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①'땅바닥 지지율' 박근혜 위기탈출 액션플랜

민심 못 잡으면…벼랑 끝 갈림길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집권 3년 차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올 초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결정타가 돼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런 박 대통령에게 다가오는 설 명절은 지지율을 반등시킬 절호의 기회다. 박 대통령이 설 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국면전환 액션플랜은 무엇일까.

설 명절 형성되는 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 기간 어떤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정치권은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설 민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여야 막론하고
민심잡기 올인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설 명절 민심은 무척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지지도가 큰 폭으로 추락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역점 추진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인 집권 3년차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어떤 악재에 휘말려도 최소한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해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리던 박 대통령이었지만 올 초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으로 콘크리트 지지율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고작 29%에 불과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설 명절을 기점으로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국정동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날개 없는 지지율 추락 막을까
여 이어 야 지도부와 만남 추진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설 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국면전환 액션플랜은 무엇일까? 우선 박 대통령은 국면전환을 위해 소통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소통 미흡’(17%)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현재 논란이 되는 ‘세제개편안·증세’는 14%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10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신임 유승민 원내대표·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첫 회동을 하고 당정청 정책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새누리당 내부에서 당정청 소통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당정청 공식 협의체가 신설되는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설 연휴를 전후해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지난 2·8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한 만큼 회동을 추진할 명분도 충분하다.

열고 소통해야
지지율 오른다

새정치연합 신임 문재인 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박근혜정부와 전쟁을 하겠다”며 날을 세웠지만 박 대통령은 다음 날 문 대표에게 축하 난을 보내고 국회와 정부가 힘을 모으자며 연이어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TV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식으로 소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추석연휴에 한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시낭송과 합창 등을 했다.

당시 방송에서 보여준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파동 이후 크게 훼손된 이미지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봉사활동 역시 좋은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봉사활동은 큰 파급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미지 제고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 추석연휴에도 유일한 공식 일정으로 양로원 방문을 택한 바 있다.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세제개편안·증세’ 논란을 잠재울 대책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연말정산과 관련 ‘세금 폭탄’ ‘서민 증세’ 논란이 벌어지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하며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불거지자 바닥 민심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이런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만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경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특히 경제 상황에 민감하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폭락한 것은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자영업자들의 실망감이 표출됐기 때문인데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박 대통령은 대대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통과된 부동산 3법으로 최근 부동산 경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확대를 위한 서비스 관련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은 모두 12개인데 청와대는 이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대국회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나서 평소 강조해온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외에도 설 연휴 기간 장바구니 물가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민들이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만큼 자칫 물가 상승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설 성수품 평균가격 같은 수치만 보고 물가가 안정됐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하도급 대금이나 임금체불 문제도 원청업체만 점검하지 말고 1, 2차 하청업체에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안전한 명절이 될 수 있도록 교통과 방범, 방역 대책 등에 만전을 기하고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도 철저하게 챙기라고 당부했다.

대대적인 인적쇄신도 지지율 반등을 위한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지율이 추락하자 이미 이완구 국무총리 인선 등 깜짝 쇄신카드를 사용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인적 쇄신
이번엔 성공?

하지만 그렇다고 인적쇄신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설 연휴를 전후로 그동안 논란이 돼 온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보좌진들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의 후임으로는 이미 황교안 법무부장관, 홍사덕 민화협 의장, 권영세 주중대사, 현경대 민평통 부의장, 허남식 전 부산시장, 김병호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김성호 전 국정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실적과 내부 평판이 좋지 않은 각료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해 국정운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을 위해 올해 가장 역점을 둘 사업은 남북 관계 개선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직을 맡아왔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오는 5월 러시아의 70주년 전승기념일 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행사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남북 정상이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서 김정은 정상회담?
이명박 공격으로 반등시도?

이미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해당 기념식 참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려 박 대통령이 러시아가 개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라 청와대는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간 남북 경협의 걸림돌이 돼 왔던 5·24 조치 해제 카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진영에서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박 대통령은 남북 경협을 통해 경제활성화와 남북 긴장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이념 논쟁을 오히려 부추겨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위기 국면에 처할 때마다 종북 논란 등을 일으켜 수세에서 벗어나왔다. 이에 발맞춰 검찰은 이미 새해 직제 및 조직 개편을 통해 공안 수사 강화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대공 사건을 전담하는 검사 직책이 신설되며 의정부지검에는 공안부가 신설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이른바 사자방으로 불리는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사자방은 이명박정부 시절 추진된 중점 정책들로 이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는 국면전환과 함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친이계(친이명박계)에 대한 견제 카드가 될 수 있다. 또 동시에 최근 당내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친박계(친박근혜계)에 대해 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친박계 지원?
부모 묘역 찾나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이 설 연휴 기간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묘역을 찾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명절 연휴 돌아가신 부모님의 묘역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는 특별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사다. 공식적인 묘역 방문은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진보진영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일종의 박정희 우상화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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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