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중소기업 기술 갈취 의혹

1년에 24억 벌어주는데 1억7000만원으로 ‘꿀꺽’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범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근절' 공조체제가 가동 중인 가운데 한솔그룹이 중소기업인 어울림정보기술의 핵심기술 저작권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울림은 "뺏겼다"고, 한솔에서는 "정당하게 샀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 속을 들여다보니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양측의 주장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1997년 설립된 어울림정보기술은 보안 1세대 회사로 방화벽, 가상사설망(VPN) 등을 개발해온 정보보안 전문기업이다. 방화벽, VPN, IPS 등을 아우르는 통합 보안 솔루션(UTM)이 주력 제품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껏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3000여개에 약 5만대의 제품을 판매하고 유지·보수 업무를 이어왔다. 어울림정보기술(이하 어울림)는 어울림그룹의 계열사로, 어울림그룹은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 '뱅가리' 등을 생산하는 어울림모터스로 유명하다.

대규모 퇴직후
압류→경매

한솔넥스지는 2001년 설립된 넥스지를 전신으로 한다. 국내 VPN 시장 1위 업체로 2013년 7월 한솔그룹에 인수됐다. 현재 한솔그룹 계열사인 한솔인티큐브와 솔라시아가 각각 지분 18.42%를 보유하고 있다. 

한솔그룹에 편입된 한솔넥스지(이하 한솔)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2월 어울림 소유인 'SECUREWORKS V4.0(이하 시큐웍스 V4.0)' 프로그램 저작권을 경매를 통해 매수하면서부터다. 당시 한솔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매를 통해 매수한 시큐웍스 V4.0에 대한 모든 권리가 한솔에 있는 만큼, 시큐웍스 V4.0 제품과 기존 넥스지 제품과의 사업 시너지가 최대한 발취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과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사용하는 업체들에 대해 법률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솔은 사업다각화에 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해 3월에는 "어울림 시큐웍스 V4.0을 사용 중인 고객사 800여곳 중 500여곳에 대한 유지보수를 함께 하고 있다"는 보도자료가 나오기도 했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유지·보수용역 비용은 전년 동기 기준 2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한솔의 성장에 주를 담당하는 시큐웍스 V4.0의 낙찰가는 1억7000만원이다. 경매 절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경매 시작가도 평가사들의 감정에 의해 정해졌다. 그런데도 어울림은 현재 "한솔이 실체도 없는 시큐웍스 V4.0을 인수해 놓고 어울림 대부분의 기술에 대한 저작권을 불법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울림에 따르면 회사 내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은 2012년 3월 주주총회부터다. 이날 직원 수명이 어울림 지분 20%가량을 확보한 뒤 주총에 나타나 이사 선임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한솔넥스지 VS 어울림정보통신 이전투구
배임·업무방해·저작권침해 고소고발 난무

3개월 뒤 주총에 나타났던 일부 직원들이 회사와의 아무런 협의 없이 회생 신청을 내고 법정관리인을 자기 쪽 사람으로 선임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없던 일이 됐다. 같은 달 직원 200~300명이 집단 퇴직했다. 2주 후 퇴직자들은 퇴직금지급소송을 내고 회사 내 모든 기물과 통장 계좌, 시큐웍스 V4.0에 대한 압류 신청을 했다. 회사는 퇴직금 지급을 위해 압류를 풀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퇴직자들을 묵묵부답이었다. 퇴직자들 중 20여명은 다넷정보기술이라는 업체를 설립했다. 2013년 10월 한솔은 다넷정보기술을 인수, 이듬해 청산종결했다.

수많은 압류물품 중에서 경매로 넘어간 것은 시큐웍스 V4.0 저작권 하나였다.

이상한 것은 어울림 내에서 시큐웍스 V4.0이라는 제품은 없었다는 점이다. 단지 시큐웍스 1000/2000/3000 V4 R3,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 등 여러 개의 제품을 통칭하기 위해 시큐웍스 V4.0이라는 단어를 썼을 뿐이다.

어울림이 저작권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시큐웍스 V4.0 저작권은 2011년 9월에 등록된 것으로 확인했다. 법인 공인인증서를 통해 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이 등록됐지만 당시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 어느 직원도 저작권 등록 사실을 몰랐다. 어울림은 당시 법인 공인인증서 관리를 맡았던 전 직원에게 "2011년 9월8일 연구소 직원이 찾아와 '급히 처리할 것이 있으니 컴퓨터를 쓰게 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자리를 내준 적이 있다"는 답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할 때는 프로그램 소스코드파일이나 실행파일이 첨부된다. 소스코드는 프로그램 언어로 구성된 일종의 설계도다. 하지만 시큐웍스 V4.0 저작권은 소스코드 없이 제품을 설명하는 브로셔만 첨부돼 등록됐다. 그런데도 시큐웍스 V4.0 저작권은 2013년 11월, 1억7000만원에 한솔로 넘어갔다. 당시 어울림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솔이 소스코드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결과적으로 실체가 없는, 단순히 이름뿐인 저작권을 1억7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거래처 이탈이 시작됐다. 어울림의 유지보수 관리를 받던 거래처가 하나 둘씩 한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울림은 홈페이지에 "고객님들이 사용하고 계신 제품은 '시큐웍스 V4.0 R2ㆍR3ㆍR4'들이며 경매로 낙찰된 '시큐웍스 V4.0'과는 전혀 다른 별도의 저작물입니다"라는 내용을 게재하며 고객 이탈 막기에 나섰다.

회사도 모르는
저작권 등록

여기까지가 어울림의 주장이다. 어울림은 한솔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한솔은 오히려 문경석 어울림 이사를 저작권법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프로그램 업데이트 권한과 유지보수 권한 등 시큐웍스 V4.0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저작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인수했는데도 불구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득하지 않고 무단으로 제품판매 및 유지보수 활동을 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게 고소 이유였다. 해당 고소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한솔은 항고한 상태다.

쟁점은 시큐웍스 V4.0과 시큐웍스 V4.0 R2ㆍR3ㆍR4의 관련성이다. 한솔 측은 시큐웍스 V4.0이 시큐웍스 V4.0 R2ㆍR3ㆍR4 등을 총칭하는 제품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어울림은 시큐웍스 V4.0은 어울림정보기술이 개발한 제품이 아닌 실체가 없는 저작권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어울림 주장의 첫 번째 근거는 소스파일의 용량이다. 시큐웍스 V4.0 저작권이 등록될 당시 소스파일 대신 제품설명서가 첨부됐다. 반면 어울림의 주력 제품인 시큐웍스 1000/2000/3000 V4.0과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는 저작권 등록당시 각각 실행파일과 소스파일이 첨부됐다. 시큐웍스 V4.0은 추후 저작권위원회의 요청으로 어울림이 소스파일을 첨부, 지금은 경정등록된 상태다.
 

한솔의 주장처럼 시큐웍스 V4.0이 위 제품을 모두 포함한다면 소스파일 용량은 최소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보다 커야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등록부를 보면 시큐웍스 V4.0의 소스파일 용량은 1102만6988바이트,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 소스파일 용량은 2982만1579바이트로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두 소스파일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어울림이 저작권위원회의 소스파일 등록 요청을 받아 재등록할 당시 보냈던 소스파일은 시큐웍스 V4.0 시리즈와 아무 관련 없는 파일이었기 때문이다.

"R2·3·4는
R1 수정버전"

두 번째 근거는 프로그램등록부 상 프로그램 내용 설명이다. 시큐웍스 V4.0의 프로그램등록부는 시큐웍스 V4.0를 '고성능 Multi-Core CPU를 사용한 경계선 방어형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으로 하나의 장비로 Firewall, VPN, IPS, QoS, Anti-Virus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의 경우에는 '전용 서버 하드웨어에 설치되어 내부 네트웍자원에 대한 보안과 사용자들의 접근제어를 수행하고 암호화된 가상의 사설망을 제공하는 시스템 프로그램'으로 표현되고 있다.

시큐웍스 V4.0은 '장비',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4는 '프로그램'이라는 얘기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 본체와 윈도우 시리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도 비슷한 논리로 문 이사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문 이사에 대한 '불기소이유통지'를 보면 검찰은 "고소인(한솔)은 소스코드의 주석이 동일하다고 주장하지만 소스코드 주석은 프로그램 개발자가 개발 편의상 코드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작성되는 부분으로 프로그램의 실행 및 작동에 관여되는 부분이 아니므로 이것만으로 프로그램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프로그램 소스파일이 등록되지 아니하여 2014년 8월28일 경 직권 경정된 사실에 비추어 피의자(문 이사)가 2013년 11월29일부터 2014년 2월 경까지 '시큐웍스 V4.0과 시큐웍스 V4.0 R2ㆍR3ㆍR4는 전혀 다른 저작물입니다'라는 주장대로 브로셔 파일만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문 이사가 한솔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영업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장비 인수했다고 프로그램까지 넘어가나
3개월새 어울림 거래처 60% 한솔로 이동

박동혁 어울림 대표는 "2011년 9월 그 누구도 모르게 저작권을 등록하고, 퇴직 직원이 돈이 들어있는 회사 법인 계좌는 제외하고 실체도 없는 저작권에 대한 경매를 신청하고, 퇴직 직원이 설립한 회사를 한솔이 인수하고, 한솔이 결국 저작권까지 인수해 불법 행사를 하는 모양새가 한 편의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 하다"고 전했다. 어울림은 유화석 한솔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한솔의 주장은 다르다. 소스코드가 없다고 해서 저작권을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요지다. 한솔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우에도 윈도우 시리즈를 등록할 때 소스코드를 등록을 하지 않고 실행 CD만 단순 등록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에 대한 프로그램등록부를 보면 원 파일에 대한 소스 용량이 다 차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매로 취득한 시큐웍스 V4.0은 R0, R1 버전이고 어울림이 주장하는 R2ㆍR3ㆍR4는 R1의 릴리즈(수정) 버전이다"며 "경매로 시큐웍스 V4.0을 낙찰 받을 때 개작권을 포함하고 있었으므로 R0ㆍR1ㆍR2ㆍR3ㆍR4는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4년 한솔을 상대로 어울림이 저작권위반 및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도 '한솔이 시큐웍스 V4.0에 대한 저작권을 정당하게 인수했고, 이를 인정해 준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솔은 R2ㆍR3ㆍR4의 저작권 등록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한솔에 따르면 어울림이 시큐웍스 V4.0 저작권을 등록한 이유는 개별적으로 등록하면 인증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 라인업을 시큐웍스 V4.0에 포함에 저작권을 등록했다는 것.

그런데 퇴사한 직원들이 시큐웍스 V4.0에 대한 압류를 하고, 경매를 신청하자 어울림이 이를 뺏길 수도 있다는 판단에 그제야 시큐웍스 1000/2000/3000 V4.0 R2, R3, R4와 시큐웍스 1500/2500/3500 V4.0 R2ㆍR3ㆍR4 저작권을 등록하고 과거 판매된 제품까지 자기들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게 한솔넥스지의 설명이다. 두 제품의 등록시점은 2013년 4월이다.

한솔 용역매출↑
시큐웍스 덕분?

한솔은 "가장 중요한 것은 어울림이 거래처인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 보낸 인증서에 그들 스스로가 제품명을 시큐웍스 V4.0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부분"이라며 "어울림의 주장대로 R2ㆍR3ㆍR4 제품이 판매됐다면 현재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인증 담당자들은 비인증 제품 사용으로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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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