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중소기업 기술 갈취 의혹

1년에 24억 벌어주는데 1억7000만원으로 ‘꿀꺽’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범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근절' 공조체제가 가동 중인 가운데 한솔그룹이 중소기업인 어울림정보기술의 핵심기술 저작권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울림은 "뺏겼다"고, 한솔에서는 "정당하게 샀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 속을 들여다보니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양측의 주장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1997년 설립된 어울림정보기술은 보안 1세대 회사로 방화벽, 가상사설망(VPN) 등을 개발해온 정보보안 전문기업이다. 방화벽, VPN, IPS 등을 아우르는 통합 보안 솔루션(UTM)이 주력 제품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껏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3000여개에 약 5만대의 제품을 판매하고 유지·보수 업무를 이어왔다. 어울림정보기술(이하 어울림)는 어울림그룹의 계열사로, 어울림그룹은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 '뱅가리' 등을 생산하는 어울림모터스로 유명하다.

대규모 퇴직후
압류→경매

한솔넥스지는 2001년 설립된 넥스지를 전신으로 한다. 국내 VPN 시장 1위 업체로 2013년 7월 한솔그룹에 인수됐다. 현재 한솔그룹 계열사인 한솔인티큐브와 솔라시아가 각각 지분 18.42%를 보유하고 있다. 

한솔그룹에 편입된 한솔넥스지(이하 한솔)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2월 어울림 소유인 'SECUREWORKS V4.0(이하 시큐웍스 V4.0)' 프로그램 저작권을 경매를 통해 매수하면서부터다. 당시 한솔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매를 통해 매수한 시큐웍스 V4.0에 대한 모든 권리가 한솔에 있는 만큼, 시큐웍스 V4.0 제품과 기존 넥스지 제품과의 사업 시너지가 최대한 발취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과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사용하는 업체들에 대해 법률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솔은 사업다각화에 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해 3월에는 "어울림 시큐웍스 V4.0을 사용 중인 고객사 800여곳 중 500여곳에 대한 유지보수를 함께 하고 있다"는 보도자료가 나오기도 했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유지·보수용역 비용은 전년 동기 기준 2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한솔의 성장에 주를 담당하는 시큐웍스 V4.0의 낙찰가는 1억7000만원이다. 경매 절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경매 시작가도 평가사들의 감정에 의해 정해졌다. 그런데도 어울림은 현재 "한솔이 실체도 없는 시큐웍스 V4.0을 인수해 놓고 어울림 대부분의 기술에 대한 저작권을 불법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울림에 따르면 회사 내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은 2012년 3월 주주총회부터다. 이날 직원 수명이 어울림 지분 20%가량을 확보한 뒤 주총에 나타나 이사 선임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한솔넥스지 VS 어울림정보통신 이전투구
배임·업무방해·저작권침해 고소고발 난무

3개월 뒤 주총에 나타났던 일부 직원들이 회사와의 아무런 협의 없이 회생 신청을 내고 법정관리인을 자기 쪽 사람으로 선임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없던 일이 됐다. 같은 달 직원 200~300명이 집단 퇴직했다. 2주 후 퇴직자들은 퇴직금지급소송을 내고 회사 내 모든 기물과 통장 계좌, 시큐웍스 V4.0에 대한 압류 신청을 했다. 회사는 퇴직금 지급을 위해 압류를 풀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퇴직자들을 묵묵부답이었다. 퇴직자들 중 20여명은 다넷정보기술이라는 업체를 설립했다. 2013년 10월 한솔은 다넷정보기술을 인수, 이듬해 청산종결했다.

수많은 압류물품 중에서 경매로 넘어간 것은 시큐웍스 V4.0 저작권 하나였다.

이상한 것은 어울림 내에서 시큐웍스 V4.0이라는 제품은 없었다는 점이다. 단지 시큐웍스 1000/2000/3000 V4 R3,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 등 여러 개의 제품을 통칭하기 위해 시큐웍스 V4.0이라는 단어를 썼을 뿐이다.

어울림이 저작권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시큐웍스 V4.0 저작권은 2011년 9월에 등록된 것으로 확인했다. 법인 공인인증서를 통해 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이 등록됐지만 당시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 어느 직원도 저작권 등록 사실을 몰랐다. 어울림은 당시 법인 공인인증서 관리를 맡았던 전 직원에게 "2011년 9월8일 연구소 직원이 찾아와 '급히 처리할 것이 있으니 컴퓨터를 쓰게 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자리를 내준 적이 있다"는 답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할 때는 프로그램 소스코드파일이나 실행파일이 첨부된다. 소스코드는 프로그램 언어로 구성된 일종의 설계도다. 하지만 시큐웍스 V4.0 저작권은 소스코드 없이 제품을 설명하는 브로셔만 첨부돼 등록됐다. 그런데도 시큐웍스 V4.0 저작권은 2013년 11월, 1억7000만원에 한솔로 넘어갔다. 당시 어울림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솔이 소스코드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결과적으로 실체가 없는, 단순히 이름뿐인 저작권을 1억7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거래처 이탈이 시작됐다. 어울림의 유지보수 관리를 받던 거래처가 하나 둘씩 한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울림은 홈페이지에 "고객님들이 사용하고 계신 제품은 '시큐웍스 V4.0 R2ㆍR3ㆍR4'들이며 경매로 낙찰된 '시큐웍스 V4.0'과는 전혀 다른 별도의 저작물입니다"라는 내용을 게재하며 고객 이탈 막기에 나섰다.

회사도 모르는
저작권 등록

여기까지가 어울림의 주장이다. 어울림은 한솔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한솔은 오히려 문경석 어울림 이사를 저작권법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프로그램 업데이트 권한과 유지보수 권한 등 시큐웍스 V4.0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저작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인수했는데도 불구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득하지 않고 무단으로 제품판매 및 유지보수 활동을 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게 고소 이유였다. 해당 고소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한솔은 항고한 상태다.

쟁점은 시큐웍스 V4.0과 시큐웍스 V4.0 R2ㆍR3ㆍR4의 관련성이다. 한솔 측은 시큐웍스 V4.0이 시큐웍스 V4.0 R2ㆍR3ㆍR4 등을 총칭하는 제품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어울림은 시큐웍스 V4.0은 어울림정보기술이 개발한 제품이 아닌 실체가 없는 저작권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어울림 주장의 첫 번째 근거는 소스파일의 용량이다. 시큐웍스 V4.0 저작권이 등록될 당시 소스파일 대신 제품설명서가 첨부됐다. 반면 어울림의 주력 제품인 시큐웍스 1000/2000/3000 V4.0과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는 저작권 등록당시 각각 실행파일과 소스파일이 첨부됐다. 시큐웍스 V4.0은 추후 저작권위원회의 요청으로 어울림이 소스파일을 첨부, 지금은 경정등록된 상태다.
 

한솔의 주장처럼 시큐웍스 V4.0이 위 제품을 모두 포함한다면 소스파일 용량은 최소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보다 커야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등록부를 보면 시큐웍스 V4.0의 소스파일 용량은 1102만6988바이트,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 소스파일 용량은 2982만1579바이트로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두 소스파일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어울림이 저작권위원회의 소스파일 등록 요청을 받아 재등록할 당시 보냈던 소스파일은 시큐웍스 V4.0 시리즈와 아무 관련 없는 파일이었기 때문이다.

"R2·3·4는
R1 수정버전"

두 번째 근거는 프로그램등록부 상 프로그램 내용 설명이다. 시큐웍스 V4.0의 프로그램등록부는 시큐웍스 V4.0를 '고성능 Multi-Core CPU를 사용한 경계선 방어형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으로 하나의 장비로 Firewall, VPN, IPS, QoS, Anti-Virus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의 경우에는 '전용 서버 하드웨어에 설치되어 내부 네트웍자원에 대한 보안과 사용자들의 접근제어를 수행하고 암호화된 가상의 사설망을 제공하는 시스템 프로그램'으로 표현되고 있다.

시큐웍스 V4.0은 '장비',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는 '프로그램'이라는 얘기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 본체와 윈도우 시리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도 비슷한 논리로 문 이사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문 이사에 대한 '불기소이유통지'를 보면 검찰은 "고소인(한솔)은 소스코드의 주석이 동일하다고 주장하지만 소스코드 주석은 프로그램 개발자가 개발 편의상 코드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작성되는 부분으로 프로그램의 실행 및 작동에 관여되는 부분이 아니므로 이것만으로 프로그램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프로그램 소스파일이 등록되지 아니하여 2014년 8월28일 경 직권 경정된 사실에 비추어 피의자(문 이사)가 2013년 11월29일부터 2014년 2월 경까지 '시큐웍스 V4.0과 시큐웍스 V4.0 R2ㆍR3ㆍR4는 전혀 다른 저작물입니다'라는 주장대로 브로셔 파일만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문 이사가 한솔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영업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장비 인수했다고 프로그램까지 넘어가나
3개월새 어울림 거래처 60% 한솔로 이동

박동혁 어울림 대표는 "2011년 9월 그 누구도 모르게 저작권을 등록하고, 퇴직 직원이 돈이 들어있는 회사 법인 계좌는 제외하고 실체도 없는 저작권에 대한 경매를 신청하고, 퇴직 직원이 설립한 회사를 한솔이 인수하고, 한솔이 결국 저작권까지 인수해 불법 행사를 하는 모양새가 한 편의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 하다"고 전했다. 어울림은 유화석 한솔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한솔의 주장은 다르다. 소스코드가 없다고 해서 저작권을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요지다. 한솔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우에도 윈도우 시리즈를 등록할 때 소스코드를 등록을 하지 않고 실행 CD만 단순 등록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에 대한 프로그램등록부를 보면 원 파일에 대한 소스 용량이 다 차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매로 취득한 시큐웍스 V4.0은 R0, R1 버전이고 어울림이 주장하는 R2ㆍR3ㆍR4는 R1의 릴리즈(수정) 버전이다"며 "경매로 시큐웍스 V4.0을 낙찰 받을 때 개작권을 포함하고 있었으므로 R0ㆍR1ㆍR2ㆍR3ㆍR4는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4년 한솔을 상대로 어울림이 저작권위반 및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도 '한솔이 시큐웍스 V4.0에 대한 저작권을 정당하게 인수했고, 이를 인정해 준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솔은 R2ㆍR3ㆍR4의 저작권 등록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한솔에 따르면 어울림이 시큐웍스 V4.0 저작권을 등록한 이유는 개별적으로 등록하면 인증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 라인업을 시큐웍스 V4.0에 포함에 저작권을 등록했다는 것.

그런데 퇴사한 직원들이 시큐웍스 V4.0에 대한 압류를 하고, 경매를 신청하자 어울림이 이를 뺏길 수도 있다는 판단에 그제야 시큐웍스 1000/2000/3000 V4.0 R2, R3, R4와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2ㆍR3ㆍR4 저작권을 등록하고 과거 판매된 제품까지 자기들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게 한솔넥스지의 설명이다. 두 제품의 등록시점은 2013년 4월이다.

한솔 용역매출↑
시큐웍스 덕분?

한솔은 "가장 중요한 것은 어울림이 거래처인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 보낸 인증서에 그들 스스로가 제품명을 시큐웍스 V4.0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부분"이라며 "어울림의 주장대로 R2ㆍR3ㆍR4 제품이 판매됐다면 현재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인증 담당자들은 비인증 제품 사용으로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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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