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③백운비의 천기누설 2015년 국운 대예측

한반도 먹구름이 가득…나라도 조심 국민도 조심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4년 갑오년(甲午年)이 저물고 2015년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은 지 어느덧 두 달 째. 대한민국은 여전히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계는 갈리고, 재계는 침체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여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각계각층의 중론. 올해 대한민국 국운은 어떨까. 그 답을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에게 구해봤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은 '청양의 해'다. 온순한 양의 기운에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청색의 기운이 만나 개인과 국가에 행운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예로부터 을미년은 위기의 해였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에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인 ‘을미사변’이 발생했다. 일본에게 있어 조선침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명성황후였다. 명성황후가 일본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와 친분을 쌓으며 견제했기 때문. 일본은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와 일본인 자객들을 경복궁으로 보내 명성황후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불에 태워 없애버리는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을미년 아픈 역사
2015년도 반복?

그로부터 60년 후인 1955년에는 6·25 전쟁 여파로 전국에 흉년이 이어졌다. 그해 3월에는 부산역에서 서울로 출발 예정이던 열차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4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중상을 입는 큰 참사가 발생했다.

백운비 원장의 국운 예측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난세위국(亂世危國)' 세상은 어지럽고 나라는 위기가 온다는 것.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백 원장은 "좋지 않은 게 다 들어 있다. 경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권 3년 차, 심각한 '경고음'이 들어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얘기일까?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정 운영에 뒷받침과 방패막이가 되는 새누리당마저 비박(비박근혜)계가 득세하면서 '당 대 청'구도로 흘러가고 있고 2·8전당대회를 거치며 전열을 재정비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세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도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던 박근혜정부의 추락은 지난해 말 '청와대 문건' 사건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진위 여부를 떠나 '유출'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청와대에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박 대통령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는 신년 기자회견을 단행했다. 절반이 넘는 시청자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민심과 정세를 잘 모른 채 독단적 국정이 우려돼 부정적'이라는 응답을 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증세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국민들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렸다.

[대통령]
불변원칙 버리고 인사난맥 잡아야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대의 최저치의 지지율을 보인 가운데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월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응답자의 29%만이 긍정 평가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9%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의 이유에 대해서는 '소통 미흡'이 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세재개편안·증세 14%, 인사 문제 10%,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 9%, 복지·서민 정책 미흡 8%, 경제정책 8%, 공약 실천 미흡·입장 변경 8%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불통 국정운영'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 중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이 불통 인사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백 원장도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백 원장이 본 박 대통령의 천성은 '불변원칙'이다. 한번 마음먹거나 결정한 것은 바꾸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 이에 따라 '인사난맥'은 박근혜정부에서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치] 갈등 격화 "야당 쪼개진다"
[사회] 정신질환 증가…성범죄 혼란

백 원장은 문고리 3인방을 쳐내는 것이 박근혜정부가 가장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과제로 꼽는다. 비서실장 교체는 그 다음이라는 얘기. 박근혜정부는 지난 1월 말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총무비서관의 인사위원회 배석을 차단하고 제2부속비서관을 폐지하는 등 역할 축소에 그쳤다. 청와대를 떠난 인사는 없었다.
 

백 원장은 "(문고리 3인방이) 내용적으로는 박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사람일지는 모르지만 국가 운으로 비추어 볼 때는 인연의 한계를 벗어난 인사들"이라며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은) 본래 타고난 운세가 강하고 튼튼해 어지간한 잡음이나 문제로 무너지지는 않는다"면서도 "행동이나 처신까지 강한 자세를 유지하면 운세와 대립돼 부러질 수 있다"며 부드러움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을미년 대한민국 정치는 어떻게 흘러갈까. 백 원장에 따르면 사상분쟁·흑백논리·이념대립이 더 심화되는 등 혼란스럽고 복잡해질 전망이다. '자파별난(自破別亂)', 둘로 나뉘어진다는 뜻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파벌싸움이 득세한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특히 야당의 경우, 예정보다 파벌 의식이 고조되어 상생관계가 깨지는 등 불협화음을 겪으며 세 갈래로 나눠지는 최악의 불행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지지율
희미한 회복기미

실제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8일 전당대회 이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노진영의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권을 잡은 문재인 대표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크게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당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의 신당 참여 움직임도 본격화될 수 있다.

이미 당 외곽에서는 진보정당과 야권 신당들의 새판짜기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4·29재보선에서 광주서을 지역에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진보진영의 연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으며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들도 외곽에서 무섭게 세력을 불려나가고 있다.
 

야당 역시 원내대표 선거 이후 공개적인 갈등을 피하고 있지만 지도부의 정책 기조 수정이 본격화될 경우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 원장은 제시한 해결책은 "치우치지 말 것"이다. 그는 "강조할 점은 무엇보다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고 개인 이해를 초월해 뚜렷한 국가관으로 한데 뭉치는 길 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어느 한곳에 치우치면 함께 무너지는 비극이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북 관계 및 국가 안보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상호 긴장이 더해가고 난고를 초래해 화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특히 상식을 초월할 만한 행동들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해라고 한다.


북 미사일 발사
올 벌써 두 번째

북한은 올해 들어 벌써 두 차례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지난 6일 동해상에서 발사한 함대함 미사일에 이어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열린 8일에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5발을 쐈다.

백 원장은 "올해 남북 관계는 오행상 불과 물의 상극형으로서 이럴 때는 강 대 강으로서 강하게 대처하고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더 큰 화근의 밑거름만 더 해줄 뿐이다"고 조언했다.

사회적으로는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4년 한 해 동안 별별 일을 다 겪었다. 2월17일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로 학생 10명이 숨지고 125명이 부상을 당한 데 이어 4월16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승선자 중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아직 실종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한 공방이 7개월 동안 오갔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난항을 겪다가 사고 발생 205일이 지나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안보] 큰 도발 관측…강력 대응해야
[경제] 유일한 위안…내실·수출 호조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2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앞에 멈춰 서 있는 열차를 추돌하면서 240명 가량이 부상을 입었으며 같은 달 26일에는 경기도 고양종합버스터미널 지하 1층에서 난 화재로 사망 8명, 중상 5명 등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5월28일에는 장성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22명이 숨지는 등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7월에는 세월호 참사 현장 지원을 마치고 돌아가던 강원 소방본부 소속 헬기가 광주 광산구 장덕동 부영아파트 옆 인도에 추락해 소방 공무원 5명이 순직했고 강원 태백시 상장동에서는 관광열차가 정차 중인 무궁화호 열차와 충돌하면서 1명이 숨지고 92명이 부상을 입었다.

10월17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철제 덮개가 추락하면서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11월15일에는 담양군 한 펜션 내 바비큐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에는 흉악범죄 및 '묻지마'식 범죄가 활개를 칠 것으로 보인다. 백 원장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정신분열자, 우울증 환자 등 정신건강을 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교적 밝은 전망도 나왔다. 경제성장이다. 금년도 국제교류가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고 수출은 호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 연한 단축, 청약제도 개편 등 부동산 대책이 올해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해 부동산 시장도 호전 기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인력 증원과 중소기업의 증가로 취업의 문도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백 원장은 "경제의 내실은 성장하고 수출은 호조를 띌 것"이라며 "유럽, 특히 아랍 쪽을 공략하면 유리하다"고 말했다.

경제는 '호조'
사회는 '불안'

을미사변의 아픔을 겪은 1895년, 유생들은 명성황후 시해와 단발령이 반발해 친일내각의 타도와 일본세력의 구축을 목표로 을미의병을 일으켰다. 1년 뒤 국왕의 해산권고 조칙이 내려져 의병활동은 종식됐지만 아관파천 실시로 친일세력이 무너졌고, 단발령을 철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백 원장은 "올해 전망이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온화하고 차분하게 다툼을 멈추고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올해 중반기부터 국운에 빛이 들어오게 된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으니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추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할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할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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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