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①'땅바닥 지지율' 박근혜 위기탈출 액션플랜

민심 못 잡으면…벼랑 끝 갈림길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집권 3년 차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올 초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결정타가 돼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런 박 대통령에게 다가오는 설 명절은 지지율을 반등시킬 절호의 기회다. 박 대통령이 설 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국면전환 액션플랜은 무엇일까.

설 명절 형성되는 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 기간 어떤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정치권은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설 민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여야 막론하고
민심잡기 올인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설 명절 민심은 무척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지지도가 큰 폭으로 추락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역점 추진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인 집권 3년차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어떤 악재에 휘말려도 최소한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해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리던 박 대통령이었지만 올 초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으로 콘크리트 지지율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고작 29%에 불과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설 명절을 기점으로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국정동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날개 없는 지지율 추락 막을까
여 이어 야 지도부와 만남 추진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설 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국면전환 액션플랜은 무엇일까? 우선 박 대통령은 국면전환을 위해 소통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소통 미흡’(17%)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현재 논란이 되는 ‘세제개편안·증세’는 14%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10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신임 유승민 원내대표·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첫 회동을 하고 당정청 정책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새누리당 내부에서 당정청 소통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당정청 공식 협의체가 신설되는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설 연휴를 전후해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지난 2·8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한 만큼 회동을 추진할 명분도 충분하다.

열고 소통해야
지지율 오른다

새정치연합 신임 문재인 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박근혜정부와 전쟁을 하겠다”며 날을 세웠지만 박 대통령은 다음 날 문 대표에게 축하 난을 보내고 국회와 정부가 힘을 모으자며 연이어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TV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식으로 소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추석연휴에 한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시낭송과 합창 등을 했다.

당시 방송에서 보여준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파동 이후 크게 훼손된 이미지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봉사활동 역시 좋은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봉사활동은 큰 파급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미지 제고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 추석연휴에도 유일한 공식 일정으로 양로원 방문을 택한 바 있다.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세제개편안·증세’ 논란을 잠재울 대책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연말정산과 관련 ‘세금 폭탄’ ‘서민 증세’ 논란이 벌어지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하며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불거지자 바닥 민심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이런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만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경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특히 경제 상황에 민감하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폭락한 것은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자영업자들의 실망감이 표출됐기 때문인데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박 대통령은 대대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통과된 부동산 3법으로 최근 부동산 경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확대를 위한 서비스 관련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은 모두 12개인데 청와대는 이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대국회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나서 평소 강조해온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외에도 설 연휴 기간 장바구니 물가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민들이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만큼 자칫 물가 상승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설 성수품 평균가격 같은 수치만 보고 물가가 안정됐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하도급 대금이나 임금체불 문제도 원청업체만 점검하지 말고 1, 2차 하청업체에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안전한 명절이 될 수 있도록 교통과 방범, 방역 대책 등에 만전을 기하고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도 철저하게 챙기라고 당부했다.

대대적인 인적쇄신도 지지율 반등을 위한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지율이 추락하자 이미 이완구 국무총리 인선 등 깜짝 쇄신카드를 사용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인적 쇄신
이번엔 성공?

하지만 그렇다고 인적쇄신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설 연휴를 전후로 그동안 논란이 돼 온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보좌진들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의 후임으로는 이미 황교안 법무부장관, 홍사덕 민화협 의장, 권영세 주중대사, 현경대 민평통 부의장, 허남식 전 부산시장, 김병호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김성호 전 국정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실적과 내부 평판이 좋지 않은 각료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해 국정운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을 위해 올해 가장 역점을 둘 사업은 남북 관계 개선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직을 맡아왔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오는 5월 러시아의 70주년 전승기념일 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행사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남북 정상이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서 김정은 정상회담?
이명박 공격으로 반등시도?

이미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해당 기념식 참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려 박 대통령이 러시아가 개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라 청와대는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간 남북 경협의 걸림돌이 돼 왔던 5·24 조치 해제 카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진영에서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박 대통령은 남북 경협을 통해 경제활성화와 남북 긴장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이념 논쟁을 오히려 부추겨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위기 국면에 처할 때마다 종북 논란 등을 일으켜 수세에서 벗어나왔다. 이에 발맞춰 검찰은 이미 새해 직제 및 조직 개편을 통해 공안 수사 강화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대공 사건을 전담하는 검사 직책이 신설되며 의정부지검에는 공안부가 신설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이른바 사자방으로 불리는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사자방은 이명박정부 시절 추진된 중점 정책들로 이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는 국면전환과 함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친이계(친이명박계)에 대한 견제 카드가 될 수 있다. 또 동시에 최근 당내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친박계(친박근혜계)에 대해 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친박계 지원?
부모 묘역 찾나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이 설 연휴 기간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묘역을 찾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명절 연휴 돌아가신 부모님의 묘역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는 특별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사다. 공식적인 묘역 방문은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진보진영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일종의 박정희 우상화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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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