금지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는 지금도 문제로 지적될 만큼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현장의 교사들은 실효성 없는 법으로 오히려 문제만 크게 만든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균관대학교 양정호 교육학과 교수가 ‘2013년 교수·학습 국제 조사(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2013)’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에서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는 교사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갈수록 무너지는 교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사라지지 않는 군대식 체벌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일보>에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수원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양은 “2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교복을 줄여 입은 학생을 불러 뺨을 때렸다”며 “국어 선생님은 ‘나는 체벌 금지법이니 학생인권조례니 신경 안 쓰니 신고할 테면 신고하라’고 소리 질렀다”고 말했다.

이렇듯 급변하는 입시 제도, 교사의 체벌 등으로 공교육은 힘을 잃어간 반면 사교육 시장은 점점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하고 JT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초등학생 자녀 한 명당 투자되는 한 달 사교육비가 평균 37만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초등학생 41%는 입학하기 전부터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사교육에 노출된 것이다. 사교육비에 지친 학부모들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경쟁위주의 입시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교육부가 통계청과 공동 실시한 ‘2014년 사교육비·의식조사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2014년 사교육비 총 규모는 약 18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 비해 줄어들었다곤 하나 여전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교육 시장은 결국 가계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액의 총액도 그렇지만 양극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득격차가 늘어나면서 계층 간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의 차이가 심해지게 되었고 결국 이는 부의 대물림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액이 저소득층보다 8배 정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 같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으로 예체능 과목에 대한 수요 증가를 꼽는다. 자료에 따르면 예체능 사교육비는 2011년 4만6000원에서 이듬해 4만2000원으로 떨어진 뒤 2013년부터는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음악과 미술, 체육 등 예체능의 1인당 사교육비는 2013년 4만7000원에서 지난해 5만원으로 7% 증가했다. 대한민국 교육이 결국 취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경향은 결국 ‘슈퍼맨’을 요구하는 대기업 문화와 단편적 평가 제도에 의한 폐해로 보여 진다.

떠나는 자식
기러기 증가

사교육은 그동안 입시와 취업 경향에 반응해 꾸준히 변화해 왔다. 인기 과목에 있어서 과거 수학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후 영어 열풍이 불면서 영어 과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바 있다. 수요가 증가하니 영어 전문 학원이 학원가를 점령했다. 그리고 이젠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을 넘어 ‘다언어 조기 교육’ 바람으로 번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를 보면 이러한 경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곳에선 영어, 중국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다개국 언어 학습을 위한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언어를 학습하는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 자기 자녀의 실력을 공개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이 상향평준화되다 보니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지적한다.

그 외에도 사교육 시장은 고급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기존에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사교육이 점점 소규모로 변모되었고 이젠 1:1 과외 형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부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고수익을 올리는 몇몇 학원이 몸집을 부풀려 기업화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현재 골목에 위치한 중소 학원가는 시장 독점화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강의 시장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는 2000년 4월27일 헌법재판소가 내린 과외금지 위헌결정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1980년 이후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온 과외교육을 전면 허용함에 따라 온라인 강의에 대한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된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맘에 드는 강사나 학원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 강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관심이 증폭되니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고 결국 최근에는 대형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강의 시장의 활성화는 스타강사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사교육으로 성에 차지 않은 학부모들은 자녀를 조기 유학시키는 경향도 갈수록 늘어갔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04년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 비용 등으로 송금된 돈이 2조원을 넘어섰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2014년이 되면서 이는 3조원대로 증가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기 직전인 2007년 5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미치진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잇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특히 조기유학은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부모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이 몇 배나 더 들었고 ‘기러기 아빠’와 같은 부자연스런 가족관계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대에는 ‘맹부삼천지교’가 더 적합한 표현으로 보인다.

변함없는 건 입시전쟁 뿐
국영수만 잘하는 건 옛말

일각에서는 학부모들이 이렇듯 분별없이 조기유학에 매달리는 현상은 국내 사교육비의 부담 증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는 이러한 교육계 전반에 대한 총체적 문제에 대해 “공교육이 부실해 학부모의 위기 의식을 초래한 만큼 대안학교, 자립형 사립학교, 영재학교 등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도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교육 문제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써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자립형 사립학교의 경우 현재는 입시학원화 되어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패한 수능
곳곳서 자살

지난 세월 동안 드러난 교육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오늘내일의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결국 지난 20년은 공교육과 사교육, 그리고 유학 등 교육 전반에 대한 사항이 꼬리에 꼬리는 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하기만한 한 것일까. <일요시사>의 지면 2000호가 발간되는 다음 시점에선 과연 어떤 내용의 기사가 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상한’ 대한민국 교육 현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논의는 정치 얘기 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누구나 받아본 의무교육에 대한 실효성 부분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20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공교육 기능의 약화, 그에 따른 사교육 시장의 확대, 조기교육 열풍, 봄철 황사처럼 퍼져간 유학바람 등 복잡다변화의 연속이었다.

근대교육의 아버지라 불린 요한 페스탈로치는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머리와 손과 가슴이 적절하게 조화된 전인(全人)의 형성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공교육·사교육을 떠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전인교육은 고사하고 암기 위주의 교육에 치우치게 됐다. 이에 대해 교육학을 가르치는 어느 대학의 교수는 “대한민국 교육을 아이로 치면 머리만 비대한 가분수다”고 안타까워했다.

비단 현장의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결과중심적 평가, 대입 위주의 입시제도 등을 보며 한숨짓는 국민이 태반이다. 이는 1994년부터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때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능의 도입으로 기존에 대학입시 위주로 흘러가던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쟁을 더욱 과열시키는 양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보도된 기사를 보면 그러한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매년 성적을 비관해 투신자살하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시험을 치르기 3일전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여고생의 사례도 있었다. 꿈 많던 학생들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비단 수능의 도입 때문이라 단정 짓긴 힘들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정권에 따라 갈팡지팡하는 교육 제도와 매년 실패하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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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