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말년행보

끈 떨어지니 ‘동네북 신세’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2010년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신한사태’의 장본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다시금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신한사태 당시 ‘치매’를 이유로 검찰 소환요구에 불응했던 그가 지난달 말 농심 사외이사직에 선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라응찬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라 전 회장은 사건발생 5년 만에 본격적인 소환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추가고발까지 이어지면서 수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농심은 기존 사외이사 두 명을 재선임하고, 신규 사외이사로 라 전 회장을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신임 사외이사 선임은 오는 3월2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과거 ‘신한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소환 요구에 ‘치매(알츠하이머성)’를 이유로 조사를 거부한 라 전 회장이 과연 경영진과 최대주주로부터 독립해 회사의 의사 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사외이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일어난 것이다. 논란이 일자 농심은 지난 4일 주주총회 소집결의에 대한 정정 공시를 내고, 라 전 회장의 자진사퇴 사실을 알렸다.

이리 치이고
 
앞서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치매중증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 없다며 라 전 회장 병력에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일 참여연대는 “검찰은 지금까지도 이 사건의 피고발인이자 중대 범법혐의의 당사자인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을 사법처리는커녕 소환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은 특히 라 전 회장의 불법 행위가 문제가 될 때마다 치매를 앓고 있어서 소환조사를 할 수 없다고 변명하고 발뺌해 왔는데, 이 같은 검찰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최근 드러나고야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치매 환자라서 소환조사를 할 수 없다고 검찰이 변명했지만, 라 전 회장은 보란 듯이 한 대기업의 중요 임원직으로 선임됐다”면서 “농심이 소환조차 응할 수 없는 치매 중증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라 전 회장을 봐주기 해왔다는 의혹도 더욱 짙어지고, 국민과 언론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도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매인데 사외이사를?
‘남산 3억원’ 검찰 조사 시작
 
2010년 벌어진 신한사태는 당시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 발단이 돼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다. 라 전 회장은 명예회장 자문료 명목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개입,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측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남산 3억원 의혹’을 받았다. 이후 라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라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신한사태에 따른 충격으로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 중에 있다”며 법원의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해왔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라 전 회장의 치매설이 거짓이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라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고 했던 농심이 라 전 회장의 치매설을 모를 리 없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로 보기 어려운 그간 행적도 문제로 지적됐다. 라 전 회장은 2012년 11월 신한사태와 관련된 공판에 치매를 이유로 불출석 했지만 2013년 12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재판 때는 출석한 바 있다. 2011년에는 인천 송도 잭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의 프로암대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신한사태의 장본인 중 유일하게 이 대회에 참석해 그룹 내에 그의 영향력이 남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기에 지난해 8월에는 청바지 차림의 모습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나 신한은행 직원의 의전을 받으며 출국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말에는 신한은행 동우회 송년회에도 참석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라 전 회장이 신한의 경영과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고 봤다.
참여연대 측은 “2015년 1월 신한은행 동우회 소식지에 지난해 말 송년회 모임에 라 전 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며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시켜서 참석자들에게 술을 따르게 하는 등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은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라 전 회장의 검찰 소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엄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내 6일 그동안 미뤄온 라 전 회장의 검찰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선봉)는 라 전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라 전 회장을 상대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와 함께 비자금을 조성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했다.
 
참여연대 신한사태 추가고발
신한 측 불똥 튈라 노심초사 
 
남산 3억원 의혹은 신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 전 신한은행장의 과거 횡령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2008년 2월 중순 남산 주차장 입구에서 신원미상의 인사에게 3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돈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라 전 회장이 개입됐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라 전 회장은 남산 3억원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라 전 회장 조사 불과 3일만에 참여연대 등은 라 전 회장을 추가 고발했다. 지난 9일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서진원 현 신한은행장 등 7명을 신용정보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2010년 6월11일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동영·박지원·박영선 의원 등의 거래내역과 여수신정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한 혐의다.
 
 
참여연대 등은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사태 당사자인 신 전 사장과 그의 지인들의 금융거래정보도 무단으로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신한은행이 정치인들의 금융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했다”고 폭로해 사찰 의혹 파문이 일었던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저리 치이고
 
금융감독원은 실제 정치인 계좌에 대한 조회가 이뤄졌는지, 동명이인 계좌인지를 밝히기 위해 신한은행에 대한 추가조사를 벌였다. 현재 제재심의위원회에 제대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실제 정치인의 금융정보가 불법으로 조회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명이인의 계좌라 하더라도 신한금융이 금융거래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도록 된 고객의 신용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조회한 것은 분명 불법행위라는 것이 참여연대 등의 주장이다.
 
갑자기 나타난 ‘라응찬 리스크’에 신한금융은 “이제 우리사람이 아니라서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검은 그림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라 전 회장의 조사로 인해 신한사태가 다시금 들춰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신한의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한은행 차기 행장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퇴원했지만 경영 복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은 차기 은행장 선입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서 행장은 건강악화로 지난달 2일 서울 시내 모 병원에 입원, 지난달 15일부터는 임영진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 담당 부행장이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신한금융은 서 행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차기 행장 선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경영발전위원회는 한 회장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신한은행장은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중 규모가 제일 크기 때문에 차기 회장으로 갈 수 있는 급행열차로 알려져 있다. 행장 후보로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조용병 신한 BNP파리바 자산운용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 4대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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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