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인사 김장수 신임 주중대사

속옷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었다

[일요시사 취재팀] 김명일·한종해 기자 = "속옷을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을 두고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 신임 대사는 국가안보실장 시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왜 직접 경질한 인물을 9개월 만에 다시 불러들인 것일까? 김 대사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의 앞과 뒤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신임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김 대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더러워진 속옷을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은 격"이라며 혀를 찼다.

뼛속까지 군인
또 그를 왜?

김 신임 대사는 국가안보실장 시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됐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고작 9개월 만에 주중대사라는 주요 직책을 다시 맡게 된 것이다. 더구나 김 대사는 중국과 별다른 연결고리도 없다. 한중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전문가도 아니고 경솔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경질을 당했던 인사를 주중대사에 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실수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주중 대사 임명은 같은 사람만 계속 쓰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김 대사에 대한 보은 인사 성격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사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았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군인 출신의 대북 강경파로 평가받고 있는 김 대사가 주중대사로서 한중관계를 원활하게 풀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군 출신이 중국 대사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중대사는 한-중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나 북-중, 미-중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래서 역대 10명의 주중대사는 대부분 고위 외교관 출신이었고, 정치인 출신 인사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외교통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주중대사를 맡았었다.

주중대사 임명 논란…군 출신에 외교를 맡겨?
아무리 사람 없어도 그렇지…또 회전문 인사


국방부장관 시절 '꼿꼿 장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됐던 김 대사가 외교현장에서 요구되는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 대사는 국방부장관 시절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유일하게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게다가 김 대사가 지난 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정무 감각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외교 무대에서 그런 말실수를 했다가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가에서는 김 대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중국과의 이견차가 너무 커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김 대사를 사드 대사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다.

세월호 책임 회피
청와대 경질 1호

사드는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 요격수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같이 높은 고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탐지, 격추하는 시스템이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고성능 X밴드 레이더도 함께 배치돼 중국은 미국의 직접적인 감시망에 노출된다.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신중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김 대사가 사상 첫 군 출신 주중대사인 만큼 사드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각차는 하늘과 땅차이다. 중국 측 외교 고위 인사는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사드 문제는 이미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오히려 김 대사가 청와대와 미국을 잘 설득해 사드를 포기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대사가 사드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낸다면 이번 인사가 뒤늦게라도 재평가를 받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대사가 육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등을 지내면서 중국 고위급과의 교류가 잦았다며 주중대사직을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청와대는 김 대사가 한·중 군사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현재 장교 교류와 군 최고지휘부 상호 방문 정도에 머물고 있는 양국 군사 교류를 우방국 수준으로 확대하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도 "김장수 대사는 안보전문가이고, 주중대사에 걸맞은 능력과 자질을 갖추 있는 적임자"라며 "박근혜 정부의 외교철학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보은인사도 회전문인사도 아니다. 야당은 고질적이고 상투적인 인사 발목잡기를 하기 이전에 외교에 관해서는 정파를 초월해 국익을 먼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정부 때부터
연속으로 중용

그러나 야권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인적 쇄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된 사람을 회전문인사로 다시 기용해 경악했다"며 "인적 쇄신의 취지가 정말 무색하다.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를 보면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을 찾을 수 없고, 어떻게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박 대통령의 인사를 거듭 비판했다. 인적쇄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던 박 대통령은 또 한 번 인사 참사로 발목이 잡히게 된 셈이다.

김 대사는 1948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광주제일고를 나와 육군사관학교 27기로 임관했다. 1996년 육군 제1군 사령부 작전처장을 시작으로 2000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2001∼2003년 4월 육군 1군단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04년 5월까지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냈고 이어 한미 연합사령부 부사령관, 2005년 제37대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된데 이어 1년7개월 만에 제40대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해 노무현정부 임기 끝까지 국방부 수장의 자리를 지켰다. 참모총장에서 국방부 장관 직행 티켓을 끊은 것은 김 대사가 창군 이래 처음이다.
 

군 시절 김 대사는 '소신파'였다. 2007년 제2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비공개 만찬 석상에서는 북핵 문제를 꺼내 북 측 인사들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사는 "군사적으로 적대국가에 있는 국가의 원수에 대해 68만 국군의 수장으로 적장에게 허리를 굽힐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례적으로 인터넷 팬클럽도 생겼다.

김 대사는 자신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노 전 대통령과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 대사는 남북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결국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NLL 문제는 장관 뜻대로 하시라"는 백지위임을 받아냈다. 

2005년 연천 530 GP 총기난사사건도 그의 소신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참모총장이던 그는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각종 군 기밀 노출이 이어지자 '국익에 반하는 기밀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의 무분별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꼿꼿 장수'의 귀환
경질 9개월 만에 복귀

무난하게 장관 임기를 마친 그에게 이명박정부 초기 인수위는 초대 국방부 장관 제의를 했으나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18대 총선 직후 통합민주당은 '비례대표' 카드를 꺼내며 김 대사에게 무수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한나라당이었다. 당시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이 "김 전 장관은 지난 2일 손학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60만 군대의 명예를 위해 비례대표 2번을 달라고 요구했던 분"이라고 지적한 뒤 "한나라당의 행태에도 분노를 느끼지만 김 전 장관도 결국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린 것 아니냐는 배신감이 든다"고 밝히면서 그가 비례대표 의원이 되기 위해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양측과 '밀당'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 한나라당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되며 정치권에 발을 들인 김 대사는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의원,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최고위원 등을 거쳤다. 그러나 "19대에는 지역구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대로 2012년 19대 총선에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대선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아 국방·안보 분야 공약을 만들었다. 당시 김 대사는 문재인 대선 후보캠프의 국방정책을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 분과위 간사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 5년 만에 부활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안보실을 개편하면서 박 대통령이 김 대사에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토록 하면서 정권의 실력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주중대사의 '독주 체제'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위기가 온 것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였다. 사고 초기 그는 박 대통령에게 사고 상황을 가장 먼저 보고하고 '지하벙커'인 위기관리센터에 들어가 구조 현황을 파악하는 등 사고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나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처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안보실의 책임이 부각되자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통일·안보·정보·국방의 컨트롤타워"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여론이 등을 돌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대사는 5월1일 법령상 안보실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설명자료를 내기까지 했다. 이런 그의 태도는 박 대통령의 우산이 걷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5월22일 김 대사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경질 1호'가 됐다.

끝까지 보은
야권은 경악

주중대사는 미국, 러시아, 일본과 더불어 '4강대사'로 꼽힐 정도로 정부 외교라인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 중 하나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군 출신이 주중대사를 맡게 되는 것으로 김 대사는 점차 중요해지는 중국과의 안보협력에서 국방 분야 전문성을 한껏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대사는 부인 박효숙씨와 사이에 1남1녀가 있으며 아들도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mi737@ilyosisa.co.kr>
<han1028@ilyosisa.co.kr>

 

[김장수 누구?]

▲1948년 광주광역시 출생
▲육군사관학교 27기 학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장
▲대한민국 육군 7군단 단장
▲제37대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제40대 국방부 장관
▲제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새누리당)
▲국가안보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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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