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1000호 특별기획 ①> ‘5000만 대한민국 현주소’ 국민의 4대 의무 대해부 ④근로

일해야 한다고? 있어야 하지!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러시아 대 문호 막심 고리키는 ‘일이 즐겁다면 인생은 극락이다. 괴로움이라면 그것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일은 개인의 인생과 분리 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도 마찬가지며, 국민이라면 4대 의무 중 하나인 ‘근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헌법 탄생 6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근로의 환경은 역동적으로 변화했다. <일요시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근로의 의무’의 핵심인 근로 환경의 현주소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각종 통계 지표를 기준으로 살펴봤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가지며,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하도록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는 국민의 근로 의무가 특히 강조되며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하지만 자유주의 국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근로 의무의 법적 성격에 관해 견해가 갈라진다. 
 
근로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는 생활 보호를 하지 않는다는 윤리적 의무로 보는 견해와, 국가가 공공의 필요에 의해 근로할 것을 명할 때는 이에 복종해야 할 법적 의무로 보는 견해가 있다.
 
죽어라 일해도 
간신히 끼니만
 
근로의 의무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생존권 보장이 당연히 부여되지 않는 ‘전제조건’이 있다. 또 국가가 법률상 부과하는 근로를 제공할 의무로서 측면도 가진다. 그러나 근로의 의무는 헌법상의 다른 원칙, 즉 직업 선택의 자유나 강제 노역의 금지 등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에서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라고 말하며,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1953년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향상시키고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임금, 노동, 시간, 유급 휴가, 안전 위생 및 재해 보상 등에 관한 최저 노동 조건을 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경제 향상과 근로의 의무를 이행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다. 하지만 한국 고용 시장과 근로의 질이 양적·질적인 면에서 모두 악화돼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산출한 2015년 기준 월별 표준 생계비를 보면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의 한 달 생활비는 527만859원에 달했다. 이 조사는 4년마다 실시하며, 조합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모형을 만들고 통계청의 물가지수를 반영해 이뤄진다. 500만원이 넘는 생활비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주거비와 의료, 교육비 등이었다. 가구 구성원별로는 1인 가구의 경우 189만441원, 2인 가구는 327만1240원, 3인 가구는 424만9780원 등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은 이 같은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상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315만297원이었다. 임시·일용직을 제외하고 한 달을 정기적으로 일하는 근로자들의 월급도 4인 가구가 한 달에 필요로 하는 금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임금근로자 상당수가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자만…돈이 돈을 버는 세상
일하지 않고 앉아서 배불리기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월2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4 임금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자 중 3분의 2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25.1%로 파악됐다. 이는 OECD 평균인 16.3%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25.3%를 기록한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어 아일랜드(21.85%), 캐나다(21.7%), 영국(20.5%) 순이다. 일본은 14.3%, 호주와 독일은 각각 18.9%, 18.3%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월급은 219만3867원이다. 기본급만 보면 158만4688원으로 전체 임시·일용직 월급(136만8000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또 OECD 기준 1990∼2013년 임금증가율은 1.69%를 기록해 일본(1.05%), 미국(1.33%), 스위스(1.25%), 호주(1.35%) 등을 웃돌았다. 그러나 시간당 임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일본이나 이탈리아보다 임금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 발간에 참여한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풀타임 근로자의 연간 총임금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노동시간이 고려되지 않는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노동시간이 긴 한국 근로자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일본 등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심한 차별이 일반화된 가장 큰 이유로는 아직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꼽힌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에서 최근까지도 자동차의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정규직과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비정규직 간 임금은 배 가까이 차이 났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추상적인 규정이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물가 뛰는데 
월급은 기어
 
이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임금 불평등도 심화됐다. 고용부가 최근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에게 제출한 ‘2009∼2013년 임금현황’ 자료에 의하면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직원의 임금이 5∼299인 기업의 임금보다 배 정도 많았다. 야근은 중소기업 직원들이 더 많이 한다는 설문결과가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고용부 자료를 보면 초과근무 수당은 대기업이 더 많다. 그러나 중소기업 근로자가 받은 월평균 초과근로수당은 5만8837원으로 300인 이상 기업(33만938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 교수는 “OECD 평균이 2001년 16.9%에서 2012년 16.3%로, 한국의 임금불평등이 OECD 회원국 중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 10년간 임금불평등이 다소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임금 10분위 배율은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세번째로 높았다. 2001년 8위(4.09)에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임금 하위 10% 노동자와 상위 10% 노동자의 임금비율을 나타낸 임금 10분위 배율은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이 4.71%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5.22%), 이스라엘(4.91%), 한국 순이다.
 
 
OECD의 피용자보수 통계에 따르면 한국 풀타임 근로자의 2013년 구매력 환산 임금(3만6354달러)은 이탈리아(3만4561달러)나 일본(3만5405달러)보다 약간 높고 프랑스(4만242달러)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성별별 임금 격차가 아주 큰 국가로 분류된다. OECD가 2012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37%에 달한다. 남자가 10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 여성 근로자는 63만원밖에 못 받는다는 뜻이다. 남녀 간 임금 격차는 2001년(39%) 이후 10년 넘는 기간 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다. OECD 평균(15%)보다 두 배 이상 격차가 크다. 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가장 높다. 물론 직종이나 산업 등을 감안하지 않은 성별 임금 비교라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우리가 가진 임금 체계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일본은 34%에서 27%로 격차를 줄였다. 헝가리(11%)와 비교해도 세 배 이상 남녀 간 임금 격차가 크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여성들이 유통업이나 사회서비스업과 같은 저임금 업종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업종별 시장임금을 조정하고, 여성 근로자가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력별 임금 차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고졸과 같은 중간학력을 가진 근로자가 중졸 이하의 저학력 근로자에 비해 29%나 임금을 더 받는다. 반면 중간학력을 가진 근로자는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 근로자에 비해 47%나 적게 받는다. 이런 격차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각각 8위, 10위에 해당할 정도로 심하다. 문제는 학력에 따른 이런 임금 차이가 20여년 동안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저학력과 중간학력 간 임금 격차는 2012년과 같은 29%였고, 고학력과 중간학력 간 임금 격차는 43%였다. 권 교수는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는 대부분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와 맞물려 있다”며 “중간학력이나 저학력자는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 많이 취업해 있는 반면 고학력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취업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 보니 고교생 대부분이 대학으로 진학하려 하고, 노동시장이 왜곡되는 것”이라며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이중 노동시장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넘치는 비정규직
저임금 근로환경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지난해 국내 직장인 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야근을 일주일 평균 7시간6분 동안 했다. 대기업(6시간18분)이나 외국계 기업(6시간12분)보다 1시간 정도 많다. 야근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장시간 노동 문화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최소 인력으로 일하기 때문에 야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유휴인력이 없다보니 주말이나 대체휴일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지만 OECD 기준으로는 여전히 ‘장시간근로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 주44시간제와 2004년 주40시간제(주5일제)가 도입된 결과다. 연간으로 따지면 한국 취업자의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1990년 2677시간에 비해 20년간 500시간 이상 감축됐다. 그럼에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그리스 등과 함께 장시간근로 국가군에 포함됐다. OECD 평균은 1770시간이다.
 
근로시간은 또 고용률과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근로시간이 더 줄어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근로시간이 가장 긴 멕시코의 고용률은 61.0%인 반면,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74.3%다. 이는 고용률 증가는 근로시간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07만7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2.4%를 차지한다. 정부는 출범 초 국정과제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전환을 강화,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비정규직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6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종일 일해 밥값도 못벌어
일거리 없어 백수·백조 넘쳐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 근로자들이 과보호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말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11∼2013년 3년간 국내 500대 기업 중 3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3년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0.32년으로 집계됐다. 500대 기업에 입사해도 일하는 기간이 10년 남짓인 셈이다. 30대 그룹 계열 대기업(169개)으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 근속연수는 9.70년으로 더 낮아졌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공기업을 제외하면서 평균이 낮아진 것이다.  
 
기업이 노동시장이 과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른 통계는 또 있다.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지수(고용보호법제의 수준을 지수화한 것)를 보면 한국은 2.17로 OECD 평균 2.29를 밑돈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지수 역시 OECD 국가 중 22위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출간된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별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비정규직 중 근무한 지 1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1%에 불과했다. 3년 후 전환되는 비율도 22.4%에 그쳤다. 회원국 평균 53.8%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OECD는 “유럽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디딤돌’인 것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덫’이 될 위험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수가 계속 느는 원인은 ‘법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만 2년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 사용 사유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해도 제재 받지 않는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은 불가피하게 고용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부분 때문에 허용하는 것인데,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는 규정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불가피하고 객관적인 사유를 명시하자는 주장은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나아졌지만…
아직 갈길 멀다
 
비정규직 차별 금지와 사용 사유 제한 원칙을 법에 명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광표 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일시적, 간헐적 사유가 있는 일자리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문제는 그 사유 규정이 없어서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고용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소장은 이어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도 기간제 기간만 자꾸 논의하는데,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닌 (비정규직) 사용 사유”라고 지적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용률-실업률 비교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7개월 만에 30만명대로 떨어졌다. 특히 고시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인 11.9%까지 치솟았다. 

1월 고용률(58.7%)은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실업률(3.8%)도 지난해 4월(3.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9.2%로 전체 실업률(3.8%)의 3배에 육박했다. 정부의 고용 목표는 15∼64세를 대상으로 OECD 기준 고용률 70% 달성으로 하고 있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고용률은 70%가 넘는다.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고용과 소비가 꼬리를 물고 확대돼야 경제가 성장하지만 고용이 악화되면서 결국 정부의 세수(세금 수입)도 부족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결손 규모는 10조9000억원에 이르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이 양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실질 가계소득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 1월 고용 증감에서 50대 이상 고령자 취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50대(19만1000명)와 60대 이상(17만4000명)에 비해 청년층(15∼29세)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만7000명에 그쳤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