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파는’ 미스코리아 사연

“처음엔 50만원, 지금은 20만원”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미스코리아 출신, 몸을 팝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한 여인은 결혼 뒤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 갑작스런 남편의 사고로 홀로 생계를 유지하다 결국 룸살롱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가 ‘2차(성매매)’를 나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공개한다.

 
‘미스코리아 출신, 몸을 팝니다’라는 글이 지난 1월 인터넷 커뮤니티 ‘썰베스트’에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고백하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룸살롱을 전전하면서 성매매를 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사연을 요약해봤다.

어쩌다 룸으로?
 
1995년, 그러니까 20년 전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첫 미팅 일정이 잡히자 A씨는 유명 미용실을 찾았다. 미용실 원장은 A씨를 보자마자 “키도 크고 예뻐서 한눈에 알아봤다”며 서류 하나를 건넸다. 자세히 읽어보니 미스코리아 지방대회 참가신청서였다.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미스코리아 지방대회에 출전한 A씨는 떡하니 ‘미스 선’으로 당선됐다.
 
A씨는 미스코리아 지방대회에 이어 서울 본선에 진출했다. 3차까지 올라갔지만 안타깝게도 최종인원 7명 안에는 들지 못했다. 비록 떨어졌지만 ‘8등’은 했다고 생각했다. 서울 본선대회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한 방송국 관계자가 “탤런트 하면 먹힐 얼굴”이라면서 “일단 단역으로 방송국 연기를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A씨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단막극 단역배우로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단막극 촬영을 마친 어느 날, PD가 술자리 합석을 요구했다. A씨는 아무렇지 않게 그를 따라갔다. 도착해보니 대형 룸살롱이었다. 그곳엔 정장 차림의 한 인사가 앉아 있었다. PD는 A씨에게 귓속말로 “성공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이분과 하룻밤을 함께하면, 바로 단막극의 주인공을 할 수 있다. 단막극 하다 미니시리즈로 가고, 예능 가면 바로 넌 스타가 된다”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A씨는 이같은 제안을 뿌리치고 연예계 생활을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캠퍼스를 누볐다.
 

A씨는 누가 봐도 예뻤다. 인기가 많았기에 많은 남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잠자리’만큼은 하지 않았다.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키고자 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A씨에게 두 명의 남자가 다가왔다. 한 명은 지방 의대를 다니는 오빠였고 다른 한 명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는 공사시설업체 사람이었다.
 
A씨는 두 명의 남자와 친하게 지냈다. 그러던 중 지방 의대생 오빠가 서울로 가더니 더 어리고 예쁜 여자와 결혼을 했다. 이후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공사시설 업체 대표가 된 사람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국 결혼을 하게 됐다. “나와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는 말에 넘어간 것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A씨는 정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딸도 태어났다.
 
그런데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딸의 두 번째 생일날, A씨는 케이크와 음식을 준비하고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남편이 오지 않기에 재촉 전화를 했다. 그럼에도 남편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A씨의 남편은 눈길에 과속을 하다 다리 난간에서 추락했다. 사고 뒤 5일 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갔다.
 
갑작스런 사고 남편과 사별
생계 막막해 유흥업소 전전
 
A씨는 남편을 병간호 하던 중 남편의 속옷을 챙기러 집에 들렀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의식을 차렸다는 것이었다. A씨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 의식을 되찾은 남편을 껴안았다. 남편은 환하게 웃으면서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절대 자살하지마. 그리고 재혼해.” 말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우리 딸 잘 부탁해. 많이 사랑했다”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런데 A씨는 차차 깨달았다. 그때 왜 남편이 이렇게 말했는지를.
 
남편의 장례를 치른 뒤 시부모는 A씨를 나무랐다. 남편이 사고로 죽는 순간 정확히 2초 전, 최종통화 목록에 A씨의 이름이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시부모는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다”며 펑펑 울었다. 그리고는 “넌 남편이 죽었는데 울지도 않냐”며 구박을 했다. A씨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A씨는 남편과 사별 후 모든 재산을 시부모에게 넘겨줬다. 재산은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아파트 한 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니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린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걱정만 늘었다. 제대로 된 직장생활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집 근처에 있는 동네마트에서 일을 하게 됐다. 
 
일을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지났을 때, 마트 사장은 거래처에 같이 가자며 A씨를 차에 태웠다. 주변 사람들은 A씨 보고 미쳤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따라가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A씨는 나이 지긋하고 점잖은 마트 주인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다 다를까. 차가 향한 곳은 인근의 한 모텔이었다. 마트 대표는 A씨가 혼자 사는 걸 알고 있었다. 모텔 앞에서 마트 대표는 “한 달에 세네 번 정도 만나주면 월급 외에 100만원 정도 더 챙겨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잠자리 한 번 하는데 25만원이네요. 전 한 번에 100만원 주면 합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마트 일을 그만뒀다.
 
일을 관두니 막막했다. 당장 생활비는 부족했고 취직은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계를 고민하던 A씨는 결국 룸살롱으로 향했다. A씨는 마담에게 “술과 웃음은 팔지만 몸은 절대 안 된다”며 2차를 나가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마담도 A씨를 존중해줬다. 그런데 룸살롱을 나간 지 한 달 정도 지나자 A씨의 태도가 바뀌었다. 돈 많은 유부남의 수표 50만원에 처음으로 몸을 팔았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부턴 쉬웠다. 몸을 팔다보니 30만원에도 ‘O.K’ 20만원에도 ‘O.K’. A씨는 룸살롱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남자들을 상대했다. 

딸 혼자 키워
 
A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다. 건강은 갈수록 악화됐고 하나뿐인 딸에게도 화를 내기 시작했다. 모든 게 망가진 현실에 A씨는 넋이 나갔다. 그래도 남편의 말대로 자살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가고는 있지만 ‘재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몸이 너무 더러워져 재혼할 남자에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A씨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다. 돈을 모아 옷 가게를 차려 딸과 함께 오순도순 잘 살고자 한다. A씨가 남긴 글의 진위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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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