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치는 김준일 락앤락 회장, 왜?

‘위태위태’ 불안한 1위 자리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밀폐용기업계에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업계 1위인 락앤락이 내수와 수출 모두 역성장을 보이면서 정상의 자리를 빼앗기게 생겼기 때문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경쟁업체들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락앤락을 바짝 쫓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락앤락은 마땅한 캐시카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락앤락의 실적은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누적 락앤락의 중국지역 매출은 1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2115억원보다 33.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56.3%에서 44.5%로 11.8% 포인트 하락했다.

약발 다 됐나
 
이에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새해부터 제품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3일 란앤락에 따르면 삼광글라스 출신으로 그동안 락앤락 국내영업을 총괄 담당해왔던 김광태 국내영업본부 전무(등기이사)가 지난해 12월 말 회사를 떠났다. 국내 실적 부진과 연관이 없지 않아 보인다.
 
김 전무는 삼광글라스에서 글라스락을 출시, 3년만에 국내 대표 유리밀폐용기로 성장시킨 바 있다. 락앤락으로 자리를 옮긴 뒤 2년간 국내영업을 총괄했다. 지난해에는 등기이사에도 선임되면서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했지만 실적표는 암울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무의 퇴사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서막이라고 본다.
 
이는 지난해 중국 법인 임원들이 대거 퇴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락앤락은 북경, 상해, 심천 등 중국법인 3곳의 임원 4명을 연달아 퇴임시켰다. 지난해 3월 안병국 중국 총괄 법인장(상해 법인장), 5월 안기성 상해법인 부장, 9월 이성동 심청법인 이사, 허승무 북경법인 이사가 회사를 나갔다. 당시 최대 캐시카우인 중국시장에서 급격한 매출 하락세가 이어진 데 따른 인사조치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락앤락은 안 전 총괄 법인장이 회사를 나간 후 후임자를 뽑지 않고, 김 회장이 직접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문제는 김 회장이 직접 나서도 실적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락앤락은 지난해 판매 법인인 위해락앤락무역유한공사, 헬로헬로 인터내셔날을 청산하기도 했다.
 
매출·영업이익 줄어…경쟁사 성장세
마땅한 캐시카우 없어 발만 ‘동동’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락앤락은 현재 판매 중인 제품 4000여개(상품분류최하단위기준 제품 수) 중 매출 비중이 5% 미만인 제품 700여개를 정리하는 초강수를 뒀다. 4년 전 선보였던 생활용품 브랜드 ‘P&Q’가 대표적이다. 안 되는 브랜드는 솎아내겠다는 전략이다. 
 
밀폐용기 시장 라이벌 삼광글라스의 추격도 락앤락의 표정을 울상 짓게 하고 있다. 락앤락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사이, 삼광글라스는 탄탄한 사업기반을 두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락앤락은 3분기까지 총 3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액 3754억원 대비 16% 가량 낮아진 수치다. 2012년과 2013년 연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지만 두 해만에 매출액이 4000억원 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반면 삼광글라스는 3분기 매출액을 2267억원으로 끌어올리면서 전년 동기 3분기 2162억원보다 4.8% 성장했다. 높은 성장세는 아니지만 국내 밀폐용기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돌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삼광글라스의 비약적인 매출 증대는 락앤락에게는 크나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주가도 변동하고 있다. 1위 락앤락 주가는 연일 하락하는 반면 2위 삼광글라스 주가는 상승세를 타며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0년, 락앤락과 삼광글라스는 밀폐용기 시장의 격전지를 국내에서 중국으로 옮겼다. 삼광글라스는 락앤락 ‘환경호르몬’ 이슈를 꺼내들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애썼다. 미국에서도 락앤락 제품에 사용되는 물질인 트라이탄을 놓고 환경호르몬 검출 여부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데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플라스틱 제품은 유리제품에 비해 가품이 만들어지기 쉽다. 유리 제품은 공정 과정이 복잡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플라스틱 제품은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 그래서 삼광글라스 제품보다 락앤락 가품이 훨씬 더 많다. 버젓이 유통되는 가품은 락앤락에게 독이었다.
 
캐시카우가 없다는 점도 락앤락의 약점이다. 반면 삼광글라스는 사업분야가 다양하다. 삼광글라스는 B2B 사업인 캔과 유리병 납품에서도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적자를 봤던 캔사업이 지난해 3분기까지 3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자회사 군장에너지와 이테크건설도 호조세다. 또 락앤락이 해외 유통 방식을 변경하는 사이 삼광글라스는 중국판매법인을 설립해 기업용 특판시장과 홈쇼핑 등으로 유통 채널을 넓혔다. 

텀블러로 재도약?
 
락앤락은 최근 중국과 국내 시장 모델로 배우 이종석을 발탁해 신규 텀블러 광고를 촬영,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메인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밀폐용기로 굳어진 중년층 타깃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꾸기 위해서다. 그동안 밀폐용기에 집중했던 락앤락은 앞으로 20∼30대 신규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텀블러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락앤락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물병류의 매출 비중이 18%로 밀폐용기(33%)와 수납(20%)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텀블러 시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 써모스가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플라스틱 용기의 위험성
 
지난해 7월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을 담는 밀폐용기에서 약 170여개의 화학 성분이 검출, 이 요소들이 모두 건강에 해로운 성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3년 12월에 발표된 미국 식약청에서 실시한 음식물 안전성 검사 결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식품 중 50% 이상이 유해 물질에 관한 정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밀폐용기의 환경호르몬 보다 세균을 더 걱정해야한다고 말한다. 밀폐용기는 공기가 차단되어 음식이 잘 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온에 방치될 경우 세균이 득실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식을 넣고 상온에 둔 밀폐용기의 세균 오염도를 검사해본 결과 비교적 높은 수치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밀폐용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사용 시 되도록 깨끗하게 자주 세척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상온보다는 주로 냉장고에 넣고 보관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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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