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대문 화상경마장 가보니…

등산복 아저씨들 웅성웅성 말밥주기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용산구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주거환경 훼손과 주변 학교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22일부터 화상경마장 앞에서 개장에 반대하는 노숙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반대 농성 1년을 맞아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입점을 포기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농성이 끝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동대문 화상경마장’의 실태를 통해 조명한다.

 
지난달 31일 마사회 동대문지사, 신설동 화상경마장을 찾았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10번 출구 앞 동대문우체국 뒷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2005년 개장, 3356명(일반석 3073석·지정석 283석) 수용이 가능하고 매주 금·토·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소란스런 모습
 
신설동 화상경마장 주변에는 빨간 점퍼를 입은 마사회 직원들이 곳곳에 있다. 이들은 화상경마장 주변을 돌며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집게로 집으며 수시로 치우고 있었다. 환경미화원이 아닌 마사회 직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청소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만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과 무관하게 이곳을 찾는 이용객들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었다. 경마예상지를 겨드랑이에 꽂고 줄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주변에는 담배연기와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대낮인데도 인근 포장마차에는 이용객들이 넘쳤다. 마권을 손에 쥐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욕을 날리는 이용객도 더러 있었다.
 
이용객 대부분은 아웃도어 패션 차림을 한 중년남성이었다. 이들은 골목에서 경마예상지를 구입하고 담배 한 대를 태운 뒤 경기가 중계되는 화상경마장으로 입장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정좌석제가 시행돼 어수선한 분위기는 한풀 꺾였지만, ‘한방’을 노리는 이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화상경마장 앞 가판대에서 경마예상지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금요일부터 (사람들이)엄청 몰린다”며 “주말에는 새벽 일찍 나오지 않으면 입장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정좌석제 시행으로 인해 입석이 불가능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인지 마권을 양도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이용객은 기자에게 다가와 마권이 필요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일부 경마예상지 판매 상인은 단골 이용객에 한해 미리 구해둔 마권을 건네주기도 했다.
 
 
인근 미용실을 향하던 한 지역주민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유해한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설동 화상경마장 인근에는 대광초·중·고등학교와 용두초등학교 등이 있다.
 
대낮부터 벌어지는 술판…곳곳엔 담배꽁초
용산 주민들이 개장 반대하는 이유 ‘투영’ 
 
용산구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주거환경 훼손과 주변 학교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22일부터 화상경마장 앞에서 개장에 반대하는 노숙 농성을 벌여왔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는 반대 농성을 시작한 지 1년을 맞아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입점을 포기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책위는 농성장이 마련된 화상경마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주거환경을 지키고자 노숙 농성이라는 극한의 방법을 선택한 지 벌써 1년이 되고 반대 투쟁을 벌인지는 630일째를 맞았다”며 “그럼에도 마사회는 각종 파렴치한 행동을 하며 화상경마장 개장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아이들에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학교 교실에서 도박장을 바라보거나 도박에 병든 사람들을 보게 할 수는 없다”면서 “아이들과 이웃, 대한민국이 도박으로부터 보호받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 날인 22일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 내에 문화공감센터를 개장했다. 총 18층인 건물에서 2층부터 7층까지를 문화센터로 개방, 이날 노래교실·댄스스포츠·한국무용·진도북춤·요가·탁구교실 등을 열어 약 460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첫 강좌도 열었다. 10층부터 18층까지 총 9층(1218석)은 화상경마장으로 문을 열었다.
 
마사회는 지난해 9월부터 지정좌석제를 시행, 16개 지사로 넓혔다. 입석을 없애 화상경마장을 찾는 인원을 줄이고자 함이었다. 그럼에도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복합문화시설에 주 안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마사회 관계자는 “(화상경마장) 기본 운영 방향 자체를 바꿨다”며 “문화센터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영업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화상경마장은 ‘마권 장외발매소’라고도 불린다. 경주마들이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경마공원이 아니라, 마권을 구입한 뒤 경기 중계 화면을 보면서, 경기 결과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는 시설을 ‘화상경마장’이라고 한다.

복합문화시설?
 
화상경마장은 마사회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할 만큼 매출 비중이 크다. 지난해 6월에는 싱가포르와 경기 중계와 관련해 정식 계약을 맺었다. 해외로까지 경기 중계를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화상경마장은 서울 10곳, 기타 수도권 23개소, 대전과 부산 등 지방에는 7개소로 전국적으로 총 4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화상경마장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다. 지난해부터 갈등이 끊이지 않는 ‘신용산 지사’를 비롯해, 과거 ‘서초 지사’도 세우려다 갈등 끝에 무산된 바 있다. 화상경마장에 대한 법적 제한은 32곳, 제한 숫자보다는 적은 상황이지만, 화상경마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성 화상경마장 논란
 
시행사 부도로 5년째 흉물로 방치되온 경기도 안성버스터미널 복합상가에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를 유치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찬성쪽 주민들은 버스터미널 활성화, 세수증대, 관광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반면 반대쪽 주민들은 세수증대를 위해 주민들을 도박꾼으로 만들 셈이냐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성시는 지난 2007년 시내 교통난을 해소하고 낡고 비좁은 버스터미널 시외곽으로 이전하고자 웅암개발이라는 민간업체가 2009년 8월 안성시청 인근 가사동에 버스 승·하차장, 주차장, 대합실 등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버스터미널을 이전했다.
 
고속, 고속, 직행 등 23개 노선과 시내버스가 운행 중인 버스터미널이 외곽에 위치한 탓에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지자 시는 버스승강장을 유동인구가 많은 한경대학교와 시민회관 등에 설치했다. 그러자 버스종합터미널 이용객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때문에 아울렛 매장, 대형사우나, 영화관, 관광호텔 등을 유치하려던 터미널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9258㎡ 규모의 복합상가 골조는 분양이 안 돼 공정률 6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일부 주민과 상인들로 구성된 활성화 추진위원회와 복합 상가 유치위원회 구성 주민공청회를 통해 화상경마장과 아웃렛 대형매장 복합상가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면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안성의 레저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다”며 “일부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관리감독을 지역 시민단체에 맡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성천살리기 시민모임, 소통과 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 역시 같은날 화상경마장 유치반대 안성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소통과 연대는 대책위 구성 제안서에서 “화상경마장은 레저시설이 아닌 도박장이며 도박중독으로 인한 가정파탄과 유흥업소 난립으로 인한 교육환경 파괴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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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